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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 교수 “2020년은 멀티 페르소나의 해”

가면 뒤에 감춰진 현대인의 진짜 욕망 『2020 트렌드 코리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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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동안 강한 유대 안에서 우리를 키워 왔습니다. 가족이나 직장, 학교 선후배 관계 안에서 좋은 정보를 얻어 왔죠. 지금은 강한 연대보다는 느슨한 유대를 더 선호합니다. 오히려 잘 모르는 사람에게 더 솔직하게 ‘나’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2019. 11.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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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4일,  『2020 트렌드 코리아』  출간을 기념해 김난도 교수의 2020년 소비 전망 발표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트렌드 코리아’는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매년 다음 해 소비 트렌드를 전망하는 책이다. 2009년을 ‘BIG CASH COW’라는 키워드로 정리한 이래로 매년 10개의 소비 트렌드 키워드 및 상품을 선정해 왔다.


 

2020년 키워드는 ‘MIGHTY MICE’다. 매해 12간지 동물의 이름을 활용해 키워드를 뽑은 결과물이다. 김난도 교수는 2020년 쥐띠 해를 맞아 “영웅에는 어울리지 않는 아주 작은 동물인 쥐이지만, 다 같이 모여 힘을 합치면 하나하나가 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 단수형 쥐가 아닌 복수형 쥐로 표기했다”고 밝혔다. 각 머리글자는 멀티 페르소나, 라스트 핏 이코노미, 페어 플레이어, 스트리밍 라이프 등 내년의 키워드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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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 Me & myselves(‘나’와 ‘자신들’)


“첫 번째 글자인 ‘M’은 멀티 페르소나라는 개념을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2020년은 사람들이 지닌 다중정체성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 트렌드입니다. 롯데 칸타타 광고 보신 적 있나요? 상사인 이병헌이 오늘 하루 불태웠으니 회식 어떠냐고 말하려는 순간 막내 직원이 검도복 입고 ‘저는 퇴근하겠습니다!’하고 달려가 버려요. 또 정관장 광고에서는 다들 지쳐있는데 막내 직원만 한강에서 요트를 타고 있어요. 요즘은 퇴근 전과 퇴근 후의 내가 완전히 다릅니다. 저희 용어로는 ‘모드 전환이 굉장히 빠르다’라고 표현합니다.”


김난도 교수가 일반 기업에서 상무급이나 이사급 사람들을 만나면 요새 자주 듣는 말이 있다고 한다. 젊은 사원들이 출근하면서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는데 에어팟을 끼고는 아는 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사무실에 들어와 업무를 할 때는 꾸벅꾸벅 인사를 하더라고 한다. 김난도 교수는 이야기 속 젊은 직원은 9시부터 회사 일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회사인이 아니라 자연인으로서 엘리베이터를 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직원에게는 에어팟이 음악 듣는 도구가 아니라 방패이자 가면으로 쓰였고, 9시가 되고 귀에서 빼는 순간부터 모드를 전환해 회사원으로서 인사를 한 것이다.


“자기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법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은 이름, 다니는 회사나 학교, 고향 등이었습니다. 요즘은 자신이 어디 일원이라는 정체성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나를 규정합니다. 그래서 취미와 ‘덕질’이 중요해집니다. 회사가 끝나면 회사 일의 연장이 아니라 자연인인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다니는 거죠. SNS상에서도 다중정체성이 활발하게 활용됩니다. 예전에는 아이러브스쿨 쓰다가 싸이월드 쓰고, 페이스북 뜨니까 계정 정리하고 다 옮겨갔습니다. 이제는 하나의 플랫폼이 뜬다고 해서 다 거기로만 가지 않습니다. 현대인들이 적어도 1인당 서너 개 이상의 SNS 계정을 가지고 ‘다른 나’로 활동합니다. 인스타는 주로 맛집과 여행 사진을 올리기 위해, 트위터는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기 위해, 밴드는 동창과 만나기 위해 씁니다.”


이러한 정체성의 다원화는 소비와도 연결된다. 가난한 사람은 싼 햄버거만 먹고 부자는 비싼 햄버거를 먹는 게 시장의 양극화였다면, 지금은 같은 개인이 저렴한 상품과 비싼 상품을 함께 소비하면서 양면화된 취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노래하는 변호사’ ‘연기하는 기자’처럼 정체성을 두 개 이상 가지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우리는 그동안 강한 유대 안에서 우리를 키워 왔습니다. 가족이나 직장, 학교 선후배 관계 안에서 좋은 정보를 얻어 왔죠. 지금은 강한 연대보다는 느슨한 유대를 더 선호합니다. 오히려 잘 모르는 사람에게 더 솔직하게 ‘나’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러닝 크루를 들 수 있는데, 이분들은 닉네임 정도만 알고 있는 상태에서 달리기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옷을 맞춰 입고 정보를 교환합니다. 우리가 현실적으로 보고 있는 새로운 현상 뒤에는 모두 다중정체성의 문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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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 Immediate Satisfaction (즉각적인 만족)
G : Goodness and fairplay (선량함과 공정성)


“두 번째는 저희가 ‘라스트 핏 이코노미’라고 이름 붙인 현상입니다. 사형집행을 당하기 전 마지막 순간을 ‘라스트 마일’이라고 표현하는데요, 배송 산업에서는 배송이 잘 이루어지는지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이제까지 소비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구매 기준이었습니다. 소고기 한 근을 사면 육질, 신선도, 가격 같은 걸 고민했다면 이제는 ‘언제 배송이 되는가’가 중요해졌습니다. 온라인 모바일 비즈니스가 크면서 새로운 기준이 생긴 거죠.”


배송 일시뿐 아니라 이동 수단에도 ‘라스트 핏’은 중요해졌다.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걸어가던 이동이 전동 킥보드나 공유 자전거 등을 통해 마지막까지 이동 수단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구매 여정의 ‘라스트 핏’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제는 상품을 SNS에서 발견하고 포털에서 검색한 뒤,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만져보고 어디가 제일 싼지 재검색하는 등 구매 과정이 하나의 여정이 되었습니다. 의사 결정을 내리는 순간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처음 사고 싶어지는 지점부터 시작해서 배송을 받고 AS를 받는 데까지의 여정을 다 이해해야 하죠.”


세 번째 키워드인 ‘페어플레이’는 특히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회사 안에서 선배에게 고과를 몰아준다거나, 한 팀이 되어 금일봉을 받는 대신 1/n만큼의 성과를 요구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어릴 때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왔습니다. 경쟁의 룰이 공평하지 않다는 것에 누구보다 목소리를 냅니다. 인터넷을 통해 수평적이고 무한적으로 유통되는 정보 속에서 사회가 투명해지고, 공정하지 않은 것을 보면 분노하게 되죠. 또한 직접 사회를 바꿔 본 경험이 있습니다. 자신의 SNS에 해시태그를 달면서 견해를 표명하고, 오프라인에서도 집회에 참여하면서 자기가 속한 사회의 불공정성을 바꿀 수 있다는 경험이 더욱 불공정성을 견디지 못하는 이유가 됩니다. 거시적인 사회의 문제뿐만 아니라 미시적으로 버스 앞에서 줄 서는 문제나, 조모임을 통해 시험을 치는 문제까지 폭넓게 퍼져 있는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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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 Here and Now: the ‘Streaming Life’ (스트리밍 라이프)
T : Technology of Hyper-personalization (초개인화 기술)

Y : You’re with Us, ‘Fansumer’ (팬슈머 : 상품의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소비자)


음악을 듣는 방식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MP3 파일을 다운받아서 재생하는 대신 멜론이나 유튜브 등 스트리밍 사이트에 접속해서 스트리밍 방식으로 음악을 재생한다.


“’스트리밍’ 키워드는 주거 쪽에서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집을 다 ‘사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면, 지금은 공유 주택과 임대 주택 등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최근 렌털 산업은 빌릴 수 있는 물건이나 서비스도 다양해지고, 기간도 초단기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욕망이 부풀었지만 소유할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에 나눠 쓰거나 빌려 쓰면서 소유 대신 경험을 구매하는 거죠. 이렇게 소비 패러다임이 바뀌는 현상을 ‘스트리밍’이라는 키워드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한편 개인화 키워드는 최근에 일어난 현상만이 아니다. ‘100명이 있으면 100개의 시장이 있다’는 말처럼 소비 시장에서도 각 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CRM(고객관계관리 마케팅)을 해 왔으나, 이제는 ‘초개인화’ 시대가 되어 한 명의 고객일지라도 다중적인 면모를 가지고 다른 시장을 소비한다.


“첫 번째 키워드인 ‘멀티 페르소나’와 연관이 깊은 현상입니다. 이제는 100명이 있으면 1,000개의 시장이 만들어집니다. 아침 출근 시간에 늦어 서두르는 ‘김난도’와, 느긋하게 휴일에 일어난 ‘김난도’는 듣는 음악, 교통수단, 마시는 커피 모두 달라집니다. 취미활동 하는 나와 직장생활 하는 내가 서로 다른 걸 소비하죠. 인간 생활을 데이터화해서 예측하는 데이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개인의 다양한 측면을 해석하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팬슈머’ 키워드는 팬덤과 비슷하지만, 차원이 달라진 소비자를 지칭하고자 선정했다. 기존 팬 마케팅이 일방적으로 특정 브랜드를 좋아하는 관계였다면, 지금 소비시장에서는 팬이 초기부터 브랜드 구축에 관여한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팬들이 연습생 시절부터 아이돌을 지지하고 투자하는 식이다.


“요즘은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에서 팬들이 중요한 역할을 맡습니다. 매우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비판하고, 응원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팬들에게 서비스 잘하고 AS 잘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같이 손을 내밀어 소비자가 직접 관여할 수 있도록 브랜드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과제가 있습니다.”

 

M : Make or Break, Specialize or Die (특화생존)
I : Iridescent OPAL: the New 5060 Generation (오팔세대)
C : Convenience as a Premium (편리미엄)
E : Elevate Yourself (업글인간)


김난도 교수는 스트리밍 서비스와 같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주목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게 트렌드 시리즈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 출현하는 서비스 외에도 적어도 어떻게 소비자가 변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목록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새롭지 않더라도 중요한 지점을 책에 수록했다고 밝혔다.


“3년 전 영업의 중요성에 관해 책에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소위 비대면 구매가 늘어나고 기계가 사람을 대체할 것 같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결정하기 힘든 소비자가 늘어나고 사람의 영업력이 중요해진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른 키워드가 ‘특화’입니다. 흔히 특화를 차별화나 전문화의 의미로 많이 생각하시는데요. 차별화가 경쟁자와의 문제, 전문화가 자기 자신의 기술 문제라면, 특화는 고객을 얼마나 이해하는지에 관한 문제입니다.”


김난도 교수는 특화의 방법으로 여러 예시를 들었다. 왼손잡이나 수험생처럼 고객의 특성에 의존해 상품을 만드는 것, 기존 상품에서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현미경처럼 니즈(needs)를 찾아내는 방법, 백화점에서 중앙 MD가 모든 상품을 매입하지 않고 매입권을 각 점장과 매니저에게 이양해서 각 매장에서 필요한 걸 매입하는 등 매장별로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찾아내는 행위가 있다.


“룰루레몬이라는 브랜드 들어보신 적 있나요? 요가복의 샤넬이라고 불리는 캐나다 브랜드인데요. 이 회사의 사장님이 자기 회사의 핵심 타깃 고객을 정의한 말이 있었습니다. ‘콘도 회원권을 소유하고 여행과 운동을 좋아하는 32세 전문직 여성.’ 설마 31세나 33세한테 안 팔지는 않겠죠. 그렇지만 소위 타깃 고객을 얼마나 정밀하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잘 모여준 사례입니다. 이제는 니치(niche)한 게 리치(rich)해지는 시대가 왔습니다.”


다음 키워드인 ‘오팔(OPAL: Old People with Active Life)’은 5060세대를 일컫는 용어다. 예전 70, 80년대의 40대 후반과 지금 50대 중반의 소비는 다른 양상을 띤다. 오팔 보석처럼 소비자들이 다양한 색으로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딸이 결혼하면서 냉장고를 사면, 엄마가 늘 쓰던 브랜드로 샀습니다. 소비의 대물림이 되었던 거죠. 요새는 어머니들이 물건을 사면 딸에게 물어봐요. 젊은 친구들이 뭘 쓰는지 물어보고 그걸 사는 거예요. 젊은 방식으로 소비하는 고령 소비자 집단이 늘고 있습니다. 또 이분들이 다양한 직업에 도전하고 있어요. 은퇴 연령이 빨라지고 수명이 길어지면서 예전처럼 난초를 가꾸고 있기에는 너무 시간이 긴 거예요. 디지털 문해력도 높아서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사용합니다.”


‘편리미엄’이라는 키워드는 ‘편리’와 ‘프리미엄’을 합한 신조어다. 4년 전 유행했던 가성비 시장이 커지면서 저렴한 제품이 뜨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프리미엄 지향 상품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소비자들이 모든 상품군을 가성비로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고객은 아무리 경기가 나쁘고 소득이 줄어도 자기가 써야겠다고 한다면 얼마든지 돈을 더 지불할 용의가 있습니다. 2020년 또 하나의 프리미엄은 시간을 아껴주는 상품들입니다. 젊은 세대에게 가장 귀하고 소중한 자원은 시간입니다. 소유에서 경험으로 패러다임이 넘어가면서 시간이 훨씬 중요해졌어요. 이 시간을 절약시키거나 노력을 덜 들이는 상품에 대해서는 프리미엄을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심부름 앱이나 간편 가정식의 발달, 시간을 줄여주는 편리한 서비스가 프리미엄이 됩니다.”


마지막 키워드는 ‘업글인간’이었다. 자기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키려는 소비 트렌드가 커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기존의 ‘스펙’ 트렌드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스펙’은 자기 업무와 관계가 깊어요. 퇴근 후에 중국어를 열심히 배워서 중국 본사 업무를 담당해야겠다는 식이죠. 그리고 스펙은 남들보다 잘하는 게 중요합니다. 타인 지향적이에요. 하지만 업그레이드는 타인보다 어제의 내가 더 중요합니다. 또한 업무와 관련이 없어도 상관없어요. 젊은 직장인들에게 더 중요한 건 승진보다 성장입니다.”


다양한 키워드로 소비 트렌드를 관측했지만, 중요한 축은 ‘세분화’ ‘양면성’ 그리고 ‘성장’이었다. 갈수록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고객을 세분화해서 시장을 개발하고, 동일한 고객일지라도 여러 소비 패턴을 보인다는 걸 인지한 채로 고객의 ‘성장’을 돕는 소비가 2020년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 코리아 2020김난도, 전미영, 최지혜, 이향은, 이준영 저 외 4명 | 미래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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