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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권 “첫사랑은 ‘성장을 하면서 맞이하는 사랑’”

『첫사랑 ing』 이상권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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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란 꿈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그건 어른도 마찬가지예요. 다만 청소년 시기에는 더 절박하고 선명할 뿐이죠. (2019. 0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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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꿈과 희망이 없던 시절, 첫사랑은 내 출구였고, 유일한 안식처였다.”

 

비슷한 결핍을 가진 두 아이가 있다. 한 아이는 부모님이 이혼한 뒤에 시골에 있는 할머니한테 맡겨졌고, 또 한 아이는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베트남에서 시집온 어머니와 함께 살아간다. 모두 부모님의 완벽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마음속은 늘 외롭고, 누군가와 속마음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고, 위로받고 싶어 한다. 그런 두 아이가 만나 첫사랑을 하면서, 서로의 존재적인 고민을 나눈다. 처음에는 그맘때 강렬하게 밀려오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되지만,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를 알아야 하고 자신들의 꿈을 찾아야만 서로에 대한 애정이 강해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그들은 부단히 세상과 삶에 대한 고민을 한다. 그리고 서로의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었던 자그마한 꿈 혹은 희망을 찾아주려고 노력한다.


고1 국어 교과서에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  전문이 실리고,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  등 청소년을 위해 많은 스테디셀러를 쓴 작가 이상권의 첫사랑 예찬! 이상권 작가가 들려주고자 한 ‘첫사랑의 힘’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 함께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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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첫사랑 예찬론자다.”라고 책에서 밝히셨어요. 작가님의 첫사랑 이야기가 많이 궁금합니다.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청소년 시절 부모로부터 일찍 떨어져서 혼자 살았고, 그래서 그만큼 저만의 여백이 많았어요. 세상 모든 것을 혼자 다 알아야 했어요. 세상에 대한 가치, 성에 대한 가치,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학교생활까지 다 혼자 헤쳐 나가야 했어요. 이런 생활에 제게 과부하가 걸린 것 같아요. 모든 게 먹통이 되어버렸을 때, 한 여학생을 알게 되었어요. 그걸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저는 날마다 그녀를 생각하고 편지를 썼지요. 그 힘으로 하루하루를 버티어냈어요. 제 꿈도 키웠고요. 우리는 대학에 가서 만나자고 약속했어요. 근데 어느 날 그쪽에서 끊더라고요. 정말 아팠어요. 그래도 받아들였죠. 어째서 그랬는지 다 알 수 있었거든요. 헤헤헤, 그랬어요. 여기까지만.


‘첫사랑’이라는 소재는 청소년들이 매우 관심 있어 하는 소재인데요.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그럴 수도 있고요, 좀 더 넓은 의미로 본 거죠. 당연히 그때는 이성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알아가는 시기이지요. 이성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생각을 하고 있을 시기이기도 해요. 그만큼 인간이라는 생물을 보면 가장 아름다운 시기이기도 해요.  지나고 보니 저 같은 경우는 단순한 이성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그녀를 통해 제 꿈을 설계하고 고민하고 보다 넓은 세상을 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왜냐면 서로 성장하는 시기니까요. 그러니까 청소년기의 사랑이란 그들이 성장하는 데 단비 같은 역할을 한다고 확신하게 된 거죠. 제가 그랬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 있게 들려주고 싶었던 겁니다. 단순히 이성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서는, 미성숙한 두 가치가 만나서 마구 충돌하고 그러면서 더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겁니다. 이건 부모도 못하고, 동성의 친구도 못하는 겁니다. 어쩌면 신도 못할 겁니다. 그런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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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희채와 유리는 비슷한 결핍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지요. 두 인물을 그렇게 설정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우선 제가 여러 가지 결핍을 갖고 있었죠. 저는 결손가정에서 성장했어요. 물론 그때는 결손가정이라는 말을 거의 쓰지 않았어요. 누구는 엄마가 없고, 누구는 아빠가 없고, 혹은 부모님 둘 다 안 계시고, 그런 경우가 많아도 특별하게 다르다고 생각 안 했죠. 저는 아버지 없이 성장했는데 제가 다른 친구들이랑 다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물론 그 결핍을 느끼기는 해도 요즘 아이들처럼 느끼지는 않았어요. 다른 친구들도 그런 내 존재적인 위치를 알고 인정해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거죠. 그게 좋았어요. 제 조카들도 결손가정에서 성장했어요. 조카들은 어머니 없이 성장했는데, 그들을 보니 저하고는 달리 너무 힘들어하더라고요. 물론 아버지가 없는 것하고 어머니가 없는 것하고는 다르겠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세상이 기본적으로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았죠. 그래서 이번에는 그런 결핍을 자연스럽게 안고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리 어른들도 그런 결핍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였으면, 그냥 인정해주고 같이 어우러지도록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의도로 ‘희채’나 ‘유리’ 같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설정했죠.

 

작가님께서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첫사랑의 힘’은 과연 어떤 것인가요?

 

‘첫 사랑의 힘’은 ‘살아가는 힘’이에요. 그맘때 아이들 특유의 ‘성장하는 힘’이죠. 생물학적으로 표현하면 꽃을 피우려고 그 어떤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식물들 같은 거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물론 모든 아이들이 그렇지는 않겠죠. 인간이란 다른 생명체와 달리 절제하는 힘이 대단해서 스스로 정한 어떤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는 이성 교제를 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대다수 아이들은 일정한 때가 되면 이성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그런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것이지요. ‘인간의 성장’이란 단순하게 신체적으로 성장하는 것만 의미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그것보다는 ‘마음’으로 대변되는 어떤 ‘가치’를 의미하지요. 세상을 보는 눈, 꿈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첫사랑은 부모나 동성 친구가 아닌 전혀 서로 다른 남과 여가 만나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거랍니다. 외계인 같은 아이들이 서로 만나서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의 가치를 교환하는 거지요.


이 신비스러운 만남은 신이 만든 최고의 장치라고 할 수 있어요. 더구나 청소년기의 사랑은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훨씬 자유롭게 서로에게 대해서 이야기하고, 자신들의 미래와 꿈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겁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두 아이는 서로를 사랑하면서 할머니나 엄마가 주지 못하는 ‘힘’을 발견하게 되지요.

 

다문화가정에서 자란 유리의 대사가 인상 깊었어요. “난, 내가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났지만, 특별히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오히려 아무런 문제없이 잘 살아가고 있는데, 자꾸 다문화, 다문화 하면서 우리 사회가 문제를 만들어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 작가님이 이 대목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정작 다문화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이렇게 말해요. 우린 아무런 문제없는데, 왜 ‘다문화 다문화’ 하면서 색깔을 입히고 억지로 문제를 만들어 내느냐고요. 그 말을 들으니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고,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그런 말을 자주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것 자체가 차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냥 다 ‘우리’인 거죠. 저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런 용어를 쓰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결코 도움이 안 돼요. 결손가정이라는 말도 마찬가지고요. 작품 속 주인공 ‘유리’와 같은 아이들이 마치 우리 사회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묘사하려고 했지요. 거의 모든 동화나 청소년 소설에 등장하는 속칭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문제가 없는 경우가 꽤 많아요.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선들을 작품을 통해 깨고 싶었어요.

 

주인공인 희채와 유리가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사랑을 키워나가죠. 요즘 청소년들은 어쩌면 이해를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랑을 말할 때 ‘편지’와 ‘SNS’의 차이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 장치가 이 소설에서는 굉장히 중요해요. 세상은 달라졌지만 말과 언어로 소통하기 때문에 변할 수 없는 것들이 있는데, 저는 그것이 언어라고 생각해요. 그중 하나가 ‘편지’라는 형식입니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편지라는 형식으로 소통하는 청소년들도 있어요. 그들은 훨씬 더 다양한 언어로 상대와 소통하고, 훨씬 더 자유롭게 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해요. 이건 제가 느낀 겁니다. 그러니 제 글을 읽은 아이들만이라도 가끔은 그런 소통의 수단을 생각해봤으면 하고 그걸 쓴 거죠.


편지만큼 개인의 감정이 잘 드러난 장르가 없거든요. 편지는 거의 모든 글이 다 고해성사이고, 시이고, 에세이입니다. 그러니 사랑을 말할 때는 편지만큼 좋은 것이 없지요. 저는 강연 가서도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로 소통해보라는 말을 꼭 해요. 그럼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요. 확신합니다! 시간이 없어도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를 보내보세요!

 

작가의 창작 노트를 읽다 보면, 마지막 장면 구성하는 순간부터 글을 마무리하는 순간까지 눈물이 계속 났다고 하셨어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얼마 전 어떤 학교를 갔는데, 한 학생이 질문을 했어요. 


 “선생님, 왜 글을 쓰다보면 눈물이 나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나요? 저는 종종 글을 쓰면서 눈물이 날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거든요.” 


저는 그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어요.  


 “돌이켜보니 저도 처음 글쓰기를 할 때는 자주 눈물을 흘렸어요. 근데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감정이 줄어들더라고요. 그건 감정이 메말라서가 아니라 처음에는 글쓰기를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는 능력이 부족했는데 점차 주관적인 감정을 조절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을 겁니다.”라고요.


사실 글이란 주관적인 감정을 객관화시키는 작업입니다. 적어도 남에게 읽히는 글일 경우에는 더 그렇죠. 그래서 처음에는 자기감정에 충실했다가 점차 그런 감정을 객관화시키다보니, 스스로 받는 감동의 무게가 달라지는 것이죠. 눈물이라는 잣대로 그 작품의 등급을 평가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가끔은 그런 눈물이 그리울 때도 있지요. 이번 글을 쓰면서,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랑 제가 겹쳐졌어요. 저도 그렇게 누군가의 세상에서 떠나갔거든요. 떠난다는 의미가, 가슴을 아리게 하더라고요. 나만의 세상을 찾아서 떠나는 거잖아요? 그게 얼마나 대단한가. 그러면서도 아픈 일인가.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눈물이 울컥했는데, 다시 읽어도 그래요.

 

책을 덮고도 두 아이의 첫사랑이 이대로 끝나지만은 않을 것 같았어요. 말 그대로 ing인 것이지요. 이 둘의 사랑을 ing로 끝맺은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첫사랑이란 ‘처음 하는 사랑’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그것보다는 ‘어린 나이에 하는 처음으로 하는 사랑’이라는 의미가 더 커요. 그래서 ‘풋사랑’이라고 하기도 하죠. 서툴기도 하고, 세상을 보는 눈도 제대로 잡히기 전이지만, 그래서 서로에 대해서는 더 진솔하게 다가갈 수 있지요. 대다수 사람들이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것도 그런 순수함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첫사랑은 절대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그 사랑이 계속 자라나서 비록 그 당사자가 아니라고 해도 다른 사람과 또다시 연결되어 성장합니다. 그러니 첫사랑은 반드시 해봐야지요.


만약 첫사랑을 해보지 못했다면, 그 사람이 아무리 성공했다고 해도 생의 많은 부분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첫사랑이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잖아요? 그 시기가 아니면 할 수도 없어요. 그러니 아이들이 사랑을 하면 막지 말고 도와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어른들이 생각하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가지 않고, 더욱 건강한 힘을 갖게 돼요. 마치 봄날 따듯한 햇볕을 많이 받아 쑥쑥 자라나는 풀처럼 말이지요. 부모님이 반대하고 막아서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이라면 첫사랑을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그것을 무조건 막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얼마든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으니까요.

 

꿈을 가진 아이들과 꿈을 가지지 못한 아이들은 어떻게 다른가요? 아직 꿈을 찾지 못한 아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꿈이란 ‘세상을 보는 눈’을 다르게 합니다. 꿈을 가진 사람은 아무래도 긍정적이고, 세상을 보는 눈이 따뜻해집니다. 그렇지 않으면 늘 우울하고 부정적입니다. 이것도 제가 경험한 것입니다. 막연히 살아가는 것하고는 다릅니다. 꿈을 포기하는 순간 ‘되는 대로 산다’는 말이 나오게 되지요. 생이란 꿈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그건 어른도 마찬가지예요. 다만 청소년 시기에는 더 절박하고 선명할 뿐이죠. 꿈이란 어느 순간 생기기도 하지만 대부분 꿈이 생겼는지 안 생겼는지 잘 모를 수도 있어요. 그걸 찾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노력도 필요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했을 때 가장 기쁜지, 무엇을 가장 잘하는지 등 다양한 관심을 갖고 내 안을 들여다보고, 내 속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하고, 책을 보기도 하면서, 찾아내는 것도 꼭 필요해요.

 

 

 

 

* 이상권

 

한양대학을 나왔고, 계간 <창작과 비평>에 「눈물 한 번 씻고 세상을 보니」라는 소설을 발표하면서 작가가 되었다. 그동안 생태 이야기를 많이 썼고, 최근에는 ‘신이 되고 싶어 하는 인간과 반려동물’에 대한 글을 많이 쓰고 있다. 「아름다운 수탉」과 「새박사 원병오 이야기」,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는 중학교 국어와 도덕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2018년 새 교과과정에서는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가 고1 국어 교과서에 전작이 수록되었다. 작품으로 반려견 안락사 문제를 다룬 『개재판』,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가치에 대한 문제를 다룬 『숲은 그렇게 대답했다』, 꿈이 없는 아이가 얼마나 황폐해지는가를 들려주는 『서울 사는 외계인들』, 청소년들에게 ‘탄산음료 같다’는 평을 들은 에세이 『난 멍 때릴 때가 가장 행복해』 등이 있다.


 

 

 

 

 


 

 

첫사랑 ing이상권 저 | 특별한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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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배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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