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5개월간의 편의점 알바 생존 에세이
『#점장아님주의, 편의점』 석류 저자 인터뷰
저에게 있어서 편의점은 생계와 글을 이어주는 가장 큰 수단이었던 고마운 공간이에요. 편의점 안에서 무수히 힘든 일도 많았지만,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기에 인생 그 자체 같기도 했던 곳이고요. (2022.11.18)
어린 시절, 그녀는 슈퍼에 무수히 많이 진열된 과자를 보고는 슈퍼 주인이 되고 싶었다. 그 꿈은 어디로 가고 지금은 글을 쓰고 있다만, 글쓰기만으로는 도통 생계를 꾸릴 수 없었다. 결국, 숱한 알바를 하며 먹고 살아야 했다. 길 가다 보면 빈번히 마주치는 편의점, 그녀는 그곳에서도 일했다. 오래 일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어느새 편의점 고인물 알바가 되었다. 하지만 비정규 노동자에게는 내일이 보장되지 않았다. 무려 4년 5개월 동안 일한 곳에서 씁쓸한 기억과 애달픈 추억을 가지고 나와야 했다. 『#점장아님주의, 편의점』은 작가 석류가 꿈을 지키기 위해 생계를 꾸려야 했던 4년 5개월 동안의 편의점 생활을 기록한 일상 생존 에세이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읽을 수 있는 감정의 격랑에 공감하다 보면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우리 현실이 아프게 도드라진다.
작가님 이름이 '석류'라고 적혀 있는데요. 본명인가요? 먼저 작가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점장아님주의, 편의점』을 쓴 석류입니다. 이름이 정말 특이하죠? 필명이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본명이에요. 성이 '석'이고 이름이 '류'입니다. 특이한 이름 분에 살아오면서 에피소드도 정말 많았어요. 그러나 필명을 따로 짓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작가로서는 큰 강점을 지닌 이름이 아닌가 싶습니다.
편의점에 관한 책을 쓰셨습니다. 어떤 책인지 왜 쓰게 되었는지요?
20대부터 노동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저 또한 긴 시간을 노동자로 살아왔기에 그런 것이겠지요. 2017년부터 편의점에서 일하게 되면서 틈틈이 메모를 통해 편의점의 일상들을 기록해왔고, 그걸 확장시켜서 지방의 청년 노동자로 산다는 것에 대해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접 경험했기에 더 생생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고,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메모들을 다듬어 각각의 에피소드들로 만들어 나가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점장아님주의, 편의점』에 보면 손님 유형이 정말 다양한 듯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다면요?
책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기억에 남는 손님들이 참 많아요. 특히나 꼬마 손님들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저를 보면 "누나!"라고 부르며 수줍게 웃던 편의점 건너편 추어탕집의 꼬마 손님도 기억이 나고, 책에도 짤막하게 실렸지만 '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꼬마도 기억에 남아요. '인'이를 항상 예뻐해 줘서 고맙다며, 꼬마의 어머니가 어느 날 선물로 떡을 한 박스 선물로 주신 적도 있었는데, 그 순간이 무척 따뜻해서 인상적으로 남아있어요.
지역 편의점의 경우 최저 시급을 주지 않는 경우가 흔한가요? 책을 보고 좀 놀랐습니다. 그런 경우, 편의점 점주가 신고당하거나 하지 않나요?
애석하게도 지방에서는 흔한 일입니다. 최저 시급을 잘 지켜서 주는 양심적인 곳도 있긴 하지만, 많은 점포들이 지키지 않고 있어요. 노동청에 신고 당하는 점주들도 많은데,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 것 같더라고요. 최저를 주는 것 보다 벌금을 내는 게 더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에요. 제가 듣기로는 노동청에 신고한 알바들의 리스트를 짜서 점주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는데, 알바생 입장에서는 다른 곳으로 옮겨서 일하려고 해도 불이익이 있으니 부당함을 알면서도 참고 일해야 하죠.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만두는 것뿐이에요. 어째서 부당함을 당한 사람이 떠나야만 할까요? 정작 가장 많이 돈을 착취하는 건 본사와 건물주인데 무언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죠.
편의점은 작가님에게 어떤 공간인가요?
저에게 있어서 편의점은 생계와 글을 이어주는 가장 큰 수단이었던 고마운 공간이에요. 편의점 안에서 무수히 힘든 일도 많았지만,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기에 인생 그 자체 같기도 했던 곳이고요. 우리가 삶을 살다보면 생각지도 못하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 순간을 지나고 나면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들도 만나게 되는 것 처럼요. 그런 면에서 편의점은 사람 그 자체였던 공간 같기도 하단 생각이 드네요.
지금은 편의점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시는 듯해요. 어떤 일을 하시는지, 그 일과 관련한 계획이 있으신지요?
지금은 물류 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물류 센터의 특성상 센터 건물들이 도시의 외곽에 많이 위치해있는데요. 그래서 통근 버스를 타고 긴 시간을 오가고 있어요. 그 시간동안 버스에서 잠만 자기는 아까워서, 퇴근길마다 근무 일지처럼 그 날 있었던 일들을 메모하고 있어요. 『#점장아님주의, 편의점』이 메모로 시작된 글이듯이, 물류 센터 이야기도 메모로 시작해서 각각의 개별 에피소드들로 확장 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물류 센터 이야기로 노동 에세이 2탄을 내고 싶은 게 현재 제 가장 큰 계획입니다.
프로필에 보면 글쓰기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는데요. 어떤 프로젝트를 했으며,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2017년부터 '공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작은 책방, 독립 예술 영화관, 오래된 카페에 대한 이야기를 취재하고 써내려가고 있어요. 책방에 대한 이야기는 『전국 책방 여행기』라는 이름으로 2019년에 출간 했고요. 2021년에는 독립 예술 영화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내가 사랑한 영화관』을 출간했어요. 현재는 오래된 카페에 대한 이야기인 '나의 오래된 가게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이야기도 나중에 한 권의 책으로 내놓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공간 프로젝트와는 별개로 2020년 9월부터 '기억의 단상'이라는 제목으로 매달 구독자들에게 책이나 영화 리뷰, 에세이 글을 보내주는 메일링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어요. 위에 말씀드린 프로젝트들 말고도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꾸준히 계획하고 준비하고 있어요. 한 분야에 국한된 게 아닌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석류 산책하기 좋은 도시,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났다. 세상에는 읽어야 할 책, 봐야 할 영화, 떠나야 할 곳, 써야 할 글이 너무 많다고 느끼는 삶의 여행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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