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차 초등 교사가 본 ‘최상위권 아이들’의 공통점은?
『공부 자존감은 초3에 완성된다』 김선 저자 인터뷰
초등 저학년 때 문제 해결력, 심화 사고력, 자기 주도 학습, 끈기와 인내력을 길러주어야 학습이 심화되기 시작하는 3학년 이후부터 도약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2021.12.22)
흔히 성적 최상위권 아이를 만드는 비결을 ‘부모의 정보력과 경제력, 그리고 타고난 공부머리’로 꼽곤 한다. 과연 정말 그럴까? 18년 차 베테랑 초등학교 교사인 『공부 자존감은 초3에 완성된다』의 저자 김선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정보력과 경제력을 모두 갖춘 부모의 지나친 교육열 때문에 아이의 공부 습관이 잘못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특히 이제 막 학교라는 제도권 안에 들어선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학습’이 아닌 ‘학습할 수 있는 힘’, 즉 공부 자존감을 길러주어야 고학년 때 자기 주도 학습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초등 저학년, 공부 자존감 높은 아이로 만드는 비결을 들어보자.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자존감이 중요하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공부에도 자존감이 필요하다는 말이 놀라웠습니다. 공부 자존감이라는 게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자존심과 자신감이 아닌 자존감은 아이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커다란 무기가 됩니다.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 만큼 자신과 상대방을 소중히 여기며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 아이들은 하루 24시간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공부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공부 자존감은 더욱 중요합니다.
공부 자존감이란 ‘공부의 주인이 나라는 마음가짐’을 말합니다. 공부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고 학습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와 소중함을 인식하고 바람직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 마음을 말하지요. 공부란 단순히 학창시절의 국영수만을 말하는 한정적 단어가 아닌 배우고 익히는 평생에 걸친 학습을 말합니다. 따라서 아이가 성장하는 데 있어 공부 자존감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가장 큰 원동력이 됩니다.
요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초등 3학년이 매우 중요한 시기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교육 현장에서 보시기에 정말 3학년이 되면 학습 격차가 드러나나요?
초등학교 1~2학년에는 국어, 수학, 통합교과(봄, 여름, 가을, 겨울), 안전한 생활을 배웁니다. 교과의 수도 현저히 적지요. 3학년이 되면서부터 교과목은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도덕, 음악, 미술, 체육으로 늘어납니다. 늘어난 교과서뿐만 아니라 수업시수도 872시간에서 986시간으로 확대되지요. 학습 내용도 어려워집니다. 모르는 어휘들은 많아지고 평가 및 성취 기준 역시 흥미과 관심을 갖게 하던 체험 실습 중심의 저학년과 달리 이론적이고 구체적인 내용들이 많아집니다.
학습 내용이 이렇다 보니 영유아부터 저학년 때까지 독서를 통해 탄탄하게 어휘력과 학습 태도를 갖춘 친구들은 조금씩 적응하는데 반해, 그렇지 못한 친구들은 학습 자체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이에 따라 학습 격차는 더욱 커지고 차이는 더욱 벌어지게 되지요. 예를 들어 과학 교과의 실험관찰은 아이가 적어내는 첫 배움노트와도 같은데 자신의 생각을 적어내고 실험과 학습한 내용을 한 장으로 요약해내야 하는 단원 마무리는 이미 큰 격차를 보여주지요. 문제는 이때부터 공부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초등 저학년 때 문제 해결력, 심화 사고력, 자기 주도 학습, 끈기와 인내력을 길러주어야 학습이 심화되기 시작하는 3학년 이후부터 도약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저학년 아이 교육의 최우선 목표가 ‘학습’이 아니라 ‘학습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데 맞춰야 하는 이유이지요.
초등 3학년 이전에 공부 자존감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니, 현재 고학년 아이를 둔 부모님들은 걱정되실 것 같기도 합니다. 고학년 아이들이 공부 자존감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 책이 나오고 나서 큰아이 지인분들이 가장 많이 질문하신 내용이기도 합니다. 이미 초등학교 고학년은 늦었냐는 것이지요. 아니요. 늦지는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도 아직은 어립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나이이지요. 그러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 공부 자존감을 만들어놓지 못한 아이들은 이미 고학년이 되면 스스로를 ‘나는 못하는 아이’, ‘이미 수학을 포기한 아이’, 심지어는 ‘이번 생은 망했다’라고 생각하는 아이가 있을 정도입니다. 해당 시기가 사춘기도 함께 경험할 나이이기 때문에 마음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학습된 무기력감으로 스스로를 가치 있게 여기기보다는 공부를 못해서 부족한 아이로 자신을 평가하고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런 친구들을 위해서는 스스로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계속해서 말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늦더라도 공부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인식,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 공부를 통해 알게 된 배움의 즐거움을 조금씩 길러주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부모님과의 좋은 관계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초등학교 고학년 때라도 시작하면 됩니다. 이제 이 시대에서 공부는 평생학습의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공부 자존감을 세워주는 것이 아이가 방황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배우고 익히는 데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코로나 상황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아 여전히 학부모님들이 걱정이 많습니다. 2020년에 처음으로 재택 수업을 경험했던 초등 1학년 아이들이 이제 2022년이면 3학년이 되는데요. 코로나 이전의 3학년 아이들과 비교해 요즘 저학년 아이들의 수업 태도에 다른 점이 있나요? 만약 앞으로도 일시적으로 재택 수업을 하게 될 경우에 아이들 공부를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까요?
사실, 저희 둘째 역시 코로나 1학년생입니다. 입학식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EBS 선생님을 담임선생님보다 많이 만난 세대이지요. 실제로 재택 수업 시, 반은 누워서 뒹굴거리며 했기 때문에 학교에 가서 바르게 앉기가 안 되어 무척 힘들어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도 2020년에 1학년을 보낸 아이들이 제대로 학습하지 못한 채 2학년이 되어서, 선생님들 또한 학생들의 기초 학습을 지도하기 위해 무척 애를 많이 쓰셨습니다. 몸은 커버렸는데 행동은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애매한 1.5학년이었지요. 다행히도 2021년에는 정부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학습 습관과 교육 공백을 줄이기 위해 전면등교를 강력하게 진행했기에, 올해 1학년 아이들의 학습 태도는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이전의 3학년 아이들과 비교하면 1년의 공백은 앞으로도 지속되리라 보입니다. 1~2학년 때 익힌 학습 습관과 태도를 바탕으로 중학년다운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학교를 경험해볼 시간이 적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다시 재택수업으로 돌아간다면 공백은 또 커질 수밖에 없기에 학교와 가정에서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우선, 쌍방향 원격 수업이든 컨텐츠 수업이든 관계없이 자신의 학습 공간에서 바르게 앉아 학습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세요. 또한 제대로 학습에 집중하고 있는지 배움노트를 점검하여 부족한 학습 내용은 꼭 인지하고 넘어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마지막으로 아이가 스마트 기기와 영상에 중독되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재택수업 시에도 부모님들이 꼭 명심하셔야 할 부분은 저학년 때는 학습을 따라잡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습 태도와 습관 잡기가 최우선 과제라는 것입니다.
책에도 잠깐 등장하지만 선생님의 첫째 아이가 6학년에 벌써 수능 영어를 마스터했다고 하는데요. 주로 어떻게 영어 교육을 시키셨는지요?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무엇이었을까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어 학습의 2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는 아이가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둘째는 가정 경제에 무리가 되지 않도록 교육에도 가성비를 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저는 생활 속에서 영어 동요와 원서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아이가 흥미 있어 하는 동영상과 영화를 원어 자체로 들려주면서 영어에 대해 친근함을 느끼도록 만들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해서 간단한 회화가 될 무렵에는 생활비를 아껴서 가족 해외여행을 가거나 글로벌인재센터 등에서 원어민 선생님을 만날 기회를 늘려주었습니다. 아이 스스로 영어 공부를 하고 싶다는 의지가 생기도록 신경 썼지요. 대형 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이후에는 아이가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추가로 지원해주었습니다. 저희 아이 같은 경우에는 문법 수업을 추가해주었는데요. 이때도 역시 부모인 제가 먼저 개입하지 않고 아이가 요청하는 부분에 한해서만 지원해주었습니다. 덕분에 무리하게 영어학원비를 쓰는 일이 없다 보니 아이를 채근하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이러한 과정에서 꾸준히 향상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우수학생에 선발되거나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거두며 소정의 선물과 상품권을 받기 시작했고, 레벨업을 통해 절약된 학원비는 제가 아이 통장에 별도로 넣어주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도 자신이 공부를 열심히 한 덕분에 학원비를 벌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영어 공부에 더욱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이후에는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과학 분야에 대해서도 해외 영상을 보며 학습하는 등 영어를 통해 시야를 넓혀나가기 시작했습니다. 6학년인 현재 영어에 있어서는 수능 1등급 점수를 유지하는 등 수능 영어는 마스터한 상태이지만, 처음 목표 자체가 우리나라 입시 수능이 아니었기에 아이는 계속해서 영어 에세이와 토론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어는 그 자체가 학습의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세계에 펼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저학년 아이들의 경우 영어보다도 국어 어휘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책에 쓰셨는데요. 어휘력과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독서 교육이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요. 그런데 요즘 영상 매체에 익숙해져서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아이들 관심을 책으로 돌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맞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자극적인 영상 매체에 익숙해져서 책 읽기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문제는 이 상황이 지속되어 수업 시간에 교과서 읽는 것조차도 집중을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디어와 멀어지기’, ‘책과 친해지기’를 동시에 진행하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유튜브를 포함해 기존 영상 매체를 이용하던 시간을 아이와 협의하여 ‘미디어 약속 시간’으로 정해놓고(1주일 3시간 이하 권장), 차감해나가는 형식을 이용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와 동시에 ‘하루 3권 책 읽기’를 우리 집 필수 과제로 선정해서 저녁 8시가 되면 무조건 부모님과 함께 책 읽기를 하는 것이지요. 이때 아이 혼자가 아닌, 무릎 독서(무릎에 앉혀서 부모님이 읽어주는 독서), 식탁 독서(식탁에 둘러앉아 온 가족이 함께 읽는 독서)를 통해 책 읽기가 곧 가족이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세요. 영상 매체에 익숙한 친구라면 학습만화 1권, 쉬운 책 1권, 글밥이 있는 책 1권의 형식으로 시작하다가 점차 글밥이 많은 책으로 넘어가면 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부모님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관심을 책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2021년에 아이들의 경제 교육을 다룬 첫 책 『게임 현질하는 아이, 삼성 주식 사는 아이』에 이어 이번 『공부 자존감은 초3에 완성된다』까지 책을 무려 두 권이나 출간하셨어요. 매우 바쁜 한 해를 보내셨을 것 같은데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일까요?
올 한 해는 저에게 매우 뜻깊은 시기였습니다. 첫 책 『게임 현질하는 아이, 삼성 주식 사는 아이』가 출간과 동시에 대만에 판권이 수출되었고, 곧이어 두 번째 책 『공부 자존감은 초3에 완성된다』도 출간되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부모님들과 더욱 친밀하게 소통하고자 유튜브 채널 ‘교육은 선이다’도 시작하며 지금까지 못 해왔던 교육 이야기를 모두 풀어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2022년 교육학과 박사과정에 합격했기에 내년부터는 학교 현장에 직접 투입 가능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자 계획 중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경력을 쌓아왔던 영어 교육, 다문화 교육, 상담심리와 관련된 더 많은 저의 이야기들을 책으로 출간할 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워보고 있고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 중에 ‘꿈꾸지 않으면’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그 노래에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꾸준히 배우고 익히면서 학교 현장에서 한 명 한 명 너무나도 소중한 아이들을 가르치고자 합니다.
* 김선 18년 차 베테랑 초등학교 교사이자 초6, 초2 남매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경인교대를 졸업하고 아주대 교육대학원 상담심리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저자 자신은 공교육의 힘으로 교대와 임용고시에 합격했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 지켜본 끝에 사교육을 전혀 외면할 수 없다는 현실 문제를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이에 공교육과 사교육의 합리적인 밸런스를 찾기 위해 다양한 사례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최상위권 성적으로 도약하는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했고, 이를 많은 학부모와 나누고자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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