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작가는 오래전부터 콘텐츠 크리에이터였다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저자 정혜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평소 자주 하고, 잘하는 것, 스스로가 즐거움을 느끼는 일, 취미나 전문적인 영역 등 생각해 보면 풀어낼 수 있는 주제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요. 그걸 어떻게 재미있게 책으로 표현할지도 중요하고요. (2018. 08. 22)

정혜윤_프로필_2.jpg

 

 

새삼 ‘글쓰기, 책 쓰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것에 비교적 익숙해졌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전문가만 책을 쓸 수 있다는 인식에서 많이 벗어났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경험과 생각이 다르고 그 다양한 경험과 생각은 드러낼수록 또 다른 경험과 생각으로 확장되며, 작가 자신뿐만 아니라 읽는 이의 경험과 생각까지 바꾸는 힘이 있다.

 

요즘 들어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전부터 작가는 늘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살아왔다. 다만, 영상이 아닌 글로써 콘텐츠를 창작해냈던 것뿐이다. 사실 ‘어떤 콘셉트와 주제로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인가’부터가 작가의 일이다. 근본적으로는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기획이 무엇인지, 무슨 주제를 담은 책을 써야 할지, 책을 쓰는 동안 어떻게 작가 마인드를 유지할 수 있는지’는 작가 스스로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10년 동안 200여 권의 책을 다듬은 편집자이자 출판사를 직접 운영하며 펴낸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는 다른 책 쓰기 관련 책들에서 지겹도록 다룬 ‘집필의 기술’이 아니라  ‘집필하는 마음가짐’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20대에 치열하게 ‘천직’을 찾는 과정을 거쳐 편집자의 길을 택했다고 하셨는데 그 과정을 좀 더 자세하게 듣고 싶습니다.

 

제가 유년 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좀 우울하게 보내기도 했고, 20세가 넘어서까지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3년 내내 이과생이었는데 책을 가까이하시던 아버님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에는 참 익숙한 편이었습니다. 저는 결혼을 하고 대학에 간 케이스예요. 시부모님이 ‘그래도 대학은 가야 하지 않겠냐’고 하셔서 수능 공부를 했고 24살에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처음에는 막연히 그동안 이과 공부를 했으니까 화학과를 지망해서 들어갔고, 중간에 너무 적성에 안 맞아서 시부모님이 원하시는 공무원이 되어야겠다 싶어 행정학과로 전과를 했죠. 그런데 졸업을 하고 나니, 남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일, 내가 즐거운 일, 내가 스스로 만족하고 평생토록 하고 싶은 직업을 찾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뭘 할 때 행복하고, 뭘 좋아하지?’부터 하나씩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초ㆍ중ㆍ고등학교 때 일기, 독후감, 글짓기 이런 걸 해서 상을 많이 받은 경험이 있고, 노트 필기 편집하는 걸 좋아해서 시험기간이 되면 친구들이 차례로 예약해서 빌려가는 통에 정작 저는 제 노트를 구경조차 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어요. 이런 일들을 직업과 연결해 보니 ‘편집자’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바로 지금 당장 지원할 수 있는 곳에 입사 지원서를 넣었습니다. 비록 국문학이나 문예창작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경험한 것들, 내가 왜 편집자로서 일을 해야 하는지’를 진심을 다해 적어 보냈고, 한 신문사 월간지 기자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즐겁게 일했어요. 제 적성에도 맞고, 평생 이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죠. 그 이후로 단행본 출판사로 옮겨 갔고, 지금은 외주 편집과 제 출판사를 운영하며 정말 재미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받는 일도 있긴 하지만 문득문득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는 느낌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저에게 있어서만큼은 진짜 천직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쓰게 되신 동기나 계기가 있으신가요?


제가 외주 편집자로 여러 출판사와 정말 많은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원고들을 보는데 수년 전에 비해 완전원고의 퀄리티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띄었고, 재작년부터 작년 약 1년 동안 한 업체의 의뢰로 예비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집필 및 퇴고 강의를 진행해 봤는데 ‘글을 쓰고, 책을 낸다’는 것에 대해 진짜 알아야 할 것들 혹은 본질적인 이야기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습니다. 예비 작가분은 물론이고 이미 출간을 경험해 보신 작가님들도 ‘출간하기 전에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피드백을 많이 주고 계시는 걸 보면 이 책을 통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전달한 것 같습니다.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책 안에서 굉장히 강조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를 막연히 책으로 출판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좋은 콘텐츠’를 발굴하는 일이 어려울 것 같은데요. 조언을 좀 해주신다면 어떤 말씀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요즘 제 주위에만 해도 유튜브 시작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제가 왜 유튜브 이야기를 꺼내느냐면 유튜브 영상 기획과 책의 주제를 잡는 일은 비슷하기 때문이에요. 제가 책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작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콘텐츠 크리에이터였어요. 다만 영상이 아니라 글로써 콘텐츠를 표현했던 것뿐이죠. 물론 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을 글로 표현할 수 없는 한계도 분명 있지만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까?’에 대한 물음은 유튜버나 작가나 동일하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책에서 주제 잡는 법에 대해 언급했듯이 평소 자주 하고, 잘하는 것, 스스로가 즐거움을 느끼는 일, 취미나 전문적인 영역 등 생각해 보면 풀어낼 수 있는 주제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요. 그걸 어떻게 재미있게 책으로 표현할지도 중요하고요. 결국 소비가 되는 콘텐츠,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콘텐츠를 발견하기 위해 이리저리 고민을 많이 해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서_콘셉트_1.jpg

 

 

책 속에서 ‘인생은 단순히 책을 쓰면 혹은 책을 내면 바뀌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이 책을 출간하고 저자 강연회 자리에서 질문을 받았는데요. 어느 분이 “작가가 되어서 책 출간하면 인생이 바뀐다던데 작가님은 책 내시고 나서 실제 인생이 바뀌셨어요?”라고 질문하시더라고요. 실제로 많은 분들이 책을 쓰면 인생이 바뀐다는 말에 책을 쓰고 계세요. 오늘은 직장인인데 책 한 권 출간했다고 다음 날 갑자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요. 저의 경우에는 ‘작가’라는 타이틀이 생기고 나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이 생기긴 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팟캐스트 녹음 제의를 받고,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거나 강연 제의를 받고, 독자들로부터 도움이 되었다는 피드백을 받는 등등이요. 제가 하는 일들은 똑같이 열심히 하고 있고, 그 와중에 새로운 경험들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서서히, 조금씩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인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행동이 따라야 하지만 ‘책 한 권을 썼다’는 그 행위 자체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고민과 성찰이 담긴 글을 진심을 다해 쓰는 것, 책이 나온 후 내가 한 말을 몸소 지켜가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 책을 통해 다른 인생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작업으로서 원고를 대하실 때와 본인이 작가로서 글을 쓸 때 느끼신 차이점이 있으실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이 책을 쓸 때 사실 기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평소 생각해봤던 것들이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여서 머릿속에 어느 정도 글의 짜임이 있는 상태에서 집필했기 때문이에요. 그동안 대필을 통해 여러 권의 책을 쓴 경험은 있지만, 내 이름이 박히고 내 생각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 즐겁게 집필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작업적으로 원고를 대하면 한 발짝 떨어져서 원고를 바라봐야 한달까요? 정말 객관적으로 원고의 문장 하나하나를 분석하면서 봐야 해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내용과 정보에 대해 모두 의심의 눈초리로 살펴봐야 해서 더 힘든 점이 있죠. 그런데 제 책을 쓰면서는 마음이 정말 편안했고, 한편으로는 ‘내 책만 쓰면서 살아도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그만큼 정말 설레고 기억에 남는 작업이었고, 앞으로도 틈틈이 제 다음 책들을 써나가려고 합니다.  

 

책 출간을 하시고 나서 강의 활동을 하시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책 쓰기에 대한 강의인가요?


제가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라는 책을 펴내서 어떤 분들은 책 쓰기 강사로 활동하려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는데, 저는 사실 글쓰기나 책 쓰기를 가르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이미 작년에 충분히 경험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제가 그런 욕심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이 책에 모든 것을 풀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출판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글을 잘 다룰 줄 아는 편집자가 많아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습니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평소 글을 써 보지 않은 일반인도 책을 많이 출간하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오히려 편집자의 역량이 더 중요해지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편집자가 되고 싶거나 1인 출판사를 시작하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편집자 과정을 만들었어요. 이 과정을 통해서 편집자가 어떤 업무와 역할을 하는지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천직’을 찾으시고 그 일을 즐겁게 하고 계신 것 같아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합니다. 글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해집니다.


저는 계속 책을 만드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제 스스로가 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최적화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원고를 보는 시간이 행복하고, 책이 나오면 작가와 함께 애썼다며 나누는 인사가 좋고, 독자로부터 좋은 책이었다는 평을 듣거나 서점으로부터 ‘좋은 책 만드셨네요’라는 한마디를 듣는 것이 그냥 쭉 저의 삶이었으면 합니다.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정혜윤 저 | SISO
예비 작가들에게 쓴다는 것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고, 정말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조그만 계기가 되길 바란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오늘의 책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모디아노의 신작 소설

‘우리 시대의 프루스트’ 파트릭 모디아노.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문학세계를 정의한 장편소설이 출간됐다. 주인공 보스망스는 놀라울 만큼 작가의 실제와 닮아 있다. 유년시절 추억의 장소에서 기억의 파편들이 발견하면서, 그 사이사이 영원히 풀리지 않을 삶의 미스터리를 목도하는 소설.

AI와 공존하는 시대

IT 현자 박태웅이 최신 AI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담은 강의로 돌아왔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인공지능 6대 트렌드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잠재적 위험과 대처 방안까지 담았다. 인공지능과 공존해야 할 미래를 앞두고 우리는 어떤 것을 대비해야 할까? 이 책이 해답을 제시한다.

일본 미스터리계를 뒤흔든 최고의 문제작

『명탐정의 제물』 이후 일본 미스터리 랭킹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시라이 도모유키의 신작. 독보적인 특수설정 1인자답게 이번 작품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기괴한 죽음 속 파괴되는 윤리성, 다중추리와 치밀한 트릭 등이 복잡하고도 정교하게 짜여 있다. 보기 드문 매운맛 미스터리.

우리가 먹는 건 독이었다

초가공식품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 대개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를 떠올릴 텐데, 초가공식품의 범위는 훨씬 방대하다. 유기농 식품도 초가공식품일 수 있다. 이 책은 우리 식탁 위를 점령한 초가공식품을 정의하고 그 위험성을 고발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실은 독이었다.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