아파하는 청춘을 위한 에세이 『기록하는 태도』
『기록하는 태도』 이수현 작가 인터뷰
우리는 모두 잘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인생은 비교와 경쟁으로 우리를 궁지로 몰아가곤 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꽤 자주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2023.08.11)
『기록하는 태도』는 2020년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MZ세대를 대표하는 젊은 작가 반열에 오른 이수현 작가의 두 번째 책이다. 우리는 모두 잘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인생은 비교와 경쟁으로 우리를 궁지로 몰아가곤 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꽤 자주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수현 작가는 말한다. 기록을 통해 이 고민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순간순간의 아픔과 산산조각 날 뻔한 기억들을 이 책에 빼곡하게 담았다. 무엇보다 슬픔과 아픔의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헤쳐 나가는 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저자는 지금을 힘겹게 살고 있는 MZ세대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책에 가득 담아 응원한다.
이수현 작가님의 간단한 자기소개와 이번 신간 『기록하는 태도』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낮에는 IT 회사의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고, 퇴근 후 글을 쓰는 20대 작가 이수현입니다. 21년도 첫 소설 『유리 젠가』 발간 이후, 얼마 전 에세이 『기록하는 태도』라는 두 번째 작품을 출간했습니다. 『기록하는 태도』는 바쁘고 빠르게 번지는 세상 속 순간의 나를 모으는 기록의 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래된 일기장에서 시작된 변화가, 기록 지도, 공간, 추억, 가족에까지 확장되어 가지요. 이 작품은 지금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일상을 기록하는 것의 중요성과 삶의 의미, 태도를 되새길 수 있게 하는 힐링 에세이입니다. 쓰는 일이 결국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일임을, 자신을 돌보고 마음의 계절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일임을, 내내 가져가고 싶은 최소한의 성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냈습니다. 시작한 일을 제대로 끝맺음하는 게 늘 쉽지 않았던 분, 일상의 소중한 순간을 나만의 방식으로 수집하고 싶은 분, 문장의 힘에 기대어 앞으로 나가고 싶은 분들이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첫 소설 『유리 젠가』 이후 2년 만의 에세이 출간 소감이 어떠신가요?
21년도에 출간한 『유리 젠가』는 청주문화재단 기록문화예술지원금을 받아 출간한 작품집입니다. 취업난, 로맨스 스캠, 젊은 연인 간의 사랑, 세대 갈등 등 요즘 20~30대의 녹록지 않은 현실을 담아낸 네 개의 단편이 수록된 작품이지요. 현실과 맞닿아 있어서 감사하게도 독자분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후 새로운 작품을 구상할 때, 이번엔 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어요. 주변에서 종종 제가 어떤 원동력으로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었는지를 궁금해하셨거든요.
제게 글은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어떠한 흥미, 적성과도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에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담고 싶었고, 더 많은 이들에게 문장의 울림을 전하고 싶었어요. 기록은 많은 이들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인데, 이 부분에 대한 흔적을 저만의 방식으로 남겨보고 싶었습니다. 2023 세종문화재단 청년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두 번째 작품집이 나왔습니다. 출간 이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다양한 마음이 들었어요. 퇴근 후, 어두운 새벽녘까지 글을 쓰고 퇴고하던 날들이 생생히 기억났거든요. 문우들이 준비해준 소소한 우리만의 출간 파티, 첫 작품을 은사님께 보여드렸던 순간 등 들불처럼 번지는 행복한 순간이 많았습니다. 내내 작품을 기다려주셨던 독자분들께도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마음이 뻐근했습니다.
직장 생활하면서 꾸준하게 글을 쓰는 비법을 알려주세요.
신간 『기록하는 태도』에도 나오는 구절이지만, 우리는 열정이 최선을 보장해 주지 않는, 한 가지의 성실보다 나를 많이 나누어 담아야 안전한 시대를 지나고 있어요. 대학 때 심리학을 공부하며 머리에 깊게 남은 내용이 있었어요. 우리의 자아 개념이 다양할수록 더욱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이요. 직장인으로서의 나, 작가로서의 나, 누군가의 가족이나 친구로서의 나 등 다양한 자기 개념이 있을수록 하나의 자아에서 겪는 실패의 충격이 좀 덜해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제게 직장 생활은 글의 다양한 무늬가 되어줄뿐더러, 오래도록 글을 쓰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어줍니다. 글을 쓰다 보면 실패와 거절에 익숙해져야 할 때도 많거든요. 바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도망칠 구석이 있다는 건,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특히나 제가 있는 곳이 최신 트렌드를 가장 밀접하게 접할 수 있는 IT 회사다 보니 창작의 영감을 받을 때도 많습니다. 서비스 기획자로서의 일 역시 재미있어요. 그런데도 저는 글이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워요. 더욱이 모든 것이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글을 쓰는 일만은, 저 자신이 확실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서요. 가능한 한 꾸준하고, 부지런한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기록하는 태도』를 읽고 가볍게나마 SNS에 기록을 시작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하고 싶은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제게 글은 습관이에요. 대학생 때부터 저의 활동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했던 블로그가 어느덧 커져 많은 분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되어주었거든요. 어느 순간 포기하지 않고, 진심을 담아 꾸준히 썼기에 채널이 커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SNS에 화려하고 대단한 순간을 올리기보다는 내가 오늘 느낀 것, 읽다가 멈춰선 구절, 하염없이 바라본 아름다운 풍경과 같은 것들을 올려보세요. 우리 일상을 스치는 소소한 순간 역시 글감이 될 수 있으니까요.
조회수, 좋아요 등의 수치에 연연하지 않고, 솔직하고 담백하게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세요.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는, 나의 속마음을 풀어내는 매개체로 SNS를 활용하시면 더욱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을 거예요. 저 역시 습관처럼 매일의 일상을 풀어내다 보니, 어느 순간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글은 제가 건강하고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튼실한 습관과도 같아요. 요즘은 누구나 SNS를 통해 나를 켜켜이 쌓아나가실 수 있으니 이 부분을 잘 활용하셨으면 좋겠어요.
필사책 한 권만 추천 부탁드립니다.
『기록하는 태도』에는 필사를 하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나오는데요. 저는 언어의 온도가 비슷한, 혹은 닮고 싶은 작가님의 책을 자주 필사하며 글에 대한 힘을 키워나갔어요. 노은희 작가님의 『트로피헌터』를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글에도 생명력이 있다면 바로 이런 작품이 아닐까 생각하곤 했어요.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소재일뿐더러, 어둠 속에서도 밝게 빛나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특히, 감동적이었던 구절을 반복해서 필사하며 작가님의 힘 있는 문장력을 배우고,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풍경을 상상할 수 있었는데요. 필사의 진정한 힘은 글을 따라 쓰며 체화시키는 데 있는 것 같아요. 노은희 작가님의 소설을 필사하며 그 세밀한 묘사와 표현에 감탄했습니다.
향후 어떤 작품 구상중이신가요?
저는 문학은 사회를 대변하고, 울림을 통해 세상을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는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소설 『유리 젠가』는 녹록지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2030 청춘의 이야기를, 에세이 『기록하는 태도』는 번지고 흐르기 쉬운 현실 속, 기록하는 태도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담았던 것처럼요. 향후 역시 사회의 문제를 담거나, 깊은 공감, 감동을 줄 수 있는 소재로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요. 다만, 이번엔 좀 더 긴 호흡의 장편 소설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이 문장 안에서 함께 살아 숨 쉬고,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해 함께 슬픔, 분노, 환희를 느낄 수 있도록요. MZ 세대분들이 특히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지만, 더 나아가 전 연령층을 아울러 가족끼리도 함께 나누어 볼 수 있는 따뜻하고 희망찬 작품을 집필해 보고 싶어요.
작가님께 글이란 무엇인가요?
제게 글은 '삶'입니다. 어린 학생일 때부터 스물여덟인 지금에 이르기까지 글은 제 삶에 깊게 침투했어요. 글과 멀어지면 마음이 불안했고, 다시금 글이 제게 오라 손짓했습니다. 글을 만나고 제 삶의 모든 것이 더욱 풍요로워졌어요. 세상을 좀 더 다층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이번 신작 『기록하는 태도』에 나오는 한 구절을 인용해보고 싶어요.
분명 누구의 마음에나 황량하고 매서운 겨울이 찾아올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내 이야기를 어떻게 써 내려갈 것인지, 마지막 지점을, 마음의 계절을 어디에 둘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이니. 그 생각과 작은 실천만으로도 우리는 조금씩 봄과 가까워지는 중일 테다.
_『기록하는 태도』, 「마음의 계절」 중
조금은 느려도 묵묵히 그 길을 걸어 나가고 싶어요. 와서 보니 제가 글을 기다린 것이 아닌, 글이 제가 오기를 기다려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수현 1995년 서울에서 태어나 2020년 충북 작가 신인상 소설 부문 당선, 2020년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수필 부문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지원작으로 첫 소설집 『유리 젠가』를 출간했으며, 세종문화재단에서 청년예술창작지원금을 수혜 받았다. 삶의 온기, 세상의 온도에 마음을 기울이며 나와 다정한 당신, 우리의 연대를 꿈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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