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잘못된 선택’을 할까요?
소설 『내일이 없는 소녀』 저자, 황희
자신의 선택이 시간이 지난 후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생각될 때마다 주저앉지 말고 다른 선택을 하면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그런 설정을 했습니다. (2019. 04. 09)
어떤 선택을 하는 순간, 모든 가능성만큼의 평행세계가 열린다는 독특한 설정은 기존의 타임루프 영화나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서사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며, 다시 한 번 독자들을 시공간을 초월하는 미스터리 판타지 소설의 매력 속으로 이끌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내일이 없는 소녀』 는 여덟 번의 토요일을 반복하며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가는 독특한 소재의 타임루프 소설인 『월요일이 없는 소년』 의 스핀오프 작품이라고 하셨는데, 두 작품이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요?
두 책의 주인공이 각각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 사회적으로 약자의 입장이면서 악의 씨앗, 근원, 뿌리를 추적해간다는 점, 두 작품 모두 내일이 없거나 월요일이 없다는 제목이 상징하듯 어떤 ‘결핍’의 상태에 있는 열여덟 살 소년ㆍ소녀의 이야기라는 점, 악의 온상인 뉴월드 복합상가라는 특수한 공간이 공통적으로 등장한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나는 매일 평행세계를 뛰어넘는다!”라는 표지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내일이 없는 소녀』 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간략한 책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내일이 없는 소녀』 는 한때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실제 사건의 범인이 이 사회로 돌아오는 것을 우려하며 쓴 소설입니다. 피해 당사자에게 가해자의 출소만큼 두려운 일이 있을까요?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시켜버린 범인의 출소를 앞두고 두려움에 떨던 도이는 열여덟 생을 끝내기로 합니다. 그 후 범인의 폭행으로 실명되었던 오른쪽 눈의 시력이 되살아나고, 오른쪽 눈은 특정한 장소에 잔류하는 사념을 보고 환청이라는 매개를 통해 그것과 접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도이는 자신의 능력을 발견한 이후로, 의붓아버지에게 학대당하며 힘들 때마다 손목을 긋는 지석이라는 소년과, 또 다른 범죄의 피해자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석윤과 수혁을 만나게 됩니다. 도이는 그들과 함께 범죄를 당하지 않은 새로운 평행세계에서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중 가정법원소년부의 조사관 일행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을 통해 중요한 단서를 찾게 된 도이는 이 세상에서 ‘악인’들을 근본적으로 자멸시키기 위해 악의 온상인 뉴월드 복합상가로 향하게 됩니다.
어떤 선택의 순간에, 선택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만큼의 평행세계가 열린다는 설정은 기존의 영화나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으로 독자들에게 서사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킵니다. 실제로 작품 안에서도 제1평행세계부터 제7평행세계까지 펼쳐지는데요, 집필하시는 데 상당히 어려우셨을 것 같아요. 이런 독특한 설정을 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주인공이 고생을 많이 할수록 서사가 단단해지고 독자들이 응원을 하게 되어 있거든요. 지면이 허락한다면, 저는 7평행세계가 끝이 아니라, 100평행세계까지 계속 분기시킬 수 있었을 겁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잘못된 선택’을 할까요?
주인공 도이 역시 계속해서 잘못된 선택을 하니까 옳은 선택을 할 때까지 계속 평행세계를 뛰어넘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고생 덕분에 도이는 마침내 교복 입은 석윤과, 새로운 소년법 제시안 공모전에 당선되어 아이처럼 기뻐하는 지석과 만날 수 있었을 겁니다. 자신의 선택이 시간이 지난 후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생각될 때마다 주저앉지 말고 다른 선택을 하면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그런 설정을 했습니다.
작품 속에 나오는 인물들 역시 결코 평범하지 않습니다. 잔류사념을 보는 소녀 ‘도이’와 환청을 듣는 소년 ‘석윤’, 그리고 ‘도이’와 텔레파시로 소통할 수 있는 ‘지석’까지. 각각의 인물들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작품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한국에서 방영되는 사이코매트리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사이코매트리를 소재로 다룬 외국 드라마나 영화, 소설을 보면, 사이코매트리 능력이 사념을 ‘보는’ 능력에 국한됩니다. 하지만 『내일이 없는 소녀』 주인공 도이에겐 더 나아가 잔류사념에 ‘접촉’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기존의 국내외 소설이나 영상매체에서도 아직 다루지 않은 설정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석윤, 도이, 지석 세 친구들은 끔찍한 범죄의 피해자로, 그 상처로 인해 평범한 일상을 누리지 못합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그들 셋의 인연은 극악한 범죄의 뿌리를 파헤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석윤에겐 소년법의 현 시점을 묻는 역할을, 지석에겐 현 사회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동성성폭행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역할을, 도이에겐 현실의 범죄 피해자들이 범죄로 인해 놓치게 된 개인의 미래, 그리고 가능성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맡겼습니다.
<작가의 말〉을 읽어보면 “언젠가 사고를 크게 당한 적이 있다. 병원을 나오면서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분명 죽은 것 같은데, 죽었다는 기억이 없는 것이다. 그날 죽은 것 같았던 나는, 집으로 돌아갔고 직장을 다니고 작가로 살아가고 있다. 현재의 이 삶은 무엇이며 나는 누구일까.”라는 말이 나오는데, 혹시 그때의 경험이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가 되었나요?
그런 셈이죠. 하지만 이 작품을 꼭 써내야겠다고 생각한 직접적인 동기는 가해자의 출소를 앞두고 두려움에 떨고 있을 피해자들에 대한 염려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독자들과는 어떤 방식으로 소통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현재까지는 블로그가 유일한 소통의 창구입니다. 독자들이 안부 게시판에 글을 남기면, 하루가 지나기 전에 꼭 답글을 남겨둡니다. 한국에 나갈 기회가 생긴다면 타자기를 가져가 제 책이 나올 때마다 찾아서 읽어주신 고마운 분들게 타자기로 쓴 편지를 보내드리는 것이 저의 또 다른 꿈이랄까요. 트위트는 이제부터 열심히 해보려고요. “검은 타자기”를 검색하시고 팔로어가 되어주세요.
『월요일이 없는 소년』 과 『내일이 없는 소녀』 을 보면 다른 작품이면서도, 시리즈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혹시 그런 기획으로 완성된 작품이 맞는지 궁금합니다. 만약 맞다면 계획하고 있는 다음 작품도 있으신가요?
“없는”을 공통 주제로 시리즈로 쓰고 싶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없다는 것’은 ‘결핍’을 뜻합니다. 결핍이 없는 사람은 없겠지요. 다만 그 결핍의 정도가 다르고, 결핍을 결핍으로 느끼는 강도가 다를 뿐, 모두가 결핍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핍을 가진 사람들은 그 결핍을 채우려 모색하는 동안 성장합니다. 저는 소외되거나 소수자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그들이 가진 결핍을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용기와 희망, 가치 같은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월요일이 없는 소년』 은 트랜스젠더 소년이 피해자가 살아 있던 시간으로 반복해 되돌아가는 동안 ‘정’을 느끼고 피해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통해, 다수가 편협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성소수자라는 타이틀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를 보여줬고, 『내일이 없는 소녀』 는 아동성폭행의 피해자 소녀가 평행세계를 뛰어넘으며 범죄자들이 최초로 저지른 범죄에까지 가닿는 동안 혹시 현재의 소년법이 범죄자들을 괴물로 진화시킨 통로가 되어준 것은 아닌지에 대한 화두를 던집니다.
『월요일이 없는 소년』 의 주인공 ‘은새’와 『내일이 없는 소녀』 의 주인공 ‘도이’는 타인을 구하는 일을 통해 결핍을 채우고 성장합니다. “없는” 시리즈의 다음 작품은 초고 작업이 끝난 상태로 전혀 다른 시각에서 수정을 하기 위해 한 달 정도 묵혀두고 있는 중입니다. 2004년 시나리오에 당선되면서부터 작가라는 직업군 어딘가에 끼어 작가로 살아오고 있습니다. 벌써 14년이 흘렀군요. 제 소설을 꾸준히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책뿐이라 또 새벽부터 부랴부랴 책상 앞에 앉곤 한답니다. 독자분들과 함께 늙어가는 중입니다.
내일이 없는 소녀황희 저 | 네오픽션
어떤 선택을 하는 순간, 모든 가능성만큼의 평행세계가 열린다는 독특한 설정은 기존의 타임루프 영화나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서사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관련태그: 내일이 없는 소녀, 황희 작가, 잘못된 선택, 평행세계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황희> 저12,42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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