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하는 일을 어른스럽게 하기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보겠습니다』 키미앤일이 인터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만든 둘만의 법이 있어요. 가정의 평화를 위한 ‘가정법’입니다. 그 가정법 중의 한 가지인데 '5분 이상 삐짐 금지'입니다. (2019. 03. 21)
출판계와 SNS에서 가장 주목받는 일러스트레이터 키미앤일이의 첫 번째 그림 에세이. 과감한 색상 표현과 이국적인 그림체로 많은 팬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키미앤일이의 ‘키미’는 그림을 그리는 아내 김희은에서 따온 이름이고 ‘일이’는 디렉팅과 글쓰기를 하는 남편 김대일에서 따왔다. 부부는 부산과 남해를 오고 가며, 이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살고 싶은 삶을 고민하는 순간순간에 느낀 감정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여전히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이상도 현실도 아닌, 애매한 곳을 표류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불행하진 않으니 이 정도면 그럭저럭 괜찮은 삶이라고 말한다. 평화로운 아침을 누리고, 바닷가에서 물수제비를 뜨고, 작은 시골집에서 작업을 하는 단순하고 느리지만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을 보여줌으로서 스스로 주인이 되지 못하는 삶을 사는 이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다. 책의 페이지를 펼칠 때마다 잊고 있던 가슴 뛰는 로망이 되살아난다.
여러 가지 작업을 두 분이 함께하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작업을 주로 하시나요? 그리고 ‘키미앤일이(kimi&12)’가 어떤 의미인지도 궁금해요.
‘키미앤일이’는 ‘키미’와 ‘일이’ 입니다. ‘키미’는 아내의 예명이고 ‘일이’ 는 저의 예명이에요. 그러니까 희은이 와 대일이 같은 것입니다. 별다른 의미가 담겨 있진 않답니다. 저희가 하는 작업은 넓게는 '생각을 표현한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그 방식이 키미의 경우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고, 저는 글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저의 경우는 이제 겨우 시작하는 단계라서 아직 결과물도 부족하고 방법이 서툴지만 좋아하는 일이니까, 일단은 계속해보겠습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말이죠.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보겠습니다』 을 보면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시는 것 같아 부러워요. 그렇게 살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나요?
'타의'에 의해서 시작된 대부분의 일은 항상 우리에게 ‘어떤 마음’을 안겨 주었는데 공교롭게도 그것은 모두 다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비슷한 마음들이 쌓여 갈수록 형태가 뚜렷해지기 시작했지요. 그 형태는 점점 모양을 잡아가고 어느덧 완전한 모습이 되었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타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서 그런지 자의에 둔해졌던 모양입니다.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 몸과 마음이 너무도 힘들었던 어느 날, 바닥과 한 몸이 되어 누워 있는데 그제서야 보이더군요. 이게 뭘까 싶어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대뜸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제 그만, 네가 하려던 것을 하렴."
부부 작가로서 함께 다니며 함께 작업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작업하다 보면 의견이 달라 갈등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풀어가시나요? 또 오랫동안 작업하면서 지켜온 두 분 만의 철칙이 있으신가요?
저희는 쓸데없는 농담부터 시작해서 진지한 것들까지 참 다양한 종류의 대화를 합니다.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서 알게 되더군요. 서로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대화가 깊어질수록 서로의 말에 공감하게 되기도 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대화'가 가진 매력 아닐까 싶어요. 서로를 인정하다 보니 갈등이 쉽게 일어나진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가끔은 갈등이 생기기 마련인데, 마찬가지로 저희는 끈질기게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 노력합니다.
철칙 비슷한 것이 있긴 해요. 뭐냐 하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만든 둘만의 법이 있어요. 가정의 평화를 위한 ‘가정법’입니다. 그 가정법 중의 한 가지인데 '5분 이상 삐짐 금지'입니다. 물론 실질적으로 화가 나는 일이 생겨버리면 5분 이상 화가 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법을 만든 이후로 화가 나더라도 '5분을 넘기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화를 누르고 대화를 시도해야겠다는 마음 또한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더불어, 상대방 또한 이 분위기를 5분 이상 유지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먼저 손을 내밀어 주기도 하고요. 흥분한 마음을 조금만 누르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갈등의 원인은 대부분 아주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별 것 아닌 오해에 우리의 감정과 시간을 허비하는 것만큼 무의미한 것도 없겠구나 싶습니다.
그동안 여러 책 작업을 하셨지만, 이렇게 남편은 글을 쓰고, 아내는 그림을 그린 책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보겠습니다』 이 첫 번째 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기존에 작업하셨던 책과 다른 점은 무엇이고, 책을 내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여태까지의 책 작업은 그림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외주작업으로든 자체적으로 만든 책이든 아내의 그림은 우리 작업물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이번 책은 제가 먼저 글을 쓰고 아내가 그림을 그려주는 방식이었습니다. 팔불출 같은 소리를 좀 하자면, 항상 아내에게 그림을 받아서 작업하던 모양새였습니다. 창작의 고통을 옆에서 지켜봐 왔습니다. 그때는 그 고통을 어렴풋이 안 느낌이었는데, 그 반대가 되어서야 그동안 느꼈을 아내의 고통이 이해가 되었어요.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이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책을 내게 된 계기는 너무도 분명합니다. 오래 전부터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뚜렷한 이유 같은 게 없습니다. 엄청 막연한 느낌이긴 합니다만, 쓰고 싶다는 마음. 단지 그뿐이었습니다. 이런 마음을 가슴 한편에 품고 살던 어느 날, 그림을 그리는 아내 덕분에 감사하게도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게 되면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냉큼 움켜 잡았어요.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그동안 잊고 있던 로망을 되살려 주는 책’이란 독자 리뷰가 많았는데요. ‘나는 사실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이 있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어’라며 주어진 일에 맞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살아가고 싶은 삶의 모습이 있다면, 그것은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지 발현될 거라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그렇게 살지 않아도 괜찮은 것’일 겁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그건 마치 운명과도 같은 거라 생각합니다. 조금 격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살아가고 싶은 삶의 모습이나 형태라는 것은 그렇게 살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서 어떻게든 그렇게 살아지게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러니 '어쩔 수 없어'라고 굳이 단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언제든 마음속에 품고 다니며 꺼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는 어떤 글과 그림 작업을 하고 싶으신지 말씀해 주세요.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이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너무 어렵고 힘든 작업이라는 게 피부에 와 닿습니다. 그럼에 불구하고 아직 초보라 그런지 의욕이 상당히 많고, 덧붙여 두려움도 많습니다.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 아직은 벅차기도 하고요. 그래서 아직은 쓰고 싶은 것을 반드시 쓰겠다는 마음보다는 꾸준히 쓰겠다는 마음이 더 큽니다. 아내 또한 마찬가지로 그림을 계속해서 꾸준히 그려나갈 것입니다. 때로는 함께 책을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의 것들에 열중할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후속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후속작이라고 하니 뭔가 전업작가가 된 것 같아서 감격스러운 기분도 들고 덩달아 상당히 쑥스럽지만, 어찌 되었든 일단 올해 안에 새로운 책이 나올 계획입니다. 이미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하게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보겠습니다』 을 읽는 독자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에 계신다면, 마음이 시키는 편을 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택하신 것이 무엇이든지 옳고 그른 것의 문제로 여기지 않길 바랍니다. 반드시 하고 싶고, 해야 하는 일이라면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하게 될 겁니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보겠습니다키미앤일이 저 | 가나출판사
평화로운 아침을 누리고, 작은 시골집에서 작업을 하는 단순하고 느리지만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을 보여줌으로서 스스로 주인이 되지 못하는 삶을 사는 이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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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키미앤일이> 저12,420원(10% + 5%)
출판계와 SNS에서 가장 주목받는 일러스트레이터 키미앤일이의 첫 번째 그림 에세이. 과감한 색상 표현과 이국적인 그림체로 많은 팬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키미앤일이의 ‘키미’는 그림을 그리는 아내 김희은에서 따온 이름이고 ‘일이’는 디렉팅과 글쓰기를 하는 남편 김대일에서 따왔다. 부부는 부산과 남해를 오고 가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