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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택 “관종의 조건? 사실은 ‘관심의 조건’”

세 번째 책 『관종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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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관종의 조건’이라 많은 분이 ‘관종’만을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실은 관종이 아니라 ‘관심의 조건’이에요. 관심이 자원이 된 세상에서 개인과 기업이 어떻게 관심을 얻을 수 있는지를 말하고 있어요.(2021.01.07)


‘관종’이 되고 싶진 않지만, 관심은 필요하다. 지나쳐도 문제, 없어도 걱정인 타인의 관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플랫폼의 출현으로 활짝 열린 ‘관심 시장’에서 개인과 기업은 타인의 관심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적절히 얻을 수 있을까. 

『90년생이 온다』 임홍택 저자의 새 책 『관종의 조건』은 흔히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관종’을 재해석하고, 성공적으로 관심 받는 방법을 설명한다. 관심이 돈이 되는 시대, SNS에 올릴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으로 구분되는 시대에 승자가 되는 첫걸음은 ‘관심 문제’에 관심 기울이기. 『90년생이 온다』에 이어 새로운 화두를 들고 돌아온 임홍택 저자를 만나 관심에 관심이 생긴 계기, 성공적인 관심 추종자가 되는 법을 물었다.  



관심이 전혀 필요 없는 사람은 없잖아요

『90년생이 온다』 출간 이후 1년여 만에 새 책을 냈어요. 퇴사했다고 들었는데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 건가요? 

전업 작가가 되려고 퇴사한 건 아니고요. 『관종의 조건』만 쓰고 다시 직장을 구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요. 요즘 다시 일하려고 알아보는 중이에요.  

전작이 베스트 셀러가 돼서 후속작에 대한 부담도 있었을 것 같아요.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그런데 꼭 후속작에 대한 부담이라기보다 그냥 쓰는 게 싫어요. (웃음) 글 쓰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힘들었죠. 자료도 찾고 논문도 읽어야 해서요. 

글쓰기를 안 좋아하는데도 계속 쓰는 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인가요?

그렇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하기에 책이 다른 저작물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제가 상업 감독이면 마음대로 못하잖아요. 이번 책에 둘째 딸에게 바친다고 썼는데 이런 것도 할 수 없고요. 물론 전작이 잘 돼서 기회를 얻은 측면이 있지만요. 

제목이 ‘관종의 조건’이에요. 보자마자 요즘 시대에 딱 맞는 화두라고 생각했어요. 

제목은 소위 말하는 ‘어그로’에 가까워요. (웃음) 제목만 보고 ‘관종’만을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요. 사실 관종이 아니라 관심의 조건을 말하는 책이에요. 관심이 자원이 된 지금, 개인과 기업이 ‘관심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는 책이고, 모두 관종이 되자고 말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세상의 모든 것을 ‘관심’이라는 프리즘으로 모았다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일단 표지가 ‘관종’스러워요. (웃음)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할 것 같아요.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했는데 주위에서 다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내용이 잘 표현된 것 같아요. 디자이너 덕분이죠. 

책의 내용을 처음 생각한 게 2010년이었다고요. 

그때 제가 ‘주니어’였는데요. 회사생활 해보니까 같은 일을 해도 어떤 사람은 인정받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은 거예요. 일 잘하는데도 자기를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튀려고만 하고, 거짓 액션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렇게 여러 사람을 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했던 것 같아요. 생각해 보니 다 관심의 문제더라고요. 그래서 실력만으로는 안 되겠다. 관심받는 법을 알아야겠다 싶었어요. 실력과 관심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10년이 지난 지금은 관심이 더 중요해졌어요. 관심이 돈이 되는 시대가 됐죠.

지난 10년 동안 이른바 ‘관심 시장’이 열렸어요. 관심은 원래 자원이었지만 교환할 수 없었거든요. 특히 개인은요. 연예인처럼 TV에 출연하는 게 아니라면 교환이 안 되잖아요. 그런데 각종 SNS와  유튜브 같은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관심을 즉시 교환할 수 있게 됐어요. 그 과정에서 우리가 흔히 ‘관종’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요. 

흔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관종’을 새롭게 조명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사실 관심이 전혀 필요 없는 사람은 없잖아요.  

책을 쓰면서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10명 중 3명은 관종을 복합적인 차원에서 바라본다고 답했어요. 그러니까 관심받으려는 행동이 지나치면 문제가 되지만, 관심을 추종하는 행위는 본연의 욕구니까 관종 자체를 나쁘다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실제로 관종이라는 단어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쓰이고요. 

그래서 ‘관심 추종자’와 ‘관심 병자’를 구분한 거고요?

관심을 제대로 이야기하려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관심을 원하는 모든 사람을 의미하는 ‘관심 추종자’와 관심을 받으려는 마음이 지나쳐서 문제를 일으키는 ‘관심 병자’가 있는데 모든 관심 병자는 관심 추종자이지만, 모든 관심 추종자가 관심 병자는 아닌 거죠.



어느 정도의 관심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후속작으로 또 다른 세대론 책을 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요.

『90년생이 온다』가 잘 돼서 그런지 ‘2000년생이 온다’와 같은 책을 바라는 목소리들이 있었죠. 그리고 그런 책을 냈으면 평균 이상의 성과를 얻었을지도 몰라요. 세대론을 말하는 저자로 굳힐 수도 있었을 거고요. 그런데 성과가 보장된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시대의 흐름을 잘 포착하는 것 같아요. 비결이 있나요? 

운이 좋더라고요. 겸손 떨려는 게 아니고요. 『90년생이 온다』가 2018년에 나왔지만, 2014년에 쓰려다 못 쓴 책이거든요. 제가 생각하고도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다’ 싶었지만, 시장이 무르익지 않았을 때라 그때 나왔으면 잘 안 됐을 거예요. 『관종의 조건』도 마찬가지고요. 비결이 있다면 저도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이고, ‘회사’라는 현장에서 얻는 경험을 중시하면서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90년생이 온다』의 첫 제목이 ‘9급 공무원’이었다고요. 이 책의 제목은 처음부터 ‘관종의 조건’이었나요?

네. 처음부터 ‘관종의 조건’이었어요. 여러 가지 다른 안을 주셨는데 출판사를 설득했죠. 이거 아니면 안 된다고 했어요.

제목에 대한 확신이 있었나 봐요. 

잘 팔리는 제목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관심받는 조건을 이야기하는 책이니까 일단 ‘조건’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좋다는 반응이 많더라고요. 한 가지 걱정했던 건 ‘관종’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순간 부정적 프리즘이 생기지 않을까 한 건데요. 어쩔 수 없었어요. ‘관종의 조건’이라는 말이야말로 내용을 잘 설명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관심의 조건이라고 하면 관심 못 받을 것 같았어요. (웃음) 

확실히 관심의 조건이라는 제목보다는 눈길이 가요. 

여러 가지 후보가 있었어요. ‘Attention’도 있었고,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도 있었고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라니 재밌네요. (웃음)

누가 “책 제목이 뭐예요?”라고 물으면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는 거죠. (웃음)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했는데 에세이처럼 보일 것 같아서 안 했어요. 어그로 적당히 끌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관종의 조건’이라는 제목이 적정선이라고 생각했고요. (웃음) 

책에 ‘관심 추종자 테스트’가 나오는데요. 작가님은 어느 정도 관종인가요?

C타입 중립적 관심 활용 유형이요. 별로 유명해지고 싶지 않아요. 단지 돈을 많이 벌고 싶고요. 그런데 유명해질수록 돈을 잘 벌 거든요. 이 둘 사이의 거리를 조절해야죠. 

어떻게 조절하나요?

『90년생이 온다』 저자라고 하면 사람들이 ‘그 책 저자세요?’라고 알아주지만, 그렇다고 길을 가는데 얼굴을 알아보지는 않아요. 이게 저의 적정선이에요. 예를 들어 ‘우리 사촌 중에 OO이가 서울대 갔어!’라고 하는 거랑 비슷한 거예요. 저를 아는 사람들만 저를 추켜세워 주는 거죠. 모르는 사람은 모르고요. 핵심은 제가 아니라 제 책이 유명해지길 바란다는 거예요.

관심 시장에 뛰어들기 전에 어느 정도까지 유명세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고(209쪽)요. 앞서 말한 ‘균형’을 이루려면 이게 선행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조금씩 해보는 거죠. 회사를 관두고 유튜브에 올인하기 전에 조금씩 찍어 보는 거예요. 그러면서 내가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안 되는 건 빨리 포기해야 해요.

SNS를 열심히 하는 작가들도 많은데요. SNS가 판매량에 영향을 줘서 출판사에서 권유하거나 일부러 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작가님은 어떤가요? 

SNS를 통해서 자기 팬을 가지면 그게 성공의 기반이 되죠. 관심을 얻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적당히 하는데요. 이것도 균형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제 책을 직접 홍보하지는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조금 했어요. 저자로서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해서요. 그 외에는 제가 활동하는 ‘전빨련(전국빨간자동차연합회)’ 활동사진 같은 거 종종 올리고 그래요. 



‘관심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해요 

관심 시장이 커지면서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어요. 

관심이 돈이 되니까 돈을 원하는 사람들이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대중은 그걸 소비하고요. 그러면서 더 자극적인 콘텐츠가 유통되고, 이른바 ‘어그로’ 끄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책 마지막에 부분에서 관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이야기한 것도 이런 것들 때문이에요. 개인이 아니라 플랫폼, 사회가 나서서 경제적으로 조절하지 않으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이고요. 

수익이 나지 않게 제도화해야 한다는 건가요?

수익을 조절해야죠. 기회비용을 높이고 수익 가능성을 낮추는 방법밖에 없어요. 거짓말에 대한 가격이 낮으니까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 거예요. 지금 사람들이 왜 과격한 행동을 하느냐? 누우면 다 돈이 생기거든요. 그러니까 이걸 경제적 제재를 가해서 사회적으로 바꿔야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무관심이 답이다’라는 말로 대응하면 바뀌지 않아요. 

돈이 목표인 사람들을 돈을 못 벌게 함으로써 막는 거네요.

블로그에 이른바 ‘뒷 광고’가 생기면서 그에 따른 법규가 만들어졌거든요. 그다음 인스타그램, 유튜브로 이어졌고요. 이렇게 서서히 옮겨 간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무관심이 답’이라고 말한 지 오래됐잖아요. 그런데 그 이후로 부정적 관종들이 줄었나요?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관심 시장은 점점 커지고 그에 따르는 문제도 많아지는데 관심 문제에 관심이 없는 거죠.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법은 항상 한 발짝 느리게 따라가는 게 아쉬워요. 

왜 관심 문제에 관심이 없을까요?

다른 일이 많으니까 관심 문제까지 신경 안 쓰는 거죠. 그리고 관심 자원이 돈이 될수록 그걸 먹으려는 입들이 많아지잖아요. 돈이 벌리는데 왜 바꾸려고 하겠어요. 플랫폼 기업의 핵심이 거기 있거든요. 사람들이 점차 휴대폰에 몰두하잖아요. 플랫폼 기업이 휴대폰에 집중하게 만드는 거예요. 

휴대폰으로 모든 걸 할 수 있게 함으로써 더 휴대폰만 보게 만드는 것처럼요?

그렇죠. 재미있어서 유튜브를 보기도 하지만, 유튜브가 사람들이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들기도 해요. 아주 교묘하게요. 미국에서는 이런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아직 한국에서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어요. 유튜브나 넷플릭스 우리를 위해서 영상이나 영화를 추천해 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플랫폼에 계속 머물게 해서 돈 벌려고 하는 거잖아요. 이런 문제들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어요. 

SNS가 활발해지면서 개인 브랜딩이 중요해졌잖아요. 회사에 다니면서 출간한 선배 작가로서 개인 브랜딩을 강화하고 싶어 하는 분들께 조언한다면요?

50살 이후에는 어차피 개인 사업자가 돼야 하잖아요. ‘바벨 전략’이라고 책에 쓰기도 했는데요. 양쪽을 모두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작가로서 책을 쓰지만, 현장에 있지 않으면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현장에 있으면서 다른 책 쓸 기회가 오기도 하고요. 

그런데 기업에서는 개인이 두드러지는 걸 원하지 않잖아요. 그런 위험과 불편을 감수할 만큼 개인 브랜딩을 할 만하다고 생각하나요? 

기업에서는 전념하길 원하죠. 그러니까 어느 정도 유명해졌을 때 회사를 나올 것인지 잘 생각해야 해요. 예를 들면 많은 유튜버가 회사를 계속 다니고 싶어도 못 하고 나와요. 회사에서 못 하게 하니까요. 그런데 그분들이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나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저도 마찬가지인데요. 제 첫 책이 『포스퀘어 스토리』라는 책인데 잘 될 줄 알았는데 안 팔렸어요. 회사에서는 찍혔고요. 

책이 나왔다는 이유로요?

물론 개인의 새로운 시도로 좋게 봐주신 분들도 있었지만, 사람은 다양하니까요. 그래서 잘 숨겨야 해요. (웃음) ‘척’을 잘해야 하고요. 조직마다 다른 부분도 있을 거예요. 그리고 기업에서도 개인의 힘을 조직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개인에게 장점과 단점이 있으면 장점을 살려서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는 않고 쫓아낼 생각만 하면 안 되죠. 앞으로는 그걸 잘하는 일부 회사가 성공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경향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하고요. 



치열한 관심 시장에서 『관종의 조건』은 얼마나 관심받을 거라고 예상하나요?

출판사에서는 『90년생이 온다』 작가의 차기작으로 밀면서 많이 기대하고 있는데요. 저는 평균 정도 바라고 있어요. 다만 이 책이 그냥 시류 타서 적당히 쓴 책으로 보이지 않기를 바라요. 쉬운 길은 아니었거든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썼다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임홍택

1982년에 태어났다. KAIST 경영대학에서 정보경영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대에 출생한 신입 사원들과 소비자들을 마주하며 받았던 충격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이들을 관찰한 내용 <9급 공무원 세대>를 연재해 제5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은상을 받았으며, 이 내용이 담긴 《90년생이 온다》(2018)는 <2018년 올해의 경제/경영서>에 선정(한국경제신문, 인터파크 공동 선정)되었다. 기존 저서로는 IT 전문서적 《포스퀘어 스토리: 소셜미디어를 넘어 위치기반 플랫폼으로》(2011)가 있다. 



관종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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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이 온다 (금별색 스페셜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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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진영

'이야기하면 견딜 수 있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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