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직업적인 스트레스가 없을까

『직장은 없지만 밥은 먹고삽니다』 김성환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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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퇴사를 ‘환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쓰며‘환상’은 남겨두되 최대한 ‘현실’과의 거리를 좁히고자 노력했습니다. (201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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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은 없지만 밥은 먹고삽니다』  는 5년간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431일 동안 세계 여행을 하고 돌아와 ‘글 쓰는 삶’을 선택한 2년 차 프리랜서의 생존기다. 직장생활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이 ‘회사의 일’이 아니라 ‘나만의 일’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일’이 꼭 무한한 행복만을 가져다줄까? 이 책은 퇴사 이후의 삶을 아름답게만 묘사하지 않는다. 퇴사를 권유하는 책도 아니다. 김성환 저자는 잘 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 일주를 하고 돌아와서는 여행과 글쓰기를 통해 ‘나’를 찾아가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고 말하는 김성환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퇴사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간접적으로나마 ‘회사 밖’의 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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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은 없지만 밥은 먹고삽니다’라니 직장인들이 정말 혹할 만한 책 제목이네요. 작가님께서도 직장 생활을 경험하셨죠? 회사 생활은 어떠셨나요?


취업 준비를 뒤늦게 시작해서 흔히 말하는 스펙이라는 것이 거의 전무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사회의 시선 및 스스로 합리화 등)로 중소기업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습니다. 지금에서야 원하는 직무(마케팅, 기획)를 계속 밀고 가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당시에는 그저 ‘괜찮은’ 회사에 들어가는 게 최우선 목표였습니다. 정확히 100개 회사에 입사 지원서를 제출했고, 6개 회사에 합격했습니다. 그중 식품회사 한 군데를 선택해 영업 관리로 5년 동안 일했습니다.


생각 이상으로 힘들게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그래도 나름 힘들게 들어간 만큼 회사 생활 만족도는 꽤 높았습니다. 특히, 부모님 지인이 부모님에게 “너희 아들 어디 다녀?”라고 물으면 “A 회사 다녀”라고 말하는 모습에 뿌듯함 마저 있었습니다. 내부 생활은 어느 회사와 그리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습니다. 회식도 꽤 많았는데 그것마저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연차가 쌓이고 성격상 책임감을 과하게 지기도 하다 보니 업무가 꽤 과했습니다. 위에서도 제가 업무 속도가 빠른 편에 속한다고 생각해서인지 업무 밀어주기가 지속되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가 선택한 건 야근이었습니다. 퇴사를 1년 앞둔 시점에는 주위에서 ‘왜 저렇게 열심히 일하지?’라는 이야기를 뒤에서 들을 정도로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퇴사 이유 1순위가 야근은 아닙니다.

 

그런데 어쩌다 ‘퇴사’를 결심하게 되셨나요?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나요?


입사 3년 차에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다행히 목숨에 지장은 없었지만, 라디오 방송에도 나올 만큼 꽤 큰 사고였습니다. 그때 입원하면서 ‘나는 왜 직장에 목을 매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고,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입사 5년 차가 되었을 때 지인 두 명이 연거푸 심장마비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돈도, 시간도 많은 40대 남성이었습니다. 그들의 장례식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다음 날 새벽에 미팅을 위해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서가에 꽂힌 책 안에 들어 있는 종이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23살에 적은 버킷리스트 2장이었습니다. 그 순간 무언가 ‘번뜩’ 했고,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어쩌면 작가님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 덕분에 '퇴사'를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네요. 퇴사 이후 다녀온 여행 이야기도 좀 들려주세요.


위에 말씀드렸던 종이에는 ‘30대 전에 할 일’ 10가지와 ‘죽기 전에 할 일’ 10가지가 있었습니다. 당시에 발견했을 때가 32살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후자는 몰라도 전자 중 ‘몇 가지는 했겠지?’라고 스스로 생각하기도 했지만, 결국 한 가지도 못했음을 알았습니다.


‘내가 어떠한 이유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라고 생각했습니다. 목록 1번에는 ‘세계 일주’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행을 선택했습니다. 431일 동안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30개국 102개 도시를 여행했습니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성인으로서, 한 사람으로서 심신으로 버티기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변화’에 적응하는 습관이 몸에 뱄고, 사람과 상황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습니다. 그때의 경험 때문에 지금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여행 전에는 생각해본 적 없던 삶이었습니다.

 

퇴사 후 ‘돈 버는 일보다 어려운 게 있다는 걸 알았다’고 하셨는데 무엇이었나요?


책에는 ‘결혼’이라는 직접적인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결혼은 개인과 개인의 상황이지만, 대부분 비직장인으로 사는 ‘불안’에 기반을 둔 이야기입니다. 사회가 바라보는 안정적이지 않은 ‘직업’의 삶을 살아가는 그 상황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입니다. ‘대출’, ‘카드 만들기’ 등도 직접적인 단어로 대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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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중에 ‘회사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을 한다는 부분이 있어요. 왠지 관련해서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으실 것 같은데요?


직장에 다닐 때 자기 사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자주 들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직장 나와서 네가 하고 싶은 일 해. 그게 길고 긴 삶에서 조금 더 나은 일이야.” 그 자리에서는 맞장구쳤지만 실제로는 귓등으로 흘렸습니다. 소위 성공한 사람이 말하는 배부른 소리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직장에서도 저는 ‘내 일’을 했습니다. 제 일의 대부분은 상사의 지시였습니다. 오늘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 타박과 스트레스는 있을지라도 수입과는 전혀 상관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월급은 꼬박꼬박 잘 나오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이루었을 때 성취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진급도, 월급도 어느 순간 삶의 동기 부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진짜 ‘내 일’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성취감과 만족감이 월급과 진급 그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먹고 살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그만큼 더 시간과 노력을 쏟습니다. 대부분 기대 이상의 성취감 혹은 만족감을 느낍니다. 회사 때는 느껴본 적 없는 그러한 경험입니다. 수입을 제외하고는 직업적인 스트레스는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거창한 ‘삶의 행복’까지는 아닐지라도 지금 제 일에 만족합니다. (웃음)

 

그렇다면 작가님, 이 책을 쓰신 진짜 ‘이유’에 대해 알려주세요. 


평소 글 쓰는 플랫폼인 ‘브런치’를 자주 이용합니다. 가끔 브런치에서 좋은 글을 책으로 만드는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이 책의 초고는 공모전에 적합하다고 생각한 ‘트렌드가 짙은 글’이었습니다. 아쉽게도 공모전에는 당선되지 못했지만 조금만 손을 보면 이 세상에 아직 없는, 프리랜서에게 필요한 현실적인 이야기가 담긴 책이 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치부라고 보이는 부분일지라도 최대한 진솔하게 쓰고자 노력했습니다. 저의 에세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주위에 퇴사를 선택한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아직도 퇴사를 ‘환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환상’은 남겨두되 최대한 ‘현실’과의 거리를 좁히고자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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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실 독자분들게 퇴사에 대한 조언과 앞으로 작가님의 활동이나 계획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직장이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다.”가 있습니다. 웹툰 『미생』에서 은퇴한 부장이 퇴사를 생각하는 ‘오 부장’이라는 주인공에게 던지는 대사입니다. 아직 프리랜서 2년 차이다 보니 “지옥이다!” 까지는 말은 못하겠지만, 직장보다 전투 규모가 크고 사상자가 많은 전쟁터임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저는 퇴사 후 흔히 성공했다고 말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냥 밥 먹고 살기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2년 차 프리랜서입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누구나 겪었거나, 앞으로 겪을 수 있는 이야기를 글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도 작은 바람이라면 저의 ‘평범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도 글을 쓰고 강연을 하는 것이 바로 그 이유입니다. 감사합니다.

 

 

*김성환


1985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5년간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 일주를 선택했다. 브라질 리우 카니발에 가고 싶었지만, 인생의 전환점이 된 한 사건으로 인해 아프리카 나미비아를 끝으로 431일간의 여행을 마쳤다. 여행과 글쓰기를 통해 ‘나’를 찾아가고 있으며, 만화에서 인생을 배워가고 있다. 밥벌이를 위해 글을 쓰고 강연을 한다. 언젠가는 TED에서 이야기할 날을 꿈꾼다. 지은 책으로는 시집『그들의 사랑은 흔적이 되고...』가 있다.


 


 

 

직장은 없지만 밥은 먹고삽니다김성환 저 | SISO
5년간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431일 동안 세계 여행을 하고 돌아와 ‘글 쓰는 삶’을 선택한 2년 차 프리랜서의 생존기다. 직장생활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이 ‘회사의 일’이 아니라 ‘나만의 일’을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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