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특집] 『90년생이 온다』 임홍택 저자 인터뷰
<월간 채널예스> 2019년 4월호
저도 오타쿠적인 기질이 있는지 흥미가 생기면 끝까지 파는 경향이 있어서 90년대생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둔 거죠. (2019. 04. 15)
깃발을 들고 사회 곳곳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 새로운 디지털 세대의 출현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대기업을 다니면서 얼마 전 『90년생이 온다』 를 출간한 임홍택 저자를 만나 들어봤다.
임홍택 『90년생이 온다』 저자
90년대생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된 계기는 뭘까요?
우선 그들이 (80년대 생인) 저와 다른 이유가 뭘까 궁금했어요. 별반 차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90년대생이 즐겨 쓰는 줄임말 같은 것도 기존부터 충분히 쓰여 왔던 것들이고요. 헌데 극단적인 축약 같은 건 저도 모르겠더군요. 한 번은 옆에서 얘기하는 걸 듣는데 맥락이 전혀 이해가 안되고요. 회사의 인사교육팀에 있을 때 관련 교육을 한 적이 있는데, 그런 걸 하면서 관심을 갖게 되어 뉴스를 캡처하고, 언어를 정리하면서 자료들을 모았어요.
그런 자료들이 책으로 묶인 거네요?
책을 쓰려고 한 게 아니라 제가 보려고 만든 자료였어요. 90년생을 밀레니얼 세대라고 하면서 80년대생과 같이 묶어서 이야기하는 자료들은 있지만 90년대 생만 잘라서 말하는 책은 없었거든요. 저도 오타쿠적인 기질이 있는지 흥미가 생기면 끝까지 파는 경향이 있어서 90년대생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둔 거죠.
책이 나온 건 2018년 말이에요.
사실 자료 정리는 2014년에 다 썼는데 못낸거예요. 당시에 책으로 내볼까 하고 한 곳 정도 출판사에 컨택했는데 긴가민가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접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브런치 연재를 했는데, 그 연재물이 상을 받게 되면서 출간을 하게 됐어요. 사실 이 친구들의 조직 문화 이슈가 이제 나온 탓도 커요. 퇴사나 워라벨 이런 것들이요. 제가 참조한 자료 중 중국 사례가 많은데 중국은 2012년에 이미 겪은 걸 우리는 그보다 늦게 이제 겪고 있는 거죠.
90년대생을 밀레니얼 세대라는 카테고리에서 빼고 이야기한 부분이 흥미로웠어요.
제가 80년대생인데 분명 다른 지점이 있거든요. 나랑 다른데 측정을 잘못하면 답이 이상하게 나오는 건 당연하고요. 저는 밀레니얼 세대보다 80년대생, 90년대생 이렇게 나눠서 얘기하고 싶어요. 굳이 나누자면 늙은 밀레니얼, 젊은 밀레니얼이 있는건데, 사실 밀레니얼이라는 용어를 쓴지도 오래 됐잖아요. 밀레니얼로 20년을 묶으면 그냥 ‘젊은 것들’이라는 말 밖에 안되고요. 10년 단위의 측정이 꼭 좋은 건 아니지만 20년 단위보단 짧게 해야 맞는 것 같아요.
80년대생과 90년대생의 차이는 뭘까요?
사실 본질적인 차이는 크게 없어요. 이들은 ‘참는 것이 미덕’인 환경이 아닌 ‘참을 필요가 없는’ 환경에서 살아왔고 당연히 그걸 표출하는 세대에요. 80년대생도 동일한 마음을 갖고 있긴 한데 굳이 표출하진 않죠. 어떻게 보면 90년대생은 대신 말해주는 세대에요. 이들은 조직에서도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기업과 사회는 이걸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례와 인터뷰가 등장하는데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나요?
제가 잘하는 건 아니고요. 그냥 관심을 갖고 얘기를 나누는 거예요. 신입사원과 소통할 기회도 많았고요. 특히 알바생들과 저는 조직상의 위계도 없어서 더 쉽게 물어볼 수 있고 날 것의 답을 들을 수 있죠. 회사라면 간담회 같은 걸 할텐데, 일부러 자리를 만들어서 상무님 같은 분이 “얘기해봐” 하면 아무도 얘기 안해요. 얘기하는 걸 1차로 상사들도 좋아하지 않고요. 모든 사람은 다 자기만의 환경에서 최적의 선책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유가 궁금하기도 할 텐데 그러질 않아요. 자기 기준으로만 판단해서 이해도 안하고 잘못됐다고만 생각하는 거죠.
책은 90년대생의 주요 특징으로 간단함, 재미 추구, 정직함을 꼽았어요.
20대들이 사용하는 유튜브 컨텐츠를 예로 들면 그 세 가지가 다 들어가 있어요. 저도 최근에 차 때문에 관련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는데 우선 차 리뷰를 너무 재미있게 해요. 개그 프로처럼 하는게 아니라 전문적으로 하면서도 속속들이 알려주는게 재밌는 거예요. 관심있는 분야니까요. 간단함이란 건 이런 거예요. 이전 같으면 차를 살 때 관련된 정보들을 일일이 찾아 보잖아요. 수많은 전문가 비전문가의 블로그 리뷰를 찾아보고 커뮤니티에도 들어가보고 그랬는데, 이젠 영상 하나만 보면 모든 게 해결되요. 그들이 이미 찾아보고 알려주는 거니까요. 그런 게 간단한 거예요. 정직함이란 건 그 정보들이 광고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거예요. 대기업에서 돈을 받고 한 거냐 아니냐는 건데 보면 알아요.
유튜버처럼 관심 분야를 직업으로 삼은 이들도 늘고 있잖아요.
90년대생들은 자기 관심으로 돈을 벌고 싶어해요. 강의 때 자주 얘기하는 건데, 이전엔 열 명의 신입사원 중에 한 두 명 정도 오타쿠가 있었다면 지금은 10명이 다 오타쿠에요 그게 나쁜 의미가 아니고 자기가 특정하게 좋아하는 연예인 혹은 뭐라도 있다는 거죠. 근데 그걸 일로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니 안하거나 아니면 회사랑 스스로를 분리하는 거예요. 흔히 ‘워크 앤 라이프’, 일과 생활이 분리된 건데 사실은 책에도 썼지만 그게 분리되면 절반의 인생을 사는 거예요. 워크도 라이프가 될 수도 있는 건데 그걸 강요하고 싶지는 않고, 아무튼 그렇게 돌아가고 있어요.
업무 환경에서 정직함을 추구하는 건 어떤 게 있을까요?
한국 회사들은 좋은 점만 얘기해요. 분식회계라는 말처럼 얼굴에 분을 칠하고 보여주죠. 직무도 구체적으로 뭘 하는지 좋은 말로만 대충 써 놔요. 하지만 회사에 들어가면 한 달 안에 속살을 볼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실망을 하고 퇴준생이 되는 거예요. 90년대생들은 이걸 비정직하다고 생각해요. 정직하다는 게 개인이 정직한게 아니고 정직한 시스템을 말하는 거거든요. 워라밸, 칼퇴, 이런 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건 그냥 당연한 거예요.
업무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준다면 거기에 맞는 사람들이 지원할텐데 말이죠.
업무적인 능력이 뛰어난 친구들이 많아요. 그거 하려고 회사에 들어온 거고요. 근데 말씀 드렸듯이 업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잡디스크립션(job description: 직무의 특성에 중점을 두어 간략하게 기술된 직무기술서)에 대한 이해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막상 회사에 들어오면 아닌거예요. 들어오니까 다르네? 이거 하려고 나를 뽑은 거 아니었나? 난 이거 하려고 왔는데 왜 자꾸 내가 못하고 관심 없는 것만 시키지? 좋아하는 일만 할 수는 없지만 온도차도 다르니까 애초에 포기해버리는 거예요. 기사를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중국 화웨이가 중국의 젊은 세대가 가고 싶은 회사 1위에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여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시켜줘’가 바로 그 이유에요. 근데 한국에서 그런 기업이 얼마나 있을까요.
책에는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90년대생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요. 90년대생의 기질과는 맞지 않는 직종일 텐데 왜 몰리는 걸까요?
뼈와 살인 거 같아요. 쉽게 이야기하면, 눈에 보이는 살은 재미, 간단함, 자유분방함 같은 기질이에요. 그 안의 뼈는 안정이고요. 안정이 되어야지 그 기질을 발휘할 수 있는 거고 사는 데는 뼈와 살이 다 중요하잖아요. 헌데 많은 사기업은 열정 페이, 내적 동기 이런 말만 하고 진짜 안정감을 주지는 않죠. 반면 공무원은 살은 버리더라도 뼈를 가질 수는 있어요. 빨리 퇴근하고 집에 가서 원하는 살을 채우면 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이 되고서도 정직하지 않은 많은 활동들이 보이면 그만 둬요. 대기업과 똑같이 어렵게 들어갔어도 오늘의 확실한 행복을 만들어주지 못하면 그만 둬버려요. 하루하루 이 지옥같은 곳을 어떻게 다녀요? 요즘은 대체제가 많아요. 우리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들이 보기에는 많아요. 난 능력 있으니까,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할 수도 있고, 내가 장사해도 이거보다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죠. 개인차도 있고 통계로 보긴 어렵지만 그렇게 생각해요.
그렇다면 90년대생이 보기에 자신이 꼰대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책에 그걸 체크해보는 리스트가 있어요. 근데 그 리스트는 꼰대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않아요. 문항에 한 개 이상 체크하게 되면 꼰대이고 또 제가 한 개 이상은 무조건 나오게 설계했거든요. 가혹한 테스트에요. 근데 과학적인 게 아니고 비과학적 테스트에요. 왜냐면, 사람은 무조건 꼰대가 된다고 이야기 하고 싶었거든요. 한국 사회에서 한국의 조직 문화에서 그걸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요. 그걸 의식하고 그러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꼰대 의식이 지나치면 ‘괴물’이 되기 쉽거든요.
꼰대가 아닌 좋은 리더란 무엇일까요?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일은 잘하면서 성격은 안 좋은 선배가 있고 일은 좀 못해도 사람은 좋은 선배가 있잖아요? 용장, 덕장이죠. 예전엔 이 둘을 모두 인정했어요. 근데 요즘에는 둘 다 아니에요. 사람은 좋지만 일을 못하면 좋은 선배가 아니고 한 쪽은 그냥 쓰레기예요. 좋은 선배가 되는 건 어려워요. 좋은 선배가 되는 건, 일 잘하고 사람 좋아야 해요. 그게 좋은 사람이에요.
우리는 어떻게 90년대생을 이해하고 세대간의 차이를 좁힐 수 있을까요?
이 책에서 솔루션은 기대 안 했으면 좋겠어요. 담지도 않았고요. 세대별 솔루션은 없어요. 그걸 기대한다는 건 문제라고 본다는 거거든요. 저는 책을 쓴 목표가 관심 환기예요. 왜 다른지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90년생이 온다임홍택 저 | 웨일북
새로운 고객을 이해하기 위한 툴과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기업의 담당자는 본격적으로 기업에 입사하는 세대를 위한 실질적인 인사 관리 가이드와 그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방안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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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
<임홍택> 저12,600원(10% + 5%)
얘네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이해하기 어렵다면 제대로 관찰하라!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90년대생들. 새로운 세상을 주도하는 낯선 존재들과 함께 살기 위해 언어생활부터 소비성향, 가치관까지 흥미롭고 면밀하게 분석한 탐구 보고서. 공무원을 갈망하고, 호구가 되기를 거부하는 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