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고정순 “다양한 책에서 그림책 소재를 얻어요”

그림책작가 고정순의 서재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독서는 가장 편한 자세로 세상과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내 안에서 생각의 단계를 차례로 밟아 나가는 행위라고 할까요. (2020.11.04)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며 글로 쓸 수 없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쓰고 그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림책 『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아빠는 내가 지켜 줄게』『철사 코끼리』『슈퍼 고양이』와 산문집  『안녕하다』『오월 광주는, 다시 희망입니다』 등을 쓰고 그렸고, 그린 책으로는 『아빠의 술친구』『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 등이 있다. 최신작으로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 등이 있다. 


책의 재미를 느꼈던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그림책을 혼자 준비하던 시절부터였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난독증이 있어 책과 친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읽어야 할 책이 적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하게 되었습니다. 일방적인 권장도서 목록을 벗어나면서 자발적으로 책을 즐기는 사람이 된 거죠. 원하는 책을 읽고 그 책에서 그림책 소재를 얻으면서 책과 제 작업이 서로 순환하는 걸 느꼈습니다.

책 읽는 시간은 작가님께 왜 소중한가요?

가장 편한 자세로 세상과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내 안에서 생각의 단계를 차례로 밟아 나가는 행위라고 할까요. 그런 과정이 없으면 책을 만들 때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강박이 있는 편입니다. 책 만드는 일 외엔 관심 가는 일이 없습니다. 취미도 없고 기분 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풍부한 경험을 갖기 힘듭니다. 그래서 책을 통해 본 세상의 풍경이 제게 소중하죠. 

요즘 작가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를 읽으며 행동하는 책이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이제니 시집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을 읽으며 예술이 세상에 나오는 과정을 시로 읽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내가 사는 세상에서 무수한 시간이 흘러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슬픔을 목도했습니다. ‘나도 세상과 사람 사이를 유연하게 흐르는 책을 만들 수 있을까?’ 이 바람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읽는 것만으로 충분하니까요. 

최근작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시소』와 『나는 귀신』을 연달아 만들며 두 책이 짝꿍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소』에 썼던 글처럼 “네가 있어 볼 수 있는 세상”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나는 귀신』 속 주인공처럼 “나는 점점 사라져.” 하며 슬퍼하지 않을 테니. 나는 다른 존재가 있어야 존재합니다. 전염병 시대를 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다른 존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저 | 이종인 역

숨결이 바람 될 때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저 | 이종인 역
흐름출판


그림책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의 시작이 되어 주었습니다. 끝까지 존엄을 지키려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노년은 어떤 형태로 찾아올지, 나는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우물에서 하늘 보기』

황현산 저

우물에서 하늘 보기
우물에서 하늘 보기
황현산 저
삼인


황현산 작가님의 모든 작품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이 책을 가장 좋아합니다. 부끄러움으로 시작해 앞날을 위한 혜안까지 고스란히 담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황현산의 우물은 그렇게 좁지 않았다고,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그렇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아빠의 아빠가 됐다』

조기현 저

아빠의 아빠가 됐다
아빠의 아빠가 됐다
조기현 저
이매진


이 책을 읽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글쓰기 공부를 했습니다. 감상문을 쓰고 각자 생각하는 복지와 약자를 지키는 우리 사회의 마지노선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으며, 일면식 없는 청년을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사회적 약자를 위로하는 건 공허한 희망이 아니라, 정확하게 현실의 문제를 인식하고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믿게 해 준 책입니다.


『반달』

김소희 글 


반달
반달
김소희 만화
만만한책방


작가가 유년의 기억을 꺼내는 다양한 방식 중 이 책이 지니는 순정한 매력을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칸과 칸 사이에 유유하게 흐르는 행간의 의미와 문학적 깊이를 난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좋은 책의 조건이 무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좋은 책이라고 주저 없이 소개하고 싶습니다.


『관촌수필』

이문구 저

관촌수필
관촌수필
이문구 저
문학과지성사


무인도에 단 한 권의 책만 갖고 갈 수 있다면 이 책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이 마음이 변하고 다른 책에 눈길이 간다 해도 『관촌수필』이 남긴 아름다운 문장은 잊기 힘듭니다. 사는 동안 이런 소설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하고 서운한 그런 책입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 영화, 공연, 음악, 미술, 대중문화, 여행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ebook

<폴 칼라니티> 저/<이종인> 역11,200원(0% + 5%)

[뉴욕타임스] 12주 연속 1위, 아마존 종합 1위 전 세계 38개국 판권 수출, 2016년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 신경외과 의사로서 치명적인 뇌 손상 환자들을 치료하며 죽음과 싸우다가 자신도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죽음을 마주하게 된 서른여섯 젊은 의사 폴 칼라니티의 마지막 2년의 기록. 출간 즉시 아마존..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AI, 전혀 다른 세상의 시작일까

유발 하라리의 신작. 호모 사피엔스를 있게 한 원동력으로 '허구'를 꼽은 저자의 관점이 이번 책에서도 이어진다. 정보란 진실의 문제라기보다 연결과 관련 있다고 보는 그는 생성형 AI로 상징되는 새로운 정보 기술이 초래할 영향을 분석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한국 문학의 지평을 더욱 넓혀 줄 이야기

등단 후 10년 이상 활동한 작가들이 1년간 발표한 단편소설 중 가장 독보적인 작품을 뽑아 선보이는 김승옥문학상. 2024년에는 조경란 작가의 「그들」을 포함한 총 일곱 편의 작품을 실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들과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다.

주목받는 수익형 콘텐츠의 비밀

소셜 마케팅 전문가 게리 바이너척의 최신작. SNS 마케팅이 필수인 시대, 소셜 플랫폼의 진화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을 위한 6단계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다. 광고를 하지 않아도, 팔로워 수가 적어도 당신의 콘텐츠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삶의 끝자락에서 발견한 생의 의미

서른둘 젊은 호스피스 간호사의 에세이. 환자들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며 겪고 느낀 경험을 전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과 나눈 이야기는 지금 이순간 우리가 간직하고 살아야 할 마음은 무엇일지 되묻게 한다. 기꺼이 놓아주는 것의 의미, 사랑을 통해 생의 마지막을 돕는 진정한 치유의 기록을 담은 책.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