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순 “다양한 책에서 그림책 소재를 얻어요”
그림책작가 고정순의 서재
독서는 가장 편한 자세로 세상과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내 안에서 생각의 단계를 차례로 밟아 나가는 행위라고 할까요. (2020.11.04)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며 글로 쓸 수 없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쓰고 그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림책 『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 『아빠는 내가 지켜 줄게』, 『철사 코끼리』, 『슈퍼 고양이』와 산문집 『안녕하다』『오월 광주는, 다시 희망입니다』 등을 쓰고 그렸고, 그린 책으로는 『아빠의 술친구』, 『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 등이 있다. 최신작으로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 등이 있다.
책의 재미를 느꼈던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그림책을 혼자 준비하던 시절부터였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난독증이 있어 책과 친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읽어야 할 책이 적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하게 되었습니다. 일방적인 권장도서 목록을 벗어나면서 자발적으로 책을 즐기는 사람이 된 거죠. 원하는 책을 읽고 그 책에서 그림책 소재를 얻으면서 책과 제 작업이 서로 순환하는 걸 느꼈습니다.
책 읽는 시간은 작가님께 왜 소중한가요?
가장 편한 자세로 세상과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내 안에서 생각의 단계를 차례로 밟아 나가는 행위라고 할까요. 그런 과정이 없으면 책을 만들 때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강박이 있는 편입니다. 책 만드는 일 외엔 관심 가는 일이 없습니다. 취미도 없고 기분 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풍부한 경험을 갖기 힘듭니다. 그래서 책을 통해 본 세상의 풍경이 제게 소중하죠.
요즘 작가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를 읽으며 행동하는 책이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이제니 시집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을 읽으며 예술이 세상에 나오는 과정을 시로 읽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내가 사는 세상에서 무수한 시간이 흘러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슬픔을 목도했습니다. ‘나도 세상과 사람 사이를 유연하게 흐르는 책을 만들 수 있을까?’ 이 바람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읽는 것만으로 충분하니까요.
최근작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시소』와 『나는 귀신』을 연달아 만들며 두 책이 짝꿍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소』에 썼던 글처럼 “네가 있어 볼 수 있는 세상”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나는 귀신』 속 주인공처럼 “나는 점점 사라져.” 하며 슬퍼하지 않을 테니. 나는 다른 존재가 있어야 존재합니다. 전염병 시대를 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다른 존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폴 칼라니티 저 | 이종인 역
그림책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의 시작이 되어 주었습니다. 끝까지 존엄을 지키려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노년은 어떤 형태로 찾아올지, 나는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황현산 저
황현산 작가님의 모든 작품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이 책을 가장 좋아합니다. 부끄러움으로 시작해 앞날을 위한 혜안까지 고스란히 담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황현산의 우물은 그렇게 좁지 않았다고,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그렇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조기현 저
이 책을 읽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글쓰기 공부를 했습니다. 감상문을 쓰고 각자 생각하는 복지와 약자를 지키는 우리 사회의 마지노선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으며, 일면식 없는 청년을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사회적 약자를 위로하는 건 공허한 희망이 아니라, 정확하게 현실의 문제를 인식하고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믿게 해 준 책입니다.
김소희 글
작가가 유년의 기억을 꺼내는 다양한 방식 중 이 책이 지니는 순정한 매력을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칸과 칸 사이에 유유하게 흐르는 행간의 의미와 문학적 깊이를 난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좋은 책의 조건이 무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좋은 책이라고 주저 없이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문구 저
무인도에 단 한 권의 책만 갖고 갈 수 있다면 이 책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이 마음이 변하고 다른 책에 눈길이 간다 해도 『관촌수필』이 남긴 아름다운 문장은 잊기 힘듭니다. 사는 동안 이런 소설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하고 서운한 그런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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