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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는 것

『도쿄×라이프스타일』 저자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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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하나의 제품, 제안이었지만 그것이 라이프스타일과 연관이 되고 내가 그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이 되는 거예요. (2019. 0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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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정혜선 황지현 정지원 저자


 

라이프스타일, 당연한 기준이 되다


‘브랜드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어떻게 기여하는가?’를 고민하는 세 명의 브랜드 전문가가 도쿄로 떠났다.  『맥락을 팔아라』 ,   『어바웃 브랜딩』  등 관련 서적을 꾸준히 집필해 온 브랜드 기획자 정지원, 이마트 브랜드전략팀에서 브랜딩을 설계하는 정혜선, SK텔레콤 마케팅 그룹의 브랜드메이저 황지현. 세 사람은 도쿄의 편집숍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직접 경험하며 인상적인 장면들을 모았다.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어떠한 방식으로 제안하는가?’ 전문가적 분석을 곁들였다. 그 결과를 본(本), 합(合), 외(外), 호(好), 네 개의 키워드로 분류했다. 본질에 집중하거나, 유기적 결합으로 특별함을 만들어 내거나, 의외의 접근으로 생각의 관점을 바꾸고, 취향을 저격하며 원하는 라이프스타일로 수렴시키는 브랜드들이 모였다. 그렇게  『도쿄x라이프스타일』  이 완성됐다.

 

지난 7월 18일, 정지원 정혜선 황지현 저자가 독자들과 만났다. 강연을 통해 ‘취향이 비즈니스가 되는 곳’,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도시’ 도쿄의 이야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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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 저자는  『도쿄x라이프스타일』  에 실린 세 개의 사례 ‘호텔 코에’, ‘아코메야 도쿄 인 라카구’, ‘왈츠’를 소개했다. 시부야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 ‘호텔 코에’는 패션, 베이커리, 레스토랑, 호텔, 이벤트 공간을 결합했다. 대표 이시카와 야스하루는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리테일 실험을 시작했다. 그 결과 ‘호텔 코에’는 가장 핫한 브랜드들의 행사가 열리는 공간이 됐고, 젊은 문화를 이끌어간다는 이미지까지 얻었다. 정지원 저자는 “유효 소비를 일으키는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지역 밀착형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었던 ‘라카구’는 지난 2월 ‘아코메야 도쿄 인 라카구’로 변신했다. 쌀을  통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 ‘아코메야’에 흡수된 것인데, 그 배경에는 ‘점점 고령화되고 있는 고객층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해당 사례를 보면서 정지원 저자는 “브랜딩을 기획할 때 변화된 고객에 대한 생각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카세트테이프 전문점 ‘왈츠’를 소개하면서 “복고가 과거를 향해 있는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현재의 세대에게도 의미가 있고 멋있게 보여질 때 복고가 살아난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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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강연을 시작한 황지현 저자는 ‘  『도쿄x라이프스타일』  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두 가지 관점’을 제안했다. ‘트렌드를 보는 관점’과 ‘라이프스타일을 보는 관점’이 그것이다. 저자는 “트렌드는 그때그때의 경향과 대세”이고 “본(本), 합(合), 외(外), 호(好)는 지속될 수 있는 흐름을 잡아줄 수 있는 키워드”라고 설명했다. “각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저자는 보존화를 판매하는 꽃집 ‘EW파머시’와 원두 셀렉트숍 ‘커피 마메야’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책에서 ‘외(外)’와 ‘본(本)’이라는 키워드로 소개된 브랜드들이지만 굉장히 닮아있다”는 것. 두 곳 모두 어두운 분위기의 공간에서 하얀 가운을 걸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데, 고객들은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도움을 받는 과정을 거쳐야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황지현 저자는 ‘라이프스타일을 보는 관점’에 대해 이야기하며 ‘뉴 노멀, 당연한 기준’이라는 단어를 제시했다. “라이프스타일이 제품을 선택하고 브랜드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게 당연해지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 날의 마지막 강연자였던 정혜선 저자는 브랜드 ‘야에카’를 소개했다. ‘매일 입고 싶은 옷을 만들고 싶다’는 의미를 담은 이 브랜드는 자체 발명한 컴포트 셔츠로 유명한데, 저자는 입자마자 “궁극의 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야에카’의 셔츠는 스냅 단추(똑딱이 단추)를 사용해서 편안함을 높였고, 단추를 열면 바로 ‘택’이 떨어져 나오게 만들어졌다. ‘택’을 떼기 위해 별다른 도구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것.

 

“‘누가 입어도 편한 옷, 어떻게 입어도 편한 옷’이라는 가치관을 세세하고 치밀하게 제품과 공간에 녹여냄으로써 고객이 그 가치관을 직접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 ‘야에카’에 대한 저자의 평가다. 그는 “소비자가 몸으로 경험하면서 무의식중에 공감을 느낄 수 있는 브랜드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는 것


세 저자의 강연이 끝난 후, 독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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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 저자

 

 

책에 소개된 브랜드들은 어떤 방법으로 선정하셨나요?


정지원 : 일단 60~70개 브랜드에 대한 기초 자료를 만들었어요. 그 중에서 몇 곳을 가보고, 일부는 제외시키고, 그런 과정이 반복됐고요. 각자가 생각하는 ‘꼭 소개하고 싶은 사례’에 대해서 서로 협의하고 덧붙이는 작업도 있었습니다.


황지현 : ‘빔스’ 같은 경우는 제가 꼭 넣어야 된다고 이야기했었어요.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브랜드이고, 이 사례에 대해서 저희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래도 다뤄야 할까’ 토론을 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빔스’를 빼놓고 도쿄의 라이프스타일 문화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호(好)’라는 키워드로 ‘빔스’를 바라봤는데요. 그 관점에서 분석, 해석을 하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대한 노력은 했으나,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빔스’에 대한 책을 내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웃음).


정혜선 : 저희가 좋아하는 브랜드보다는 의미 있는 브랜드를 선정하려고 했어요. 제가 생각할 때는  『도쿄x라이프스타일』  이  『맥락을 팔아라』  의 도쿄편 같은데요. 이 책에서 다루는 모든 브랜드들이 자기만의 맥락을 가지고 치밀하게 이야기하는 것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새롭고 이슈가 되는 브랜드들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맥락이 없으면 제외시키는 필터링 과정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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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저자

 

 

서울을 주제로  『도쿄x라이프스타일』  같은 책을 쓴다면, 어떤 브랜드를 이야기하고 싶으세요?

 

정지원 : 이 책을 쓰는 동안 서울에 굉장히 많은 라이프스타일 숍이 생겼어요. 서울에 좋은 브랜드가 정말 많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광교 앨리웨이에 ‘스트롤’이라는 곳이 있어요. 운영하시는 분이 굉장히 방대한 취향을 갖고 계시고, 자신이 평생 쌓아놓은 취향과 안목들을 샵에서 다 펼치셨더라고요. 단순히 상품을 진열하는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공간의 맥락들을 이어가면서 제안하는 점이 굉장히 좋았고요. 그리고 저는 도산공원에 있는 ‘퀸마마마켓’이 참 좋더라고요. 편안함을 기반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 같아요.


황지현 : 을지로에 있는 ‘아크앤북’의 경우에는, 예를 들어서 맥주에 대한 책이 있으면 그 옆에 자연스럽게 맥주 포스터가 붙어 있는 식이에요. 판매자의 관점이 아닌 고객 관점에서 이야기가 닮아 있는 것들, 소재가 비슷한 것들을 잘 배치해 놓은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만족감이 있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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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현 저자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정지원 : 츠타야의 경우를 보면 ‘서점은 책을 파는 곳이 아니다’라고 업의 정의 자체를 다르게 하잖아요. 책 한 권 한 권에 라이프스타일이 담겨 있고, 서점은 그런 책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니까 당연히 라이프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라는 거죠. 그런데 거기에서 더 나아가서, 아무 생각 없이 그곳을 방문한 사람도 그런 맥락을 느낄 수 있도록 배치를 하잖아요. 각자가 라이프스타일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공간이라고 생각돼요.


황지현 : 한 사례를 말씀드리면, 제가 최근에 ‘담금주 키트’를 샀어요. 그냥 하나의 재밌는 상품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제 관점에서는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고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거예요. 이게 계기가 되어서 잼을 만들어 볼 수도 있는 것이고, 그렇게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가치를 시도해볼 수 있겠죠. 그러면서 내 것이 아니었던 스타일이 내 삶에 들어오고요. 단지 하나의 제품, 제안이었지만 그것이 라이프스타일과 연관이 되고 내가 그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이 되는 거예요. 결국 저에게는 그 ‘담금주 키트’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된 거죠.


 

 

도쿄 라이프스타일정지원, 정혜선, 황지현 공저 | 미래의창
그들만의 제안력으로 도쿄인의 삶에, 아니 도쿄에 스며든 브랜드들을 찾아 나선다. 오랜 경력의 브랜드 커뮤니케이터들이 꼼꼼하게 큐레이션한 브랜드들은 저마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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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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