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인 김언호 “책은 새로운 세계에 눈뜨는 힘”
출판인 김언호의 서재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우리 시대의 현인들의 생각과 실천을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우리 시대의 정신사·사상사를 다시 만나야 합니다.(2020.11.03)
출판인 김언호는 1968년부터 1975년까지 동아일보 기자로 일했으며, 1976년 한길사를 창립하여 2020년 44주년을 맞았다. 1980년대부터 출판인들과 함께 출판문화와 출판의 자유를 신장하는 운동을 펼친다. 1998년 한국출판인회의를 창설하고 제1·2대 회장을 맡았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1기 위원을 지냈다.
2005년부터 한국·중국·일본·타이완·홍콩·오키나와의 인문학 출판인들과 함께 동아시아 출판인회를 조직하여 동아시아 차원에서 출판운동·독서운동에 나섰으며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제2기 회장을 맡았다. 1980년대 후반부터 파주출판도시 건설에 참여했고 1990년대 중반부터는 예술인마을 헤이리를 구상하고 건설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책의 재미를 느꼈던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저는 저 농촌의 아주 가난한 중학교를 다녔습니다. 집에는 물론이고 학교에도 책이 없었습니다. 책방도 없었습니다.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학교 앞에 줄지어 있는 책방을 드나들면서 책의 세계를 발견했습니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참으로 황홀한 책의 유토피아였습니다.
저는 잡지 『사상계』를 열심히 읽었습니다. 『사상계』는 인문·사회 종합 잡지였습니다. 『사상계』를 통해 함석헌 선생을 본격적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저의 책 읽기는 『사상계』와 함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서울에서 대학 다닐 때부터는 동대문 헌책방을 열심히 찾았습니다. 우리 민족사를 다룬 책들을 열독했습니다. 책값이 싼 을유문고, 삼중당문고 등을 읽었습니다. 문학보다는 인문·사회·역사·철학에 경도되었습니다. 약간 편향된 책 읽기였습니다. 문학예술은 대학을 졸업하고부터 읽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책 읽는 시간은 작가님께 왜 소중한가요?
책은 새로운 세계에 눈뜨는 가장 원천적인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이야말로 내 삶의 실존적 가치를 일으켜 세우는 참으로 경이로운 매체이니까요. 올해로 제가 책 만든 지가 44년이 되었는데, 제게 책 만들기는 독서입니다. 제가 읽고 싶은 책을 만들어왔습니다. 제가 확실하게 동의하는 책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수용된다고 생각합니다. 한 권의 책이 한 개인은 물론이고 한 시대를 아름답게 변혁시킨다는 확신을 책을 만들면서 더 하게 됩니다. 사유의 힘, 빛나는 삶이란 책 쓰기, 책 만들기, 책 읽기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작가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고전입니다. 고전의 반열에 서는 문제작들을 독서함으로써 나의 독서력을 더 심화해보는 실험 같은 걸 하고 있습니다. 문명사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집니다. 사회사 같은 주제를 주목해서 읽게 됩니다. 코로나19로 당하는 세계적 재난의 근원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좋은 소설은 우리 삶을 위무하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탁월한 문학가들의 상상력과 통찰을 새삼 경탄합니다.
최근작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 출판인으로서 저의 경험과 생각을 담아내는 책을 몇 권 펴냈습니다. 최근에 펴낸 『김언호의 세계서점기행』은 한 전문 출판인으로서 책에 바치는 헌사입니다. 서점은 태생적으로 시민사회입니다. 서점은 참으로 아름다운 문화공간입니다. 도시의 이성이고 빛입니다. 한 권의 책은 서점공간에서 독자들을 만나면서 지적·정신적 창조의 역량으로 존재하게 됩니다.
막 펴낸 『그해 봄날』은 내가 책을 만들면서 만난 우리 시대의 현인들 이야기입니다. 험난한 시절, 저는 이 현인들을 만나고 책을 만들면서 용기를 얻었습니다. 인간의 길, 삶의 지혜였습니다.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우리 시대의 현인들의 생각과 실천을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우리 시대의 정신사·사상사를 다시 만나야 합니다.
에릭 홉스봄 | 한길사
‘자본주의 3부작’으로 알려진 홉스봄의 저작 전 3권은 탁월한 역사이자 실록문학입니다. 18 ·19세기 서구 자본주의 역사전개를 흥미롭게 서술해낸 홉스봄 선생은 진보적 역사가로서 1980년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우리 출판사를 방문한 바 있습니다. 선생은 역사란 ‘희망’의 학문이라고도 했습니다.
레비-스트로스 | 한길사
현대구조주의 사상의 새로운 장을 연 레비-스트로스는 인류학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전반에 인식론적 전환을 가져온 대학자입니다. 『슬픈 열대』는 브라질에 체류하면서 써낸 기행문학의 고전입니다. 서구인의 사유방식을 지배해온 '문명'과 '야만'의 개념을 통렬히 비판합니다. 비인간적인 현대문명에 분노와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함석헌 | 한길사
아시아에 우뚝 서는 함석헌 선생의 방대한 사상의 한 줄기입니다. 한국사의 관점을 전혀 새롭게 구현해낸 역사철학이고 역사문학입니다. 우리 민족사를 고난의 사관으로 풀어냈습니다. "『성경』만이 완전한 진리가 아니다. 모든 종교의 궁극은 하나다!" 한국인들에게 역사로 용기를 심어주는 한 권의 책입니다.
임헌영, 리영희 저 | 한길사
임헌영과의 대화로 풀어내는 진보 지식인 리영희의 자서전. 분단과 전쟁, 권위주의 정치로 고단한 우리 시대를 성찰해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이성의 행위다. 그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했다.” 진실과 진리를 탐구해내는 위대한 저널리스트 리영희 선생은 그러나 청년들을 격려합니다. 진정한 지식인 리영희 선생을 온 마음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시오노 나나미 | 한길사
서양문명사의 가장 큰 줄기 로마제국의 흥망사를 다룬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여전히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로마제국의 세계화 전략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거작입니다. 즐거운 역사 읽기의 전범 같은 책입니다.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 한길사
소설 쓰기의 새로운 차원을 보여주면서 세계의 문학 독자들을 열광시키는 대작 시리즈. 크나우스고르는 노르웨이 문학을 세계에 한 차원 높인 중심작가입니다. 크나우스고르는 탁월한 작가이자 경이로운 독서가입니다. 음악과 미술에 조예가 깊습니다. 뭉크의 미술전을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이탈리아의 얼굴 없는 작가 엘레나 페란테는 세계에 ‘페란테 열병’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두 여자 친구의 60여 년에 걸친 애증을 통해 이탈리아 현대사를 성찰합니다. 영화로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 제2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제3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제4권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는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열광적으로 읽히는 소설입니다. 이탈리아 문학의 진면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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