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를 찾아 떠나는 프로방스 여행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 이재형 저자 인터뷰
번역가이자 불문학자 이재형이 펴낸 『프로방스 여행 내 삶이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는 프로방스의 여러 지역을 인문학적으로 탐구하는 독특한 여행기다. 30년 동안 프랑스에 살고 있는 그를 만나 여행 이야기를 나누었다. (2023.07.17)
가끔은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쉼을 갖는 시간은 필요하다. 휴식을 취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음에 갈 여행지를 탐색하고 정하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은 지중해성 기후로, 연중 온화해서 여행하기에 좋다. 세계적인 휴양지는 물론,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풍경은 대도시에서 느끼기 어려운 여유로움을 선물한다. 프랑스 문학 전문 번역가이자 불문학자 이재형이 펴낸 『프로방스 여행 내 삶이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는 프로방스의 여러 지역을 인문학적으로 탐구하는 독특한 여행기다. 30년 동안 프랑스에 살고 있는 그를 만나 여행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해 파리의 예술 여행을 테마로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를 출간하셨는데, 이번에는 프로방스를 소개하는 여행책을 쓰셨네요. 왜 프로방스인가요?
제가 프로방스 여행기를 낸 건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우선 프로방스는 제게 이상향 같은 곳이에요. 그곳에서 살았던 16년 세월이 행복한 기억으로 항상 제 마음에 자리 잡고 있죠. 그곳의 눈부신 태양과 빛, 푸르른 하늘과 바다가 늘 다시 돌아오라고 제게 손짓했어요. 또 한 가지 이유는 프로방스에서 활동했던 예술가들을 소개하고 싶어서입니다. 고흐, 르누아르, 마티스, 샤갈, 세잔, 카뮈, 장 지오노, 마르셀 파뇰...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이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여기서 자신의 예술을 완성시켰어요. 이 두 가지 이유로 프로방스를 소개하는 책을 쓴 거지요, 독자들이 프로방스에 가서 행복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면서 앞서 말한 예술가들의 흔적을 더듬고 그들의 작품을 감상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 프로방스를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우리나라의 관광객들이 파리 다음으로 프로방스를 많이 찾긴 하지만요.
소개하신 여러 도시와 마을들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여행을 가서 꼭 들려야 할 한 곳만 추천해 주세요.
가 봐야 할 곳은 많고 많지요. 고흐의 아를, 세잔의 엑상프로방스, 샤갈과 마티스의 니스, 피카소의 앙티브... 저는 특히 뤼베롱 지역을 추천하고 싶네요. 뤼베롱 지역에 있는 고르드는 2023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될 만큼 예쁘고 아기자기한 풍경을 볼 수 있어요. 5월에는 새빨간 개양귀비꽃, 7월에는 보라색 라벤더, 9월에는 노란색과 황금색, 붉은색, 적갈색 단풍이 풍경을 물들여서 눈을 즐겁게 하는 곳이지요. 뤼베롱은 그냥 천천히 여유 있게 돌아다니면서 힐링하기에 이상적인 여행지입니다.
고흐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아를'에 가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왜 그런 말을 할까요?
저는 고흐가 아를과 생레미 정신 병원에서 자신의 예술혼을 가장 치열하게 불태웠다고 생각해요. <노란 방>이나 <밤의 카페 테라스>, <별이 총총한 밤>, <귀에 붕대를 감은 남자>, <별이 빛나는 밤>처럼 이 시기에 그려진 그림들이 걸작으로 평가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아를과 생레미는 왜, 어떤 환경에서 고흐가 이런 걸작들을 그리게 되었나를 느끼기에 가장 이상적인 장소입니다. 특히, 생레미 정신 병원 안에 있는 고흐의 방에 들어가면 그의 사무친 고독이 절절하게 느껴지지요. 그렇지만 고흐는 이런 힘든 환경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지요. 그래서 그가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가 되었겠지요?
카뮈는 <이방인>과 <페스트>로 받은 노벨 문학상 상금으로 프로방스에 정착해 여생을 보냈습니다. 그는 왜 파리가 아닌 프로방스를 선택했을까요? 카뮈에게 프로방스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저는 프로방스가 제2의 고향처럼 생각되어 카뮈가 루르마랭에 집을 샀을 거로 생각합니다. 프로방스의 풍경은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알제리의 풍경을 끊임없이 상기시켰을 겁니다. 그의 딸 카트린이 이렇게 말했잖아요?
"우리는 우리집에 있으면 숨을 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버지는 산 뒤에 바다가 있고 바다 뒤에 알제리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요."
이런 이유로 그는 제2의 고향 루르마랭에 묻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르셀 파뇰의 소설 『마르셀의 여름』을 번역하셨습니다. 번역을 시작하기 전에 생트빅투아르산이 보이는 가를라방 산괴에 오르셨다고 했는데, 생트빅투아르산은 어떤 곳인가요?
마르세유를 상징하는 작가 마르셀 파뇰의 대표작 『마르셀의 여름』의 배경이 이 가를라방 산괴를 이루는 여러 개의 산입니다. 그래서 번역을 더 정확하게 하려고 마르셀처럼 여기 직접 올라가 본 거지요. 이 산괴에서 가장 높은 가를라방산에 올라가니 북쪽으로 생트빅투아르산이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이더군요. 생트빅투아르산을 보니 당연히 세잔이 생각났고, 책에도 썼듯이 그는 엑상프로방스에서 이 산을 그리다 세상을 떠났지요. 그때 가를라방 산꼭대기에 한참 동안 앉아 생트빅투아르산을 바라보며 세잔이라는 화가를 생각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프로방스에 가족과 여행가는 경우와 친구와 여행가는 경우, 추천 코스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가족 여행으로는 니스와 주변 아름다운 마을들(에즈와 앙티브, 생폴드방스, 방스에 있는 마티스 예배당 등)을 추천해요. 이 마을들은 다 버스나 기차로 갈 수 있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좋고, 아니면 자동차를 렌트할 수도 있겠죠. 자동차를 렌트한다면 베르동 계곡을 지나 도자기 마을 무스티에생트마리까지 올라가 보기를 추천합니다. 너무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만일 7월에 친구끼리 프로방스를 여행한다면 뤼베롱 지역을 추천하고 싶어요. 차를 렌트해서 앞서 말한 고르드는 물론 라벤더 밭으로 알려진 세낭크 수도원, 루시옹, 메네르브, 보니유, 루르마랭, 퀴퀴롱 마을을 천천히 돌아보면 좋습니다. 좀 더 시간이 있으면 지오노가 쓴 『나무를 심은 사람』의 배경인 마노스크 북쪽까지 올라가 보는 것도 좋겠지요.
부제가 인상적입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프로방스에서 보낸 16년 삶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책에 '내 삶이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라는 제목을 붙였지요. 프로방스에서 제 삶은 온화한 날씨나 아름다운 자연, 밝은 분위기로 인해 빛났고, 많은 예술가의 삶도 프로방스에서 빛났지요. 지금은 파리에 살고 있어서 프로방스로 다시 돌아가 살 수는 없지만, 종종 그곳을 여행해서 제 삶을 다시 환히 빛내고 싶어요. 독자들도 이 책을 읽고 저처럼 빛나는 삶의 순간을 살았으면 합니다. 이것이 제가 『프로방스 여행 내 삶이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을 쓴 이유입니다.
*이재형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강원대학교, 상명여자대학교 강사를 지냈다. 우리에게 생소했던 프랑스 소설의 세계를 소개해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많은 작품들을 번역했으며, 지금은 프랑스에 머물면서 프랑스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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