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비건의 문턱을 낮춰줄 쉬운 레시피
책읽아웃 - 김하나의 측면돌파 (139회) 『오늘 조금 더 비건』, 『일기 쓰고 앉아 있네, 혜은』, 『혼자 가야 해』
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 삼천포책방입니다.(2020. 06. 11)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비건 레시피가 실린 『오늘 조금 더 비건』, 14년 동안 일기를 쓰며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담아낸 『일기 쓰고 앉아 있네, 혜은』,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에게 위로를 주는 그림책 『혼자 가야 해』를 준비했습니다.
초식마녀 저 | 채륜서
저자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장인이고 비건이에요. 인스타그램에 비건 레시피를 네 컷 만화로 그리기 시작했는데 많은 이들에게 ‘너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레시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얻게 됐고 유튜브도 시작하게 됐어요. 『오늘 조금 더 비건』에도 쉬운 비건의 레시피가 네 컷 만화로 그려져 있습니다. 부제가 ‘작은 부엌에서 시작하는 생활 밀착형 비건 라이프’인데요. ‘생활 밀착형’이라는 다섯 글자가 이 책을 잘 말해준다고 생각해요. 책을 보면서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요리들도 있었지만 이미 만들어 먹었던 요리도 있을 정도로, 비건이 아니라 할지라도 일상생활에서 채소 요리를 해먹을 때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레시피들이에요. 콩고기를 이용한다거나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소스를 이용하는 레시피도 있지만, 들깨버섯볶음이나 단호박찜처럼 익숙한 메뉴들이 많아요.
이 책은 아침, 점심, 저녁 섹션으로 나눠서 그때 해먹으면 좋을 식단들을 소개하고 있고요. 책 마지막에는 Q&A가 실려 있습니다. 비건이 된 계기, 비건으로 살면서 받게 되는 질문들, 자신이 비건임을 주변에 알린 방법 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레시피를 몇 개 소개해 볼게요. 아침에는 바쁘니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들이 나와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들깨미역국’이었어요. 여기에 저자님은 연두부를 넣는다고 하는데요. 이게 노하우가 아닌가 싶었어요. 아침 대용으로 너무 든든할 것 같고 목넘김도 되게 부드러울 것 같잖아요. 레시피가 정말 간단해요. 불린 미역, 물, 들깨가루를 1:2:1.5로 준비하고요. 들기름에 미역을 볶아주고, 물을 넣고 팔팔 끓인 다음, 들깨가루를 넣고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마지막에 부드러운 연두부를 넣어주면 됩니다.
점심 메뉴 중에는 ‘두부오이비빔국수’가 있었어요. 역시 네 컷으로 간단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소면을 삶고 이때 끓는 물에 두부를 같이 데워줘요. 찬물에 소면을 헹구면서 두부를 살살 으깨고요. 감자칼로 오이를 저며서 넣고 간장, 들기름, 들깨가루, 김가루 넣고 비비면 끝입니다.
저는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을 만들 때 실패할 확률이 높더라고요. 어떤 맛인지 모르기 때문에 양념을 가감하기가 어려운 거예요. 이 책에는 알 것 같은 맛, 최소한 짐작이라도 할 수 있는 맛의 음식들이 있기 때문에 만들어 볼 용기가 나요. 그리고 이미 먹어본 요리들도 있다 보니까 비건이 막연히 어렵게 느껴지지 않고 문턱이 낮아진 느낌이라 좋았습니다.
윤혜은 저 | 어떤책
‘쓰다 보면 괜찮아지는 하루에 관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에요. 제목에 나오는 ‘혜은’은 윤혜은 저자님의 이름에서 따온 것 같고요. 이 분은 10대 때 친구랑 서점에 가서 매우 매우 두꺼운 일기장을 샀는데 ‘10년 일기장’이었어요. 10년 동안 쓸 수 있는 일기장을 충동적으로 구매하게 됩니다. 이 일기장이 약간 특이하게 생겼대요. 예를 들면, 2020년부터 2030년부터 쓸 수 있는 일기장이라면 2020년, 2021년, 2022년의 1월 1일이 한 장에 쓰여 있어요. 10년을 한 페이지에 볼 수 있는 건데, 그것 때문에 일어나는 에피소드도 책에 나와 있습니다.
책을 열면 그 일기장의 표지가 사진으로 들어가 있어요. 자세히 보시면 ‘17~27, 윤혜은’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고요. 2007년부터 2027년까지 쓰는 일기장인 거죠. 저자는 이미 ‘10년 일기장’을 다 쓰고 2017년에 새로운 ‘10년 일기장’을 다시 시작했어요. 한 장을 더 넘기면 실제로 일기를 썼던 한 페이지가 나와 있습니다. 보시면 정말 빼곡해요. 하루당 쓸 수 있는 분량이 네다섯 줄 정도이고요. 항상 같은 여백과 글씨체, 글자 수로 쓰신 게 아니고 어떤 날은 조금만 쓰기도 하고 어떤 날은 관람한 공연 티켓을 붙여놓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다양하게 쓴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뒷장에 보시면 또 다른 페이지의 일기가 나와 있어요.
저자는 프리랜서 기자로 여러 매체에 글을 싣고 있고요. 그 전에는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고 해요. ‘혜은’이라는 필명으로 독립출판물 『베를린 감상집』, 『대만 관찰기』를 출간했고, 지금은 여성영화 미디어 ‘퍼플레이’를 비롯해서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첫 번째 ‘10년 일기장’을 다 쓰고 두 번째 ‘10년 일기장’을 4년 가까이 쓴 내용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예요. 프롤로그를 보면 일기를 쓴다는 것에 대해서 나와 있는데요. 낯선 자리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 ‘저는 일기를 써요’라고 이야기를 하면 ‘그렇구나’라고 하지만 ‘14년째 매일 씁니다’라고 하는 순간 사람들이 약간 신기한 사람처럼 보게 되는 거죠. ‘어떻게 그렇게 쓸 수가 있어요?’, ‘저는 한 3일 쓰다가 말게 되던데 어떻게 그렇게 꾸준하게 쓸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게 되는데, 사실 작가님이 그거에 대해서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대요. 그냥 하루하루 쓰다 보니까 일기 쓰는 관성이 붙고, 자기 전에 이를 닦는 것처럼 어느 틈에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된 거죠.
책 사이사이에 일기들이 나와 있고, 그 일기들을 보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에세이로 썼어요.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부연 설명을 하기도 하고요. 일기장에 담겨진 다양한 감정들을 한 주제로 묶어서 이야기하기도 해요. 예를 들면 사랑에 관해서 말한다든지. 읽으면서 ‘저 사람도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역시 사람은 다 비슷한 면이 있어’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저자가 일기를 쓰면서 느꼈던 것들에 많이 공감했어요.
조원희 글, 그림 | 느림보
제가 오늘 가져 온 책은요. 조원희 작가의 그림책 『혼자 가야 해』입니다. 저는 이 책을 원래 알고 있었고, 이 책은 2011년에 나온 책인데,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그 강아지의 영혼이 강을 건너서 멀리 떠나가는 내용을 담은 그림책이에요. 이 그림책은 슬프죠. 눈을 감고 누워있는 강아지의 모습이 제일 앞과 뒤에 나오는데 저는 이 책에서 말할 수 없이 큰 위로를 얻었어요.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을 떠나보냅니다. 수명이 더 짧으니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데, 때로는 내가 임종을 못 지킬 때가 있습니다. 그들이 무지개 다리를 건널 때 옆에 있어주지 못할 때가 있어요. 너무 마음 아픈 일이죠. 그리고 죄책감이 어마어마하게 듭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는 하는 거죠. 자식의 마지막 전화를 받지 못한 부모가 있는 거예요.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없을 때 세상을 떠나기도 하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까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됩니다.
저희가 지금 (반려고양이 고로가 떠난 뒤) 너무 죄책감이 드니까 이런 생각을 더 하려고 노력한 건데요. 만약 저희가 다른 일을 보느라고 밖에서 종일 있을 때 마침 고로에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거죠. 그리고 고로가 괴로워하는 걸 발견했을 때 저희가 병원으로 데리고 갔지만, 그래도 무지개 다리를 건널 수도 있는 겁니다. 죽음이라는 것은 순서도 없고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 하나하나를 ‘내가 그러지 않았더라면 고로가 살 수 있었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제는 더 이상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자기가 없을 때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분들이 얼마나 마음 아프고 얼마나 죄책감을 느낄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어요. 제가 그걸 느끼니까요. 하지만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혼자 가야 해』라는 그림책을 보면서 그런 일을 겪은 분들이 있거나 또는 그런 일을 겪은 친구를 두신 분들이라면 저는 이 책을 정말로 추천 드리고 싶어요. 만약 저희가 고로를 끝까지 품에 안고 따뜻하게 보내주었더라면 우리의 마음은 훨씬 나았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고로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서 결국은 혼자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아주 아름다운 그림으로 간결하게 보여주고 있는 그림책입니다. 임종을 못 지킨 분들이라고 하더라도 반려동물과의 헤어짐은 너무너무 가슴 아픈 일입니다. 그런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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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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