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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대에 가면 언제나 별을 볼 수 있나요?

『천문대의 시간 천문학자의 하늘』 전영범 박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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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가 된 것도, 사진을 찍는 이유도 그냥 좋아서인 것 같아요. (201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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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대의 시간 천문학자의 하늘』 은 천체사진을 찍는 국내 유일한 천문학자 전영범 박사가 쓴 우주 이야기이자 밤하늘 사진 기록이다. 밤하늘을 수놓는 다양한 천체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천문학을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누구나 사계절 즐길 수 있는 밤하늘 관측법부터 천문대 생활, 천문학자의 연구까지 꼼꼼하게 써 내려간 이 책은 과학자들이 이론을 세우고 관측을 통해 검증해나가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천체사진가는 많지만, 천체사진을 찍는 천문학자는 드물다고 합니다. 박사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천체사진을 찍기 시작하셨어요?

 

저는 사실 천체사진보다 예술사진, 그 가운데서도 풍경 사진에 관심이 많습니다. 건축학, 공학 등에서 쓰는 여러 가지 특수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고,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고기 찍는 갈고리로 겁을 주는 아주머니들을 찍어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과 더불어 천체사진 촬영도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천체사진 관측 전문가로 보현산천문대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 시절에 필요했던 천문 관측용 기술들을 배웠고, 천체사진 관측 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디지털카메라로 바뀌면서 천체사진 촬영을 더 많이 즐기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필름으로 찍을 때는 일주운동 사진조차 얻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지상의 풍경과 함께 담은 은하수의 화려한 모습도 쉽게 찍을 수 있어요. 이제는 누가 더 새로운 상상을 하느냐가 아주 중요해졌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가 천체사진을 찍기 시작한 데는 특별한 계기가 없는 것 같아요. 그저 사진이 좋았고, 천문학을 하면서도 사진을 즐길 수 있었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천체사진으로 이어진 것이 전부가 아닐까 해요. 대학 시절의 취미였던 사진 덕분에 지금 천체사진을 찍는 천문학자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천문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유가 있으신가요?

 

천문학을 하게 된 계기도 그냥 좋아서, 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첫 기억을 따라가보면 초등학교 때 친구가 가지고 있던 작은 천체망원경으로 본 목성이 시작이었고, 중학교 때는 직접 망원경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해보면 물리가 가장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막연한 기대를 갖고 물리학과를 지원했습니다.


대학 시절 석 달쯤 천문 동아리 활동을 했지만 당시를 돌아보면 사진에 빠져 있어서 별 보는 것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천체를 눈이 아니라 사진에 담고 싶었지만 당시 장비로는 육안 관측이 전부였고, 기록을 할 수 없는 관측은 제게 큰 흥미를 주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지구과학과에서 개설한 천문학 과목을 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물리학이 아니라 천문학으로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지요.


보현산천문대는 국내에서 가장 큰 천체망원경이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산 가운데 왜 보현산이 선택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국내에 천문대는 몇 개가 있고, 어디에 있나요?

 

연구를 위한 천문대는 보통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산꼭대기에 있습니다. 도시의 밝은 불빛을 피하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대기의 두께가 얇아져 관측한 자료에서 대기에 의한 영향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으로 좋은 천문대는 대개 건조한 사막지대의 산꼭대기나 하와이 마우나케아산처럼 해발고도 4000미터가 넘는 날씨 영향이 적은 지역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특별히 높은 산이 없고, 천체관측을 하기에 기후 조건도 좋지 않습니다. 그래도 전국 100여 개의 산을 조사해 그 가운데서 가장 적합한 4개의 산 주변에서 1년 이상 실제 기후변화를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맑은 날이 가장 많고 도시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졌으며 1100미터가 넘는 보현산이 선정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보현산천문대 외에 소백산천문대가 있고 대덕전파천문대와 KVN 전파천문대가 있습니다. 국외에 세운 천문대로 한국중력렌즈망원경네트워크(KMTNet)를 들 수 있고, 지금은 25미터 거대마젤란망원경(GMT) 사업에 10퍼센트 지분으로 공동 참여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세계 최대의 망원경으로 연구할 기회가 주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현산천문대가 지어질 무렵부터 지금까지, 20년 넘게 천문대에 계셨는데 그동안 보셨던 하늘 가운데 가장 인상에 남은 때는 언제인지 이야기해주세요.

 

기억이 많아서, 하나를 고르기가 쉽지 않네요. 그래도 꼽으라면 2001년 사자자리 유성우 관측과 헤일-밥 혜성 관측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비가 오듯 쏟아진 유성을 멍하니 바라본 것은 여러 번 다녀온 개기일식 관측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그리고 해가 지고 서쪽 하늘에 떠 있었던 헤일-밥 혜성은 그 자체로 경이로운 장면이었습니다. 마치 영화관을 그대로 보현산 하늘에 옮겨 온 듯이, 한 달 이상 서쪽 하늘에 덩그러니 떠 있었습니다.


천문대에서 연구하는 천문학자는 밤이면 늘 별만 보게 되나요?

 

아무리 천문학자라도 별만 보면서 지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 적게 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보현산천문대에 근무하는 저도 1년에 두 번 하는 관측제안서 심사를 통과해 망원경 사용 시간을 받아야 관측할 수 있고, 길어야 1~2주뿐입니다. 이렇게 얻은 짧은 기간에 관측해서 연구를 하는데, 가끔 밤을 새우기도 하지만 정해진 규칙은 정시 출근 정시 퇴근입니다.


천문대에 근무한다고 말하면 ‘천문대에 가면 언제든지 별을 볼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아쉽지만 아닙니다. 물론 맨눈으로는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보현산 1.8미터 망원경으로는 육안 관측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외의 작은 망원경들에도 모두 관측 장비가 붙어 있어서 직접 눈으로 별을 보는 일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날씨가 안 좋으면 천문대에서도 별을 못 보지요. 밤하늘에 별이 초롱초롱하더라도 습도가 높거나 별이 너무 흔들리면 관측을 포기합니다. 그러다 보니 보현산천문대처럼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천문대에서는 오히려 별 볼 일이 더 적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늘만 열리면 언제든 별을 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천문대에서 근무하는 연구자의 주된 업무겠지요.


망원경으로 달의 분화구나 목성의 대적반, 토성의 고리, 성운이나 성단의 모습, 안드로메다은하 등을 보고 싶다면 시민천문대, 사설천문대 또는 과학관에 있는 천문대로 찾아가야 합니다. 이런 곳은 별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고 보현산천문대는 천체를 기록해서 연구용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 목적인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곳곳의 천문대를 많이 다니셨는데, 가장 밤하늘이 멋진 곳을 소개해주세요.

 

밤하늘이 멋지다고 누구나 인정하는 칠레와 호주를 소개할까 합니다. 칠레 북부 안데스산맥의 태평양 쪽 지역은 사막지대입니다. 도시 불빛이 적어 밤하늘이 아주 어둡고 관측 가능한 날이 연중 300일을 넘기기도 합니다. 호주도 사람이 살지 않는 사막지대는 밤하늘이 어두워서 천문학자뿐만 아니라 천체사진가들이 즐겨 찾습니다. 이러한 지역은 꼭 천문대가 아니어도 길을 가다 아무 데나 차를 세우고 밤하늘을 즐길 수 있습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몽골 평원에서 본 은하수나 고비사막의 은하수도 이야기하는데 아쉽게도 저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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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께 가장 의미 있는 사진은 어떤 것인지 알려주세요.

 

가장 의미 있는 사진을 딱 하나 고르기가 어려워서 여러 장을 소개할까 합니다. 먼저 소행성을 찾은 M1 초신성 잔해입니다(『천문대의 시간 천문학자의 하늘』  75쪽). 이 사진에서 우연히 소행성 하나를 발견했고, 이어서 관측해 120개의 새로운 소행성을 찾아 우리나라 과학자 10명의 이름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헤일-밥 혜성의 화려한 모습(211쪽), 1만 원권 지폐 뒷면에 들어간 1.8미터 망원경 사진(72쪽), 비처럼 쏟아지는 사자자리 유성우(172쪽), 무엇보다 슈메이커-레비 9 혜성의 목성 충돌 장면을 담은 사진(201쪽) 등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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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대의 시간 천문학자의 하늘전영범 저 | 에코리브르
천체사진과 관측을 해설하는 과정을 통해 과학자의 ‘일’이 궁금한 학생들은 좀더 자세히 연구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고, 일반 독자들은 과학적 사고의 합리성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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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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