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의택 SF 작가의 두 번째 장편 소설 『0과 1의 계절』

『0과 1의 계절』 최의택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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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몽유족의 '봄'이라는 아이와 보육원의 '현'이라는 아이가 만나 우정을 쌓아가던 중, 그들의 부모 세대가 충돌하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전개된다. (2023.07.11)


『0과 1의 계절』은 2021년 제1회 문윤성 SF 문학상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을 수상하고, 같은 작품으로 2022년 제9회 한국 SF어워드에서 대상을 수상한 최의택의 두 번째 장편 소설이다. 흰 눈과 혹한만이 존재하는 지구에서 생존자들은 '밸리'라는 가상 지구를 선택한다. 신체를 버리고 0과 1의 조합만으로 존재하는 디지털 세계. 그러나 지구에는 여전히 인간들이 살아간다. 첫 번째는 밸리가 관장하는 보육원 사람들, 두 번째는 그 보육원을 물리치고 원생들을 해방시키려는 몽유족 사람들이다. 이야기는 몽유족의 '봄'이라는 아이와 보육원의 '현'이라는 아이가 만나 우정을 쌓아가던 중, 그들의 부모 세대가 충돌하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전개된다. 장애를 지닌 두 아이를 통해 가장 보통의 존재로 살고자 하는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는 동시에, 그들이 과연 인생의 어떤 계절을 맞이할지 소설이 끝날 때까지 독자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0과 1의 계절』은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유발 하라리가 본인의 저서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말한 '무용 계급'이었습니다. 과학 기술이 극도로 발달하면 대부분의 인간은 질병과 기아로부터 해방될 수 있지만, 일자리를 잃고 심지어는 착취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그야말로 무용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제 머릿속에 들어앉아 버렸죠. 당시 10년이라는 시간을 습작 중이던 저에게는 그것이 먼 미래의 이야기로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아이들이 존재의 의미를 찾는 이야기를 써보고자 했던 게 시작이었습니다.

이 소설에 개인적으로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하셨어요.

아무래도 처음 장애를 비유나 은유가 아닌 있는 그대로 쓰고자 마음먹고 쓴 것이기 때문이에요. 원래 시작은 단편 소설로 짧고 굵게 쓰려고 했었는데 점차 세계관이 확장되며 핵겨울이라는 설정이 중요해지자, 자연스럽게 질병과 장애와 마주하게 된 거예요. 그때 정면 돌파하기로 결심했어요. 그 결과가 지금 보면 다소 투박한 감이 없잖아 있어요. 뭐랄까 이 소설은 저에게 아픈 손가락 같은 느낌입니다.

로켓 테마 앤솔러지 『우리의 신호가 닿지 않는 곳으로』 단편 「나의 탈출을 우리의 순간으로 미분하면」에서도 밸리라는 가상의 공간이 등장해요. 두 소설에서 이 공간은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물리적으로는 같아요. 등장인물도 대부분 같고요. 다만, 시간대가 조금 다른데,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씩 바뀌어가는 정도. 언젠가는 변화의 끝 시점을 다뤄보고 싶습니다.

부족의 걸림돌로 여겨져 매일 눈총을 받는데도 결코 굴하지 않는 '봄', 냉소적인 밸리의 사신 '소연', 반듯하지만 비밀스러운 부원장 '유미' 등 개성적이지 않은 캐릭터가 없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조금 어려운 질문이네요. 각 인물에게 저의 부족함과 두려움, 욕망 등을 두루두루 넣었고, 또 오랜 시간을 붙들고 있었던 터라 그 중 한 명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아요. 다만, 유미의 경우 다른 인물들과는 포지션부터가 다르고 가장 복합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이지 않나 싶어요.



약을 먹듯 꿈을 복용하는 아이들, 몸을 옷처럼 갈아입는 사신들 등 독특한 설정이 많습니다.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부끄럽지만 저는 창조자 스타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핵전쟁으로 피폐화된 지구, 병든 생존자, 가상 현실, 나노 기술로 만들어진 의체, 다 100년 전부터 있어온 소재예요. 아이들이 먹는 꿈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 가져왔죠. 고전을 읽다 보면 창조에 대한 헛된 희망은 얌전히 내려놓게 돼요. 대신 레고 장난감을 앞에 둔 아이처럼 그것들을 어떻게 조립해 재밌는 결과물을 만들까 고민하죠. 그 기쁨이야말로 SF적인 영감이 아닐까 합니다.

등장인물인 '봄'의 이름은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눈이 안 보이는 현에게는 '보다'의 명사형인 '봄'으로 해석될 수 있고요. 핵겨울을 맞아 황폐해진 소설 속 배경에서 '봄'은 환상 속의 계절을 뜻하지요. 일부러 의도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여러 가지 의미를 염두에 두기는 했습니다. 원래 주요 등장인물 이름은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철학까지는 아니고, 하다 보니까 그 편이 가장 낫더라고요. 그렇게 하면 좋은 게 일단 작명이 쉽거든요.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에세이 출간이 머지않았고요. 작업해둔 것들이 슬슬 발표될 시기예요. 올해 좀 그렇게 됐네요. 청소년 경장편 청탁받은 게 있어서 구상 중이고요. 무언가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선택하셨다면, 우선은 그에 부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조금만 욕심을 부리자면, 그냥 재미있기를 바랍니다.



*최의택

국내의 현대 SF를 시작으로 그 범위를 해외로, 과거로 확장해 가면서 조금씩, 천천히 자기만의 색깔을 맞춰 가고 있다. 신체적인 장애로 그 속도는 매우 더디고 제한적이지만, 할 수 있는 것이 글을 쓰는 일밖에 없는 작가는 무엇보다 존재가 지닌 약점을 다루는 데 거침이 없다. 그리고 SF는 그런 약점을 다루기에 잔혹하리만큼 완벽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브릿G>와 <환상문학웹진 거울>에 단편 소설을 공개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오다, 2021년 제1회 문윤성 SF 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마침내 세상에 나섰다.




0과 1의 계절
0과 1의 계절
최의택 저
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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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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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과 1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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