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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학보다 들어가기 어려운 ‘미네르바 대학’, 혼공으로 입학하다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 임하영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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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물음을 발견하고 그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이 공부라고 생각해요. 누군가 가공한 정보나 지식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만의 관점을 가지고 사물과 현상을 탐구하는 게 중요해요. (2021.09.07)


단 한 번도 학교에 간 적 없는 스무 살 청년의 진짜 공부 이야기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이 저자의 첫 학교생활을 추가해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 대학교 평범하지 않다. 300여 명을 뽑는데, 1만 6천여 명이 지원해 합격률 1.9%로 하버드대학보다 들어가기 어렵다는 대학. 세상을 교실로 삼고 스스로 배움을 찾아 나섰던 청소년 시절을 지나 조금 더 성숙해진 임하영에게 공부와 첫 학교, 미네르바 대학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처음으로 제도권 안의 교육을 받게 되었는데 그곳도 참 독특합니다. 미네르바 대학은 구체적으로 어떤 곳인가요? 소개 부탁드려요. 

만들어진 지 6년밖에 안 돼서 작년에 첫 학부 졸업생이 나왔어요. 기존 학교와 가장 다른 점은 캠퍼스가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코로나 시대 전부터 100% 온라인 수업으로 디자인되었고요. 교수들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어요. 학생들은 4년간 일곱 개 도시를 옮겨가며 생활해요. 1학년 때는 샌프란시스코, 2학년 때는 서울과 인도의 하이데라바드, 3학년 때는 베를린과 부에노스아이레스, 4학년 때는 런던과 타이베이. 기업이나 정부, NGO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이건 오프라인에서 이뤄져요. 미네르바 대학이 자체 개발한 수업 플랫폼 ‘포럼’에서 주로 토론 형식으로 수업을 하는데요. 학생 참여도에 따라 빨강, 노랑, 초록 색깔이 떠요. 교수가 학생에게 발언권을 주며 안내하기 위한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느낌이라 미네르바의 수업은 비대면이긴 한데 대면보다 더 대면 같아요. 

이렇게 특이한 대학인 미네르바 대학에 다니기로 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예전에 유럽에 다녀온 이후로 “난 프랑스로 가야겠다”란 생각을 하며 불어 공부를 하다가 우연찮게 실리콘밸리를 열흘 동안 돌아볼 기회가 있었어요. 그 열흘간 세 가지를 생각했어요. 

먼저, 내가 선두에 서서 이끌진 못해도 기술이 어떻게 변화하고 과학이 진보하는지를 알아야겠다. 최소한 디지털 세계를 이해하는 문해력을 갖추자’ 싶었어요. 사회의 변화를 앞장서서 이끄는 건 기술인 것 같거든요. 두 번째는 다양성이 있는 곳에서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가지 혁신이 가능해지려면, 나만의 안전지대에서 벗어나서 이질적인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세상에 이런 것도 있구나’를 체험하고 싶었죠. 마지막은 나에게 지적 자극을 주는 시스템을 찾고 싶었어요. 교수가 앞에서 강의하는 게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는 효과적인 전달 방법이지만, 배우는 입장에서 효과적인 지식 습득 방법인지 의문이 있었거든요. 근데 미네르바 대학은 이 세 가지를 다 충족하더라고요. 

이제는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학교에 다니기 이전에는 어떠셨나요?

나 자신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는 게 불안하고 성가실 때가 많았어요. 학교에 다니면, “어디 재학 중인 누구”라고 하면 한 줄로 끝나잖아요. 그런데 저는 주절주절 설명해야 했어요. 나의 과거는 어떻고, 부모님은 이렇고. 10대 후반부터는 나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더 열심히 산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제 인생을 간단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커다란 장점이더라고요. 나만의 이야기, 서사가 있다는 거니까요.



그동안 각본 밖에 있는 길을 걸어오셨어요. 스스로 삶을 설계해나가는 원동력이 뭔가요?

뭔가 고민이 있거나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인생의 이정표로 삼을만한 선생님들이 옆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해주셨어요. 인생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생각할 때, 그 조언이 큰 도움이 됐어요. 홍세화 선생님, 작년에 미국으로 데려가 준 최병천 보좌관님. 이런 선생님들을 찾으면 최대한 가까이 붙어 있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최근에는 인생이 예측 불가능해서 계획하는 게 불가능하단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게 요즘 저의 멘탈리티(mentality)에요. ‘막연한 큰 그림은 그려놓되, 작은 선택은 유연하게 하자. 하루하루는 성실히 살면서 순간순간 찾아오는 기회를 붙잡고 인생 전체는 흘러가는 대로 살아보자.’ 

생각만으로 끝날 수 있는 것을 실현하신 게 많아요. 열정과 실천력을 가졌어도 무기력해지실 때가 있겠죠? 그럴 땐 어떻게 하시나요?

많이 있죠. 그럴 때는 일상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스스로에게 좋은 음악과 영화를 선사해주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면 요리, 빨래, 청소 같은 사소한 것들? 거창한 건 아니고 일부러라도 자신을 잘 돌보고 주위를 잘 돌보는 거죠. 음악과 자연 산책. 이 둘의 조합을 좋아해서 이탈리아 작곡가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곡을 들으면서 야밤에 한강을 빠른 걸음으로 산책했어요. 그리고 실화를 기반으로 한 좋은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봐요.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을 맡은 <퍼스트 맨>, 다큐멘터리는 <피아니스트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로버트, 우리가 사랑한 케네디> 같은 작품을 보면서 에너지를 얻어요. 

‘공부’하면 시험 보고, 배우기 싫고, 재미없고 그런 게 떠오릅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공부의 의미가 좀 다르게 다가옵니다. 하영에게 공부란 어떤 의미인가요?

‘나만의 물음을 발견하고 그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이 공부라고 생각해요. 누군가 가공한 정보나 지식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만의 관점을 가지고 사물과 현상을 탐구하는 게 중요해요. 예전에는 박사 학위를 따면 같은 내용을 몇십 년 가르칠 수 있었는데, 이제는 1년 안에도 모든 게 변하는 세상이 됐잖아요. 평생 공부하는 게 당연한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스스로 배우고, 탐구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으면, 공부가 남들보다 늦거나 서툴러도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첫 학교생활에 새로운 것을 자주 경험하며 달라진 것도 있을 텐데 그런데도 4년 후 졸업할 때, 자신이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나요?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은, 질문의 취지와는 다른 답변일 수 있는데요. 오랫동안 세상이 흑과 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스무 살 이후로 본 세상은 대체로 회색이더라고요. 나도 점점 회색분자가 되어가는 것 같고. 그동안 발을 딛고 있던 가치관도 흔들리기 시작하고. 처음에는 살짝 두렵기도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이런 시기를 기회로 삼아서 내 삶의 경계를 확장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고, 놀기도 하고. 여러 색깔을 경험하고 4년 후에는 내 색깔이 다시금 뚜렷해지면 좋겠어요.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
임하영 저
천년의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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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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