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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명희 작가 "사랑, 인류애, 희망을 담은 책 『버샤』"

『버샤』 표명희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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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어증을 겪는 버샤의 비밀과 공항에서 만난 진우와의 인연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며,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첫발을 내딛는 버샤의 여정을 진실하게 응원하는 소설이다. (2023.03.23)

표명희 작가 (ⓒ 김다형)

『어느 날 난민』으로 권정생문학상을 수상한 표명희 작가의 새 장편 소설 『버샤』가 출간되었다. 전작에 이어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확장한 이번 작품은 무슬림 소녀 버샤와 가족들이 난민 인정 심사를 위해 국제공항에 체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실어증을 겪는 버샤의 비밀과 공항에서 만난 진우와의 인연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며,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첫발을 내딛는 버샤의 여정을 진실하게 응원하는 소설이다.



전쟁, 재난 등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시대이지만, 한국에 있는 우리에겐 멀게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한데요, 이렇게 꾸준히 난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어느 날 난민』은 제가 살던 동네의 난민 센터 문제를 가까이서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루게 되었고요, 그 작품을 쓰고 나서 난민 문제에 대한 고민이 좀 더 깊어졌습니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가 난민 문제로 몸살을 앓으며 영화 미술 문학 등 예술 전반에 난민 문제가 주된 소재였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로 뻗어 나가는 K문화 돌풍에만 관심을 가질 뿐 전 인류적 문제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나 있었습니다. 예멘 난민 문제로 우리 사회도 아주 잠깐 난민 문제에 관심이 생겼지만, 일시적 현상에 그쳤을 뿐 지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습니다. 『어느 날 난민』이 한국인 주인공 시선에서 난민을 바라보는 관찰자 입장이었다면, 이번 작품 『버샤』는 난민 시선에서 그린 본격적인 난민 이야기여서, 지난 책의 아쉬움을 많이 해소한 작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난민 중에서도 굳이 무슬림 가족을 다룬 건 우리가 이슬람 문화를 많이 불편해하고 낯설어하기 때문에 작가로서 더더욱 호기심과 애착이 갔습니다.

『버샤』에서 이슬람 문화를 많이 소개해 주셨는데, 한국 문화와는 다른 이슬람 문화의 매력이 있다면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버샤』에는 사람들이 소통하는 데 시가 자주 인용되는데 이는 아랍 문화의 한 특징이기도 합니다. 코란을 늘 읽고 암송하는 게 몸에 배어 있어서인지 아랍인들은 시적 표현을 즐기는 민족 같습니다. 또한, 커피가 일찍 발달한 나라이기도 해서 카페 문화의 역사도 깊습니다. 요즘도 대도시 카페에서는 물담배를 피우거나 음유 시인들이 시를 읊거나 노래를 하는, 그런 시적 정취를 가진 카페가 많다고 합니다. 산문보다 시가 많이 발달한 걸로 미루어, 사람들 기질이나 취향 역시 감성적이고 열정적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경이 폐쇄되는 경험을 한 뒤에 많은 분들에게 공항이 더욱 특별한 공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언급해 주시기도 했는데, 공항을 배경으로 소설을 쓰게 된 계기를 들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공항을 어떤 공간으로 그리고 싶으셨나요?

오늘날 공항은 국경의 의미도 있다고 생각해요. 여러 나라가 서로 국경을 접하고 있는 유럽 대륙이라면 철도가 국경을 넘나들지만, 우리나라처럼 반도 국가는 공항이 주된 국경 역할을 하지요. 실제로 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하고 그곳에 체류하는 난민들도 종종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영종도의 공항 신도시에 10년 정도 살아서 실제로 공항을 일상적으로 많이 이용했기 때문에 공항이라는 특이한 공간에 친밀감이 있습니다. 

언젠가 위경련이 와서 응급실을 가야 했는데 이웃 주민이 공항에 있는 응급실로 가는 게 제일 빠르다고 조언해 주더군요. 그때부터 공항과 친해졌습니다. 국제공항은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편의 시설도 거의 다 갖추어져 있고 교통편도 좋거든요. 서울 사는 친구를 만날 때도 공항 청사가 약속 장소로 서로 편합니다. 커피나 식사도 해결할 수 있고 영화를 볼 수도 있습니다. 바깥 산책이 힘든 추운 겨울에는 저는 공항 청사를 산책로 삼아 곧잘 오갔습니다. 날이 좋으면 인근의 공원도 산책할 수 있고, 발품을 더 팔면 바다도 볼 수 있는 곳이라 서울 사람들에게는 가까운 여행지로도 좋을 것 같습니다.

'버샤'라는 캐릭터를 구상하시면서 떠올린 인물이나 작품 등이 있으셨을까요? 버샤를 그리면서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으셨다면 어떤 부분이었나요?

『버샤』라는 제목을 정하면서 염두에 둔 작품이 『레베카』입니다. 『레베카』는 추리 기법의 소설이어서 재미도 있지만, 고전적 격을 갖추고 있어 소설가인 제가 모범으로 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소설 속 주인공이 '레베카'지만, 정작 레베카는 현재적 사건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회상과 대화 속에서만 나타나지만, 그럼에도 강력하게 존재하는 인물이죠. 기억 속 레베카에 완전히 지배당해 레베카를 현존하는 사람처럼 여기기도 하는 등장인물도 있는데, 저는 레베카처럼 강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염두에 두었습니다. 작품을 시작한 처음에는 '버샤'를 아주 사려 깊고 선한 인물로 설정하고 쓰다가, 나중에 당돌한 캐릭터로 바꾸는 바람에 꽤나 애를 많이 먹었고 품도 많이 든 작품입니다.

버샤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배움을 즐기는 여성입니다. 버샤가 내전으로 고향을 떠나오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그리고 한국에서 버샤는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요?

태어나 뿌리를 내리고 산 곳을 벗어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 특히나 여성에게 개방적이지 않은 무슬림 사회라면 더더욱이요. 하지만 버샤 캐릭터라면 자신을 구속하는 세계에 적응하기보다는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환경을 바꿔 놓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버샤는 한국처럼 다이내믹한 사회에 걸맞은 여성 캐릭터이긴 하지만 글쎄요, 버샤가 한국이라는 경쟁이 치열한 나라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아마도 버샤가 한국에 몇 년 살게 되면 이 나라 현실에 대해서도 아주 비판적일 것 같아요. 그만큼 버샤는 못마땅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 캐릭터죠.

'국경을 넘는 일보다 마음의 벽을 허무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런 점에서 버샤와 진우의 사랑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으셨을까요?

사랑만큼 강렬하면서도 파워풀한 감정은 없다고 봅니다. 특히나 젊은 시절에는 일종의 마술적 힘 같은 거죠. 소설에도 썼지만 '남녀의 사랑은 알라신도 어쩔 수 없다'라는 말에 저도 동감합니다. 그 힘을 알기 때문에 작가도 작품 속 인물과 그들 앞에 놓인 만만찮은 문제와 갈등을 풀어 나가는 방법으로 사랑밖에 없거나 사랑만 한 게 없다는 데에 동의하는 게 아닐까요. 

국경을 넘는 일은 현실적으로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일입니다. 그만큼 위험하지만 그래도 국경은 담벼락이거나 철조망 하나를 넘는 거라면 사람들 마음과 편견을 넘는 건 첩첩산중일 겁니다. 난민들 입장에서는 국경을 넘고 난 다음에는 낯선 문화와의 만남이자 더 실감 나게 말하자면 낯선 사람과 문화와의 충돌이라고도 볼 수 있죠. 피를 나눈 가족끼리도 갈등과 다툼이 생기는데 언어와 풍습이 다른 사람이 만나면 얼마나 그 골이 깊겠습니까. 

하지만 청춘남녀의 만남은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사랑은 충돌과 갈등을 문제가 아니라 극복의 대상으로 보는 힘이 있고 또 결국은 극복하기 때문입니다. 이 두 젊은이의 사랑 그리고 더 나아가 인류애에 작가, 그리고 우리 모두는 희망을 걸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버샤』를 읽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이 작품은 여러 콘셉트로 읽힐 수 있습니다. 일단 저는 국경을 넘는 로맨스 소설로 읽히길 원합니다만, 난민이라는 한계적 상황 또는 특수한 환경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 소설로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극단적 현실에 처한 가족 구성원 저마다의 성장 소설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소설 속 가족들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들 낯선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갈등과 내적 변화를 겪는데, 그 과정을 따라가 보는 것도 의미 있는 독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약하자면 『버샤』는 세 가지 버전, 즉 로맨스, 가족 소설, 성장 소설로 읽힐 수 있다는 점, 이 책을 접한다면 누구든 제 말에 공감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표명희

1965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이화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을 수료했다. 2001년 제4회 <창작과비평> 신인소설상에 「야경」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버샤
버샤
표명희 저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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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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