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베스트 1위 서미애 작가의 3년만의 신작!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서미애 저자 인터뷰
작품을 쓰는 과정은 실제 사건들을 통해 받았던 충격과 끔찍함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지를 여러 인물들을 만들어놓고 다각도로 보게 하고 또 제가 원하는 결말로 만드니까요. (2021.03.18)
연쇄살인범 이병도와의 사건이 벌어진 지 5년. 열여섯 살이 된 하영은 지속적으로 심리 상담을 받으며 그때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애써왔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며 여전히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낸다. 갑작스러운 이사까지 겹 예민해진 하영은 전학을 간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새로운 자극을 받기 시작한다. 자신의 그림자와 직면하게 된 하영은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 것인가?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는 『잘 자요 엄마』의 후속작이다. 전작에서 열한 살 하영을 중심에 두고 ‘사이코패스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하영은 그 뒤로 어떻게 되었을까? 어떻게 성장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내놓는다. 이제 열여섯 살이 되어 사춘기에 접어든 하영은 변해가는 주변 환경에 흔들리며 자신의 정체성에도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더 어렸을 때는 깨닫지 못하던 것을 깨닫고, 내부의 자극이 아닌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며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런 모습들은 하영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의 시작은 『잘 자요 엄마』였습니다. 처음 이 작품을 쓰시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요?
『잘 자요 엄마』의 시작은 ‘메리 플로라 벨’ 사건이었습니다. 영국의 메리 벨 사건은 11세 소녀가 두 건의 살인을 저지른 사건인데 당시 이 사건이 유난히 화제가 된 건 그녀의 엄마 베티 덕분이었죠. 그녀는 자신의 딸이 재판받는 동안 그 이야기를 언론에 팔아 돈을 벌었고, 딸의 재판을 보러 갈 때는 파티에 가는 것처럼 화려한 옷차림으로 언론의 관심을 즐겼죠. 그 사건을 파고들면서 이 모녀의 모습에 관심이 생겼어요. 언론에서는 메리를 악마처럼 묘사했지만 그녀가 자라온 환경을 살펴볼수록 왜 이 어린 소녀가 살인마가 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고 할까요? 엄마에게 끔찍한 학대를 당하며 성장한 소녀의 모습을 보면서 구상한 이야기가 『잘 자요 엄마』였습니다.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는 하영의 청소년기를 그리고 있는데 이 시기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청소년기는 주변 환경에 따라 극심한 갈등을 겪으며 성장통을 겪는 때이죠. 청소년기의 갈등과 불안을 어떻게 경험하고 정의 내리느냐에 따라 내면까지 성장한 어른이 되기도 하고, 겉모습만 자란 어른이 되기도 하죠. 어릴 때부터 남다른 성장 과정을 거친 하영이지만 청소년이 된 하영은 그동안 경험했던 폭력과는 또 다른 폭력을 학교 안에서 경험하게 됩니다. 그동안 자기 내면만 들여다보던 하영이 이제 자신을 둘러싼 환경, 즉 사회를 경험하면서 보다 크고 복잡한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폭력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 과정을 통해 하영은 오히려 자신을 억누르고 있던 불안감에서 해방된다고 할까요? 자신만이 괴물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나와 닮은 아이들이 또 있다는 것을 확인한 거죠. 그것을 깨닫는 순간 하영은 더이상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어른이 됩니다.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에서 주목할 만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아주신다면요?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유리의 엄마가 뒤늦게 딸이 당한 일을 알고 학교에 불을 지르는 장면입니다. 그 장면을 통해 하영은 바로 눈앞에서 불꽃을 보게 되죠. 하영에게 불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어릴 때 자신이 살던 집을 불태우면서 하영은 완전히 다른 세계로 옮겨왔죠. 자의로 저지른 첫 번째 살인입니다. 오래전 기억 속에 꼭꼭 숨겨둔 일인데 눈앞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자신의 첫 번째 살인을 기억해냅니다. 어릴 때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이제는 그게 어떤 일인지,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분명하게 깨닫게 되는 장면입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던 내면의 불안이 무엇인지 인식했다고 할까요?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고민하게 되는 출발점입니다.
‘하영 연대기’는 가정폭력, 학교폭력 등 우리 이웃에서 드물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실제 사건들은 허구를 뛰어넘을 만큼 점점 더 끔찍하고 더 안타까워지는 것 같고요. 미스터리 작가로서 현실의 이러한 모습 때문에 더 괴로우실 것 같은데, 작품을 구상하실 때나 집필하실 때 그런 부분은 어떻게 극복하시는지요.
어찌 보면 작품을 쓰는 과정은 실제 사건들을 통해 받았던 충격과 끔찍함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지를 여러 인물들을 만들어놓고 다각도로 보게 하고 또 제가 원하는 결말로 만드니까요. 현실에서의 사건들이 끔찍하고 안타까운 건 피해자에게 어떤 자리도 마련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미 사건이 벌어지고 누군가 죽은 뒤 세상이 알게 되죠. 가정 내 학대로 죽음을 당했던 정인이 사건을 예로 든다면 현실에서는 어떤 저항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온몸의 뼈가 부서지는 고통을 당한 채 죽어간 희생자로서의 정인이만 존재하죠.
소설 속에서는 그런 아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 아이가 우리에게 말을 던지게 합니다. 싸늘하게 죽은 모습만이 아니라, 살아 숨 쉬고, 웃고, 이야기하고, 아프고, 고통스럽고 외롭게 죽어갔을 순간까지 온전히 그 아이를 느끼게 합니다. 기억하게 합니다. 저는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살아있었다면 우리가 들었을 말들을 소설을 통해 듣는 거죠. 소설 속에서는 어쩌면 정인이처럼 죽기 전에 아이를 구출해내 다시 웃게 만들 수도 있고 가해자들에게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형벌을 내릴 수도 있죠.
저는 사건의 끔찍함, 인간의 잔혹함 때문에 괴롭지는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그렇게 되기 전까지 가정이나 사회에서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지점들이 분명 있었는데 그걸 막지 못해서 결국 사건까지 이르게 되고 희생자가 생기는 것이 끔찍하고 괴롭죠.
전작과 마찬가지로, 사이코패스란 과연 후천적인 것인가 선천적인 것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떠올리며 읽었습니다. 그것이 이 시리즈의 재미를 극대화시키는 요소이기도 한데 작가님은 이 질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지금도 주인공 하영을 그리면서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과연 이 아이는 살인마로 타고난 것일까? 아니면 환경 때문에 살인마가 되는 것일까? 자기밖에 모르고 거짓말을 일삼는 아버지의 피를 타고 나기도 했고, 한편으로 폭력과 갈등을 경험하는 환경에 놓이기도 한 상황이지요. 전작에서는 본능이 이끄는 대로 행동했던 하영이 지금은 다른 선택을 합니다. 그것은 성장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이성이 생긴 때문이기도 하고 자신의 행동이 불러올 결과에 대해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사실 아직도 하영이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건 완전히 성장해 어른이 된 하영이 자기 앞에 놓인 상황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좀더 지켜본 뒤에야 알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이 질문에 대한 새로운 숙제를 이번 작품에 던져 놓았습니다. 하영과 똑같은 피를 가졌지만 선경에 의해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게 될 아이가 있죠. 그 아이가 자라면서 어떤 모습이 될지 하영과 비교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요?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에 대한 힌트가 되는 것 같은데 조금만 더 공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잘 자요 엄마』를 쓸 때만 해도 이야기가 이렇게 이어질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책을 읽은 독자들이 하영이 어떻게 성장해서 어떤 사람이 될지 궁금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저 역시 아직 할 얘기가 남았구나 하는 생각에 그후를 구상하기 시작했지요. 하영이 어떻게 성장할지를 생각하면서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를 썼고 이제 성인이 된 하영이 어떤 삶을 살게 될지가 3부의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3부에서는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은 하영이 새로운 사건을 만나게 되면서 살인 본능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그리게 될 것 같은데요, 또 다른 한 축으로는 조금 전에 얘기했던 자신의 동생을 통해 과거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 모습도 그릴 생각입니다.
『잘 자요 엄마』가 15개국에 수출되었습니다. 이번 신간도 벌써 해외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영상화 작업 등의 계획은 없으신가요? 영상화를 한다면 어떤 쪽을 생각하고 계신지?
『잘 자요 엄마』의 경우 두 번이나 영화 계약을 한 적이 있어요. 여러 사정으로 제작이 되지 못하고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 그때와 다르게 하영의 연대기가 되었으니 영화보다는 드라마로 제작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해외 여러 나라에 책이 출간되기 시작하면서 영국 카니발 필름에서 드라마를 하겠다고 판권 계약을 했었는데 팬데믹으로 상황이 나빠지면서 계약 기간이 끝났고 더 연장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해외 에이전시에서 할리우드 쪽과 이야기를 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저로서는 하영의 연대기가 완성되는 시점까지 소설 작업에만 집중할 생각입니다. 모든 이야기가 완결되고 나면 영상화 작업도 가시화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미애 친구보다 책을 더 좋아했던 청소년기를 지내며 결국 글쓰기를 평생 직업으로 삼았다. 1986년 대학 시절 스무 살의 나이로 대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어 작가의 길로 들어서고 졸업과 동시에 방송 일을 시작했다. 서른이 되면서 드라마와 추리소설 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1994년 [스포츠 서울] 신춘문예 추리소설 부문에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이라는 다소 과격한 제목으로 신춘문예에 당선이 되었다. 그 뒤 20년 넘게 드라마와 추리소설,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를 넘나들며 미스터리 스릴러 전문 작가로 자리를 잡았다. 홈스보다는 미스 마플을 좋아하고, 트릭보다는 범죄 심리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런 취향이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표작으로는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 『잘 자요 엄마』 등의 장편과 『반가운 살인자』,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 『별의 궤적』 등의 단편집이 있다. 『인형의 정원』으로 2009년 한국 추리문학대상을 수상했고, 『반가운 살인자』,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 등 다양한 작품이 드라마와 영화, 연극으로 만들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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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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