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경 “가난을 소재로 쓰지만 글은 가난하지 않았으면”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콜센터』 이케아를 향한 욕망을 그린 『쇼룸』 펴내
배우가 연극이나 영화에 출연해서 다른 사람의 삶을 살듯이 저도 제 인물들과 함께 20대를 다시 살아보고 싶은 게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소설에 나오는 20대도 암울하다는 사람이 있지만, 저는 지금 청춘의 평균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했어요. (2018. 12. 12)
피자 주문 콜센터에는 ‘지망생’들이 모여 있다. 몇 달 더 일해 고모가 있는 호주에 어학연수를 떠나고 싶은 주리, 남자친구와 소원해진 용희, 아나운서 지망생인 시현, 연애는 사치라고 생각하는 형조 등 각자의 고민을 안은 이 동갑내기들은 오늘도 좁은 사무실 안에서 한 시간에 수십 통씩 전화를 받고 모욕적인 언사를 감당한다. 그나마 콜센터에서는 근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고 밖에서 몸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갑질과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콜센터가 주 무대인 『콜센터』 에는 김의경 작가가 실제로 일했던 피자 주문 콜센터의 경험이 녹아 있다. 2014년 한국경제신문에서 장편소설 『청춘파산』으로 등단한 작가는 당선 당시에도 콜센터에서 일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사업 부도로 20대에 신용 불량자가, 30대에 개인 파산자가 되었던 경험이 『청춘파산』 이 되었듯, 10년 넘게 반지하를 전전하면서 ‘내 집’을 꿈꾸던 경험은 이케아 방문의 경험과 엮여 소설집 『쇼룸』 으로 묶여 나왔다. 자발적으로 물건을 사고 성실하게 소비의 노예가 되는 『쇼룸』 속 주인공과 『콜센터』 의 청춘은 같은 한국을 공유한다. 일터에서 모욕을 감내하고 다이소와 이케아 물건을 위안으로 삼는다. 모든 게 그들을 낙담시키지만 묵묵히 살아나간다. 가지고 싶고,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것들을 ‘지망’하는 지망생들의 이야기는 어느 논픽션보다 현실적이다.
하고 싶은데 못 한 걸 소설에 썼어요
『콜센터』 전에 먼저 『쇼룸』 출간을 협의하고 있었어요. 『쇼룸』 은 2014년 말에 이케아가 개장하고 그때부터 머릿속에 쓰던 작품이었는데, 둘다 처음에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었어요.
어떤 내용으로 썼었나요?
처음 썼던 ‘콜센터’는 추리소설이었어요. (웃음) 콜센터 배경으로 여자 세 명이 주인공인데 살인 사건이 났었죠. 지금은 어떻게 이런 걸 썼을까 싶은데, 당연히 출간 거절도 여러 번 당했어요. 『쇼룸』 도 처음에는 「이케아 쇼파 바꾸기」의 장편 버전이었어요. 아닌 것 같다 싶어 2017년에 두 작품 모두 다시 쓰기 시작했어요. 하나는 공모전에 넣고 하나는 출판사에 제안했는데, 『쇼룸』 이 출간되겠구나 싶은 순간에 『콜센터』 로 수림문학상 당선 통보를 받았죠.
전화로 당선 통보를 받으셨죠? 기분이 어떠셨어요?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정말이더라고요. 다른 분들은 상을 타도 담담한 것 같은데, 제가 촌스러워서 그런지 몇 주는 꿈 속을 걸었던 것 같아요. 며칠 동안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남편은 여왕 대접을 해줬죠.
상이라는 게, 문단에서 인정받았다는 기쁨도 있잖아요. 상금도 물론 있지만요.
3,4년간 되게 막막했거든요. 두 번째 책은 못 내는구나 싶었고요. 어떤 작가는 계약이 밀려있다는데 저는 원고가 있어도 계약이 안되니까 절망스럽고, 남편은 일하고 있으니 또 집중이 안 되고, 초조한 게 있었죠. 상을 받으면서 어느 정도 해소가 되고 보상받은 기분이었어요.
남편과의 에피소드가 『쇼룸』 에 많이 반영되었던 것 같아요. 「쇼케이스」에서 희영이 이케아에서 하룻밤 자고 오자고 한 이야기도 작가님이 한 말이었을까요?
「쇼케이스」는 제 이야기가 많이 반영되어 있어요. 저희 남편이랑 글쓰기 모임에서 만나서 결혼을 했는데, 벌써 결혼생활이 10년 째예요. 결혼식도 못 한 채로 계속 반지하방을 전전하면서 살다가 이케아가 처음 개점했을 때 혼자 갔거든요. 너무 놀라서 60개 쇼룸에 다 앉아봤어요. 그날 집에 가서 남편에게 쇼룸 가서 하루만 옷장에 숨어있다 자고 오자고 제안했어요. 농담 반 진담 반이었는데 남편이 너무 과민반응을 보이는 거예요. “경찰서 가고 싶어?” 하고요. 영업방해죄로 잡혀간다고 해서 밤에는 영업 안 하잖아, 했더니 “가택침입죄!” 하더라고요.
소설에 나온 대사 그대로네요. (웃음)
어쩌면 저희 남편이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을 건드렸나 봐요. 10년 동안 하도 거주지를 옮겨 다니다 보니 불안한 데다, 둘 다 신용이 좋지 않아서 대출을 받을 상황도 아니었어요. 첫 책 내고 1년쯤 지났을 때 남편이 빚이라도 내서 결혼식을 하자고 했었는데, 그때도 소설에 나온 것처럼 결혼식은 필요 없고 글을 쓰게만 해달라고 이야기했었어요. 같이 돈을 벌어서 보금자리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기적인 마음이었죠. 남편이 그다음 날 자기는 5년 동안 고기를 썰 테니 저는 글을 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책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그동안 결혼이나 사랑, 행복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남편분도 쓰는 과정을 같이 보나요?
소설가 부부의 로망이 있잖아요. 각자 방에서 멋지게 작업하다가 중간에 나와서 커피 마시면서 잘 써가냐고 물어보는 것. 저도 이 사람과 결혼하면 그렇게 될 줄 알았는데 몇 년간 노동에 시달리다 보니 소설 봐달라고 하면 피곤하다고 자더라고요. 마지막에 『쇼룸』 을 보여줬더니 졸지 않고 보더니 괜찮다고 해줬어요. 남편이 힘이 많이 되고 있어요.
책에서 나온 이야기 중 실제로 한 일이 있으세요? 이케아에서 하루 잔다든가, 진상 고객을 직접 찾아간다든가 하는 일이요.
그러고 보니까 제가 하고 싶은데 못 한 걸 소설에 쓴 것 같기도 하네요. (웃음) 진상의 주소까지 적어놓은 적도 있어요. 이케아는 검색해 보니까 전세계에 이미 그런 일이 많대요. 10대들이 이케아 들어가서 파티를 하거나, 노숙자가 들어가서 카메라에 잡히고, 유명한 유튜버가 들어가서 일종의 광고를 해주기도 하고요. 아직 이케아가 강경하게 대응한 적은 없다고 해요. 남편이 해보자고 했으면 실제로 했을 것 같은데, 못 했으니 소설이라도 한 번 들어갔다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경험이 소설이 되려면
『콜센터』 도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죠?
한 3, 4년 일하려고 콜센터에 들어가서 반년 있다가 2014년 12월에 신춘문예 당선 통보를 받고 그만뒀어요. 당시 어떤 블랙컨슈머에게 시달려서 힘들었던 때였어요. 대단한 일도 아니었거든요. 잘못했다고 몇백 번은 말한 것 같아요. 계속 죄송하다고 말하다가도 장난스럽다고 다시 하라고 하더라고요. 당선 통고 받는 날 아침에 그 사람이 며칠 잠잠하다 저를 해고했냐고 확인 전화를 걸었어요.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을 왜 그렇게 해고하고 싶어 했을까요, 그 사람들은 그럴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유도 없이 그랬겠죠?
저도 피자 콜센터에 전화 걸었던 경험이 있어요. 행패를 부린 적은 없지만 경험이 겹치면서 작은 이야기에도 흔들리게 되더라고요. 소설을 쓰려고 콜센터에 들어갔던 건 아니셨을 거잖아요.
그런 건 아니었어요. 경험이 소설이 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굳이 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는데, 다시 쓸 때는 감정노동에 초점을 맞춰서 쓰게 되더라고요.
다섯 명의 주인공이 해운대에 갔을 때 함께 “바다다!”라고 소리를 치셨다고요. 아끼는 동생들에게 감정이입을 했던 걸까요?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저를 보면 영락없는 아줌마였죠. 30대 여성도 많지 않고, 80%는 20대였어요. 대학 재학생이나 휴학생, 고등학생도 있어요. 실업고등학교 학생들이 교복 입고 와서 전화를 받아요. 거기서 일하는 친구들이 감정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연애는 못하더라고요. 시간이 금이니까 자기 같은 흙수저는 감정을 통제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거예요. 사귀던 애인과 헤어지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아나운서 지망생도 있었어요. 머릿속에 그 친구들을 담아두었다 불러내어 썼죠.
청춘 소설이라고 이름 붙여도 될 것 같아요.
왜 이렇게 청춘이라는 테마에 매여있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해요. 콜센터에서 일하다 보니 매일 듣는 게 취업 이야기였는데, 제 청춘도 자의 반 타의 반 그랬거든요. 20대 때 어머니가 부도나고 온 가족이 빚에 시달리면서 살았던 이야기가 『청춘파산』 이었어요. 제 청춘 시절의 후회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배우가 연극이나 영화에 출연해서 다른 사람의 삶을 살듯이 저도 제 인물들과 함께 20대를 다시 살아보고 싶은 게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소설에 나오는 20대도 암울하다는 사람이 있지만, 저는 지금 청춘의 평균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했어요.
『쇼룸』 과 『콜센터』 의 분위기가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쇼룸』 에서는 감정 표현 없이 주인공의 상황만 나열되어 있다면, 『콜센터』 는 항상 슬프거나 울분에 차 있는 인물의 상태가 그려져요.
『쇼룸』 의 평론을 보고서야 저도 깨달았는데, ‘어디에나 있는 것 같은 인물’이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어떤 친구는 두 작품을 다른 사람이 쓴 것 같다고도 말하고요. 『콜센터』 에서는 어떻게든 인물을 깊게 살리고 싶었어요. 콜센터의 다섯 인물을 제가 너무 사랑한 걸까요?
아침과 저녁에 나눠서 썼다고 하셨는데, 다른 시간대에 쓰면서 분위기가 달라진 건 아닐까요?
조명이 달라졌겠죠? 『쇼룸』 은 저녁 시간, 약간 잠겨있을 때 조용하게 썼고요. 기왕이면 밝을 때 『콜센터』 를 썼던 것 같아요. 쇼룸 쓸 때는 차이콥스키 듣고, 콜센터 쓸 때는 「Uptown funk」를 틀어놓고 썼어요. (웃음)
작품 분위기랑 잘 맞아떨어지네요.
그런 식으로 변화를 주려고 했었죠. 2년 정도 실패했다고 생각하니까 2018년에는 어떻게든 두 개를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에 몰입하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쓰는 동안 남편이 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생계를 해결하면서 쓰는 게 녹록치 않았을 텐데요.
예전에도 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썼어요. 공장에서도 일하고, 카페에서도 일하고, 『청춘파산』 에 나온 일은 다 한 것 같아요. 남편이 일한다고 했지만 저도 일했었거든요. 이제 제 나이로 일자리를 검색하면 더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살 수가 없더라고요. 몇 번 수첩 공장에 나갔다가 나이가 어린 사람을 쓰고 싶다고 해서 일주일 만에 잘린 적이 있어요. 사장이 보통 40대니까 마흔 넘은 사람은 쓰려고 하지 않는 거죠. 그래서 더 필사적으로 글쓰기에 매달렸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평생 아르바이트하면서 글 쓸 수 있겠다 싶었지만, 이제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걸 깨달았던 거죠.
이야기가 저를 위로해요
육체노동보다는 콜센터 일이 낫다는 말이 여러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서 나와요. 감정을 소모하는 일인데도 육체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자조할 수 있을까 싶어요.
저는 지금도 밖에서 벌벌 떨면서 카드 파는 것보다는 콜센터가 나은 것 같아요. 융통성만 있다면, 일에 대한 노하우를 조금 익히면 진상을 덜 만나거든요. 피해 가는 요령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아주 심한 진상을 만나면…. 정말 쉬게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계속 전화를 받아야 하거든요. 이제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된다고 하니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때도 왜 법적으로 나를 보호하는 게 없는지, 내가 이렇게 심한 성희롱을 받는데 왜 계속 전화를 들고 있어야 하는지 자주 생각했어요.
어느 정도 여유가 있을 때 뭔가 쓰고 읽는 요구가 생길 텐데, 그런 상황 속에서 오히려 글을 붙잡아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나왔을까요?
그래도 제가 방해받지 않고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활동이었으니까요. 20대 때도 일 끝나면 고시원까지 들어가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들어가서 글을 쓸 생각에 신이 나는 거예요. 사채업자가 직장에 찾아올 순 있어도 제가 글을 쓰는 걸 방해할 순 없잖아요. 그때는 글쓰기가 오락의 느낌이 있어서 했던 것 같아요. 재미가 없었다면 안 했겠죠. 글쓰기가 고통스럽다는 사람이 많은데 저는 아직 즐거워요. 서사를 만들어나가는 게 재미있어요. 이야기가, 이야기를 만드는 것 자체가 저를 위로해주는 것 같아요.
만약 20대 때 집안에 별일이 없었다면, 살만했다면 글을 썼을까요?
부도가 안 났다면 온갖 책을 수집해서 종일 보는 독자가 되었을 것 같아요. 제가 독서량이 창피할 정도로 다른 작가보다 많지 않거든요. 다른 분들이 작가 이름을 나열하면 저는 잘 몰라서 창피하고, 콤플렉스이기도 해요. 독서량도 많지 않은데 왜 글쓰기를 할까 생각해보면, 저는 어쨌든 경험은 많으니까 계속 경험을 쓰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독서는 간접적인 경험이잖아요. 직접 한 경험이 더 글쓰기에는 도움이 될 거예요.
그러게요. 선명하게 남는 것 같아요.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문학을 잘 안 읽잖아요. 이질적인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콜센터에서는 누구도 문학을 이야기하지 않으니까요.
제 친구들도 제 책만 봐요. 독서는 노력을 들여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소설을 안 읽어도 살아가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잖아요. 영화나 만화로 볼 수도 있고요. 저는 쉬운 문장으로 몰입감을 주고 싶었어요. 이케아에 와 있는 느낌, 콜센터에 함께 있는 느낌을 주고 싶고, 독자를 끄는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책을 안 읽는다고 독자들 탓만 할 순 없잖아요.
콜센터에서 같이 일했던 분들은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요?
늘 상상해요. 예를 들어 그 지망생이 실제로 아나운서가 됐을까? 솔직히 안 됐을 것 같아요. 꿈에 대해 말하는 게 조심스러운 게, 제가 소설가가 된 것도 운이 많이 작용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20대 친구들을 보면서 다이소나 이케아의 물건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스펙은 좋지만 저임금으로 일해도 비슷한 인재가 어디에나 있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너무 긍정적인 생각은 들지 않아요. 그럼 아나운서가 되려고 30대, 40대까지 도전했을까요? 어느 시기에는 포기했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소설을 절망적으로 그리진 않아요.
제가 만약 소설가가 되지 못했더라도 소설가가 되려고 애썼던 그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과정이 결과보다 중요하다는 말이 되게 상투적으로 들리지만, 하지만 그 시간도 삶의 과정 중 하나잖아요. 감정노동에 시달린 시간도 어떤 식으로든 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끼칠 테고요.
『쇼룸』 도 『콜센터』 도 힘든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덜 불행하려고 계속해서 활동하는 인물이 나오는데, 작가님도 성격도 비슷할 것 같아요.
『청춘파산』 도 의외로 조금 밝다는 이야기 많이 들어요. 인간사가 빛과 어둠이 동시에 존재하잖아요. 되게 불행한 사람들도 살면서 유머를 구사할 때가 있을 거란 말이에요. 사형수도 내일 죽더라도 오늘 재미있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요. 저는 그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 그걸 소설 속에서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렇다고 유머를 일부러 만들어내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담담히 살고 있는데 그렇게까지 불행하지는 않은 모습이에요.
동정심을 받고 싶진 않은 거예요. 가난이라는 게 스스로 이겨나가야 하는 부분이잖아요. 아무것도 안 사고 5년 동안 돈만 모은다면 불행할 거예요. 소확행을 추구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거든요. 다이소는 인터뷰 끝나고도 가려고요. 물건이 주는 기쁨이 있어요. 물건이 이야기를 만들어내거든요.
이케아 가구는 들여놓으셨어요?
하나도 안 들여놨어요. 그런데 수림문학상 상금으로 다음 달에 전세집으로 이사해요. 경기도 성남에 3천 5백짜리 전세집이 진짜 있더라고요. 소설에 그런 집은 없다고 썼는데 찾아냈어요. (웃음) 상금으로 전셋집을 마련했으니 이케아 크노파르프 소파라도 하나는 꼭 사서 오려고요. 취재비를 지불하지 않았으니까 그거라도 해야죠.
앞으로 생각한 소재가 있나요?
아무래도 빚이나 파산 쪽으로 많이 쓴 것 같은데, 여성 파산에 대해 생각을 계속 하고 있어요. 파산에서도 성별의 문제가 분명 있고요. 어머니가 청소노동자로 일하고 언니도 학습지 교사로 아무리 오래 일해도 파산에서 벗어날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 여성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지금 이곳의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어요. 가난을 소재로 쓰고 싶지만 제 글은 가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직 못 쓴 이야기보따리가 많아요. 아직은 그래도 안에 많이 있어서 쓰고 또 쓰려고요.
콜센터김의경 저 | 광화문글방
이 시대 청춘의 모습과 정확히 닮아 있는 주인공 다섯 명이 콜센터에서 겪은 갑질 세태를 ‘웃픈’ 형식으로 제대로 포착한다. 또 진상 고객의 허세와 갑질의 상황들이 청춘의 현재와 어우러져 웃음과 헛헛함을 동시에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