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던져진 모든 아기들에게
『마음의 비율』 김승연 저자 인터뷰
익숙한 곳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간다는 것을 어떤 의미일까? 열 달 동안 엄마의 배 속에서 아늑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냈을 아기가, 이윽고 세상 밖으로 나가야만 하는 순간이 왔을 때 느낀 심정은 어땠을까? (2023.01.09)
익숙한 곳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간다는 것을 어떤 의미일까? 열 달 동안 엄마의 배 속에서 아늑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냈을 아기가, 이윽고 세상 밖으로 나가야만 하는 순간이 왔을 때 느낀 심정은 어땠을까? 『마음의 비율』은 우리가 평소 생각해본 적 없었던 아기의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아기는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를 마주하는 것은 어렵기만 하고, 세상 앞에 설 때마다 마음은 작아져 다시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것만 같다. 새로운 곳에 가거나 낯선 환경에 놓일 때, 때로 세상 앞에 작아질 때, 때로 여러 마디의 미사여구보다 소박한 말 한마디에 큰 힘을 얻어가는 것처럼, 이 책이 주는 울림은 어느 때보다 크게 다가온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김승연입니다. 반려견 '김핑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마음의 비율』은 독립 출판물로 독자 분들과 먼저 만났다고 들었어요. 어떤 계기로 독립 출판을 하게 되셨나요?
'텍스트컨텍스트(TEXTCONTEXT)'라는 그래픽 스튜디오 겸 독립 출판사를 운영하며 제가 만들고 싶은 창작물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여우모자』나 『얀얀』 같은 그림책들도 '텍스트컨텍스트'를 통해 초판들을 출간했었고, 2016년 '텍스트컨텍스트'를 통해 『마음의 비율』 초판을 출간했습니다.
태어나기 전 아기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되셨나요?
부모가 낳아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일반적인 어른들의 말씀에 저는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곤 했습니다. 그 당시 저에게 '탄생'이란 그 어떤 선택의 자유도 없이 무작정 세상에 던져지는 것이란 생각이 더 지배적이었거든요. 배 속에서 고요히 살던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얼마나 놀라고 당황스러웠을까? 그리고 그런 마음은 세상을 살고 있는 어른들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으로 이야기가 조금씩 확장되었습니다.
이야기 속에서 아기는 구멍을 발견하게 됩니다. 작가님께서도 평온하던 일상에 정체 모를 구멍이 뚫려버렸다고 느끼신 때가 있으셨나요?
삶에서 구멍이 생기는 일은 매우 많지요. 여기저기 작은 균열이 발견되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들을 수습하며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변화가 두려운 나머지 그런 신호들을 외면하다 보면 어느 순간 커다란 구멍이 되어 현재의 삶을 유지할 수 없게 합니다. 오히려 구멍이 없는 삶은 없다는걸 받아들여야만 평온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마음의 비율』은 읽는 사람마다 다른 해석들을 보는 재미와 감동도 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으시는 해석이 있나요?
기억에 남는 리뷰가 많지만, 이번엔 가르마를 타고 태어난 아기에 관한 에피소드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마음의 비율』 이야기를 한창 구상 중 일 때, 제 지인이 갓 태어난 자신의 아기 사진을 보여줬는데, 아기가 머리카락이 덥수룩하게 자라서 가르마가 타져 있는 거예요. 제가 본 신생아 사진 중 가장 인상 깊었어요. 그 사진을 본 어른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얘는 도대체 배 속에서 뭐 하고 있었던 거야"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엄마의 배 속에서조차 주체적이었을 태아를 표현하기에 가르마를 탄 아기만큼 잘 어울리는 설정도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에게 책을 마무리 할 수 있는 영감을 준 아기였어요.
작가님의 그림은 글과 어우러지며 특유의 따뜻한 위로를 줍니다. 그림을 통해 보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을까요?
말랑하고 아늑했던 아기의 그곳은 조금은 불편하지만 보다 넓어지고 보다 다채로워집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변화를 성장과 성숙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글과 그림을 서로 의지하며 이런 미묘한 유기적 변화를 거부감 없이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끝으로 모두 과거에는 아기였을 독자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태어난 아기는 또다시 커다란 문을 열고 세상에 나갈 용기가 필요할 거예요. 아침에 일어나 일과를 마치고 다시 자리에 눕기까지 우리는 크고 작은 용기를 내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어느 날은 눈물이 나기도 하고 어느 날은 남들과 비교도 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우린 또다시 용기를 내 다시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할 테니까요.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 곁에서 도란도란 말동무가 되어주는 그런 책이 된다면 저는 그것만으로도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김승연 그래픽 스튜디오이자 독립 출판사인 텍스트컨텍스트(TEXTCONTEXT)를 운영하고 있다. 한 번 보고 잊혀지는 책이 아닌,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와 평생 옆에 두고 볼 수 있는 친구같은 그림책을 꾸준히 만들어 갈 계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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