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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글쓰기 강의 교수가 말하는 ‘글쓰기의 매력’

『나를 일으키는 글쓰기』 이상원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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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지나간 내 삶과, 또한 거기서 드러나는 진솔한 자신과 만날 기회입니다. 누구 눈치 볼 필요 없이 내 얘기를 실컷 늘어놓을 방법이 글쓰기이지요. (2021.06.01)


우리 대부분은 학창 시절 글쓰기에 관한 나쁜 추억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써야 했던 일기와 독후감은 대체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숙제'였고, 머리를 짜내 힘들게 채워가며 겨우 제출한 글은 선생님의 신랄한 평가와 함께 되돌아와 상처를 남기곤 했다. 

그러나 이 책의 글쓰기는 남에게 보여주는 숙제 같은 글쓰기가 아닌 나를 독자로 삼아 나를 표현하는 글쓰기다. 이렇게 쓰면 읽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나쁘게 평가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내려놔도 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늘 평가를 받는 글쓰기만 해온 것과 달리 새로운 세상에 발을 내딛는 셈이다. 그리고 그렇게 글을 쓰다 보면 그동안 잊고 있던 나를 발견하고 상처를 치유하고 나를 더 좋아하게 될 것이다. 『나를 일으키는 글쓰기』는 이렇게 조금 더 나은 내일의 나를 계획하는 것을 도와줄 것이다. 



목차를 살펴보니 나의 일상을 보살펴서 나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먼저 나오는 게 눈에 띕니다. 나의 몸과 마음을 보살피는 것이 왜 중요하고 어떤 점에서 좋은지 궁금하네요.

내 몸과 마음을 잘 안다고 착각하기 쉬워서, 또 다른 중요한 일들을 더 먼저 해결해야 한다며 제쳐두기 십상이어서 그렇습니다. 나를 먼저 보살펴야 내 앞의 상대방을 배려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잠을 못 자서 머리가 아프다면 말 한마디도 따뜻하게 나가기가 어렵죠.

글쓰기 책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내 감정을 돌보게 돼서 놀랐습니다. 감정을 돌보고 나니 그동안 놓치고 있던 인생의 '선물'이 보인다는 글귀도 눈에 들어오고요.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선물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

시각을 넓힌다면 모든 게 선물 아닐까요. 원할 때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해결하는 것도, 뜨거운 물로 머리를 감는 것도 선물입니다. 라면 하나 끓여먹는 일도 그 라면 재료를 생산한 사람, 라면을 제조한 사람, 라면을 운반하고 판매한 사람들이 있기에 누릴 수 있는 선물이죠. 세상 곳곳이 연결되어 내 삶을 만들어주는 셈입니다.



15년 동안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글을 쓰고 나누는 것에 치유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셨다는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서로의 삶 얘기를 나누는 일 자체가 치유 효과를 갖는 것 같습니다. 왕따 당했던 경험, 부모님이나 형제 간의 갈등과 불화, 사랑과 이별 등 주제는 다양하지만요. 과외 알바를 해서 지방의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줘야 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던 여학생이 그런 티를 내지 않으려 온갖 애를 쓰며 사는 얘기를 써서 다들 눈물 훔치던 생각이 나네요.

이별이나 아픔을 겪고 실패를 돌아보는 데 글쓰기가 도움이 된다는 것이 신기한데요, 혹시 더 큰 좌절이나 우울함에 빠지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선생님의 생각은 어떠하신가요?

그런 일을 겪은 직후에는 아마 글을 쓰기 어려울 테지만 시간이 좀 지나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는 글쓰기가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해 줄 겁니다. 글을 통해 풀어내는 ‘해소’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같은 생각 속에서 맴돌거나 꾹꾹 억눌러버리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유익합니다.

'이 책은 읽는 책이 아니라 쓰는 책이다'라는 띠지 문구에 맞게 독자가 직접 쓸 수 있도록 준비한 질문이 다른 책과의 차별점인 것 같습니다. 질문을 세보니 모두 90개나 되는데 질문을 선정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시발점이 되는 질문을 넣고자 했습니다. 수록된 질문에 답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 다른 생각을 불러오고 미처 몰랐던 발견으로 이어졌으면 해서요. 책의 질문은 아예 무시하고 거기서 연상된 다른 질문에 대해 써보아도 좋죠. 얼마든지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베타테스터가 먼저 읽고 써본 책이라는 점도 눈에 들어오는데 그들의 감상을 읽고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선생님이 이 책을 읽고 쓴 독자에게 듣고 싶은 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곳곳에서 가혹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시간을 내서 써보면서 미리 경험하고 의견을 나눠준 분들이 계시니 감사한 일이지요. 독자들로부터는 ‘글쓰기가 나를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되었다’라는 말을 듣고 싶네요.

인생 중반에 새로이 무엇을 시작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 분을 위해, 그리고 글을 써본 적이 없어 글쓰기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을 위해 격려와 조언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오래 생각하면 점점 더 어려워지니 그냥 일단 저질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격식 갖춘 멋진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그림 그리듯 자유롭게 써보면 어떨까요. 단어만 끼적거려도 좋습니다. 휴대전화 녹음기에 대고 중얼중얼 말로 풀어보는 방법도 있겠네요. ‘나를 위한’ 글쓰기이니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죠.



*이상원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에서 강의 교수로 일하며 인문학 글쓰기 수업 등을 비롯한 교양강좌들을 진행하고 있다. 저자는 글쓰기가 인생이 주는 선물을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 말한다. 특히 인생 중반의 글쓰기는 인생 단계의 ‘옮겨감’을 도와줄 것이라 제언한다.

저서로는 『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 『매우 사적인 글쓰기수업』, 『번역은 연애와 같아서』, 『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강의』 등이 있다. 1998년에 번역을 시작해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콘택트』, 『아버지와 아들』, 『레베카』,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등 90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나를 일으키는 글쓰기
나를 일으키는 글쓰기
이상원 저
갈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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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일으키는 글쓰기

<이상원> 저 12,6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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