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숲에서 놀지도 못하고 어른이 되어버린 당신에게

『내 안의 자연인을 깨우는 법』 저자 황경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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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좋은 이유는, 특별히 뭐라고 꼬집어 말하기보다 그냥 좋아요. 자연에 나가면 그냥 맘이 편해지고, 자연 속의 생김새들이 다 멋진 디자인으로 보이고, 작은 생명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하나같이 감동적인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여겨져요. 우리 인생의 고민이나 어려운 문제들에 가만히 답을 준다고 할까요? 아주 넓고 깊은 무한한 느낌의 외경심. 어쩌면 종교와도 같은, 그런 느낌으로 자연이 좋아요. (2018. 0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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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해설계의 아이돌’이라 불리는 황경택 작가


 

조금 걷다 보면 땀이 차고 당장이라도 나무그늘 속에 숨고 싶은 여름이다. 아니, 꼭 이런 한여름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그늘이 깊은 숲 속에서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숲 속의 작은 집>이라는 실험적인 예능 다큐가 저조한 시청률에도 많은 화제를 낳았던 것은 그런 절대적인 쉼, 자연과 고독에 대한 현대인의 로망을 자극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그 예쁜 배우들이 숲 속 집에서 지내는 동안 자연과의 스킨십이 너무 없었던 것이 시청자로서 자못 아쉬웠다. 알고 보면 숲에서 보고 느낄 게 얼마나 많은데, 갖고 놀 자연 장난감이 얼마나 많은데. 만약 『내 안의 자연인을 깨우는 법』 , 황경택 저자를 작가들이 미리 알았더라면 숲 속의 하루 스케줄을 조금 더 알차게 꾸밀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감히 주장한다. 숲해설계의 아이돌(어느 독자 리뷰에서 진짜로 발견한 글), 재기발랄한 숲놀이 기획자 황경택 작가를 만나보자.

 

'어른들을 위한 숲놀이 책.' 부제에 적힌 콘셉트가 독특합니다. 숲에서 노는 건 아이들만의 특권인 줄 알았는데 콕 집어 어른에게 권한 이유가 뭔가요?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 안에 있을 때 누구나 행복감을 느낍니다. 직장생활이나 도시적인 삶에 치이다 보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잃게 되는데 이럴 때 자연을 찾아 건강을 회복해야 해요. 자연 교육이라고 하면 보통은 따분하고 공부할 게 많다고 생각해서 꺼리지만 자연에서는 일단 맘 편히 노는 법을 배우는 게 먼저입니다. 그냥 숲 속을 걸어도 좋고, 낮잠을 한숨 자도 좋고, 그렇게 편안하게 접근하면서 점점 친해지는 게 좋아요. 그런 의미에서 조금 쉽고 재미난 접근법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이 책을 기획했습니다. 아울러 숲놀이 현장에는 주로 아이들이 많이 오는데 아이가 아무리 다양한 자연체험을 해도 집에서 부모님이 그 활동이나 감성을 이어주지 못하면 교육 효과가 떨어져요. 그런 면에서 부모들도 숲놀이를 직접 해보며 숲을 알아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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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가지출판사에서 출간된 황경택 작가의 책들

 

 

저자 소개를 보니 이력이 흥미롭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공부하다 만화가가 되었고, 만화가가 되어서는 또 비주류 테마인 자연, 생태, 숲놀이 쪽으로 빠져서 그것만 그렸다. 원래 좀 삐딱한 편이세요? 앞으로 또 빠지고 싶은 인생의 ‘샛길'이 있나요?

 

현재 관심 있는 것에 열중하고 그것을 하다 보면 ‘어? 이것도 재미있네. 이것도 세상엔 필요하네.’ 하고 호기심이 생기는 분야가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살아온 거죠. 요즘 새롭게 관심이 가는 분야는 음악과 건축입니다. 건축가인 동생이 몇 해 전 제 집을 설계해 주었는데 저는 잘 몰라서 아무런 의견을 내지 못했어요. 실제로 집이 지어지는 걸 곁에서 지켜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참 재미있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많은 이들이 아파트나 빌라에 살기보다 자기만의 공간을 점점 더 찾고 선호하게 될 텐데, 센스 있고 멋진 집에 대한 아이디어를 저도 좀 낼 수 있을 것 같고 왠지 잘할 것도 같아요. 음악은 원래 노래를 잘 흥얼거리며 지내는데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볼까 생각 중입니다. 죽기 전에 음반 하나 내는 게 작은 소망이기도 하고요. 하하. 이야기가 너무 멀리 갔나요?

 

숲을 사랑하는 작가라고 하면, 나이가 꽤 들었겠지 하는 선입견이 있어요. 실제로 독자를 만나면 생각보다 젊다는 말을 듣지 않나요? 숲이 언제부터,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어요?

 

강의 현장에 가도 제가 강사라고 믿지 않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젊을 때보다는 어느 정도 연세가 드신 분들이 자연이나 귀농에 관심을 갖는 것이 자연스런 현상이고 그렇게 여기다 보니 오해하는 것 같아요. 제가 처음 숲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시작한 때는 30대 초반이었어요. 그때도 가장 어린 축에 속했죠. 저는 당시 작가로서 자연만화를 그리려고 공부를 시작했는데,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 ‘생태계’ ‘풀과 나무’ 이런 것들이 단순히 작품의 소재가 아니라 누구나 알아야 할 철학이고 일상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사실은 어릴 적부터 자연을 접하는 게 감성에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그렇게 관심을 갖고 시작한 일이 결국 직업이 되었죠. 지금도 숲은 언제 가도 좋고, 아마도 평생 자연과 관련된 일은 놓지 않을 거예요. 다른 것에 관심이 생겨도 큰 틀에서는 자연과 생태라는 범주 안에서 움직이게 되겠죠. 자연이 좋은 이유는, 특별히 뭐라고 꼬집어 말하기보다 그냥 좋아요. 자연에 나가면 그냥 맘이 편해지고 자연 속 생김새들이 다 멋진 디자인으로 보이고 작은 생명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하나같이 감동적인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여겨져요. 그런 이야기를 하나씩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우리 인생의 고민이나 어려운 문제들에 가만히 답을 준다고 할까요? 아주 넓고 깊은 무한한 느낌의 외경심. 어쩌면 종교와도 같은, 그런 느낌으로 자연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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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들을 위한 숲놀이 책’이라는 콘셉트로 기획된 『내 안의 자연인을 깨우는 법』

 

 

책에 보면 단순하고 따라 하기 쉽지만 아이디어가 기발한 놀이들이 많더라고요. 평소에 숲놀이 개발은 어떻게 하나요? 만화 스토리 짜는 것과 비슷한가요? 창작자로서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제가 만든 놀이도 많지만 이미 있는 놀이들을 좀 더 간소화하거나 방식을 바꾼 것도 많습니다. ‘나뭇잎 탁본 뜨기’나 ‘솔방울 소원 빌기’ 같은 놀이는 제가 현장에서 찾아낸 놀이인데, 사실 자연놀이라는 것이 누가 먼저 개발했다 하기가 좀 애매해요. 세계에 70억 인구가 있고 이미 앞서 살다간 수십억 명의 인류 중에서 아무도 그것을 안 해봤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누군가는 분명히 나보다 먼저 생각해내고 해보았을 거예요. 그래서 없던 것을 새롭게 개발했다는 것에 중요한 의미를 두지는 않고, 이러이러한 놀이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를 고민하며 연결 짓는 작업을 더 중시합니다. 예를 들어 ‘관찰력을 키우려면 관찰력 놀이를 해야 하는데, 평소에 어떻게 하면 관찰력을 기를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면서 놀이를 만들어요.


내가 하는 놀이들은 대부분 어릴 적 해본 것이 대부분이고. 혼자 숲을 산책하면서 직접 해본 놀이, 그리고 현장에서 아이들과 놀면서 아이들이 하는 행동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 많습니다. 숲이라는 현장에서 무언가를 직접 관찰하고 놀면서 경험하게 되는 순간. 그 순간에 내가 어떤 짜릿함을 느꼈고 강력한 체험을 했거나 내면의 변화가 왔던 것을 기억했다가 그것을 다른 이도 경험할 수 있도록 정리하고 묶어낸 것이 바로 이런 책입니다.

 

전작들을 보니 그림 그리는 스타일이 다양해요. 이번 책에는 만화처럼 간결한 삽화를 그렸는데 꽃을 기다리다』『오늘은 빨간 열매를 주웠습니다』  를 보면 전혀 다른 감성의 수채화가 담겨 있어요. 평소에는 주로 어떤 그림을 그리세요?

 

평소에도 둘 다 즐겨 그립니다. 직업이 만화가이다 보니 만화체 일러스트도 많이 그리고,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할 때는 가급적 정확하게 기록하기 위해서 세밀하게 그리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간결한 만화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도구로 많이 활용하게 되고, 세밀한 그림은 기록용으로 잘 그립니다. 저마다 필요에 맞는 그림체를 찾아서 그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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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밀한 수채화는 정확한 기록을 위해 그린다.

 

 

요즘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어쩌면 글쓰기만큼이나 선망하는 취미 종목이 되었는데요, 이미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꽃을 기다리다』  에서 언급을 하기도 했는데, 그림을 잘 그리는 방법은 사실 아주 간단해요. 일단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은 타고났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타고났다, 원래 재능이 많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들의 영역이지 내 영역은 아니게 돼요. 그럼 시도를 안 하게 되고 노력도 하지 않습니다. 훌륭한 음악가나 작곡가가 되는 것은 타고난 자질일 수 있지만 피아니스트는 엄청난 연습을 통해서 될 수 있잖아요. 그와 마찬가지로 화가는 타고날지 몰라도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은 연습만 하면 누구나 가능한 일이에요. 그렇다면 ‘어떤 연습을 하는가?’ 물어볼 수 있겠죠. 처음엔 ‘잘 보기’ 연습을 합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손재주가 좋은 게 아니라 ‘눈’이 좋아요. 사물을 바라보는 것을 대충하지 않지요. 그래서 그림 그리기 강좌에서 제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잘 보기, 실제로 관찰 연습을 꽤 길게 강의해요. 수강생들도 보는 것을 잘하게 되면 그림도 잘 그리게 됩니다. 그런 변화에 스스로 놀라는 분들이 많죠. 내가 이렇게 그림을 잘 그렸었나 하고요.

 

생태만화, 숲해설 분야에서 많은 책을 써왔고 독보적인 작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대중이 읽기 쉬운 자연 에세이를 꾸준히 내고 계신데요, 작가 개인적으로 이런 독자가 내 책을 보았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주된 타깃이 있나요? 또 그들을 위해 계획하고 있는 차기작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작가야 누구든지 내 책을 많이 봐주면 좋지요. 그래도 특별히 타깃을 말하자면 20~30대 젊은 여성층입니다. 대부분 중년층인 숲해설가들에게는 이미 좀 알려져서 어느 정도 독자층이 있고요, 젊은 남성 분들은 관심사가 훨씬 더 현실적인 것들에 맞춰져 있다고 봅니다. 일본 만화가 마스다 미리가 쓴 주말엔 숲으로』  라는 책을 한국의 20~30대 여성들이 많이 구매했다고 들었어요. 자연감성에 목말라 하는 젊은 독자들이 제 책을 통해 자연과 조금 더 친해지고 더 깊이 있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자연을 좀 만만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는 방향의 책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지금 구체적으로 기획하고 있는 것은 어린이와 어른이 같은 자연을 보지만 각자 다른 시각으로 본 것을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해가는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볼 생각이고요, 우리의 1년을 자연의 100가지 명장면으로 느껴볼 수 있는 드로잉 에세이를 후속작으로 준비 중입니다.


 

 


 

 

내 안의 자연인을 깨우는 법황경택 저 | 도서출판가지
마음이 답답할 때, 심심할 때, 창의적인 자극이 필요할 때 언제라도 혼자 동네 숲에 나가서 해봐도 좋고 가족, 친구, 아이들과 여행지에서 함께 해볼 자연놀이로도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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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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