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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나에게 자꾸 말거는 책

『광장이 되는 시간』,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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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19. 0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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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오은) : 제 옆에 ‘어떤,책임’에서 ‘어떤’을 담당하고 계시는 캘리 님과 ‘책임’을 담당하고 있는 프랑소와 엄 님 나오셨습니다. 저는 사이에서 쉼표를 담당하고 있는 불현듯이에요.


프랑소와 엄 : 와. 무슨 의미죠?


불현듯(오은) : 프랑소와 엄 님은 맡은 바 임무를 책임감 있게 수행하시잖아요. ‘책임’에 걸맞은 캐릭터라고 생각했고요. 캘리 님은 어떤 책을 소개하실까, 가장 기대가 돼요. 덕분에 제가 읽는 책의 반경이 넓어진 것 같아서 ‘어떤’을 붙여봤어요. 저는 쉼표, 귀여우니까요.(웃음)


캘리 : 너무 재미있네요.(웃음)


불현듯(오은) : 오늘 ‘어떤,책임’ 주제는 ‘나에게 자꾸 말 거는 책’이에요. 저는 늘 두 분의 주제 제안에 빠져들고 맙니다.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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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이 되는 시간』
윤여일 저 | 포도밭출판사

 

윤여일 작가님은 현재 제주대학교 학술 연구 교수로 계시는데요. 2019년 1월, 동료들과 연구자공방 천막을 세우며 천막촌 사람들의 일원이 됐다고 해요. 천막은 보통 어떤 일을 막고 싶을 때 친단 말이죠. 절박함과 내몰린 사람들이 하는 수단이 천막을 치는 일, 피켓을 드는 일 같은데요. 이 책은 왜 광장에서 천막을 치게 되었는가, 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부제가 ‘천막촌의 목소리로 쓴 오십 편의 단장’이거든요. 단장, ‘한 체계로 묶지 아니하고 몇 줄씩의 산문체로 토막을 지어 적은 글’이라는 의미에요. 책 덕분에 이 단어를 알게 되었고요. 천막촌의 목소리는 어떤 목소리일까, 하면서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이게 되었어요.


제주도에 제2공항 건설 계획이 나왔잖아요.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등의 이유가 있을 텐데요. 이 부지로 성산 쪽이 결정되었다고 해요. 이곳 근처에는 천혜의 자연도 많고, 많은 동식물이 살고 있죠. 여기 공항이 건설될 경우 많은 문제가 발생할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공항 건설을 반대하며 한 목소리를 냅니다. 책 초입에 ‘천막촌이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열 가지 이유’를 설명하고 있어요. 소개해드릴게요.

 

1. 오름을 깎아야 해서 제주도 동부 오름 군락의 지금 모습을 영원히 잃고 만다.
2. 공항부지 내 동굴과 철새도래지가 훼손될 뿐 아니라 지반 침하와 조류 충돌로 인해 사고 가능성이 높은 공항이 된다.

3. 제2공항 인근 주민의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고 심각한 소음피해가 발생한다.

 

책의 단장은 문장 하나에서 시작을 하고요. 그 문장을 해석하고, 풀어내는 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이 문장은 천막촌에 계신 분들이 한 말일 수도 있고요. 천막촌에서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 멘트일 수도 있어요. 가령 ‘현재는 과거에서 오는 어떤 결과라기보다 미래 때문에 일어나는 시도인지도 모른다’라는 문장이 있어요. 지금 천막을 치고, 무언가를 반대하고 있는 것은 미래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잖아요. 이렇듯 문장에 맺히는 게 많았어요. 지금 곳곳에 천막이 있잖아요. 각자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그곳을 찾아가서 귀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시민으로서, 또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캘리가 추천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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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
반다나 싱 저 / 김세경 역 | 아작(디자인콤마)

 

아주 지적이고 만족도 높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저자 반다나 싱은 인도 출신 작가이고요. 이론물리학자입니다. 미국에서 이론입자물리로 박사를 받고, 인도에 돌아와서 과학자로 활동을 하다가 결혼과 함께 현재는 미국에서 거주 중이라고 하는데요. 결혼을 하고는 경력단절을 겪었어요. 그 과정에서 딸과 남편 등이 소설을 써보라는 권유를 해서 2002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죠. 물론 현재는 물리학과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아주 멋있는 작가예요. 그리고 이런 이력이 작품에 잘 녹아 있으니까 이 작가의 정체성을 잘 기억하면서 소개를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작가는 인도인이라는 사실이 작가 정체성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해요. 작가가 말하는 인도는 국가보다는 넓은 의미로, 세상을 향한 어떤 철학적인 태도의 집합이며 많은 하위 문화가 뒤섞인 집합체의 취향과 소리와 리듬을 다 포함한 것이에요. 「델리」라는 작품에서 이런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죠. 주인공 ‘아심’이 유령을 본다는 설정인데요. 여기 델리라는 도시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재미있습니다.

 

아심이 델리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델리가 모든 규칙을 어기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가축 우리 같은 가난한 자들의 집부터 호화롭고 흉물스러운 부유한 자들의 저택까지 모두 볼 수 있었다. 큰 길 사거리에서 부자들이 에어컨 달린 차 안에 앉아 신호등이 바뀌기를 조급하게 기다리는 동안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부랑아들이 이 차 저 차로 뛰어다니며 <보그>나 <코스모폴리탄> 같은 고급 잡지를 팔았다.
 
작가는 SF에 대해 상상력을 우주 크기만큼 확대시켜서 감정 이입을 가능하게 하고, 우리로 하여금 꿈을 꾸게 한다고 말하거든요. 여기 실린 작품들 모두 아주 여러 장면에서 중층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품이고요. 여기에 머무른 나에게 자꾸 다른 곳으로 가보라고 얘기하는, 그 말에 귀 기울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김초엽 작가님이 <서울신문> 칼럼에서 이 책을 소개했는데 글이 너무 좋아서 가지고 왔어요. “만약 우리가 언젠가 진정한 의미의 미래를 만난다면 그 미래는 미국 항공우주국에 재직하는 백인 남성의 책상에서 시작되지 않을 것이다. 그 미래는 인도 뉴델리에서 남편과 아들을 돌보며 밥을 해먹이고 빨래를 하는 한 아내의 어느 비일상적인 하루에서 시작될 것이다.”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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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
권정민 글, 그림 | 문학동네

 

오랜만에 그림책을 가져왔는데 정말 멋진 책이에요. 제목이 참 좋은데요. 저는 누군가와 친해졌어도 나는 이 사람의 단면만 보고 있고 그를 잘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두 분의 생각도 궁금한데요. 제목만으로도 두 분에게, 그리고 저 스스로에게 말을 걸게 된 책입니다. 권정민 작가님의 두 번째 그림책이고요. 첫 번째 작품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  가 아주 인상적이어서 기억을 하고 있었어요. 그 책은 생태계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는데요. 그림도 물론 좋고 글이 엄청 좋아서 여러 번 읽었죠. 권정민 작가님은 사람과 동물, 식물 등 생태계를 많이 생각하는 분 같아요.


이 책의 주인공은 식물입니다. ‘식물의 시선으로 관찰한 매끈하지 않은 우리 삶의 뒷면’이라는 소개가 있는데요. 첫 문장이 이렇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당신의 베란다를 차지하게 되었느냐고요? 좋은 질문입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당신을 관찰해왔습니다. 쉽지만은 않았죠.”라고요. 흔히 유행하는 식물이 있으면 많이 수입이 되고, 사람들이 궁금해 하면서 들여오지만 금방 잊어버리잖아요. 식물을 담는 화분에 더 관심이 많고요. 책은 사람들이 식물을 고르는 장면이 먼저 등장하고요. 구입된 식물들이 사무실, 집 등으로 옮겨집니다. 사무실에 놓인 식물 주인공은 또 이렇게 말해요. “당신에게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적성에 맞지 않는 곳이 있더라도 조금은 버텨봐야 한다는 것. 견디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수도 있거든요.”라고요.


그림도 좋았지만 문장이 참 좋았어요. 그림책의 글이 좋을 때 저는 그 그림책이 더 와 닿는 부분이 있거든요.  『나는 지하철입니다』  생각도 조금 났고요. 편집자 분이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보도자료도 되게 좋았어요. 이 책을 볼까 말까 고민이신 분들, 예스24 책 소개 들어오셔서 ‘출판사 리뷰’ 글과 ‘미리보기’ 페이지를 조금 보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식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보셔도 좋고요. 식물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하기도 좋은 책입니다. 특히 저희 <어떤,책임> 청취자 분들이 좋아하실 그림책이에요.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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