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애라 “딸과 쓴 그림책,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
큰딸 예은과 함께 만든 책 『내가 우리 집에 온 날』
SNS로 인해서 굉장히 안 좋은 일도 생기지만 반대로 역이용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유튜브는 TV와 달리 저에게 관심이 있는 분들이 찾아서 보는 매체이기 때문에 입양, 위탁, 신앙 같은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2020. 01. 31)
배우 신애라의 카카오톡 프로필은 1년째 같은 사진이다. 첫째 딸 예은이가 12월 15일에 써준 편지. 14년 전 이날은 예은이가 복지원에서 지금의 가정으로 온 특별한 날이다. “나는 내가 우리집에 와서 너무너무 좋아”로 시작되는 빼곡한 글. 신애라는 이 편지를 읽고 펑펑 울었다. 매년 엄마의 생일에 편지를 써준 딸이었지만, 12월 15일에 받은 편지는 처음이었다. 너무 기뻐서 액자까지 만들어 놓은 ‘예은 엄마’ 신애라. 두 모녀가 주고 받은 편지는 『내가 우리 집에 온 날』 이라는 그림책으로 재탄생했다.
5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작년에 귀국한 신애라와 아이들. 신애라는 ‘중앙입양원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유튜브 <신애라이프>로 팬들을 만나며, 곧 방송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차예은, 김물길 작가와 함께 만든 『내가 우리 집에 온 날』 은 책을 통해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이 너무 아름다워서 소장하고 싶은 책
1년 전 예은 양에게 받은 편지를 TV에서 공개했어요. 사연을 본 편집자 분이 책을 제안하셨다고요.
연락을 받고 너무 반가웠어요. 입양의 좋은 점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겠구나 싶었죠. 입양 가족이나 입양 아이들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책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았어요.
예은 양도 책 작업을 반가워 했나요?
그럼요.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요.
평소에도 두 딸에게 편지를 많이 받았다고요.
제 생일마다 선물보다는 긴 편지를 써달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편지를 많이 받아봤지만, 12월 15일에 받은 건 처음이었어요. 그동안 저는 예은이의 생일만 생각했지, 예은이가 집에 처음 온 날은 특별히 의식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예은이가 앨범에서 날짜를 찾아서 저한테 편지를 써줬으니 너무 뭉클하고 행복했죠. 하도 자랑을 해서 가족이나 친구들은 이 편지를 다 알아요. (웃음)
동생은 언니와 엄마가 책을 내니까 부러워하지는 않던가요?
신경은 안 쓰는데, 슬쩍 “나도 편지나 쓸까?”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웃음)
김물길 작가님이 그림을 그리셨어요. 신애라 씨가 적극 추천하셨다고 들었어요.
작년까지 제가 미국에 있었잖아요. 미국에서는 운전할 시간이 많으니까 차안에서 <세바시> 프로그램을 자주 들었어요. 운전을 하니까 화면은 못 보고 소리만 들었는데, 김물길 작가님이 나온 편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세계 여행을 다니면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마인드가 너무 좋은 거예요. 일부러 집에 가서 영상으로도 찾아봤죠. 그림도 참 멋지더라고요. 당시 출판사에서 여러 그림 작가 분들을 추천해주셨던 때라 김물길 작가님의 작품도 한번 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 드렸어요.
『아트로드, 한국을 담다』 의 저자이시기도 해요.
맞아요. 김물길 작가님이 1년간 활동을 많이 하셨더라고요. 팬층이 두터워지셨어요. 인기도 많으시고요. 함께 작업해서 정말 좋았어요.
두 모녀의 편지를 읽고 김물길 작가님이 그림을 그려 주셨을 텐데요. 저자로서 요청한 부분이 있었나요?
부탁 드린 건 딱 하나였어요. 편지에 꼭 맞는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어요. 왜냐면 저희가 쓴 편지는 서점에서 한 번 읽으면 그만이잖아요. 하지만 그림은 여러 번 봐도 좋으니까 그림이 너무 아름다워서 선물하고 싶고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했어요. 그림이 주가 되고 편지는 부수적인 것이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노을을 정말 좋아해서요. 자연과 어우러지는 그림이 돼도 좋고, 하늘, 구름, 사람들의 즐거운 표정, 눈물 짓고 미소 짓는 모습이 들어가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어요.
표지 그림도 참 따뜻해요.
저도 참 좋아하는 그림이에요. 노을이 안아주는 것 같기도, 하나님이 우리를 안아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림책 마지막 쪽을 보면 저희가 여행가서 찍은 사진을 그려주신 그림이 있어요. 뭉클하면서도 기뻤어요.
꼭 부모와 자녀, 입양 가족이 아니라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예요. 읽는 사람을 특별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정말 좋겠어요. 육체적으로 태어나든, 입양을 하든 누구나 집에 간 날이 있을 거예요. 나의 자녀가 집에 처음 온 날을 기억해도 좋고, 성인이 돼서 어릴 적을 추억해도 좋아요. 더불어 이 당연한 일이 전혀 당연하지 않은 아이들이 대한민국에 수만 명이 있다는 걸 아시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사람이라면 누구든 최소한의 보호를 받고 자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있잖아요. 그 아이들을 누가 돌보고 있지? 누가 돌봐야 하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면 좋겠어요.
입양은 '축하' 받을 일이다
첫째 아들 차정민 군을 낳고, 2005년에 예은 양을, 2년 뒤에 예진 양을 입양하셨어요. “입양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족의 한 형태”이고, “칭찬 받을 일이 아니라 축하 받을 일”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여전히 입양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로 여겨지고요.
저도 결정하기까지는 굉장히 어려웠어요. 예전부터 하고 싶은 일이었지만 막상 결심할 때는 밤새 고민했거든요. 그런데 그야말로 기우였어요. 저처럼 신생아를 입양하는 일은 조금도 어렵지 않아요. 다만 아이에게 입양 사실을 공개하느냐, 어떻게 말하는지가 어렵죠. 하지만 저는 딸아이를 신생아 때부터 키웠잖아요.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을. 정말 아무렇지 않아요. 문제는 부모가 입양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예요. 부모가 입양을 영화 같은 일로 생각하면 아이도 실제 그렇게 생각해요. 평범한 일로 생각하면 아이도 똑같이 생각하고요. 저는 뭐든지 노출했어요. “네 몸에 점이 있네”라고 말하는 것처럼 “널 낳아준 엄마는”이라고 말하면 아무 문제 없어요. 아이들도 크면서 궁금한 걸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해요. 신생아 입양은 이것만 잘 지키면 그저 축복이에요. 전 첫째 아들을 임신했을 때 입덧이 정말 심했어요. 그런데 입덧 없이 이렇게 예쁜 두 딸을 만났어요. 얼마나 기뻐요.
연장아 입양은 신생아 입양과는 많이 다를 것 같아요.
그렇죠. 조금 큰 아이를 입양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저도 너무 존경스러워요. 그런데 미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큰 아이나 아픈 아이를 입양하는 분들이 참 많더라고요. 일부러 아픈 아이를 가정으로 데리고 오는 가족도 많고요. 큰 아이를 입양하면, 그 아이가 집에 오기까지의 인생을 바라봐 줘야 하는 일이거든요. 물론 저도 우리 딸들에게 “너희는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지켜진 아이”라고 이야기해요. 아이를 낳아준 엄마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지키고 낳았으니까요. 이건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고요. 하지만 친모와 결별한 기억이 있는 아이는 뇌와 몸이 그것을 인지하고 있거든요. 아이에게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고요. 그래서 되도록 어릴 때 입양이 되면 좋죠. 극복할 수 있는 시기가 당겨지니까요. 입양 사실을 인지하면서부터 사랑을 받으니까요.
국내 입양법이 까다로워서 입양을 원해도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굉장히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입양특례법이 너무 어려워요. 미국에서 친해진 한 후배는 지난해 여름에 아이를 입양했어요. 입양특례법 때문에 절차가 너무 많은 거예요. 아기 사진만 계속 받고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후에 아이를 데리고 올 수 있었어요. 정말 안타깝더라고요.
기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1년이 넘었죠. 아이에게 그 1년은 얼마나 중요한 시기예요. 위탁가정에 1년간 있었는데, 그 가정도 아이에게 정이 들어 힘들고, 아이도 힘들고요. 제가 미국에서 위탁교육을 받았는데요. 미국은 위탁가정 리스트와 입양가정 리스트가 완비돼 있고, 입양해야 할 아동이 생기면 최대한 빨리 매칭해요. 미국에 있어보니 좋은 케이스를 참 많이 봤어요. 인스타그램으로 친구가 된 분이 있는데, 부모가 텍사스에 살고 이미 아이가 4명이 있는데 한국 아이를 막내로 입양했어요. 아이가 미국 생활을 잘 적응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한인교회에 나오시더라고요. 노력하는 분이 정말 많으세요. 그런데 입양이라는 타이틀로 너무나 자극적으로 보도되는 기사가 많아요. 많이 안타까워요.
입양이 되려면 연고가 확실해야죠?
그렇죠. 지금 가장 속상한 건, 아기들이 베이비박스 같은데 버려지면 부모의 연고가 없잖아요. 그러면 입양 가기가 쉽지 않아요. 시설로 가야 해요. 왜냐면 부모가 언제 찾아올 지 모르니까요. 부모의 포기 각서가 없으면 어려워요. 위탁가정 희망자가 신생아를 희망한다면, 신생아를 그 가정에 보내고 최소 3년간 친부모로부터 연락이 없으면 그 아이를 입양 아동으로 바꾸면 좋겠어요. 법은 있다고 하는데, 왜 실행이 잘 안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나라는 아직 위탁가정 희망자가 적지 않나요?
진짜 적어요. 그런데 제가 유튜브를 보니까 많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일부러 제 유튜브 채널 <신애라이프>에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Precious Children’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었거든요. 최근에 고아권익연대를 만들어 활동하는 분의 인터뷰도 읽었는데, 기사 댓글을 보니까 관심이 있는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그런 분들을 모아 교육 프로그램을 잘 만들면, 위탁가정을 희망하는 분들이 많이 늘지 않을까 싶어요.
작년에 ‘중앙입양원 홍보대사’로 임명돼 활동하고 계시죠?
입양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께 정확한 정보를 드리고 싶어요. 편견도 많이 사라졌으면 하고요. 일단 저는 미혼모들이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 많이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어렵다면 신생아들은 되도록 빨리 입양 가정, 또는 장기 위탁가정에 보낼 수 있도록 하고요. 입양이 어려운 아이들의 경우 시설 밖으로 퇴소했을 때 자립할 수 있도록 정교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보육사들이 너무 힘들거든요. 집에서도 한 아이를 돌보기 힘든데, 여러 명의 아이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어려워요. 보육사들을 전문적으로 상담해주는 프로그램도 꼭 필요해요. 사실 국가가 미혼모를 잘 지원하고 입양 가정을 잘 찾아준다면, 시설은 필요가 없을 거예요. 첫 번째 단계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모습이든 엄마는 너를 사랑해
작년에 한국으로 돌아오셨어요. 미국 유학 생활은 어땠나요?
좀더 늦기 전에 영어 공부를 하고 싶었거든요. 제 평생 로망이 외국 생활을 해보는 일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한국에 오니까 너무 좋아요. 우선 말이 통해서. (웃음)
미국에서 기독교상담학을 공부하신 거죠?
기독교상담학으로 석사를 받았고 가정사역을 공부했어요.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었는데, 제가 다닌 학교는 영어보다 한국어 수업이 많아서 영어가 늘진 않더라고요.
세 아이들은 적응을 잘했나요?
저랑 막내딸은 너무 좋았고요. 이번 책을 같이 쓴 큰딸은 친구를 너무 좋아하는 아이라 미국에 갈 때 많이 울었어요. 친구들이랑 헤어진다고요. 딸들이 미국에서 다닌 학교는 스마트폰을 못 갖고 다녀요. 그래서 또 울고. (웃음) 큰아들은 작년에 군대 때문에 들어왔어요. 신검을 받아야 해서요.
아이들이 한국에 와서 차인표 씨가 가장 좋아했겠어요.
너무 좋아하죠. (웃음) 저희들이 미국에 있는 5년 반 동안 남편이 미국을 28번 왔어요. 한 번 왔을 때 오래 있다가 가면 좋은데, 어머님이 혼자 계시니까 걱정이 되어서요. 한국에 있을 때는 저희들을 걱정하고, 미국에 있을 때는 한국에 계신 어머님을 걱정하고 그랬죠. 남편이 올 때마다 시차 때문에 많이 힘들어해서 마음이 안 좋았거든요. 이제는 저희가 완전히 왔으니까 너무 좋죠.
유튜브 <신애라이프>로 팬들을 만나고 있어요.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저는 배우니까요.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싶은데요. 제가 진짜 해야 하는 일은 입양과 위탁가정을 늘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림책도 낸 거고요. 유튜브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원래 SNS를 아예 안 했는데, 이제는 필요하겠더라고요. SNS로 인해서 굉장히 안 좋은 일도 생기지만 반대로 역이용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유튜브는 TV와 달리 저에게 관심이 있는 분들이 찾아서 보는 매체이기 때문에 입양, 위탁가정, 신앙 같은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무턱대고 입양을 설명하는 것보다 저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함께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어가려고 해요.
요리도 굉장히 잘하시더라고요.
좋아해요. 하지만 어떤 메뉴든 초간단 레시피예요. 제가 복잡한 걸 싫어해서요. (웃음) 간단하게 뚝딱 완성할 수 있는 요리를 주로 해요. 어묵탕, 된장찌개, 멸치볶음 같은 영상을 올렸어요.
세 아이가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어준 엄마였을 것 같아요.
진짜 많이 읽어줬어요. 하루에 몇십 권을 읽어준 날도 있었고요. 그림책은 텍스트가 적으니까 여러 번 읽어주는 편이었고요. 유튜브 <신애라이프>에도 책을 읽어주는 코너를 만들었어요. 저작권 때문에 많은 책을 읽어 드리진 못하지만, 허락을 받은 좋은 책은 많이 소개하고 싶어요. 어릴 때 아이들이랑 책을 읽었던 시간이 너무 귀했어요. 얼마 전에 어머님 댁에 갔는데 김려령 작가님이 쓴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가 있더라고요. 입양에 관한 책인지 모르고 아이들에게 읽어줬는데, 좋아하더라고요. 남편한테 “우리가 이 책을 언제 샀냐?”고 물어보니까 “입양에 관한 책이라 샀었다”고. (웃음) 이렇게 우연히 다시 발견하는 책도 있어요.
신애라 씨를 떠올리면 항상 웃는 얼굴이 생각나요. 아이들을 키울 때도 화를 잘 안 내는 부모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니에요. 저도 화내요. 화를 보여줘요. 그런데 이성적으로 보여줘요. 말로 이야기하는 거예요. 아이들에게도 “화내지 마”라고 말하지 않아요. 화는 감정이니까요. 화는 누구나 다 낼 수 있지만 어떻게 내느냐가 중요해요. 어떻게 마무리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아이들에게도 알려주죠. 어떨 땐 “엄마가 너를 한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진짜 화가 났어. 그래서 엄마한테 지금 시간이 필요해”라고 말하기도 해요. 도저히 안 될 때는 미친듯이 화내기도 하고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바로 물어보죠. “엄마가 이렇게 화 내니까 너희 기분이 어때? 너네 둘이 이렇게 싸우는 거야. 그럼 엄마 기분이 어떻겠어?”라고요. 다만 화를 냈다고 문을 쾅 닫거나 하는 행동은 안 좋은 방법이니까요. 얼마든지 말로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려고 하죠.
결국 부모와 자녀 간에도 신뢰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육아의 가장 중요한 팁이라면 일관성이라고 생각해요. 일관성이 있으면 괜찮아요. 일관성 있게 무섭든지, 좋든지, 민주적이든지. 가장 안 좋은 건, 일관성이 없는 거예요. 어떨 땐 봐주고 어떨 땐 안 봐주고. 그게 가장 큰 문제에요.
아이들의 사춘기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그냥 받아주려고 했어요. 그분이 오신 거기 때문에 싸우거나 혼낼 필요가 없어요. 사춘기는 왔다 가는 거거든요. 사춘기에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서로의 관계를 좋게 하는 거예요. 사춘기 때는 아무리 아이에게 옳은 소리를 해도 안 들리거든요. 오로지 바깥에서 만나는 친구들, 자기가 좋아하는 유튜버 이런 사람들만이 영향을 끼치죠. 그럴 땐 아이들을 믿어줘야 해요. 부모들의 가장 큰 문제가 어릴 때는 다 받아주고 커서는 엄격 모드로 바뀌는 거거든요. 반대로 어릴 때는 엄격하게 습관을 잘 키워주고 아이가 크면 신뢰해줘야 해요. 가끔 속아 주기도 하고요. 그러면 아이가 나쁜 길로 가려다가도 자기를 믿어주는 부모를 생각해요. 너무 감사한 건 저희 아이들은 사춘기를 약하게 보냈거든요. 어쩌면 미국에 있을 때, 딸들이 힘든 시기였을지도 모르는데 잘 이겨냈어요. 물론 저도 이론과 달리 잘 안 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알면서 조심하는 것과 모르고 지나가는 건 큰 차이라고 생각해요.
믿는 사람이기 때문에 기준은 좀 편해요
부모가 아이를 양육할 때 꼭 필요한 마음가짐은 무엇일까요?
아이가 낙담하고 스스로를 초라하게 느낄 때, 어떤 모습이든 엄마는 너를 사랑한다는 말, 그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아이의 자존감을 세워주는 말이고 수용의 말이니까요. 100점을 맞아오면 엄마 딸이고, 50점을 맞아오면 엄마 딸이 아닌 게 아니잖아요. “어떤 모습으로 어떤 상황에 있든 너는 엄마의 귀한 자녀”라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해요. “엄마는 그냥 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이런 수용의 메시지를 보내주는 일이 꼭 필요해요.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잘한 선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잘한 건, 제가 선택해서 한 건 아니지만 하나님을 믿기로 한 거고요. 그리고 우리 두 딸을 입양한 거예요. 저는 결혼 전부터 아이를 입양하고 싶은 꿈이 있었어요. 세상을 마지막으로 사는 날, 누군가 제게 묻는다면 입양한 두 딸과 내가 낳은 아들. 그것밖에 없지 않을까 싶어요. 제 삶에 가장 중요한 일이고요.
1989년에 데뷔하셨어요. 30년 넘게 활동하면서 연예계를 바라보셨을 텐데요. 후배나 배우 지망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일단 자기가 기쁘게 즐겁게 잘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잘하는 일이지만 내가 기쁘지 않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예요. 사람들과 함께 사는 세상이니까 남들의 말이나 이목을 무시할 순 없어요. 그렇게 살아서도 안 되고요. 하지만 타인의 시선에 너무 끌려 다녀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기 때문에 기준은 좀 편해요. 사람들이 칭찬해도 제가 하나님 앞에서 떳떳하지 않으면 그건 제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이고요. 사람들이 욕해도 하나님 앞에서 떳떳한 일이면 신경을 끌 수 있는 일이에요. 물론 인간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죠. 그래서 주위에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서로서로 힘들 때 위로해주는 관계가 더 중요하니까요.
최근 연예계에 안타까운 사건들이 많았어요.
너무 속상했어요. 연예인 선배로서 이렇게만 있으면 안 되는데 싶고, 그렇다고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인 상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요. 우선 기획사들이 어느 정도 소속 연예인들의 마음 상태를 잘 들여다봤으면 좋겠어요.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있을 때, 그 신호를 바로 알아챌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심리 상담을 받거나 정신과 진료를 받는 일이 조금도 특별하지 않은 일이 돼야 하고요.
배우가 아닌 자연인 신애라 씨의 꿈도 궁금해요.
연기를 꾸준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쉬는 타임이 생기면 자연이 좋은 시골 같은 곳에서 일주일씩 살아보고 싶어요. 저는 걷는 걸 되게 좋아해요. 걸어서 여행하다가 그 지역의 음식도 먹어 보고, 그렇게 살면 좋겠어요. 누구나 꿈꾸는 일이죠? (웃음)
내가 우리 집에 온 날차예은, 신애라 글/김물길 그림 | 위즈덤하우스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셀럽의 이야기 또는 입양으로 만난 특별한 사람들만의 이야기를 다룬 책은 아닙니다. 평범한 엄마와 딸,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과 관계를 아름답게 표현한 그림책입니다. 특히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삶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관련태그: 신애라, 그림책, 함께 만든 책, 내가 우리 집에 온 날
<차예은>,<신애라> 글/<김물길> 그림11,700원(10% + 5%)
운명과 기적으로 만난 감동적인 엄마와 딸의 이야기입니다 배우 신애라 씨는 2019년 초 어느 공중파 방송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공개 입양한 두 딸이 자신에게 쓴 편지의 내용을 살짝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시청자로서 그 모습을 보면서 운명과 기적으로 만난 엄마와 딸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다가왔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