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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 “조금 먼저 아팠던 거라고 생각해요”

『잘생김은 이번 생에 과감히 포기한다』 포기는 포기이기도, 남은 긴 생에 관한 희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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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대단히 움직인다고 해서 크게 바꿀 수 있는 것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심각하게 생각할 것 없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잘 살자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2018. 0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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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살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암 판정을 받으면서 처음으로 ‘인생…, 이 더러운 자식…’이란 생각을 한 이후로 운명은 정말이지 창의적인 방법으로 꾸준히 저희 태클을 걸고 있지만, 그래도 저는 나름대로 운이 좋은 20대를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잘생김은 이번 생에 과감히 포기’해야 했어도 잘생김보다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6쪽)

 

『잘생김은 이번 생에 과감히 포기한다』 김태균 저자가 혈액암에 걸린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건 스물두 살이었다. 별다른 증상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코피가 자주 났는데 원래 그런 사람도 있다는 말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코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 둔감한 후각 때문에 주변에서 먼저 알았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는 가족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간 병원에서 혈액암 판정을 받고 1년간 입원과 치료를 반복했다. 코 연골과 주변 세포가 모두 죽었다. 방사선 치료가 끝난 다음 해 편입학원에 등록하던 날 재발 판정을 받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긴 싸움이 시작되었다.

 

『잘생김은 이번 생에 과감히 포기한다』 는 일종의 싸움 일기다. 어떤 날에는 병과 싸우고, 어떤 날에는 자신과 싸운다. 시선과 싸우기도 하고, 내면의 고요함이나 외로움, 기쁨이나 슬픔과 같은 감정과 싸우기도 한다. 스물둘부터 시작한 싸움을 들여다보며 무심하게, 어쩌면 지나간 지금에서야 내뱉을 수 있는 문장 하나가 남았다. ‘잘생김은 이번 생에 포기한다.’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이 문장에 담긴 의미가 묵직하게 느껴진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가 문득, 나는 무엇과 싸웠으며 싸움의 대상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는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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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억할 자료가 너무 없다

 

출간된 지 2주 정도 지났어요. 주변에선 어떤 반응이었나요?

 

의외라고들 해요. 주변에 출판한 작가가 있는 게 신기한 것 같아요.

 

원래 글을 쓰던 분일 거라고 추측했어요.


전혀 아니에요. 주변에서 좀 당황했어요. 평소 외향적인 편이었어요. 책 읽는 건 어릴 때부터 취미였는데, 그걸 자랑하듯 이야기하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보기에 저는 전혀 책과 관계없는 사람처럼 보였을 거예요. 독자로는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쓰는 건 병원에서 처음이었어요.

 

생각했던 감정이나 마음이 글로 잘 표현이 되던가요?


좋은 책을 많이 읽었던 것 때문에 힘들었어요. 쓰는 건 몰라도, 읽는 건 항상 수준 높은 작가의 글을 읽잖아요. (웃음) 그러다 보니 제가 쓰는 글이 제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그러다 문득 누가 나한테 대단한 작가의 수준을 기대하는 게 아니니까. 친한 친구랑 대화하듯이 쓰자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쓰는 것도 자연스러워졌어요.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어요?


글을 올릴 때는 암 치료 자체는 끝난 상황이었고, 성형수술을 할 때였어요. 성형수술을 8차까지 했거든요. 투병하며 썼던 글을 그동안 올렸어요. 원래는 개인 출판을 해서 간직하려고 했어요. 알아보던 중에 친동생이 브런치라는 사이트를 알려주면서 한번 올려보라는 거예요. 드러내서 활동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고민했어요. 안 될 거로 생각하고 작가 신청을 했는데, 된 거예요. 책에 담긴 글을 쓴 시기는 암 투병 시작했을 때부터 2016년 정도까지인 것 같아요. 그때그때 생각나던 순간이나 감정을 솔직하게 썼어요.

 

몸이 힘든 것보다 마음이 힘든 게 더 괴로웠다고 하셨어요. 마음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글을 쓰면서 감정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이 해소됐는지 궁금해요.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기 힘들잖아요. 매일 아프다는 걸 이야기해서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주변 사람도 영향을 받으니까요. 그래서 그냥 하고 싶은 말을 생각 없이 썼던 것 같아요. 글을 쓰면서 매일 차올랐던 감정이 해소되는 느낌이 있었어요.

 

아팠던 이야기를 하는 게 불편하지는 않았나요?


아팠다는 게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누구나 아플 수 있는데 내가 좀 더 일찍 아팠던 거고, 글로 썼더니 사람들이 좋아해 줬다.’ 이 정도로 생각해요. 다만 사람들에게 보이는 글이니까 좀 덜 냉소적으로 쓰자고 생각했어요. 자칫 제 글을 본 사람들이 ‘암 별거 아니네.’같은 인식이 생겨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잖아요. 글을 올리면서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는데, 주로 아픈 분들이나 상처받은 분들이 제 글을 읽고 공감했다는 이야기를 해 주시더라고요. 나는 내 이야기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에겐 아픈 사람이 하는 이야기니까 저 때문에 편견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주로 어떤 피드백이 오던가요?


투병 중인 분이 많았어요. 어떤 병을 앓고 있고, 얼마나 되었다고 이야기하면서 힘을 받았다는 글이었죠. 그러다가 저랑 나이가 비슷한 분에게 메일이 오면, 그런 날은 힘들었어요. 이 사람이 얼마나 힘들지, 지금 어떤 상황일지 짐작이 가니까요. 그런 날은 멍하게 보냈어요. 브런치 할 때는 이따금 연락이 왔는데, 책을 낸 후에는 꾸준히 오는 것 같아요. 


초음파 검사를 받는 중, 불편한 부분은 없냐고 물어보는 간호사님께 “저…  배 속의 아기는 건강한가요?”라고 물었지만 웃어주지 않았다. 아…,병원 생활 중 베스트 5 안에 드는 상처로 남을 것 같아. (108쪽)

 

2009년 카투사 복무 중에 암 발병 사실을 알았을 때와 2011년에 재발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느낌이 달랐을 것 같아요.


처음 암에 걸렸다는 걸 알았을 때는 와닿지 않았어요. 누구나 아플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아프구나. 그랬어요. 친구들이 문병 오면 ‘암이래.’ 했던 거 같아요. 치료하면 괜찮아질 거로 생각했거든요. 재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좀 암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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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 투병 전 김태균 저자의 모습.

 

주변에선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 들었을 때 어땠는지 궁금했어요.


책에도 자주 등장하는 친한 친구 셋은 아무 생각 없었어요. 저랑 비슷했던 거죠. 암에 걸렸으니까 이제 이별 여행 가야겠다고 온천으로 이별 여행도 갔거든요. 어머니가 이별 여행이 뭐냐고 어이없어하시고요. 재발했을 때는 친구들도 다 바쁜 시기였어요. 군대 가기 직전인 친구도 있었고, 외국에 있는 친구도 있었어요. 그땐 친구들도 저도 좀 슬펐죠.

 

책을 읽으면서 많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암 환자의 이미지가 병실과 병원복 같은 것에 고정되어 있었어요. 아픈 사람에게도 입체적인 감정과 모습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 것 같아요.


누구에게 어떤 부분을 알려야겠다고 쓴 글은 아니었어요. 그냥 개인적인 치료 목적으로 썼던 것 같아요. 마음이 정말 힘든데,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기도 그렇잖아요. 이야기한다고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그냥 하고 싶은 말을 생각 없이 썼던 것 같아요. 매일 느끼는 감정을 따라갔어요. 그래서 글을 보면 슬픈 날에는 슬픈 글, 기쁜 날에는 기쁜 글을 썼어요. 계속 쓰다 보니까 감정이 해소되는 느낌이 있었어요.

 

평소에는 그렇게 자기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없잖아요.


맞아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프고, 매일 누워있었으니까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때그때 들었던 감정 상태나 떠오르는 걸 핸드폰 메모장에 쓰고, 글로 풀었어요. 

 

병원에서 쓴 글인데도 우울하거나 슬픈 감정만 담긴 게 아니라 상황을 객관화하고, 곳곳에 농담이 있어요.


처음 쓸 때는 모든 감정을 다 털어놓았죠. 그러다 브런치에 올릴 때는 감정을 절제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감정을 드러내는 글보다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게 좋은 글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읽는 사람이 감정을 느끼게끔 하고 싶었어요.

 

‘해리포터 시리즈’의 볼드모트의 외모를 자신과 비교하며, 어쩐지 그의 비뚤어진 성격이 이해가 된다고 하셨어요. 치료를 받으면서 예전과는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거나 관점이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성격이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엔 이해할 수 없던 것들을 그러려니 한다고 해야 할까. '어떤 사람이든 각자 생각한 바대로 살겠구나.’ 하는 거예요. 굳이 이해한다기보단 저런 사람도 있다고 인정하게 된 거 같아요.

 


싸움을 그만하기도 계속하기도 했다

 

‘5차 치료를 마치고 더이상 병원에 가지 않기로 했다’고 하셨어요. 굉장히 극단적인 선택으로 보였어요.


맞아요. 정말 더는 치료받기가 힘들었어요. 하기 싫다는 말 외에는 지금은, 왜 그랬는지 설명을 못 하겠어요. 책을 정리할 때도 다시 생각해 봤는데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었어요. 그냥 무작정 담당의를 찾아가서 ‘못하겠습니다. 안 할 겁니다.’라고 말했어요. 선생님도 당황했는데, 딱히 어떤 말로 저를 설득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알았다고 하고 보내주셨어요.

 

책 곳곳에 간혹 ‘이렇게 아플 거면 죽고 싶다’ 같이 죽고 싶은 순간에 관한 표현이 있었어요. 병원에 가지 않겠다는 결정이, 삶을 포기하겠다는 결정이었나요?


그걸 막연하게 생각했을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결심을 한 건 아니었어요. 그야말로 치료를 그만 받겠다는 것만 선택한 거였어요. 부모님은 평소에도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끔 해주시거든요. 그때도 별 말 없이 제 선택을 지지해 주셨던 거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모두 반쯤은 뭐에 홀린 것 같아요.

 

치료를 중단하고 의왕시에서 얼마간 지내잖아요. 그때야말로 투병 생활 중에 가장 평화로운 시간으로 그려져요.


정확하지는 않은데 3~4개월 정도 지낸 거 같아요.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서 시골에서 지내는 게 좋았어요. 늦게 일어나서 대충 아침밥을 차려 먹고, 면역력 높여주는 약 같은 거 챙겨 먹고, 주로 책을 읽었던 것 같아요.

 

그 시간 자체는 행복했지만, 치료를 중단한 것 때문에 심각한 상황까지 갔잖아요.


얼굴이 퉁퉁 부어서 다시 병원을 찾았어요. 의사가 보더니 남은 수명을 3개월 예상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채혈실에 피를 뽑으러 내려갔는데 그때는 좀 많이 울었던 거 같아요. 권위 있는 사람에게 곧 죽는다는 말을 들었던 게 처음이었으니까요. 우는 걸 수습하느라 힘들었어요. 치료받으며 숱하게 죽고 싶었고, 죽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정말 죽고 싶었던 게 아니었던 거예요.

 

치료를 중단했던 걸 후회하지는 않았어요?


만약 계속 치료했다면 이렇게까지 얼굴이 상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때는 후회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의왕시에서 생활했던 것 자체는 즐거웠어요.

 

돌아와서 3개월 판정을 받고, 다시 치료를 받잖아요.


막상 죽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뭔가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친구들에게 농담 삼아 그런 이야기도 했어요. 만약 내가 죽으면 내 유산은 네가 책임지고, 노트북이랑 외장 하드에 있는 건 네가 좀 어떻게 해줘. (웃음) 진지하게 한 게 아니라 그냥, 계속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내가 죽어도 너무, 낙담하지 말아라. 주변 사람들이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다행인 건 그때 제가 처방받은 약이 임상시험을 막 끝낸 신약이었어요. 그전까지는 거의 살 가망이 없었는데, 기적적으로 그 약이 제게 잘 맞았던 거예요. 의사 선생님도 놀랄 정도였어요. 약 먹고 하루하루 치료를 받다 보니까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들지는 않더라고요. 그냥 치료받는 데 집중했던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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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하는 것, 꾸준히 사는 것

 

요즘에는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해요.


일단 치료는 끝났는데 면역력이 굉장히 약해져서 생활하는 거 자체가 남들보다 힘들어요. 감염도 쉽게 되고, 피곤하다는 것도 보통 피곤한 것과는 다르게 급격하게 피곤해져서…. 암 치료가 끝났으니까 아팠다고 말하기도 좀 그런 상황이 된 거죠. 그래서 항상 소소하게 앓고 있어요.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공부하고 있어요.

 

어떤 공부요?


수능을 다시 보려고요. 휴학을 오랫동안 해서 다시 못 간 것도 있지만, 원래 전공이 경영학과였거든요.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로 기업에 취직할 수도 없고, 사업을 할 수도 없잖아요.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 생각하다가 교대에 가려고 공부를 다시 하고 있어요.

 

최근에 브런치에 올라온 글을 보니까 소설을 쓰신다고도 하셨어요.


이제 에세이로 할 이야기가 없는 것 같아요. 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 것 같기도 하고요. 소설도 써 본 적은 없지만, 꾸준히 하려고요. 암 치료를 마치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느낀 건데 천재가 아닌 이상 꾸준히 하는 방법밖에 없더라고요. 재능이 없으니까 꾸준히라도 하자. 그러면 대단한 작품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언젠가 내가 만족할 만한 작품은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하려고요.

 

꾸준히 기록한 걸 책으로도 출판했고요.


맞아요. 인생에서 취미가 정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림 그리기, 피아노 치기, 목공예가 취미예요. 공부하면서 틈틈이 헤요. 언젠가 일을 시작해도 결국엔 그만두는 시기가 오잖아요. 그때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이 풍부했으면 좋겠어요. 꾸준히 하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꼭 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한다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하는 것 같아요. 공부하다가 잠깐 그림 그리고 싶을 때 그리고, 하루에 20~30분씩 피아노 치고 싶을 때 치고, 그렇게요.

 

독자가 이 책을 어떻게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나요?


그냥 재미있게 읽어줬으면 좋겠어요. 같은 책을 읽어도 재미있다고 읽는 부분이 다 다르더라고요. 어떤 의도로, 어떤 주제를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쓰기보다는 받아들이는 사람이 판단해서 무언가 얻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만약 그게 ‘앞으로 이런 글은 안 읽어야지.’라도요. (웃음)

 

술자리에서 친구가 본인의 슬픔 일부를 공유하고 위안 삼는 것에 묘한 안도감을 받았다고 쓰셨어요.

 

어린 나이에 이런 이야기하는 게 웃길 수도 있겠지만, 사는 게 엄청 대단하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어떤 상황에서든 어떤 일을 하든,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살면 되는 것 같아요.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배운 교과서나 읽었던 책에는 인간은 소중하고, 아름답고, 고귀한 존재라고 하지만, 생각보다 인간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겠구나. 우주에서 먼지 한 톨도 안 되는 인간이 바득바득 산다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거기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서 인생이 하찮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그냥, 먼지가 대단히 움직인다고 해서 크게 바꿀 수 있는 것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심각하게 생각할 것 없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잘 살자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책을 읽고 감동했다는 반응보다는 ‘이런 사람도 사는데 나도 어떻게든 살면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해 주셨으면 해요. 그게 제일 좋을 것 같아요.


 

 

잘생김은 이번 생에 과감히 포기한다김태균 저 | 페이퍼로드
이제 갓 서른 초반이 된 저자의 목소리가 나이를 초월한 울림을 주는 이유는, 한창 나이에 누구보다 죽음과 가까이 있었고, 문장 곳곳에 숨어있는 인생사에 대한 통찰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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