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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특집] 나에겐 너무 중요한 작업 공간

<월간 채널예스> 2월호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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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작가의 작업실이 궁금할 때가 있다. 창조하는 공간의 남다름이 있지 않을까? 작가 5인에게 물었다. 당신에게는 공간이 왜 중요한가요? (2018. 0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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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집중하기에 너무 안락하고 딴짓을 유도하는 것들이 넘친다. 퍼지기 십상이다. 카페는 단시간 집중에 유효하지만 일상적 작업 공간으로 쓰기엔 무리다. 두 시간 넘게 앉아 있으면 괜히 미안해져 내키지 않는 추가 음료나 조각 케이크를 주문해야 하고 배경음악은 대체로 거슬린다. 금방 지친다. 작업에 필요한 긴장을 일으키면서 내 뜻대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은 결국 스스로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 작업실은 느긋하게 걸어서 30분 이내, 자전거로 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출퇴근 시간대의 혼잡을 피하고 싶어서다. 꼭 필요한 가구만 용도에 맞게 주문 제작했고 냉장고와 정수기는 없다.  이기준(그래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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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서 무엇보다 햇빛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커다란 창들로 둘러 쌓여 답답하지 않게 뚫려 있는 장소를 좋아한다. 기왕이면 천장도 높았으면 좋겠지만 서울에서는 이루기 힘든 부분이라 마음에 아쉽게 살짝 접어 둔다. 모니터에 빛이 반사되어 눈이 부시고, 책상 위 책 표지들의 빛이 바래져 가도 온 몸으로 햇빛을 맞으며 생각하고 드로잉 할 때가 행복하다. 빛으로 가득 찬 곳 여기저기에 내 나름의 방식으로 책들과 소품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다. 나는 카페에서 작업을 잘 하지 못한다. 프리랜서라면 어떤 곳에서라도 자유롭게 작업이 가능한 것을 으레 상상하겠지만, 내가 제대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항상 필요한 도구와 자료들이 많다. 따로 작업실이 있다는 것은 그런 물건들을 모두 지고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어제 여기까지 하고 끊고 간 부분 그대로 오늘 다시 이어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윤예지(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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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동 ‘커피발전소’는 친절한 카페가 아니다. 전철역에서 꽤 걸어야 하고, 나무 의자는 불편하고, 주인은 무뚝뚝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곳은 부담없이 지나다 들리기보다는 ‘작정하고 찾아가는’ 곳이다. 점심식사 후에 몰려와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가는 인근의 직장인 단체 손님들을 제외하면 대개는 혼자 찾아오는 단골 손님들이다. 그들은 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그들이 각자의 작업에 집중하는 팽팽한 공기가, 틈만 생기면 두꺼운 소설책을 읽는 주인의 무심한 태도와 만나 커피발전소만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카페가 수시로 문을 열고 닫는 거친 합정동 카페생태계에서 9년 째 한 자리를 지켜온 것은, 아마도 그 특유의 차분함과 꾸준함 때문일 것이다. 그 한결같음에 반해, 이제 나는 4년째 이 곳에서 글을 쓰고 있다.  임경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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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거의 그럴 것이다. 어떤 물리적 공간에 대한 목마름이 있어왔다. 세상을 향해 쏘아볼 빛나고 향기로운 무언가를 찾아내고 싶다. 의식 내부의 잡동사니를 정돈하고 쓸 만한 것들을 골라내는 분투의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다. 그 시간을 위해 공간을 찾아다닌다. 하다못해 카페의 한 자리를 빌려 잠시나마 사적인 공간을 갖는다. 일상을 떠나 공간이동이라는 장막 안에서 ‘나의 시간’을 만들고, 내가 나를 불러 세우는 것은 ‘여행’의 한 의미일 것 같다. 나는 지금의 작업실을 만나고부터, 여행에 대한 욕망이 현저히 줄어 들었다. 아침에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오늘은 뭘 해볼까!’하고 마음이 설렌다.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주어진 과제와, 놀이처럼 즐겁게 절러 절로 되는 일, 그 두 가지가 합일되는 순간을 꿈꾸면서, 아직은 흡족히 풀리지 않는 과제와 씨름한다. 골목 안 헌 집 작업실에서의 하루하루를 감사하면서.  이영경(그림책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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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작업실이 나에게 가장 이상적이다. 3년째 사용하고 있는데, 냉난방, 도난 위험 등 모든 것에서 자유롭다. 나는 상당히 오랫동안 일과시간 중에 작업해왔다. 밤 늦게 뭔가가 오기도 하지만 그런 데서 오는 홀림 같은 것을 쳐 버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일과시간에 일하고, 쉬는 시간에는 쉰다. 그래야 롱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작업실은 ‘산실’이다. 내 작업실 층고가 7미터인데, 이 점이 특히 마음에 든다. 미술은 아무래도 시원시원한 공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층고 높은 곳이 많지 않다. 그래서 한쪽은 2층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한쪽은 작업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작업실이 작품에 상당부분을 결정한다고 본다. 작품이 공간에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작년에 전시를 했는데 이 공간이 아니었다면, 그런 작품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덕을 많이 봤다.  임옥상(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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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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