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무엇을 위해 누가 저지른 일을 처리하고 있는 걸까

책읽아웃 - 황정은의 야심한 책 (237회) 『체르노빌 후쿠시마 한국』, 『혐오와 대화를 시작합니다』, 『아무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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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주 저자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직후에 현장에 남은 노동자들을 생각하면서 이렇게 씁니다. “무엇 때문에 그곳에 남아 무엇을 위해 누가 저지른 일을 처리하고 있는 걸까.” (2022.03.10)


한자(황정은)의 선택

『체르노빌 후쿠시마 한국』

강은주 저 / 이현석 감수 | 아카이브(Archive)



이번에 <삼자대책>이 업데이트되는 날이 3월 11일이죠. 그날이 2011년에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날입니다. 그래서 후쿠시마를 생각하다가 핵발전소와 관련된 책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사실은 두 권을 준비를 했는데요. 핵발전소나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방폐장)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의 위험성과 더불어서 한 권은 노동의 측면에서 핵발전소에 접근하는 이야기, 그리고 다른 한 권은 지역 공동체 황폐화의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 이렇게 두 권을 준비를 했습니다. 먼저 노동, 정확하게는 원자로를 폐쇄하는 노동(폐로 노동)에 관한 이야기로 준비했던 것이 『후쿠시마 하청 노동일지』였는데요. 이 책을 2019년에 단호박 님이 이미 소개를 하셨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이 책들에서 어떤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관심 있게 보았던 이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일단은 오늘 중점적으로 소개할 책은 『체르노빌 후쿠시마 한국』입니다.

(2011년) 3월 11일에 후쿠시마 제1원전, 제2원전에서 사고가 난 직후부터 제가 아주 크게 걱정을 한 점이 있었는데요. 저기서 수습 작업을 누가 하게 될까. 누군가는 수습을 해야 되잖아요. 누가 저기에 들어가서 어떤 일을 하게 될까. 그가 감당할 위험이 대체 얼마나 될지 짐작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요. 체르노빌에서도 그랬고 후쿠시마에서도 초반에 그랬지만, 방사능 에너지가 높은 구역에서는 기계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방사능 오염 물질을 누가 치울까요. 사람이 합니다. 

강은주 저자에 따르면 핵발전소는 하청업체가 아니면 돌아가지 않는 상태라고 합니다. 그래서 노동자의 구성을 보면 핵발전소가 들어선 지역의 주민들이 많고 그리고 일용직을 떠돌아다니는 가난한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하청 노동이라는 형태로 핵발전소에서 일하면서 중저준위 방사능 오염 물질을 처리를 하는 거죠. 핵발전소에서 가장 더럽고 위험하고 노동 강도가 높은 일을 이분들이 합니다. 일본에서는 이 하청 구조가 8차까지 내려간다고 해요.

제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이유가 ‘저기에서 누가 어떤 노동을 하게 될까’라는 걱정 때문이었다고 말씀을 드렸잖아요. 이 질문과 걱정이 강은주 저자의 질문이기도 했더라고요. 그래서 이분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직후에 현장에 남은 노동자들을 생각하면서 이렇게 씁니다. “무엇 때문에 그곳에 남아 무엇을 위해 누가 저지른 일을 처리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 거죠. 『체르노빌 후쿠시마 한국』의 구성은 매우 단순합니다. 세 장소에 대한 내용이에요. 그리고 두 가지 사건과 얼마든지 사건이 일어날 잠재 가능성이 있는 한국이라는 장소에 관한 이야기이고요. 첫 번째 챕터인 ‘체르노빌’에서는 1986년 4월 26일에 일어난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그 사고의 과정과 수습 과정 영향을 서술을 하고요. 두 번째 챕터인 후쿠시마에서는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사고 과정 그리고 원인을 다룹니다. 세 번째 챕터인 한국에서는, 시뮬레이션 할 필요가 없이 이미 너무나 위험한 조건들이 갖추어져 있어서, 그 조건들을 설명을 합니다. 책이 2011년에 나왔기 때문에 그때까지의 한국 내 핵발전소 상황을 짚어봅니다.

오늘 소개할 내용이 한국의 상황이지만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사고 개요를 대단히 잘 정리한 책이라서 꼭 추천을 하고 싶고요. 이 책에서 제가 특히 관심 있게 읽은 내용은 한국에서 핵발전소와 방폐장 부지를 선정하고 세우는 과정에서 그 지역 공동체가 어떤 일을 겪었는가, 어떻게 파괴되고 황폐화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제가 이 책들을 소개하고 싶었던 이유는 3월 11일이 다가오고 있기도 하고 또 방송이 그날 업데이트가 되기도 하지만 ‘핵에너지가 기후비상시대에 탄소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바로 이 책들 안에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알리는 책으로는 오래 전에 인상 깊게 읽은 책으로 히로세 다카시의 『원전을 멈춰라』라는 책이 있어요. 관심 있는 분들은 꼭 같이 읽어보셨으면 좋겠고, 그리고 한국의 핵발전소와 방폐장 문제를 더 알고 싶은 분들은 경주 방폐장 문제로 반핵 탈핵 활동을 시작한 김익중 선생님이 쓴 『한국탈핵』을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단호박의 선택 

『혐오와 대화를 시작합니다』

외즐렘 제키지 저 / 김수진 역 | 타인의사유



외즐렘 제키지 저자는 터키에서 쿠르드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러고 나서 덴마크로 이주를 했어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덴마크 국회의원으로 일했는데 소수민족 여성으로는 덴마크에서 최초로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라고 합니다. 

저자가 국회의원일 때 혐오 메일을 엄청나게 받았대요. 그 중에서도 끈질기게 괴롭히던 네오나치가 있었는데, 어느 날 저자가 아이들과 같이 동물원에 가는데 이 사람에게서 문자가 온 거예요. 문자를 봤더니 정황상 이 사람도 동물원에 있고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게 드러나는 거죠. 그 순간 저자가 너무 공포에 휩싸여서 모든 나들이를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후에 친구한테 이런 상황을 호소를 했어요. 욕을 좀 했겠죠. 그런데 친구가 ‘그 사람이 너 같은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듯이 너도 지금 그런 사람을 함부로 재단하고 있잖아’라고 말을 한 거죠. 저자가 굉장히 충격을 받았대요. 또 친구가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예요. ‘네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우익 정당에 투표하는 사람이 있니? 그런 사람과 말을 섞기는 하니?’ 저자한테 2차 충격이 온 거죠. 

이 일이 계기는 아니었지만 이것을 토대로 해서 ‘어떻게 하면 나는 이 사람들과 소통이 될 수 없고 전혀 다르다는 생각에서 탈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무시무시한 프로젝트를 진행을 하게 됩니다. 자신에게 이런 메일을 보낸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해보기로 한 거예요. 그 이야기가 책의 내용인데요. 자신에게 혐오 발언을 일삼는 사람들만 만나는 게 아니에요. 극우, 극좌, 무슬림인, 기독교인, 동양인 이민자, 덴마크인, 백인종 덴마크인을 다 만납니다. 

(대화를 하면서) 저자도 답답한 감정을 느꼈겠죠. 그렇다면 왜 계속 대화를 하려고 했는지에 대해서 저자는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도 평등하게 자유권을 누리는 이 공동체 안에서 모두 환영 받는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내 목표다’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 사람의 의견이 맞느냐 그 사람이 옳으냐의 문제가 아니고, 그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하든 이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이 환영을 받는다고 느끼게 만들어야 된다는 거예요.

이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절대 그 사람들의 행동이나 의견에 찬성할 수는 없었어요. 그렇지만 기본적으로는 이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왜 그런 의견이 발달하게 되었는지는 어느 정도 감이 잡힌 거예요. 이 사람이 이런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결론을 냈구나, 라고는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거죠.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민주주의 아래에서 아무리 해도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대화마저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한 거예요.

저자는 기본적으로 대화만이, 토론만이, 논의만이, 민주주의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어요. 폭력적인 사람 혹은 폭력으로 의견을 관철하려는 사람과 대화를 해야 된다는 건 아니에요. 대의명분 때문에 다른 사람을 해치려는 사람을 만날 때는 대화로는 할 수 없고, 그런 사람은 위험한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에서는 당신만큼 당신의 적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있고 그가 폭력에 호소하지 않는 한 표현할 자유가 있다고 계속 이야기하는 거죠. 

‘그럼 차별금지법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니까 하지 말라는 거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책의 띠지에는 “나는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무슬림 여성 국회의원입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책 뒷표지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고 다름이 혐오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대화뿐이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대화라는 거죠. 



그냥의 선택 

『아무렇지 않다』

최다혜 글·그림 | 씨네21북스



크게 세 챕터로 되어 있는데 ‘김지현’ ‘강은영’ ‘이지은’이라는 세 사람의 이름으로 되어 있어요. 김지현은 일러스트레이터고요. 강은영은 대학 시간 강사, 이지은은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화가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김지현이 ‘지각이다’ 하면서 일어나는 것으로 시작되는데요. 급하게 옷을 입는데 벽에 걸린 셔츠를 꺼내자 뒷면에서 바퀴 벌레가 발견됩니다. 셔츠 뒤에 바퀴 벌레가 우글우글 모여 있었던 거죠. 지현은 너무 무서워서 몸이 굳어버립니다. 바퀴벌레는 점점 활동 반경을 넓히더니 지현의 발을 타고 올라와요. 그때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다음 장면에서 지현이 비명을 지르면서 잠에서 깨요. 꿈이었던 거죠. 현실에서는 택배 기사가 배달을 왔어요. 받아보니 자신이 지난달에 마감을 한 작품(책)이었습니다. 지현은 박스를 열어보지 않고 한쪽에 밀어두고 외출 준비를 해요. 그리고 출판사와 미팅을 하는데, 일러스트를 그려달라고 제안을 받은 거예요. 제시 받은 계약서에는 ‘저작재산권 양도 계약서’라고 쓰여 있습니다. 지현이 ‘아무래도 양도라는 게 마음에 걸린다, 혹시 계약서 수정이 되느냐’고 물어보지만, 아마 바꾸기는 어려울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돌아옵니다. 

그 뒤에 나오는 이야기는, 지현이 밤샘 작업을 하다가 깜빡 졸아요. 꿈속에서 자신의 방을 점령하다시피 한 바퀴벌레 떼를 봅니다. 놀라서 잠에서 깨고 작업을 마무리해서 보내고, 다음 날 일어났는데 택배가 와 있어요. 이야기의 처음에 배송되었던 책을 함께 작업했던 글 작가가 보낸 거예요. 열어봤더니 “제 책에 들어갈 그림 예쁘게 그려주셔서 보답으로 보내드립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쓰여 있어요. 근데 지현은 ‘제 책에 들어갈 그림’이라는 말을 곱씹어 보게 되는 거죠. 그리고 먼저 온 택배를 열어보는데, 그 속에 있는 책의 표지에는 자신의 이름이 없어요. 기분이 꿀꿀한 상태로 있다가 라면을 끓여 먹고 설거지를 하는데 옛날 일이 생각납니다.

“딱 1년 정도, 집에 손 벌리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돈이 모이면 일을 받지 않고 내 작업을 하려 했는데... 한 번도 여유 있어 본 적 없는 우리 집은 내가 어릴 때부터 쭉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다. 당연히 나와 오빠는 늦은 시간까지 단둘이 있을 때가 많았고 어린 남매가 해먹을 수 있는 수준의 요리라고는 끓여 먹는 인스턴트 라면이 전부였다. 그날도 우리는 티브이(확인)에서 해주는 만화영화를 보며 라면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오빠가 라면을 먹다 말고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라면 질려서 못 먹겠어’” 

그때를 떠올린 뒤에 지연이 다시 한 번 계약서를 바라봐요. 그리고 출판사 편집자에게 전화를 합니다. 

『아무렇지 않다』의 세 인물에게는 이들의 발목을 잡는 것 같은 현실의 상황이 있어요. 그런데 서로 다른 선택을 합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이상을 향해서 가고 누군가는 현실과의 타협점을 찾는데요. 이 작품의 참 묘한 게, 그 모든 결말이 마음에 들어요. 정반대의 결말이라 하더라도. 그리고 너무나 알겠어요. 그럴 수 있다는 것을. 그냥 잘 지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최다혜 작가님도 같은 생각이셨던 것 같아요. 작가의 말에 이렇게 쓰셨습니다. 

“나는 그들의 결론을 말하고 싶지 않았고, 할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내게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들이 그저 살아가기만을 바랐다.” 뒤이어 이런 내용도 나옵니다. “불행은 늘 초대 없이 무례하게 찾아온다. 그리고 세상은 불행을 겪는 이들에게 그것이 그들 스스로 초래한 것이라 말하는 더 큰 무례를 범한다. (중략) 정말 속상한 것은, 불행에 지칠 대로 지친 이가 이 말도 안 되는 논리에 저항할 힘이 없어 스스로 체화하게 되는 것이다. ‘받아들이지 마라. 스스로 무례해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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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혜 글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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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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