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당신 인생의 명대사는 무엇인가요?
『엄마, 왜 드라마보면서 울어?』, 『건반 위의 철학자』, 『걷는 사람, 하정우』
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죠. 삼천포 책방 시간입니다. (2019. 01. 24)
드라마가 준 공감과 위로를 말하는 책 『엄마, 왜 드라마보면서 울어?』 ,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였던 철학자들의 이야기 『건반 위의 철학자』 , 삶이란 걸음 위에 있음을 알려주는 『걷는 사람, 하정우』 을 준비했습니다.
그냥의 선택 - 『엄마, 왜 드라마보면서 울어?』
도연 저 | 부크럼
이 책은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예요. 프리랜서 디자이너이자 ‘도연’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저자의 에세이고요. 저자는 드라마 대사에서 깊은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고 하는데요. 인상 깊었던 드라마와 대사들, 그와 관련 있는 자신의 경험에 대해서 썼습니다.
책에서 언급한 드라마들을 보면 <응답하라> 시리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 <달콤한 나의 도시>, <또 오해영>, <괜찮아 사랑이야>, <그들이 사는 세상>, <식샤를 합시다>, <미생> 등이 있습니다. <미생> 이야기를 하면서 회사 생활의 경험을 떠올리기도 하고요. <응답하라 1994>를 보면 전국 각지의 학생들이 신촌 하숙집에 모이잖아요. 저자도 대구 출신으로 서울생활을 시작했는데, 그때의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달콤한 나의 도시>의 주인공처럼 연상, 연하와 연애했던 경험을 들려주기도 하고요.
이 책의 매력은 읽다 보면 자꾸 말을 섞고 싶어진다는 거예요. ‘나도 이 드라마 좋아했는데!’, ‘나라면 이 드라마를 이야기할 텐데’, ‘내 인생의 명대사는 ~~인데!’ 하고 말을 덧붙이고 싶어집니다. 예전에 봤던 드라마의 한 장면이 내 일상의 한 순간과 맞아들어 갈 때가 있잖아요. ‘그때 그 인물의 감정이 이런 거였겠구나, 그때의 대사가 이제 이해된다’ 싶고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공감을 많이 하실 것 같아요.
제목이 『엄마, 왜 드라마보면서 울어?』 인데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실린 꼭지가 있어요. 저자가 15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고, 어머니께서 갖은 고생을 하시면서 저자와 언니를 키우셨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의 주인공 가족도 비슷해요. 그 드라마를 보면서 저자와 어머니가 서로 모르는 척하면서 눈물을 흘렸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엄마, 왜 드라마보면서 울어?』 라는 제목을 붙이지 않았나 싶고, 부제인 ‘슬픈 장면은 이미 지나갔잖아’라는 말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호박의 선택 - 『건반 위의 철학자』
프랑수아 누델만 저/이미연 역 | 시간의흐름
제목이 다 말해주는 책이라고 생각돼요. 서양 철학자 중에 굉장히 유명한 분들이 많잖아요. 사르트르, 니체, 바르트 같은 사람들이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대요. 왠지 철학자들은 감성적인 음악은 잘 안 할 것 같고, 철저히 이성에 기반해서 자신의 사유만으로 논고하고 글을 쓸 것 같잖아요. 그런데 사르트르가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꿨었대요. 사르트르의 사상적 기반과는 안 어울리는 듯 한 음악을 한 걸로 역사에 남아있는데요.
저자인 프랑수아 누델만도 철학 박사이자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라고 해요. 파리 제8대학교의 철학 교수이고요. 본인도 철학을 하면서 피아노의 험난한 길을 걷고 있는데, 역사적으로 철학을 하면서 피아노를 쳤던 사람들의 계보를 밟아나간 거예요. ‘그들의 철학이 음악에 어떤 영향을 끼쳤으며, 음악이 그들의 사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가’ 하고요. 또 철학자들의 아마추어리즘적인 것들이 드러나니까, 왠지 조금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 사람들도 이 곡을 연주 못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동지애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롤랑 바르트의 경우, 자신의 철학에 대해서는 완벽주의적이었지만 연주에 대해서는 깊이 사유하기보다 순수하게 즐겼다고 해요. 책의 마지막에 보면 ‘이 철학자들은 왜 피아노를 쳤을까’에 대해서 저자가 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아마추어리즘이라는 것이 결국은 일상을 벗어난 태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일상은 타자에 의해 강요된 속도로 흐른다. 그 속도는 엄마 손을 놓치지 않으려는 아이의 종종걸음일 수도 있고 개인의 신체를 통제하는 집단적 권력의 생체리듬일 수도 있다. 강요당한 리듬을 그대로 쫓지 말 것, 메트로놈에 얽매이지 말 것, 내 신체가 원하는 바를 악보의 흐름과 연결할 것. 아마추어리즘이 지닌 진정한 가치를 드러내고자 했던 바르트의 노력도 이와 같은 맥락 안에 있다.”
톨콩의 선택 - 『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저 | 문학동네
이 책을 읽어봤더니, 하정우 씨가 서울 곳곳을 걸어서 돌아다니고 있더라고요. 놀라운 정도인데요. 강남에서 영화사가 있는 마포까지 걸어 다닌다고 하고요. 영화 <터널>을 찍을 때는, 몸이 마른 모습으로 연기해야 했는데 다이어트 할 시간이 5일 밖에 주어지지 않아서, 제주도에 걸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대요. 그래서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걸어서 김포공항에 도착했고, 제주도에서는 4박5일 동안 내내 걷고 돌아왔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때가 1월이었대요.
하정우 씨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걷기보다 더 본격적인 걷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엄중한 경호를 받고 좋은 차를 타는 연예인의 모습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보다 서울 각지를 더 많이 걸어 다니고 있는 배우 하정우 씨를 알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첫 부분에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하지원 씨랑 나란히 연기대상 시상을 했었대요. 하정우 씨는 전년도 수상자였는데 또 후보에 올라 있었고, 그래서 하지원 씨가 ‘이번에 또 수상하시게 되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라고 물었는데요. 하정우 씨는 자신이 수상할 리는 없다고 생각해서 ‘그렇다면 트로피를 들고 국토를 종주하겠다’고 대답한 거예요. 그러고 난 뒤에 봉투를 열었는데 자기 이름이 있는 거죠(웃음). 그걸 이렇게 표현을 했어요. ‘옛말에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말 한 마디 때문에 천리길을 떠나게 됐다’고요(웃음).
실제로 국토 종주를 했고 그걸 다큐멘터리로 촬영까지 했어요. 그런데 뒤풀이를 할 때 즐겁지가 않더래요. 집에 돌아온 뒤에 며칠 동안 태아처럼 잠을 잤고, 뭔가 허무했대요. 그리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갔더니 사람들이 ‘보기 좋아졌다’, ‘뭔가 건강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하는 거죠. 거울을 봤더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해요. 길 끝에 가면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끝이었다고.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길 위에 있었을 때의 좋았던 기억, 걸어갈 때 등을 비추던 햇살 같은 많은 것들이 계속 기억나는 거죠. 결론은 삶이란 것은 길 끝에 있는 게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의 과정 위에 있다는 건데, 그것이 이 책의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죠.
‘그 순간을 살아라’, ‘카르페디엠’이라고 말하는 관념적인 책들이 참 많잖아요. 저는 이 책이야말로 그것을 실질적으로, 정말 단순하게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주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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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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