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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놀이터이자 학습장”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중국편』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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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막고굴을 즐기면서 한편으로는 우리 문화유산이 가진 가치도 인식할 수 있다는 걸 밝히고 싶었습니다. (2019. 05.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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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에 출판된 ‘남도답사 일번지’를 시작으로 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는 전국적인 답사 열풍을 주도한 인문 베스트셀러이다. 국내 편과 북한 편, 일본 편을 아우르며 누적 판매 부수 400만 부를 자랑한다.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일본 편』을 네 권으로 마무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자연히 다음 편은 중국이 될 거라 기대했다. 저자도 일본 편 이후 중국 편을 써야 답사기의 전체 구성상 완성이 된다고 생각했다. 중국은 한반도의 약 40배 면적, 인구는 남북한의 약 20배, ‘8대 고도’의 문화유산을 자랑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중국을 세 번 답사한 뒤 유홍준 교수는 의외의 장소를 중국 편에서 소개할 첫 번째 지역으로 골랐다. 바로 타클라마칸사막 동쪽 끝에 있는 돈황과 실크로드였다.


“만일 ‘5대 고도’로 일컬어지는 서안, 낙양, 북경, 남경, 개봉을 먼저 쓴다면 중화주의 내지는 사대주의적인 시각이 강조될 겁니다. 동북 3성부터 쓰게 되면 또 애국주의적인 입장이 나올 테고요. 일단은 서역으로 가서 서양의 연결고리였던 실크로드를 답사해 중국이되 중국답지 않은 중국, 서쪽에서 살고 있던 유목민족의 삶의 자취부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막과 오아시스 속에 숨겨진 유적을 만났던 돈황과 실크로드는 옛날 중국 문명이 태동한 곳이면서 문명의 교차로 역할을 해왔던 곳이기도 하다. 4월 24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중국 편』  출간을 기념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홍준 교수와 만나 답사의 뒷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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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鳴不虛傳)의 돈황

 

“1권의 표지 사진은 명사산의 월아천이라고 하는 곳입니다. 사막의 오아시스가 초생달처럼 생겨 사진만 봐도 사람 마음을 설레게 하고 가보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명사산은 울릴 명(鳴)에 모래 사(砂)를 쓴다. 언덕의 모래들이 바람에 굴러다니는 소리가 울음 소리 같다는 데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 명성이 헛되이 퍼지지 않는다는 뜻의 ‘명불허전’을 울릴 명 자로 바꾼 ‘명사산 명불허전(鳴不虛傳)’은 그대로 중국 편 1권의 부제가 되었다.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 타미르 고원 넘어가는 곳까지를 흔히 실크로드로 생각하는데, 독일의 페르디난트 폰 리히트호펜이 처음 실크로드라는 말을 만들었을 적에는 동구와 중구, 서구 세 구역을 일컬었습니다. 서안에서 시작해 하서주랑을 따라 돈황까지가 2000km, 타클라마칸 사막을 에둘러 가는 게 2000km, 거기서 지중해까지가 또 2000km입니다. 실크로드의 3분의 1이 서안에서 떠나 돈황까지 가는 길이라고 할 수 있죠.”


돈황에 도착하면 중국의 3대 석굴로 꼽히는 ‘막고굴’ 곳곳을 살피게 된다. 서양에 ‘밀로이의 비너스’가 있다면, 동양에는 막고굴 45구역에서 나온 보살상이 있다. 또한 굴 안에서 발견된 돈황문서는 총 3만 점에 달했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포함된 돈황문서는 탐험대가 훔쳐 가거나 이동 도중 유실되면서 전 세계 곳곳으로 흩어진다.


“중국에서는 탐험대라는 이름으로 문화유산을 가져간 사람들을 도보자(盜寶者)라고 합니다. 또한 서양에서 왔던 도보자들을 양귀자(洋鬼者)라 하여 서양에서 온 마귀 같은 놈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2권에서는 주로 돈황의 도보자와 돈황의 문화유산을 지키려는 수호자를 자세하게 소개했습니다.”


3권으로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타클라마칸 사막 가운데 있는 누란을, 이후 낙양과 장원, 임시정부가 있었던 상해와 연행 사신의 길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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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동아시아의 문화 주주국가

 

중국 답사는 여러 면에서 여타 나라와 다를 수밖에 없다. 서양의 로마나 아테네를 여행할 때는 그 유적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보고 즐기면 그만이지만, 중국의 문화유산을 볼 때는 항시 그때 우리나라의 역사적 상황과 이에 연관된 우리의 유물 유적이 오버랩 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우리 문화의 특질이 더욱 드러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인들의 마음 한쪽에 은연중 자리잡고 있는 중국문화에 대한 열등의식이 일어나기도 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중국편 1』 , 13쪽

 

유홍준 교수가 강조했던 한 가지는 문화의 상대성이었다. 중국이 가진 자연과 문화유산에 감동하면서 한편으로는 중국에서 볼 수 없는 한국 문화유산만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막고굴의 어마어마한 위용은 감탄을 불러일으키지만, 막고굴의 492개 석상을 통틀어 봐도 석굴암의 아름다움은 없다.


“막고굴은 사암 지역이기 때문에 곡괭이로 석굴 사원을 조성했다면, 우리는 화강암 지대에 살면서 인공적으로 부처님의 세계를 건축적으로 완벽하게 재현했습니다. 이것은 역시 우리 문화유산이 가진 자랑거리로 그들에게 석굴의 전통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산사의 전통이 있어요. 우리는 늘 산사를 보기 때문에 평범하다 생각하는데, 다른 나라 사람들이 와서 봤을 적에는 참 놀라운 전통입니다. 중국의 막고굴을 즐기면서 한편으로는 우리 문화유산이 가진 가치도 인식할 수 있다는 걸 밝히고 싶었습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단순히 한국의 문화유산이 뛰어나다고 이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타국의 미학과 유산을 전부 비교했을 때 우리 문화가 가진 특수성을 비교했기 때문에 설득력을 지녔다. 유홍준 교수에게 한국은 “당당한 지분율을 가진 동아시아의 문화 주주국가”였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장수 비결이 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책이 답사기이기 때문에 장수한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기행문은 쓰는 사람이 자기감정을 실어서 쓰기 때문에 한두 번 읽으면 세 번째 책은 안 읽게 마련이잖아요. 하지만 저는 주제가 문화유산에 있지 제 감정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여러분이 좋아해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미술사 전공이지만 역사나 사상, 문화, 자연까지 버무려서 여행할 적에 생기는 여러 궁금한 점을 같이 섞어보려고 했던 시도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유홍준 교수에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한편으로는 놀이터이자 한편으로는 학습장”이었다. 여행에서 재밌게 보고 느꼈던 것을 다른 사람들도 같이 느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써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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