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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노중훈 “할머니 식당이라는 장르”

『할매, 밥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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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이야기가 구차하고 누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벽을 치는데 그러면 저는 굳이 안 넘으려고 해요. 넘어서 뭐 하겠어요. 싫다고 하면 안 해야죠. (2020.10.16)


여행작가 노중훈에게는 소사(小事)가 대사(大事)다. 간판 없는 작고 허름한 가게를 찾아다니는 것도, 그곳에서 만난 할머니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듣고 전하는 것도, 라디오를 좋아하며 사는 것도 모두 그 때문이다. 작은 것을 귀히 여기는 마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만나 새 책 『할매, 밥 됩니까』를 만들었다. ‘맛집’을 소개하는 책이 아닌 ‘노동기’로 읽히기 바란다는 노중훈 작가. 그와 서울 숭인동의 작은 슈퍼에서 만나 막걸리와 김치전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김제동과의 ‘썰’이 모여 탄생한 책

인터뷰 장소를 고심하셨다고요.  

피해가 갈까 봐요. 여기 슈퍼 어머니가 놀라실까 봐 그런거고 장소를 엄선한 건 아니에요. 혹시 쫓겨나면 골목에 가서 해야겠다 하고 왔죠. 

한동안 금주하셨다고 들었는데 오늘 술 괜찮으신가요?

최근에 건강 때문에 조심했어요. 그런데 오늘은 촬영도 해야 하고…콘셉트죠. 그래야 푸근한 작가로 나올 거 아니에요. (웃음) 

오래전부터 할머니 식당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 인터뷰 기사나 유튜브 <할매와 밥상>을 보면 그런 마음에 대한 단서들이 나오더라고요. 언제부터 할머니 식당에 주목한 건가요? 

찾아다닌 지는 오래됐어요. 제가 누구한테든 잘 물어보거든요. 어르신들하고 잘 이야기하는 편이고 넉살도 좋고요. 그래서 할머니가 하는 식당에 가면 편해요. 요즘 음식이나 식당을 다루는 콘텐츠가 많잖아요. 여행작가로서 잘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이런 게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이니까 할머니 식당 이야기를 하자 싶었죠. 

할머니 식당이라는 주제로 차별화하고 싶었다는 말인가요?

그런 셈이죠. 그리고 음식을 잘 몰라요. 잘 먹고 음식을 편견 없이 보지만, 어떤 음식에 뭐가 들어가고 맛이 어떻고 이런 걸 잘 몰라요. 예를 들면 절대 미각자들 있잖아요. 한 번 보면 눈앞에 그림이 그려지는 사람들. 나는 그런 건 모르니까 사람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었어요. 

할머니 식당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요? 

결정적인 계기는 라디오예요. 여행작가로 라디오에 오래 출연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요. 그동안은 할머니 식당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받아줄 디제이가 없었어요. 그런데 김제동 씨가 나타난 거죠. 김제동 씨는 시골에서 자라서 할머니 식당의 정서를 잘 알아요. 제동 씨한테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죠. 대본이 없었어요. 다른 프로그램도 거의 대본 없이 하지만, 제동   씨랑 한 프로그램은 정말 작가들이 딱 식당 이름 한 줄만 보내요. 그러면 그거 가지고 저랑 제동 씨랑 둘이 썰을 풀고요. 그렇게 했던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여서 여기까지 온 거예요.   

그래서인지 라디오 사연 같은 느낌이 있어요. <인간극장>을 보는 것 같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회의감도 들었어요. 이런 이야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요. 식당 할머니가 반영구 눈썹 문신한 이야기를 내가 왜 쓸까……(웃음) 사소한 이야기잖아요. 누가 라디오에서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냐고 면박을 주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래서 위축되기도 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고, 자부심이 생기더라고요. 나중에는 이게 나만의 장르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서 밀어붙였고요. 

제목은 어떻게 나왔나요?

김제동 씨가 지어준 제목이에요. 요란한 걸 안 좋아하고 쑥스럽기도 해서 처음에는 ‘할머니 밥상 이야기’처럼 평이한 제목을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동 씨가 듣고 재미없다고 ‘할매, 밥 됩니까’로 하라고 추천하더라고요. 제동 씨 고향이 경북 영천이거든요. 사투리로 해야 맛이 살아요. 아침 먹을 때였는데 같이 먹던 피디, 작가가 듣고 다 손뼉 쳤어요. 이 제목이 정해지면서 막연하게 출간의 실마리가 잡히는 것 같았고, 책을 진짜 내야 할 것 같다는 의무감도 생겼고요.

식당은 어떤 기준으로 골랐나요?

특별히 기준이 있었던 건 아니고요. 굳이 꼽자면 지역이 고르게 들어가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많이 듣고, 메모를 많이 한 곳, 최근에 다녀온 곳 위주로 골랐고요. 

사진이 적재적소에 등장해서 더 재밌게 읽었어요. 직접 찍으셨다고요.

이 책의 가장 큰 난관은 사진이었어요. 밥 먹으러 가서 요란하게 사진 찍는 걸 싫어해요. 책을 낼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사진이 더 없었고요. 그리고 작업용 카메라가 아니라 핸드폰으로 찍어서 편집자가 사진 때문에 정말 고생 많이 했죠. 아마 디자인하시는 분도 이 사람은 여행작가 겸 사진가라고 하는데 사진이 이렇게 없나 싶었을 거예요.  

어쩐지 사진이 친근하더라고요. (웃음) 먹기 전 사진, 먹은 후 사진 이런 것들도 있고요.  

편집자가 처음에 사진이 이게 다냐고 그러는데 너무 창피하더라고요. 각 잡고 찍은 사진들이 아니니까 그럴싸한 사진이 없어요.

 



식당 찾는 방법? 좋아하면 보여요 

이런 식당들을 어떻게 찾는지가 가장 궁금했어요. 

만고불변의 진리인 것 같아요. 좋아하면 보여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해 보세요. 일거수일투족이 얼마나 잘 보여요. 뚜렷하고 기억에 오래 남고요. 다른 답은 없는 것 같아요. 너무 좋아하니까요. 만약 이 책의 후속편을 내면 여기 ‘금릉 슈퍼’도 소개하고 싶어요. 북 콘서트도 여기서 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7~8명 정도 모여서 전세 내고, 먹고 싶은 대로 꺼내 먹고, 과자 집어 먹으면서요.  

그럼 평소에 걸어 다니면서도 습관적으로 작은 가게들을 보나요?

그럼요. 평일 낮에 모르는 동네 걸어 다니는 게 제일 좋아요. 서울이든 지방이든 상관 없이요. 그러다 좋은 곳 발견하면 구경도 하고 적기도 해요. 유일하게 메모하는 게 그런 것들이에요. 꼭 가봐야겠다 싶은 곳들. 이 책에 담긴 내용도 핸드폰에 다 들어 있어요. 녹취를 안 하니까 빨리 듣고 화장실 가서 메모하고, 버스 타서 적는 거죠. 틀리면 안 되니까요. 물론 틀린 것도 많아요. 

녹취를 전혀 안 하나요?

딱 두 번 했어요. 그것도 극히 일부만요. 그래서 어디 갔다 오면 빨리 적어야 해요. 사라지니까. 마음에 드는 곳에 가면 그만큼 메모도 많아져요. 그리고 다음에 또 가죠. 

하정민 피디가 추천사에서 쓴 것처럼 묘사가 아주 디테일해요. 

제가 자신 있어 하는 것 중 하나가 말주변이고, 또 다른 하나가 기억력이에요. 사소한 것에 대한 기억력이 좋아요. 타고난 것 같아요. 내추럴 본. (웃음) 

장소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 같아요. 이유가 있나요?

이런 곳에 오면 대부분 제가 막내거든요. 그래서인지 마음의 경계가 쉽게 풀어지는 것 같아요. 긴장할 필요가 없고, 응석 부리거나 어리광을 피워도 용서되는 느낌이랄까요. 다른 곳에 가면 거의 고참이거든요. 특히 여행 작가나 잡지 기자들 사이에서는 왕고참이니까 거기서는 절대 그럴 수 없죠. 그런데 여기는 그래도 되니까 애착이 가요.  

식당에 갈 때 꼭 선물을 사가더라고요. 전략인가요?

기름칠하는 거예요. 

주로 빵을 사는 이유가 있다면요?

어머니들이 양식을 잘 안 접하시니까요. 한식 위주로 드시니까 빵을 사는 거고 실제로 이런 작은 선물이 징검다리 역할을 할 때가 많아요. 그리고 진심으로 고맙기도 하고요. 직접 가보시면 알 거예요. 음식이 저렴하고 맛있으니까 뭔가를 해드리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서울에서부터 선물을 사갈 수는 없잖아요. 어떤 할머니를 만날지 알 수 없으니까요. 너무 오버해서 비싼 걸 사도 부담스럽고 제 스타일에도 맞지 않으니까 동네에 있는 허름한 빵집에서 빵을 사서 표현하는 거죠. 

할머니들의 마음이 그러데이션처럼 천천히 열리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제일 대화하기 어려웠던 할머니가 있었나요?

다 조금씩 벽이 있었어요. 첫 장면이 따뜻했던 대전 ‘테미 주막’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는데요.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신분을 숨기고 사는 요원 같은 느낌이 있었죠. 그래서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겠다 싶었는데 그날 같이 간 친구 중에 대전 토박이가 있었어요. 그 동네를 잘 아니까 어머니와 접점이 있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게 되고, 술 마시다 보니 어머니도 흥겨워서 마음이 풀린 것 같아요. 

벽을 허무는 노하우가 있나요?

본인의 이야기가 구차하고 누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벽을 치는데 그러면 저는 굳이 안 넘으려고 해요. 넘어서 뭐 하겠어요. 싫다고 하면 안 해야죠. 그리고 이건 제일 중요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여우 같은 건데 어머니들의 심기를 잘 살펴야 해요. 이것까지 물어봐도 되겠다, 안 되겠다를 잘 알아야죠.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니까 그분들의 정신적, 육체적 컨디션을 살피는 게 중요해요. 오래된 식당이라고 해서 다 퍼주고 인심 좋은 게 아니에요.

그런 환상이 있죠. 오래된 식당이나 할머님이 운영하는 식당에 대한. 

예를 들어서 오늘 어머니가 엄청 피곤한데 처음 가는 손님이 문 닫을 시간 즈음에 가서 다짜고짜 ‘국수 하나 주세요’ 이러면 꼴 보기 싫죠. 유명한 레스토랑에 가면 테이블 매너를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하잖아요. 사실 제일 매너가 필요한 게 할머니 식당이에요. 그분들의 컨디션을 잘 파악해야 해요. 그래야 좋은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니까요.  

그럼 할머니 식당에서 지켜야 할 매너를 정해준다면요?

편한 마음으로 있는 건 좋지만, 얕잡아 본다거나 요란하게 행동하면 안 되고요. 하여튼 말을 들어야 해요. 안 된다고 하면 군소리 달지 말고요. 몇 번 가서 얼굴을 익힌 사람이면 메뉴판에 없는 것도 해주지만, 블로그에서 특수한 사례를 보고 가서 ‘누구는 해줬다던데 그거 한 번 해주세요’ 이런 거 하지 말아야죠. 그리고 평가하지 말고요.  

현장에서 맛을 평가하지 말라는 뜻인가요?

제일 싫어하는 게 음식 먹고 이러쿵저러쿵하면서 자기가 하늘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이에요. 보기 싫잖아요.  

맛집 콘텐츠나 SNS가 발달하면서 그런 태도가 더 습관화된 것 같기도 해요. 

평가할 수는 있는데 그걸 과신하거나 너무 잘난척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태도가 정말 중요하죠. 평가하는 태도요.  




라디오 좋아하는, 라디오 같은 사람 

라디오 애청자분들하고 투어를 하신다고요. 지금은 중단된 건가요?

코로나 때문에요. 지금까지 열다섯 번 정도 했거든요. 지방 출장 갈 때마다 SNS에 올려요. 여기 사는 청취자분 중에 저녁 드실 분 만나자고요. 그러면 항상 몇 분씩 나오세요. 라디오의 힘이죠. 

주로 어떤 분들인가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모이는데요. 라디오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비슷해요. 자잘한 것 좋아하고, 쓸데없는 거에 신경 쓰는 사람들이에요. 한 명 나온 적 한 번 있었고, 아무도 안 나온 적도 있었어요. 충남 아산에서. 

한 명 나왔을 때의 풍경이 궁금하네요. 

전라북도 익산이었어요. 남자분이었는데 순대집 가서 둘이서 막창 구이에 술 먹었죠. 재밌었어요. 

처음 만난 청취자들하고 어떤 이야기를 하나요?

제한이 없어요. 정말 웃겨요. 그분들은 저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 있잖아요. 라디오를 들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저한테 별 이야기를 다 해요. 남편이랑 싸운 이야기, 자식 이야기까지요.  처음 봤는데도 그런다니까요. 희한해요. (웃음) 택시 운전하는 분, 학생 가르치는 분 등등 직업도 다양해요. 그분들 일 이야기 듣는 것도 재밌고, 배우는 것도 많아요. 대부분 그 지역에 사는 분들이니까 좋은 정보원이 되어 주시고요. 

모임이 라디오 같네요. 

한 번도 안 좋았던 적이 없어요. 라디오 밖에서 라디오를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 있고, 만나면 진솔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사실 요즘 라디오가 마음에 안 들거든요. 너무 시끄러워요. 초대 손님 불러서 신변잡기하고 떠드는 게 다수고, 예전처럼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사연 읽고 대화하는 프로그램이 없어요. 매체로서 힘을 잃으면서 살아남기 위해서 TV 예능과 비슷한 분위기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물론 저도 거기에 일조하고 있어서 창피하죠. 그래서 이건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기도 한데요. 게스트로 나갔을 때는 그 프로그램의 포맷에 맞춰 주는 게 의무이기도 하니까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어요. 이런 아쉬움 때문에 라디오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오프라인으로 더 만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김제동 씨가 추천사를 썼어요. 넉살은 좋은데 부탁을 어려워한다고요. 

베푼 적이 없기 때문에 베풂을 받는 게 부끄러운 거죠. 그리고 원래 먼저 연락을 잘 안 해요. 제동 씨한테도 전화한 게 아니라, 하정민 PD를 따라가서 말했어요. 다른 친구들한테도 마찬가지인데 먼저 연락해 본 적이 없어요.  

왜 안 하세요? 쑥스러워서요?

그것도 그렇고요. 부담을 느낄까 봐요. 점점 후배들이 많아지는데 저는 선배니까 후배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럽잖아요. 반갑지 않은데 반가운 척하면서 전화 받아야 하는 그 사람의 고통이 얼마나 크겠어요. 명절이라고 굳이 인사하고 싶지 않은데 인사하는 것도 그렇고요. 그런 걸 잘 못 해요. 그래서 제동 씨한테도 진짜 어렵게 부탁했어요. 



음, 작가님 MBTI가 궁금해지네요. (웃음)

안 해봤지만 제일 소심한 게 나오겠죠.

그런데 그만큼 다른 사람을 섬세하게 살피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할머니 이야기도 쓰셨을 테고요. 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완급 조절을 잘하시더라고요.   

그런 게 있겠죠. 적나라하게 이야기한 것도 있지만, 감춘 것도 많아요. 사실 꼭 어떤 이야기를 듣는 게 목적이 아니기도 했고요. 시답지 않는 이야기를 하다가 슬쩍 여쭤보면 나중에는 어머니들이 그만 듣고 싶을 정도로 이야기하세요. 귀에서 피가 난다니까요. (웃음) 어머니들이 적막하고 외로워하세요. 손님이 많은 것도 아니고, 자식이랑 같이 사는 분도 없고요. 그런데 저 같은 사람이 가서 많이 팔아주고 현금 내고, 이야기 들어주니까 신나죠. 가만히 들어보면 할머니 중에 달변가들이 참 많아요. 기억력도 좋고요. 물론 왜곡과 과장의 함정이 있지만요. (웃음)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작가가 한곳에 오래 머문 식당을 유독 좋아한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의미심장했어요. 이유를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질문에 답이 있는 것 같아요. 정착하지 않는 직업이잖아요. 그러니까 반대급부로 한곳에 오래 머문 식당에 끌리는 거겠죠. 자연스럽게요. 그리고 대단하잖아요. 생각보다 한 자리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장소를 찾기가 어려워요. 특히 우리나라가 그래요. 누각이나 궁이나 터를 다 보수하잖아요. 보존 안 하고요. 최근 들어 복고, 레트로 바람이 불어서 오래된 곳 찾아다니고 부각되어서 그렇지 실제로 거의 보존된 곳이 없어요. 버려지죠. 제가 잘 안 바뀌는 사람이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노중훈

여행작가로, 20년째 여행 중이다. ‘몇 개 국 몇 개 도시를 다녔다’는 말을 싫어한다. 모래성 같은 미식 풍경 속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며 우리 이웃의 끼니를 돌봐온, 허름하고 정겨운 ‘풀뿌리 식당’을 기꺼이 찾아 쏘다닌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고, 낡고, 허름한 식당들을 모아 『식당 골라주는 남자』를 펴냈고 『백년식당』과 『노포의 장사법』의 사진으로 참여했다. 돌아다니고 많이 먹는 것 이외에 줄기차게 해온 일로는 라디오 출연이 있다. MBC 라디오 [노중훈의 여행의 맛]과 유튜브 채널 펀플렉스 [노중훈의 할매와 밥상]의 진행자로 여행의 ‘참맛’을 설파하고 있다. 



할매, 밥 됩니까
할매, 밥 됩니까
노중훈 저
중앙북스(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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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진영

할매, 밥 됩니까

<노중훈> 저15,120원(10% + 5%)

작고 허름하고 낮게 엎드린 동네 식당들, 그 식당들을 오래 지킨 사람들, 그 사람들이 켜켜이 쌓아온 시시콜콜한 이야기 오랜 시간 한자리에 머물며 마을을 지켜온 식당들이 있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그러나 등잔불처럼 스며들어 끼니의 존엄을 수호하고 일상을 밝히는 공간들. 여행작가 노중훈은 『할매, 밥 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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