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프랑스를 교차하는 역사 시간여행
『그랑 코레아』 김세잔 저자 인터뷰
한국과 프랑스의 역사적 인물들이 일궈낸 숨 가쁜 역사를 들여다보니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한데 모으고 접합시켜 소설로 창작했습니다. (2019. 08. 19)
역사 논쟁이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이 시기에 역사를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풀어낸 이색적인 소설이 출간되었다. 주인공인 프랑스 소설가 벨은 시공간의 차원을 뛰어넘어 언어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드골 시대의 프랑스, 광복 이후의 대한민국, 구한말의 조선 등을 오가게 된다. 과연 벨은 혼란에 빠진 대한민국과 프랑스의 현재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장편동화, 소설, 산문시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창적인 글쓰기를 해온 김세잔 작가는 특유의 상상력으로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되돌아본다. 어렵게 느껴지는 역사의식을 알기 쉽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만나보자.
지금 이 시점에,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는 소설을 집필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모윤숙의 자서전 『폭풍 속에 피는 꽃』을 읽은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전의 사연과 사건, 인물들을 접하며 한국 역사의 감춰진 민낯을 보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주인공이 단추가 된다는 설정이 신선한데요, 남다른 의미가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단추를 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밥 먹다가 단추를 씹은 적이 있습니다. 느슨해진 실밥에서 풀려나 셔츠에서 떨어졌나 봅니다. 그때, 유레카처럼 떠올랐습니다. “단추야!” (웃음) 어렵게 느껴지는 역사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재미난 이야기로 둔갑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단추는 중요한 단서가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단추, 옷 입을 때 만만치 않은 일상의 깨달음을 주는 친구!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옷이 엉망이 되지 않습니까!
소설의 시공간이 매우 역동적입니다. 드골 시대의 프랑스, 구한말 조선, 광복 이후 대한민국 등 다양한 시대를 교차시킨 의도는 무엇인가요?
역사에서 한 나라의 격동기를 조망하는 건 항상 박진감 넘치는 일입니다. 제대로 알지 못한 우리나라 근대사에 대해 깨우치며 ‘속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정규 역사교육을 받았지만 한 번도 접하지 못한 이야기였거든요. 고종, 모윤숙, 이승만, 여운형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드골, 까뮈, 사르트르, 모리아크 등 이들이 일궈낸 숨 가쁜 역사를 들여다보니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한데 모으고 접합시키고 싶었습니다.
너무 많은 인물과 이야기를 담아내려 한 욕심이었을까요?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무척이나 애먹었고, 초고는 산만했습니다. 재고에 재고를 거듭하여 일목요연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습니다. 마치 수많은 갈비뼈를 서로 얽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립이었다고나 할까요?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금의 이야기를 탄생시킨 것에 스스로 자부심을 느낍니다. (웃음)
소설에 드골 대통령과 이승만 대통령 등 실제 역사적 인물들이 나옵니다. 실제 인물을 등장인물로 만드는 데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자료를 수집하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방대한 자료 중에 무엇을 취합하고 대중에게 알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자료들을 이야기로 재창조하여 독자에게 어떤 통찰력을 제공할까 고민하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작가님이 시간여행을 하신다면, 가보고 싶은 시대와 장소는 어디인가요?
지금 이 시대의 대한민국입니다. (웃음)
소설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프랑스와 한국의 근현대사가 비교됩니다. 두 국가의 차이는 무엇이고, 어떤 역사적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하시나요?
프랑스는 친나치 세력을 낱낱이 파헤쳐 샅샅이 숙청했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이승만 정권은 친일파에게 무분별한 면죄부를 주고 나라의 명운과 미래를 그들에게 맡겼습니다. 그로 인한 결과를 말하고 싶으나 워낙 포괄적인 문제이고, 주관적인 사견이 개입될 수 있어 생략합니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소설을 통해, 현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최근에 일본과 외교적 갈등이 발생하면서 역사 문제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은 일본 식민시대의 유산이라는 말이 들리고, 우리나라가 근대화를 달성할 수 있던 이유도 그 덕분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의 태도보다 자국 내 그런 목소리를 들으며 통분한 마음을 금할 길 없습니다만,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하나의 비유를 들고자 합니다.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여러 정황과 증거 중에서 가해자에게 유리한 증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떤 사실은 참고할 만합니다. 그러나 가해자에게 유리한 증거만을 내세우는 것은 편중과 편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편중과 편파의 문제를 떠나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팩트는 일본은 우리나라를 침탈했다는 것이고, 35년의 식민통치 기간 동안 무고한 생명을 빼앗고, 수많은 이들의 인권을 유린했으며 식량과 자원을 착취했다는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피해자가 가해자 편에서 변론을 도모한다는 것 자체가 스톡홀롬 증후군을 넘어 지독히도 가련한 일입니다. 이런 가련한 일이 우리 주변에 늘 벌어집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의 언론인 대다수가 부도덕한 일을 저질렀습니다. 이런 언론을 처벌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에 도덕성이 소멸할 것이라는 드골 장군의 말처럼 지금 우리 사회에 그의 예견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일부 지식인과 언론의 비양심적인 행태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자주적으로 판단하는 통찰력을 길러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김세잔
2011년 눈높이문학상 수상. 장편동화 『전구눈올빼미의 빛나는 호기심』, 『개떡아빠』, 『철갑똥파리』, 소설 『임마누엘 찾기』, 『내담자』, 산문시집 『나의 별은 날개 단 거야』, 『꽃의 쾌락』을 출간하였다.
그랑 코레아김세잔 저 | 예미
친일파에게 나라의 명운과 미래를 맡긴 이승만 정권, 대한민국의 이승만과 프랑스의 드골 장군. 한국으로 온 프랑스 작가가 차원의 문을 넘어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조선 말기 역사의 실체와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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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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