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과 전문의 팔호광장 “부캐가 필요한 세상”
『알고 싶니 마음, 심리툰』
상담은 일대일로 이루어져 내담자의 처지나 마음을 개별적으로 평가하고 가능한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화를 그리면서 불특정 다수의 독자를 상대로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다 보니 유머를 의도하고 그린 그림이 어떤 분에게는 상처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2020.11.16)
현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심리학 웹툰 『알고 싶니 마음, 심리툰』을 그린 팔호광장 작가. 작가는 2018년에 처음으로 심리툰을 그리기 시작해 현재까지 네이버 베스트 도전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재를 이어가고 있다.
몰랐던 이에게는 지혜가, 심심한 이에게는 재미가, 괴로운 이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이번 책에는 내 마음, 인간관계, 사회 문제와 정신의학과 상담 에피소드 등 심리학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가 실렸으며, 객관적인 분석 외에도 읽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내용을 볼 수 있다. 작가가 말하는 심리툰과 심리학, 삶의 재미에 대해 들어본다.
어떤 계기로 심리학 웹툰 연재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예전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즐기셨는지도 궁금합니다.
태블릿PC를 충동적으로 구매한 뒤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언젠가 직장을 옮기던 시기에 만화를 그려 지인에게 보여줬더니 한번 연재해보라고 응원해주어서 우연히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디에 올려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평소에 보던 인스타그램에 만화를 연재하는 분들이 있다는 게 떠올라, 업로드를 하게 된 일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림을 그려본 적은 많지 않은데 워낙 산만해서 회의 시간에 공책에 낙서를 자주 하긴 합니다. 아주 어릴 때 그림 잘 그리던 사촌 형 집 다락방에 만화책이 가득 있었는데, 그곳에서 만화를 즐겨봤고 형님이 그려준 그림을 받아 와서 따라 그리곤 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경험과 배움이 이렇게 쓰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심리학에 대한 만화를 그린다는 건 상담이나 진찰과는 또 다른 일인데, 사람의 마음을 그림과 글로 옮겨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상담은 일대일로 이루어져 내담자의 처지나 마음을 개별적으로 평가하고 가능한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화를 그리면서 불특정 다수의 독자를 상대로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다 보니 유머를 의도하고 그린 그림이 어떤 분에게는 상처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만화라는 장르의 특성상 그런 유희적인 요소도 포기하기 힘든 창작의 즐거움 중 하나이긴 합니다만, 많은 분들이 봐주실수록 그 수위 조절이 더 조심스럽습니다.
예전보다는 우울증이라는 질환이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것 같아요. 누구나 ‘경미한 우울 증세’가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 같고요. 작가님도 이러한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고 계실 것 같아요.
요즘은 적극적으로 상담을 찾으시는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아주 최근에 생긴 변화이기도 한데 최근 출간되고 있는 심리학 관련 서적들의 영향도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팟캐스트나 유튜브 같은 매체를 통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상담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더 친근하게 만날 수 있어 기존의 벽들이 많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신체에 깃든다”는 말이 있고, 실제로 자주 쓰이기도 하는데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건강한 정신’은 무엇일까요?
정신은 결국 뇌에 있으며, 뇌는 몸이기 때문에, 결국 건강한 몸과 건강한 정신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알고 싶니 마음, 심리툰』과 같은 심리학 관련 도서를 읽는 것 외에도 정신의학과 심리학을 더 알고,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이 책의 추천사를 써주신 김지용 선생님이 속한 뇌부자들 팟캐스트와 유튜브 채널, 오진승 선생님이 활약하고 계신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 그리고 나의 마음과 친해지도록 도와주시고, 육아와 마음에 대한 다양한 책을 이미 많이 출간하신 ‘육아빠’ 정우열 선생님의 유튜브 채널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많은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혼자 이겨내기 힘든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이라면 꼭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이나 상담 센터를 찾으시길 권합니다.
책 내용을 보면 심리학 이야기와 연결 지을 수 있는 명언이나 발췌 글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 있다면요?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안 되면 되는 거 해라”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작가님은 어떤 일에서 삶의 재미와 원동력을 얻으시나요? 힘들고 지친 분들에게 추천해줄 만한 취미나 활동이 있으신가요?
요즘은 심리툰을 그리면서 독자들과 소통하게 되어 많은 감사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 코로나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져서 악기를 하나 배워볼까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보니까 도움이 되는 강의도 많더라고요. 열심히 배운다면 나중에 버스킹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독자 분들도 남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 만족할 만한 활동을 한 가지 정해서 남몰래 나 혼자만 레벨업해 보시는 것도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팔호광장’ 작가이기도 한 것처럼, 내 주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온라인상의 ‘부캐(부가 캐릭터)’를 하나씩 키워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내가 표현하지 못하는 나의 마음들을 부캐를 통해 표현하다 보면,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팔호광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동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 과정까지 수련했다. 춘천에 오래 살다 보니 정이 들어 춘천 중심에 있는 광장 이름을 필명으로 정했다. 전문의 자격 취득 후 평창에서 공중보건의 생활한 것을 인연으로 국립춘천병원 재직 당시 평창군 정신건강복지센터장을 역임했다. 억울함이 많아 공중보건의 시절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를 다니며 법학을 얕게나마 공부했고, 이후 수면 의학에 관한 연구로 의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8년에 우연히 심리학 만화를 그리기 시작해 ‘네이버 웹툰 베스트 도전 만화’에 선정되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독자들과 활발히 소통하며 웹툰을 연재 중이다. 현재는 제주도에 서식하며 상담을 이어나가는 중이고, 돌고래를 보기 위해 해변을 탐색하는 재미에 빠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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