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부모의 역할은?
『초등 자기조절 연습』 이주미 저자 인터뷰
세상의 그 어떤 전문가가 하는 말보다, 부모가 하는 말에 아이는 울고 웃습니다. 선생님의 백 마디 말보다 부모의 말 한 마디가 아이를 변화시킵니다. (2022.03.29)
스마트폰의 유혹을 이겨내고 내려놓는 절제력, 공부하라고 잔소리하지 않아도 스스로 책상 앞에 앉는 자기주도성이 있는 아이는 무엇이 다를까? 나아가 어려운 문제 앞에서 포기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하는 힘은 어떻게 길러줄 수 있을까?
영재 교육을 전공한 교육 전문가로 교육 현장에 오래 몸담은 이주미 미래창의 교육연구소 소장은 성공적인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자기조절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초등 자기조절 연습』에는 이주미 소장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의 자기조절력을 길러 주기 위해 부모가 알아야 할 교육법이 담겨있다.
자기소개와 간단한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미래창의교육연구소에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이주미 소장입니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대학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부터입니다. 논문을 사사하신 학과장님의 연구소가 한국과학창의재단(KOFAC)의 교육기부 사업단으로 선정되면서 교육 콘텐츠 개발 및 교육 기부 진행 연구원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정부에서 매년 시행하는 교육 기부는 저소득 계층 아동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 기관과 기업이 양질의 교육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도록 장려하는 의도입니다. 저희 사업단은 영재 교육을 저소득 계층의 아이들에게도 제공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영재 교육과 창의융합인재(STEAM)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교육 기부 사업을 기획하기 위해 선진국의 영재 교육과 STEAM(또는 STEM)교육을 하고 있는 선진국의 교육 인프라를 보면서 많은 점을 느꼈습니다. 한발 앞서 교육의 흐름을 주도하는 그들을 보며 언제까지 서양의 교육을 답습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의 교육 선진국이 될 수 있을지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4차 산업시대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키울 수 있을까 생각하며 창의적인 미래 교육과 교육 콘텐츠를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아이들이 글로벌 인재로 세계무대에 서서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주인공이 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첫 책 『초등 자기조절 연습』을 내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친구가 딸아이 때문에 힘들다며 조언을 구했습니다. 친구는 아이의 일이라면 모든 일에 헌신적인 엄마였습니다. 아이는 모든 문제를 엄마에게 의존하였고 스스로 해야 하는 일도 쉽게 포기하고 미루는 것이 습관이었습니다. 아이는 유치원생일 때부터 친구들과 문제를 자주 일으켜 전문기관에서 상담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몇 년간 받은 상담도 아이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했습니다. 지나친 의존성에 더하여 아이의 집중력과 절제력은 더욱 약해졌습니다. 아이는 공부, 친구와의 관계, 식습관 등 삶 전반에 있어서 절제력이 없고 자기 조절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친구와 2시간 동안 아이의 문제 행동에 대해 얘기하고 당장 시작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친구에게 딸아이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조언하는 일은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친구는 이런 이야기를 왜 지금에서야 해주냐며 다행히 문제점을 인식하고 조언을 진심으로 고마워했습니다.
바로 그때, 친구에게 얘기해주었던 것처럼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부모들에게도 해 줄 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랜 시간 교육자로서 현장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을 나누어야 할 때라는 것을 말이죠. 그래서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초등학생 시기에 자기 조절력을 길러줘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교과 과정은 중, 고등 과정의 초석이 되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과정입니다. 특히 초등학교 4학년까지는 학교에서 수업만 잘 들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어요. 그러나 5학년부터는 다릅니다. 추가적인 노력이 없이는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요. 난이도가 높아지는 이 시기부터는 아이의 자기 조절력이 학습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자기조절력이란 인내력, 절제력, 자기주도성, 자기관리 등을 포함하는 능력입니다. 아이들은 자기조절력이라는 그릇이 있어야만 어려운 개념을 진득이 앉아서 풀어낼 수 있습니다. 깊이 있는 사고력을 요구하는 중학생이 되어서도 자기조절력이 없으면 결코 어려운 개념을 이해할 수도, 문제를 풀어낼 수도 없습니다. 교과 과정이 비교적 쉬운 초등학생 시기가 자기조절력을 기를 수 있는 최고의 적기입니다.
자기 조절 연습의 구체적인 예를 한 가지 든다면요?
잔소리 대신 아이와 함께 행동 계약서 쓰기를 추천합니다. 아이는 시각에 약합니다. 수많은 말보다 때로는 눈앞에 보이는 한 문장이 아이가 행동을 지속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기준과 원칙을 반복해서 말해도 아이가 정보를 이해하고 뇌에 저장해서 행동으로 옮기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부모도 반복해서 말하다 보면 지치고 감정적으로 화를 내게 되죠. 부모가 감정을 실어 화를 내면 훈육의 효과는 사라지고 아이는 그 상황을 부정적인 감정과 정보로 뇌에 각인하게 됩니다. 부모도 아이도 상처뿐인 기억으로 남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아이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스스로 하게 할 수 있을까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행동 계약서를 쓰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계약서에는 애매한 내용을 쓰면 안 됩니다. 목표를 작게 정하고 정확한 수치로 구체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약속을 지켰을 때는 적절한 보상을 주세요. 아이는 보상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유지하고 강화하게 됩니다. 보상은 많은 양을 가끔 주는 것보다 적은 양을 자주 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매일 목표한 것을 이루면 스티커를 주고 목표한 개수를 모으면 보상을 주는 식으로 말입니다. 대신 일주일 단위로 작은 선물을 주어 보상을 받기까지 아이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지 않도록 해주세요.
다양한 문제 행동을 가진 아이와 부모를 상담하셨는데요.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요?
지역 사회복지관을 통해 만난 아이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는 편부 슬하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아빠는 아이의 공부와 태도 형성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연로하신 할머니는 아이에게 엄마를 대신하는 따뜻한 대상이었지만 공부와 자기조절력 형성에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아이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공부가 점점 어려워져 더 이상 따라가지 못했고 불안해했습니다. 아빠에게 학원에 보내달라고 말했지만 빠듯한 살림살이에 학원까지 보낼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학습 수준은 초등학교 저학년에 머물러있었고 자존감은 바닥이었어요. 그런 상황일 때 만난 아이를 가르치기로 결심하고 처음 수업을 하는 날 아이의 상태를 보고 까마득했습니다.
아이의 학습과 훈육을 책임지기로 결심하고 가르친 지 3년째가 되었습니다. 아이는 한국사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며 1등급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역사 분야에서 일타 강사 못지않은 강의력으로 친구들의 공부를 도와주기도 합니다. 아이는 분명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아이로 성장할 것입니다.
아이의 자기조절력을 기르려면 부모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아이가 자기조절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때 부모의 인내와 신뢰가 필요합니다. 아이가 자기조절력을 갖추기까지 천 번, 만 번이고 반복해서 알려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인내력을 갖추기까지 부모가 기다려야 하고, 아이가 절제력을 가지기까지 부모가 절제의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아이들의 자기조절력을 키워주기 위해 우선 부모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첫째, 부모가 먼저 본을 보여주세요. 둘째,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마세요. 부모와 아이 사이에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야 아이는 부모의 말을 믿고 따르게 됩니다. 셋째, 부모가 안정적인 정서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부모가 쉽게 화내거나 짜증내면 아이도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쉽게 화내고 짜증냅니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입니다. 아이는 부모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대로 따라합니다. 부모의 태도가 아이의 태도가 되고, 부모의 자기조절력이 아이의 자기조절력으로 나타납니다.
이 책을 읽을 부모님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부모는 아이에게 최고의 스승입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아이가 잘 되기를 바라며 헌신하는 존재는 이 세상에 오직 부모뿐이에요. 이보다 더 훌륭한 자질을 가진 스승이 있을까요?
세상의 그 어떤 전문가가 하는 말보다, 부모가 하는 말에 아이는 울고 웃습니다. 선생님의 백 마디 말보다 부모의 말 한 마디가 아이를 변화시킵니다. 아무리 밖에서 수없이 부정적인 말을 들었을지라도 부모가 해 주는 긍정의 말에 아이는 자존감이 올라가고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내고야 맙니다. 아이에게 자기조절력을 키워줄 수 있는 최고의 스승은 부모입니다.
*이주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영재 교육을 전공한 교육 전문가로 미래창의 교육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KOFAC)에서 교육 기부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창의융합인재(STEAM) 교육 콘텐츠를 개발했다. 교육기부 프로젝트를 통해 대기업 사회공헌 부서의 교육을 맡아 저소득 계층의 아이들에게 영재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도록 장려했다. 전국 초·중·고등학교와 국공립기관에 직접 개발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기도 했다. 교육 일선에서 다양한 문제 행동을 가진 아이들과 자녀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를 상담하며, 아이의 문제 행동을 개선하기 위해서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야 함을 피력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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