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어도 왜 돌아서면 남는 게 없을까?
『진작 이렇게 책을 읽었더라면』 장경철 저자
많은 책들과 정보를 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근잘근 씹어서 내 것으로 소화시키느냐’입니다. (2020.12.10)
책 읽기에 관한 책은 언제나 반갑다. 깔끔한 화이트 표지에 ‘진작 이렇게 책을 읽었더라면’이라는 제목을 보니 마음이 두근거린다. 그리 두툼하지도 않다. 가볍게 읽어볼까 하고 시작했는데, 매 페이지마다 무수히 밑줄을 긋게 만든다. 독서법 관련 책 중 ‘찐’이라는 게 독자들의 첫 반응이다.
『진작 이렇게 책을 읽었더라면』은 서울여대 교수로 재직 중인 장경철 교수의 공부하기와 책 읽기에 관한 통찰을 담은 책이다. 우리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있어 왜 공부해야 하고, 무엇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지, 어떻게 책을 읽고 활용해야 하는지를 이만큼 명쾌하고 진솔하게 알려준 책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다꿈스쿨’의 청울림 대표가 자기혁명캠프 필독서로 지정했고, 수많은 수강생들이 읽고 ‘인생책’으로 꼽는다.
먼저 서울여대 교수님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공부와 독서법에 관한 책을 쓰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으면서 자랍니다. 그래서 ‘공부’ 하면 부담스러운 기억이 떠오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책을 읽어도 자극이 되는 것은 순간일 뿐 또다시 무기력해지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계속되는 좌절의 경험 속에서 젊은 시절 하루는 공부와 책 읽기에 대해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공부란 무엇인지, 공부하면 어떤 혜택을 누릴 수 있을지,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 답을 찾아봤습니다. 그랬더니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선명히 알게 되겠더군요. 그리고 책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제 나름의 책 읽기 방법을 정립하게 되었고요. 그 원리들을 뒤늦게 정리해보니 이렇게 한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프롤로그 제목이 특이합니다.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내 혀에 닿기만 했던 음식이 아니었다.’ 독서에 관한 책인데 첫 페이지부터 웬 음식, 하고 의아했는데요.
자신의 몸을 살펴보세요.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단순히 ‘혀’에 와서 닿은 음식이 아닙니다. 내 ‘몸 안’에서 소화되고 흡수된 음식입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정신을 만드는 것은 내 눈이 가서 닿은 활자 그 자체가 아닙니다. 내 지성 안에 스며들고 물든 지식이라는 것이죠. 많은 책이나 자료를 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근잘근 씹어서 내 것으로 소화시키느냐’ 하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책을 잘근잘근 씹어서 내 것으로 소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시간과 횟수’를 더하는 게 제가 찾은 방법입니다. 100권의 책을 아무런 생각 없이 읽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한 권의 책을 100번 읽는 반복을 하는데, 과연 아무런 변화가 없을까요? 모든 일은 시간과 횟수에 따라 변화가 생깁니다.
책을 읽는데 단번에 이해되기를 기대하지 말고 그것이 내 경험과 생각 속에 거주하도록 만들려면 더 많은 시간과 횟수를 허락하면 됩니다.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면,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반복해 읽으면서 내 생각을 녹여내는 것이라고 답할 수 있겠네요. 책을 잘근잘근 씹어 내 것으로 소화시키면 어떤 변화와 성장이 일어나는지 경험하게 되실 겁니다.
내용 중 ‘금방 까먹을 것은 읽지도 마라’는 내용이 파격적이었는데 어떤 의미일까요?
책을 무작정 많이 읽는 것이 독서의 목표는 아니죠. 그런데 ‘한 달에 몇 권 읽기’ 식으로 숫자에만 연연하고, 읽은 후 돌아서면 잊는 경우를 봅니다. 두 번 이상 읽은 책이 몇 권이나 있으신가요? 실제로 두 번 이상 읽을 가치가 없는 것들은 대체로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는 것들입니다. 물론 고상한 콘텐츠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존재 속에 스며들 필요가 없는 지식을 읽느라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강조한 내용입니다.
어찌 보면 평생 공부하는 분이신데 재미있게도 스스로를 ‘유통업자’라고 하셨는데 어떤 뜻인가요?
저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책을 읽을 때면 행복했지만 부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나한테 별 재능이 없음을 인정하자 ‘빌려와서 사용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에게 창의적 재능은 없지만, 좋은 문장을 노트에 옮기고 다른 이들에게 계속 ‘유통’하면 이러한 사고구조가 내 안에서 형성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제 자신을 지식의 유통업자로 부르며 ‘혼자 알기에 너무 아까운 내용들을 사람들에게 유통하는 것’을 삶의 큰 소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교수님께서 한 독자에게 받은 메일에 답장을 보낸 내용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추천하던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짧게 소개해주세요.
우리는 인생을 너무 진지하게 바라보곤 하는데, 때로는 게임처럼 생각하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살다 보면 관계와 일에서 우리는 자주 ‘실점’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점은 지우개로 지우는 게 아닙니다. 새로운 ‘득점’으로 지워야 합니다. 사실 우리의 삶이 힘든 이유는 실점 때문이 아니라 그 실점을 상쇄하고 압도할 만한 득점의 계기가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능력은 실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점을 안고도 계속 게임에 참여해야 한다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한마디 남겨주세요.
저는 모든 사람이 자기 나름의 고유한 우물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깊은 우물물을 퍼낼 두레박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지요. 내게 자극이 되는 좋은 책을 만나고, 그 책들의 언어를 통해서 자신의 두레박을 발견한다면 각자의 우물이 다른 이들의 목을 축이는 샘물이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독자 한 분 한 분의 독서 여정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장경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와 장로회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 대학원에서 조직 신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일상생활의 깨달음과 감동을 전달하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삼고 있다. 스스로를 지식의 유통업자로 부르는 저자는 '혼자 알기에 너무 아까운 내용들을 사람들에게 유통하는 것'을 삶의 큰 소명으로 여기고 있다. 저서로는 『장경철 교수의 문화 읽기』, 『책 읽기의 즐거운 혁명』, 『축복을 유통하는 삶』, 『믿는다는 것의 행복』, 『사랑이 가장 아름답다』, 『신학으로의 초대』 외 다수가 있으며, 『하나님 상상하기』, 『기독교 조직 신학 개론』, 『조나단 에드워즈 철학적 신학』 등을 번역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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