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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현대 SF 작가들이 러브크래프트 이야기를 다시 쓴다면?

책읽아웃 - 김하나의 측면돌파 (137회) project LC.RC 시리즈, 『임계장』, 『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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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 삼천포책방입니다. (2020. 05.28)


한국 대표 SF 작가들의 러브크래프트 재창조 프로젝트 『악의와 공포의 용은 익히 아는 자여라』『별들의 노래』『우모리 하늘신발』, 『뿌리 없는 별들』, 톨콩이 추천하는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할 책’ 『임계장 이야기』, 의존적인 가족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 를 준비했습니다. 


단호박의 선택

『악의와 공포의 용은 익히 아는 자여라』, 『별들의 노래』『우모리 하늘신발』『뿌리 없는 별들』

홍지운, 김성일, 송경아, 은림, 박성환 저  | 알마



오늘 가지고 온 책은 알마 출판사에서 나온 ‘Project LC.RC 시리즈’이고요. LC.RC가 ‘Lovecraft recreate’예요. 한국의 대표적인 SF 작가들이 모여서 러브크래프트를 재창조하는 이야기를 썼는데요. 

러브크래프트는 1890년에 태어난 미국 출생의 소설가입니다. 현대 호러문학이나 서브컬처나 장르문학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친, 서브컬처계의 고전 작가로 알려져 있어요. 이 작가의 작품이 초석이 되어서 다른 작가들도 비슷한 내용을 쓰기 시작해서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이라는 게 만들어진 거예요.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이 엄청 뛰어났다기보다는 굉장히 이상한 장면이나 메시지도 많았대요. 예를 들어서 굉장히 인종 혐오가 심한 사람이어서 작품마다 흑인을 너무 이상하게 묘사한다든지 아시아 사람들도 원숭이처럼 묘사하고, 이 작가의 생각 자체가 너무 뒤틀려 있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이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면서도 작품에 서려있는 인종 혐오나 타자를 배척하는 태도 같은 것을 굉장히 많이 비판했대요. 이 작가의 작품은 호러라고 볼 수 있는데 압도적으로 공포적인 존재들을 되게 많이 그렸어요. 그 존재들이 ‘아우터 갓’이라는 말로 많이 표현이 됐었죠. 어딘가 외부에서 온 이상한 고대 신 같은 것들이 등장해서 인간을 피폐하게 만드는데, 다른 호러 소설이라면 대개는 두려운 것들이 있고 인간은 두려워하면서도 그것을 마침내 퇴치하는 것이 정상적인 수순이 될 텐데, 이 작가는 그냥 압도적인 공포로 끝내버리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기존 작품과 다른 새로운 면을 보이지 않았나 싶어요. 

‘Project LC.RC 시리즈’는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약에 현대 작가들이 러브크래프트 이야기를 다시 쓴다면 어떨까’라는 기획으로 시작된 시리즈입니다. 총 여덟 권으로 예정되어 있는데 제가 가지고 온 책은 네 권이에요. 책을 이으면 표지에 그려져 있는 두족류의 다리가 이어집니다. 여덟 권을 다 모으면 하나의 거대한 그림이 완성되는 거죠. 표지의 그림은 최재훈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렸다고 하는데요. 이 분은  BTS RM의 「Forever Rain」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고 『친구의 부름』이라는 그래픽노블로 ‘Project LC.RC 시리즈’에 참여했습니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말씀드려 볼게요. 첫 번째 책은 『악의와 공포의 용은 익히 아는 자여라』이고 홍지운 작가가 썼습니다. 단편 세 편이 들어가 있는데요. 「악의와 공포의 용은 익히 아는 자여라」가 표제작으로 처음에 나오는데요. 주인공은 4인 가족의 가장이에요. 어느 날 비가 많이 왔는데 주인공의 자녀들이 도마뱀처럼 생긴 이상한 생물을 주워온 거예요. 키우게 해달라고 매달려서 허락을 해주는데 이 도마뱀이 요상하게 생겼어요. 그리고 점점 자라는 것 같은 거예요. 어느 순간 인간 모양으로 보이기도 하고...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톨콩(김하나)의 선택

『임계장 이야기』

조정진 저 | 후마니타스



‘임계장’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입니다. 조정진 저자는 38년 동안 공기업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분이에요. 미리 퇴직금을 정산 받았었고, 노후에는 연금보험 같은 걸로 어느 정도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들이 로스쿨을 가겠다고 하고, 퇴직금은 미리 정산을 받아놨기 때문에 새로이 뭔가 있는 게 없고, 연금보험은 생각보다 수령액이 너무 적게 설정되어 있고, 그래서 다시 일을 해야 되는 거예요. 그런데 나이가 있고, 그렇게 되면 비정규직으로 임시 계약으로 일을 할 수밖에 없더라는 거죠. 그래서 이 분이 처음에는 버스회사 터미널에서 배차 요원으로 일을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주 열심히 일을 했지만 잘립니다. 그 다음에는 아파트의 경비원으로 일을 하시는데 격일로 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 분은 월급 140만 원으로 살아가고 아이 학비를 대기가 어려우니까 쉬는 날에도 집에 가지 않고 바로 옆에 있는 빌딩에 가서 24시간 근무를 하는 거예요. 몇 개월을 그렇게 일하는 이야기들이 있어요. 그래서 쓰러지는 이야기까지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이 좋은 책이기도 하지만 최근의 사건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아주 많이 읽는 책이더라고요. 저는 정말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모르고 있는 게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이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비정규직 임시계약직의 삶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너무 몰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경비원 자살 사건, 심성우 사건이라고 할까요. 그 사람이 너무 갑질을 했던 거죠. 그런데 다만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닌 거예요. 조정진 님이 근무했던 아파트에는 아주 적은 수의 좋은 사람이 있고요. 대부분은 무관심하고요. 그리고 5%의 악질적인 사람이 있어요. 

아파트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거죠. 우리나라 전체에. 그래서 국회의원이나 시의원, 구청 직원, 이런 사람들이 아파트의 관리원이나 경비원, 미화원들의 처우 개선을 이야기할 수가 없는 거예요. 왜냐하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유권자이기 때문에. 조금 더 처우를 개선해야 된다고 이야기하면 유권자들이 반발을 한다는 거죠.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게 너무 말도 안 되게 돌아가고 있어요. 

비단 아파트뿐만 아니라 터미널에서 일하시는 장면들도 읽어 보면, 우리나라가 물류 강국이잖아요. 사람들이 성질이 급하고 전국으로 물류가 미친 듯이 빠르게 돌아다니는 나라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트럭이나 버스를 운전하는 분들이 너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너무 위험하게 일하고 있는 거예요. 

마지막 부분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젊은이가 못 견디는 일을 노인들은 견뎌내기 때문이다. 견딜 만해서가 아니다. 견디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평생을 열심히 살아왔고, 그것 때문에 나라가 부강하게 됐으면, 나라가 그 분들의 노후를 책임져야 되는 거 아닌가요? 내가 나이 들어서 굶어죽지는 않을까, 그런 불안감 없애줘야 되는 거 아닌가요? 나라가 안전망을 만들어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냥의 선택

『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

유드 세메리아 저/이선민 역 | 생각의길


표지를 보면 겹쳐진 세 사람이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에요. 한 몸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한 몸이 아닌 거죠. 책의 제목은 『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이고, 부제는 ‘가족만 떠올리면 가슴이 답답한 당신을 위한 생존 심리학’입니다. 저자 유드 세메리아는 프랑스의 임상심리사 겸 심리치료사입니다. 실존주의 심리치료에 중점을 두고 상담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애착 의존을 주로 연구했다고 합니다. 

간혹 이런 사람들이 있잖아요. 다른 가족 구성원이 나를 보살펴주기를 바라고, 나와 너무 가까운 관계를 맺길 바라고, 나의 중요한 문제들을 대신 해결해주기를 바라고. 그렇게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정서적, 경제적 돌봄을 원하는 사람에 대해서 이 책은 ‘의존성 인격 장애를 가진 의존적 어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가족 중에 이런 사람이 있으면 다른 식구들이 아주 힘들어지잖아요. 그런 상황을 ‘의존적 괴롭힘’이라고 단호하게 지적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의존적 어른은 ‘나는 어떻게 살아야 될지 모르겠어,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라고 말하면서 돌봄을 요구하기도 하고요. ‘나는 혼자서는 못 살아, 너 없이는 안 돼’라고 하면서 너는 나와 멀어지면 안 된다고 억압하기도 해요. 이럴 때 다른 가족 구성원은 어떻게 느끼냐 하면, 한 딸은 이렇게 이야기해요. ‘내 인생을 살아보려고 할 때마다 엄마가 심하게 우울해하고 절망해하면서 나를 압박한다, 그래서 나는 죄책감과 함께 엄마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버린다.’ 어떤 여성은 의존적 성격을 갖고 있는 언니로 인해 이런 생각을 해요. ‘내가 늘 같은 태도로 언니를 받쳐주지 않으면 분명히 언니는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버릴 거야.’

이런 관계들의 중심에 ‘가족에 대한 충성심’, ‘부모화’가 있다고 하는데요. ‘부모화’는 나는 자녀인데 부모의 부모가 되어버린 거예요.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부모의 역할을 기대하기도 하고요. ‘가족에 대한 충성심’은 일종의 빚진 느낌이라고 이야기해요. 우리는 가족이기 때문에 당연히 문제를 같이 해결하고 고통을 감수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것을 외면하면 나는 나쁜 사람이라고 죄책감을 갖게 되고요. 

책에는 저자가 만났던 사람들의 많은 사례와 그를 통해 연구한 결과가 실려 있습니다. 의존적 성격을 가지게 되는 원인, 의존적 어른의 심리, 치료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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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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