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그 증상은 어떻게 ‘의료화’ 되었을까?

『어쩌다 우리는 환자가 되었나』, 『떨리는 게 정상이야』, 『무슨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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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죠. 삼천포 책방 시간입니다. (2018.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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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어쩌다 우리는 환자가 되었나』 , 공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 『떨리는 게 정상이야』 , 새롭고 좋은 만화책 『무슨 만화』 를 준비했습니다.

 


단호박의 선택 - 『어쩌다 우리는 환자가 되었나』
피터 콘래드 저/정준호 역 | 후마니타스

 

‘탈모, ADHD, 갱년기의 사회학’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책이에요. 의학 이야기를 하고 있고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의료화’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원제가 ‘The Medicalization of Society’인데요. 사회에서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병명이 생기고 질병분류표 안에 들어가면서 의료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걸 ‘의료화’라고 표현하신 것 같아요.


피터 콘래드는 사회학자예요. 의료사회학을 전문으로 연구하셨다고 합니다. ‘의료화’라는 것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굉장히 오랫동안 연구하신 분이에요. 부제에 나와 있는 탈모, ADHD, 갱년기뿐만 아니라 다른 예도 굉장히 많이 들어서 이야기하고 있어요. 발기부전, 동성애, 저신장 같은 것들도 있는데요. 병이었다가 병이 아닌 것으로 되기도 하고, 또는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의료 치료의 개념 안에 들어가기도 하는 거예요.


그런 사례들이 병인지 아닌지를 따지려고 하는 건 아니라고 못 박아두고 있어요. 저자가 사회학자이기도 하고, 이 분의 관심 자체는 ‘사회에서 병으로 생각하는 것들이 정말 늘어나고 있는지, 늘어나고 있다면 그것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있는 거거든요. 책이 두꺼운 편이기는 한데요. 사례가 굉장히 많이 들어 있고 어려운 내용이 아니어서 쭉쭉 읽어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가 밝혀낸 ‘의료화’의 원인이 몇 가지 있는데요. 의료회사나 제약회사들이 약을 더 팔기 위해서 의료 안에 들어가 있지 않았던 것들을 포섭하는 과정도 있었을 테고요. 그 분들이 로비를 함으로써 소비자를 대상으로 광고도 늘어나고, 광고가 늘어나니까 소비자들이 더 인식을 하게 되고 찾게 되는, 그러면서 의료 시장이 생기는 현상으로 인해서 ‘의료화’가 더 이루어진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의료화’가 증가된다는 걸 부정적으로 보지만은 않고요. 물론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데 ‘의료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냥의 선택 - 『떨리는 게 정상이야』
윤태웅 저 | 에이도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심리학 관련 책일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제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윤태웅 저자는 제어공학을 공부했고, 현재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요. 이 책에는 공학자의 시선으로 사회적 사안들을 바라보고 쓴 글들이 실려 있어요.


제목은 책에 실린 한 편의 칼럼에서 나온 것인데요. 저자가 신영복 선생의 서화집에서 나침반에 대한 비유를 읽은 적이 있다고 해요. 거기에 ‘제대로 작동하는 나침반은 바늘 끝이 늘 불안하게 떨고 있다. 하지만 고장 난 나침반의 바늘은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마치 어디가 남쪽인지 확실히 알고 있다는 태도로’라는 내용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 이야기를 읽고 나서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생각해 보니까 “그래, 떨리는 게 정상이야!”라는 생각이 들더래요. 정체돼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죠.


저자가 책에서 이야기하는 과학적 수학적 태도와도 맞닿아 있는 지점인데요. 내가 가지고 있는 논거와 그에 따른 주장이 늘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고 수학적이지 않다는 거예요. 언제든 내 생각이 틀릴 수 있고 누구에 의해서든 반증될 수 있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 태도로 세상의 여러 일들을 바라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적어 내려간 글들이 실려 있습니다.


저자가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내용 중의 하나는 이런 거예요. 보통 우리는 과학의 ‘결과’에 집중하는데 사실은 ‘과정’에 집중하는 학문이라는 건데요. 아무리 그럴싸한 결과를 내놓았고, 그것이 우리 상식에 부합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된다면 언제든 폐기된다는 거죠. 저자는 우리 사회에도 그런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저자가 가지고 있는 ‘열린 자세’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이 책을 읽다 보면 왜 우리가 공학자의 시선으로 세상 이야기를 바라봐야 하는지, 일반 시민에게도 과학적 수학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톨콩의 선택 - 『무슨 만화』
○○○(정세원) 저 | 유어마인드

 

표지에 ‘○○○ 네컷 만화집’이라고 쓰여 있는데요. 작가 이름이 ○○○예요. 인스타그램의 팔로워가 4만 명이 넘는 분이시더라고요. ○○○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고 계시고, 성함은 정세원 씨인 것 같아요. 표지를 보면 픽셀이 도드라지게 보이는데, 다 이런 그림체로 되어 있어요. 엄청난 그래픽이 나오는 지금 시대에 보면 오히려 새롭게 느껴지는 거죠. 유어마인드에서 나온 책인데요. 2016년부터 아무런 설명도 없이 네 컷으로 연재되던 만화를 실어놓은 거예요.


예전에 제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대답한 적이 있어요. 가요를 들을 때 ‘새롭고 좋은 것, 새롭고 안 좋은 것, 뻔하고 좋은 것, 뻔하고 안 좋은 것’의 네 가지로 분류를 한다고요. 그리고 ‘뻔하고 안 좋은 것’ 빼고 다 좋아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새로운 것은 어쨌든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고, 나중에 ‘새롭고 좋은 것’으로 나아갈 수 있는 씨를 뿌려놓은 거니까 좋아해요. 아직 우리 귀에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제대로 완성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거슬릴 수 있지만, 그 안에 씨앗이 있는 거잖아요.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그 안에 좋은 씨앗들이 있으면, 그런 걸 발견하는 게 기쁜 것 같아요. 완전히 새로우면서 만듦새도 좋아서 굉장한 충격을 안겨주는 것들은 당연히 좋고요. 그리고 새로울 게 하나도 없고 뻔하디 뻔한 것인데도 참 좋은 것들이 있죠. 그런 건 다 좋은 것 같아요. 가장 싫은 건 하나도 새로울 게 없고 좋지도 않은 거고요.


이 만화는 정말로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어떤 면에서는 의미가 없어요. 의미 놀이를 계속 하거든요. 형식과 내용이라고 말할 때, 약속한 형식을 하나씩 뒤집으면서 내용이 달라지면서 생각 못 한 재미를 이끌어내요. 이 책은 정말 후루룩 볼 수 있지만, 한 컷 한 컷을 뜯어보면 너무 재밌어요. 천재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그림체가 너무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은 연출이 아주 세심하게 되어 있어요. 미묘한 차이가 있거든요. 정말 이전과는 다른, 새롭고 좋은 만화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색감도 좋고요. 보다 보면 이 만화만의 미학에 빠져들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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