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정 “생각을 파는 식당이 있다면”

『기획자의 생각식당』 김우정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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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식당은 8년쯤 공부를 하던 중에 ‘생각에 값어치를 매기는 일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실험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2021.06.04)


『기획자의 생각식당』은 생각 하나로 돈을 버는 기획자의 유니크한 발상법을 담은 책이다. 제목을 보고 ‘대체 무슨 책이지?’ 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3년 전부터 저자는 실제로 ‘생각식당’을 운영해왔다. 손님들과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면서 아이디어 상담을 해주는 것. 메뉴는 통찰력 라테, 컨셉 브런치, 경영의 양식 등이다. 왜 이렇게 독특한 식당을 열게 되었을까? ‘기획자로서 내가 생각의 값을 제대로 받았는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돈이 되는 멋진 아이디어는 아무나 낼 수 없다. 돈을 버는 생각은 어떻게 나올까? 훈련해야 한다. 기획자는 그러한 훈련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뛰어난 기획자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 유니크한 발상법을 배울 수 있다. 이 책에는 최고급 레스토랑의 멋진 식단처럼 기획사례와 발상법이 가득 차려져 있다. 20년 이상 기획자로 활동해온 저자의 기획론 밥상은 공허한 이론의 나열이 아니라 실제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생각법이기에 더 쉽고, 재미있고, 유익하다.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20년 이상 기획자로 활동해오셨는데, 주로 어떤 기획을 하셨나요? 

채널예스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김우정입니다. 저는 제 소개를 할 때 ‘잡놈’이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너무 많은 일을 해온 경력을 한 글자로 표현하기 힘들어서 찾은 자구책입니다. 첫 사회생활은 축제기획이었습니다. 이후 벤처기업에 입사해서 영화, 공연 등에 투자하는 일을 진행했고, 박물관 상품을 기획하고 마케팅하는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마쳤습니다. 2004년 ‘풍류일가’라는 기획사를 창업해서 대학로 등에서 공연기획을 하다가 문화마케팅으로 사업방향을 바꾸었습니다. 현재는 글로벌 PR Firm ‘벡터그룹’의 한국지사 부대표로 일하면서 영화와 시리즈를 제작하는 스토리텔러의 삶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획은 2010년에 수주했던 정유회사의 스토리텔링 캠페인이었습니다. 그 프로젝트에서 노숙인과 발레의 결합을 통해 세상에 인사이트를 심었던 것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고객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을 기획해보자는 생각으로 예술을 활용한 조직활성화 프로그램 ‘팀버튼’을 개발했습니다. 14년 동안 30만 명이 넘는 직장인들에게 예술로 팀워크를 경험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신입사원 교육 ‘비전시네마’를 5년간 진행하면서 한 무대에 500명 가까운 신입사원을 뮤지컬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었던 일이 기억에 남네요.

하지만 결국 나의 기획이 훨씬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온전히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사는 유일한 방법은 나의 이름으로 기억되는 무언가를 남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행업을 하면서 틈틈이 다섯 편의 웹툰을 직접 제작했습니다. 2011년 다음 만화 속 세상에서 처음 선보인 웹툰 ‘샤먼’과 이후 제작한 ‘황태자의 하루’는 현재 카카오에 6,000억 원에 인수된 ‘타파스 미디어’를 통해 미국에서도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나의 작품을 만드는 일이 결국 저의 일생의 꿈입니다. 100년 넘게 기억되는 이야기 한 편을 남기고 죽고 싶습니다. 

이 책 『기획자의 생각식당』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책을 쓰게 된 이유도 궁금합니다.

2008년까지 2권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공저도 7권 정도 냈습니다. 몇 년 안 되는 짧은 사회생활의 재주를 마치 대단한 지식을 습득한 것처럼 까불었던 시절입니다. 2010년 마케팅 스승을 만나 그때까지 배웠던 기획과 마케팅의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자고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정확히 10년 동안 통찰력을 공부하면서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여러 스승을 만나 배우고 익힌 것들의 작은 결과물이 이 책의 전부입니다. 13년 만에 책을 냈으니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기획자의 생각식당』이 오랜 시간이 지나고 보아도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책으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생각식당’이라는 키워드가 흥미롭습니다. 실제로 생각을 파는 식당을 직접 운영해오셨는데, 식당을 운영하면서 겪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생각식당은 8년쯤 공부를 하던 중에 ‘생각에 값어치를 매기는 일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실험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약 300분 정도의 손님이 돈을 내고 다녀가셨습니다. 손님과의 상담은 철저하게 비밀유지를 약속했기 때문에 공개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한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손님의 동의를 얻고 공개되어 있는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 드리겠습니다. 

손님은 경력단절 여성이었습니다. 첫째 아이를 낳고 3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 취업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아빠와 아이가 동생을 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민이 있다고 식당을 찾았습니다. 난감했습니다. 전 결혼은 했지만 아이가 없었고, 여성이 아니어서 그 마음을 헤아리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차근차근 손님의 어린 시절부터의 꿈부터 시작해서 손님의 결핍을 질문했습니다. 당시 손님에게 드린 화두는 ‘죄책감을 갖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마음으로 무장하면 반드시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 당당하게 삶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던 기억이 남습니다. 결국 손님은 기쁜 눈물을 흘리고 돌아갔습니다. 잘 살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책의 목차가 식당 메뉴(컨셉 브런치, 통찰력 라테 등)처럼 구성돼 있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그리고 ‘생각’, ‘선택’, ‘고객’ 등 2~3음절의 키워드로만 세부목차가 구성돼 있는데 이런 콘셉트는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합니다.

목차는 제가 생각식당에서 직접 팔던 메뉴에서 가져왔습니다. 60분 통찰력 라테, 90분 컨셉 브런치, 180분 경영의 양식이 생각식당의 고정 메뉴입니다. 이름 미식회와 습관의 참맛은 고객들의 요청으로 추가된 계절 메뉴입니다. 현재 식당은 개편 중에 있습니다. 정식 법인으로 만들어서 스토리텔링 사업과 상담을 함께 하는 곳으로 꾸밀 계획입니다. 6월경에 홈페이지를 새롭게 개편해서 손님들을 만나려고 합니다. 

책의 19개 세부목차는 제가 10년 공부를 하면서 깨달은 화두들입니다. 선택, 결핍, 모순, 왜곡은 첫 번째 스승에게 배운 화두이고, 생각, 수, 운은 최근의 스승님께 배우고 있는 것들입니다. 그 외의 키워드들은 기획을 하면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고객, 승부, 체계, 습관, 언력, 진정성’ 등의 개념들에 대해 제가 직접 공부하고 체험해서 얻은 본질들을 적었습니다. 음절은 짧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짧을수록 기억에 잘 남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출간된 기획 관련 책들과 이 책의 차별점이 있다면? 

기존의 책들이 제 책보다 훌륭합니다. 물론 다른 점은 많을 겁니다. 전 지방에서 대학을 나와서 대기업에 입사한 경험이 없습니다. 대형 기획사에서 근무한 것도 최근의 일입니다. 대부분의 기획 관련 책들은 주류에서 경험한 크고 화려한 프로젝트의 성공에 관한 이야기들입니다. 제 책은 비주류에서 시작해서 크고 작은 실패를 통해 중심부로 걷고 있는 과정을 적은 책입니다. 차별점이라면 가고 있는 방향이 아닐까 합니다. 

신화학자 ‘조셉 캠벨’의 영웅의 여정을 좋아합니다. 평범하게 살던 주인공이 모험의 소명을 깨닫고, 조력자의 도움으로 시련의 관문을 넘어서 시험을 통과한 후 자유로운 삶을 얻는다는 내용입니다. 제 인생의 3가지 화두는 두려움, 용기, 자유입니다. 두려움을 직시할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자유를 쟁취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마음을 습관으로 다시 행동으로 만드는 방법을 기술한 것이 이 책의 차별점이 아닐까 합니다. 

기획자로서 갖고 있는 나만의 독특한 습관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작가님은 주로 어디에서 기획의 인사이트 또는 자극을 받나요? 

공부는 능동적이어야 하고,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움직여야 합니다. 그냥 읽기보다 쓰기 위해 읽고, 무엇을 볼 때 만들기 위해 보아야 합니다. 저는 영화와 시리즈를 많이 봅니다. 좋아하는 영화와 시리즈는 수십 번 넘게 반복해서 봅니다. 보다가 궁금한 점이 생기면 바로 유튜브와 위키피디아를 통해 호기심을 해결합니다. 

결국 공부의 시작은 호기심입니다. 호기심이 있어야 관찰의 동기가 부여되고, 동기가 있어야 습관이 생기고, 습관이 몸에 배어야 몸이 움직이고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 인사이트는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바로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겸손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작가님의 활동, 특히 다음 책에 대한 계획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 

중용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誠者天之道也 誠之者人之道也(성자천지도야 성지자인지도야). 완벽한 것은 하늘의 길이고, 완벽해지고자 노력하는 것은 인간의 길이다. 인간의 생각에 완벽이란 없습니다. 당연히 완벽한 인생도 없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평범하게 태어나서 평범하게 살다가 죽습니다. 타고난 부자도, 성공한 사업가도, 유명한 셀럽도 결국 죽는 것은 똑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떻게 살지보다 무엇을 남기고 죽을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어제와 내일보다 오늘을 살려고 힘씁니다. 지나간 것은 지금의 나를 바꿀 수 없고, 무엇이 내 앞에 나타날지 저는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일, 지금 만나는 사람에게 저의 에너지를 온전히 쓰면서 살려고 노력합니다. 다음 책은 섣불리 기약할 수 없지만, 아마도 제 생각이 이야기의 형태로 담긴 영화와 시리즈로 찾아뵙게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포스가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김우정

기획하는 사람. 어린 시절부터 영화와 만화, 드라마에 관심이 많았다. 어쩌다 보니 연세대학교 임상병리학과에 입학했으나, 군 제대 후 학생회장을 맡으며 마케팅과 기획이 적성에 맞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경영학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대학로 등에서 공연과 문화 기획을 하다가, 문화마케팅으로 첫 사업의 발을 떼었다. 언젠가부터 대행업이 기획의 본질이 될 수 없음을 깨닫고 예술을 활용한 팀빌딩 프로그램 ‘팀버튼’을 개발,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14년간 약 30만 명의 직장인들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현재는 글로벌 PR Firm ‘벡터그룹’의 한국지사 부대표로 본업인 마케팅 기획을 하는 한편, 평생의 꿈인 스토리 만드는 일을 병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돈과 예술의 경제학』, 함께 쓴 책으로는 『희망을 통찰하다』, 『프레젠테이션 코칭 북』 등이 있다. <스타워즈>를 뛰어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꿈이자 목표인 스토리텔러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 김우정은 아내와 함께 고양이 세 마리의 집사로 살고 있다.



기획자의 생각식당
기획자의 생각식당
김우정 저
홍익출판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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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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