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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파 엄마와 깐깐한 딸의 호쾌한 여행기

『엄마와 딸 여행이 필요할 때』 한명석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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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급하고 직설적인 엄마가 딸을 키울 때 우격다짐이 심했다는데, 어쩌면 상처가 되었을지도 모를 지난날의 기억이나 서운함도 그 여정에서 스르르 녹아내린다. 엄마는 새로운 문화와 풍광에 접할 때마다 더 젊어지고, 딸은 여행지에서 최고의 취미를 만난다. (2023.04.24)

한명석 저자

지름신의 화신 엄마와 가성비의 달인 딸... 달라도 너무 다른 모녀가 함께 20개 나라를 누비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기질과 성향이 판이하니 부딪치는 일도 많았지만, 여행이 계속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수준이 높아지고 적절하게 맞추는 기술도 익히게 되었다. 이들에게 여행은 치유의 장이자 최고의 학교였다. 도대체 엄마 노릇을 가르쳐주는 곳이 있었던가. 성격 급하고 직설적인 엄마가 딸을 키울 때 우격다짐이 심했다는데, 어쩌면 상처가 되었을지도 모를 지난날의 기억이나 서운함도 그 여정에서 스르르 녹아내린다. 엄마는 새로운 문화와 풍광에 접할 때마다 더 젊어지고, 딸은 여행지에서 최고의 취미를 만난다. 고로 『엄마와 딸 여행이 필요할 때』는 유쾌한 여행기이자 모녀가 길 위에서 성장해가는 심리 에세이이다.



10년간 20개 나라를 여행하려면 경비가 꽤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요. 

늘 배낭여행을 다녔으니까요. 비행기는 무조건 저가 항공이고, 침대 버스와 야간 열차도 탔고요. 공항 노숙도 세 번 해 보았는데 아주 재미있었어요. 생활 여행자가 되고 싶어서, 공들여 현지인 식당을 찾아다니니 밥값이 완연하게 덜 들고요. 딸은 돈을 허투루 쓰는 것을 싫어해서 숙소와 교통편을 정할 때 만족스러울 때까지 검색을 해요. 자연히 뛰어난 검색 실력을 갖추게 되어서 10년간의 경비를 다 합쳐도 몇천만 원 정도예요. 요즘 세상에 저축 효과를 보기에는 미비한 금액이지요. 저축 효과 보다는 경험과 추억에서 나오는 자극과 리프레시 효과가 몇 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가족이나 친구와 같이 여행하면 싸우고 돌아온다는 말이 있잖아요. 배낭 여행이면 피곤해서 예민해지기도 쉽고, 특히 두 분은 기질이 많이 다른데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셨나요?

여행 기간이 좀 길어야 해요. 여행 기간이 일주일 남짓이면 갈등이 불거지기만 하고 봉합될 시간이 부족한데 보름 정도를 넘어가면, 갈등이 별거 아닌 게 되어 버리지요. 해외에서는 어지간한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딱 붙어서 지내야 하잖아요?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기니까 서걱거릴 일도 많지만, 강제로라도 붙어 지내는 사이에 부딪힐 일이 생기겠다 싶으면 슬쩍 피하기도 하고, 서로 맞춰주는 기술이 늘더라고요. 

딸이 20대를 알바하면서 보냈다던데요. 대학을 졸업했으니 번듯한 직장을 갖기를 바라는 게 부모 마음일 텐데, 작가님은 자녀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내공을 가진, 흔치 않은 엄마로 보여요.

내공이라기엔 민망한 것이, 제가 돌봄 에너지가 적은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첫째 요건인 것 같네요. 애들이 어려서부터 학원을 운영해서 바깥일이 우선이기도 했고요. 게다가 쉰 살에 작가에 도전해서 본격적으로 읽고 쓰기를 시작했어요. 자녀 교육에 올인하기보다 저의 2막에 대한 관심이 더 컸지요. 살림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현실 감각이 자기네들보다 떨어지는 엄마이다 보니, 아들딸이 자기네 살 길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딱 하나 제가 잘한 일은 책을 읽는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독서에 익숙하다는 것은 자기 성찰에 능하고,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을 객관적으로 파악한다는 뜻도 되는데요. 나와 자녀를 책 속의 인물처럼 보는 거지요. 당연히 자기 삶을 스스로 챙기는 것이 기본 전제가 되어 있는 편입니다. 자녀가 알아서 할 거라고 믿어 주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자신에게 딱 맞는 자리를 찾을 겁니다. 자기를 이롭게 하는 것이 생명의 본질이기 때문이지요.

"너는 나한테 빚 없어. 나도 그렇고." 30대 독자가 이 문장에서 울컥했다고 하네요. 한국의 딸들은 엄마에게 부채감이 있거든요. 엄마 얘기가 나오면 거의 우는 식이지요. 『엄마와 딸 여행이 필요할 때』에 보면 "모녀가 같이 나이 드는 고령 사회에는 '효'보다 '우정'이 필요하다"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부채감 없이 '우정'을 나누는 모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도 딸이어서 알지만 우리네 엄마들은 자식밖에 몰랐잖아요? 당신 마음이 그러니까 자식들도 그러려니 했을 거고요. 전에는 인생 2막이나 평생 교육의 기회가 적기도 했지만, 자식들은 성인이 되어 자기 세상으로 날아가고 싶어 하는데, 엄마는 아직도 어린 자녀 돌보듯 자녀를 대하지요. 특히, 딸하고의 관계가 밀접하다 보니 딸에게 집착하기 쉬운데 '너무 사랑하는 엄마' 때문에 힘든 경우도 많다고 봅니다. 이제 시대가 달라졌으니 '희생보다는 사랑의 확장'이 필요하지 않을런지요? 고장 난 레코드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과 자기 돌봄으로 딸에게 인생 선배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두 분은 45일 혹은 3개월 동안 여행을 다닌 적도 있더군요. 보통 직장인들보다 여행 기간이 엄청 길던데, 여행이 왜 그렇게 좋을까요?

지난 겨울 코로나가 끝나자마자 태국으로 날아가서 80일을 지냈거든요. 태국의 중부 후아힌에서 딸은 카이트 서핑을 하고 저는 동무해주러 갔는데요. 그쪽에서는 마늘 껍질을 대단한 식재료처럼 쓰더라고요. 바싹 튀겨서 볶음밥에도 얹고, 고급 요리인 초밥에도 얹는 거예요. 우리는 까서 버리는데 말이지요. 소소하지만 식문화가 다르고, 지리와 풍습이 다르다 보니 사고와 감각이 확장되더라고요. 후아힌 해변에서는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에 둘러싸여 지내다 보니 다문화가 당연하게 다가온 것도 소중한 경험입니다. 중년 이후에는 모든 것에 익숙해지고 에너지가 달려서 점점 재미있는 것이 없어지기 쉬운데, 여행만한 대안이 없다고 생각해요.

『엄마와 딸 여행이 필요할 때』의 독자층인 엄마와 딸은 물론 딸들끼리, 그리고 엄마들끼리 가면 좋을 여행지 하나 추천해 주세요.

이색적인 경험을 선호하는 분들에게는 베트남 북부 '닌빈'에서 중부 '다낭'까지 15시간 야간 열차를 추천하고 싶어요. 영화에서나 보던 칸막이 침대칸을 베트남에서 누릴 줄은 몰랐어요. '닌빈'에는 오랑우탄 머리같이 울퉁불퉁한 돌산이 수십 킬로에 걸쳐 이어지고., 보트를 타고 3시간 동안 수상동굴을 들락날락하는 '짱안'도 있어서 가볼 만 하고요. 

조용하고 사색적인 분위기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태국 북부에 있는 '매홍쏜'을 강추합니다. 치앙마이에서 미니버스로 대여섯 시간 가야 하니 꽤 먼 곳이지만, 야시장마저 조용한 것이 마을 전체가 명상타운 같았어요. 밤이면 호숫가와 산꼭대기에 있는 절에 누군가 밝혀 놓은 불을 보며 다시 한 번 살아갈 힘이 조용히 충전되지요. 방콕처럼 번잡한 나라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어요. 소수 민족도 많아서 TV에서나 보던 롱넥족(목에 링을 끼워 목을 늘리는 풍습을 지닌)도 보았답니다. 요즘 많은 분들이 베트남과 태국으로 여행을 가는데 너무 유명한 곳만 가지 말고, 한 걸음씩만 더 나아가보자는 뜻에서 추천해 보았습니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할 단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요즘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유행인데 딱 각자도생 하자는 책입니다. 저는 타고난 베짱이에 낭만파로서 다른 사람에게 민폐만 안 끼치면 생긴 대로,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사는 것이 성공이요, 행복이라고 생각하는데, 각자도생의 기본 정신이 그것 아닌지요? 각자도생 하는 사람이 지속 가능한 사랑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가족에 연연하는 축은 아니지만 가족이 이생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인연인 것은 잘 알고 있지요. 그중에서도 엄마와 딸은 각별하기 그지없는 관계이고요. 이렇듯 소중한 엄마와 딸의 건강한 사랑을 원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한명석

20대 농활, 30대 육아, 40대 학원 운영, 50대에는 작가에 도전하며 나름 가슴 벅차게 살아왔다. 특히, 50대에는 20대 딸과 함께 시간 나는 대로 세상 구경을 하며 찬란한 시절을 보냈다. 그런데 60줄에 들어서니 껴안고 갈 것이 없다. 이게 다인가 싶어 황망할 때 코로나 이후 떠난 태국 여행에서 기운을 되찾았다. 따로 또 같이 동남아 장기 체류와 글쓰기 여행에 몰두하며 또 한 시절 살아내려고 한다.




엄마와 딸 여행이 필요할 때
엄마와 딸 여행이 필요할 때
한명석 저
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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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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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 여행이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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