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물 저자를 만나다] 고단한 일상 속의 딴짓
<딴짓> 편집진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매출과 상관없이 세상에 질러보고 싶다는 느낌이었어요. (2017.08.01)
회사에 잘 다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속은 썩어가는 직장인이 있다. 위를 보면 롤모델이 보이지 않고, 밑으로 보면 나도 딱히 롤모델은 아닌 것 같다. 해야 하는 일,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하고 싶은 일은 늘 뒷자리 차지다. 어쩌다 시간이 남아 해야 하는 일 말고 딴짓을 하기에는 내가 이래도 되나 하는 불안감이 그 자리를 채운다.
공기업에 다니던 1호, 방송사에서 PD를 했으나 뛰쳐나와 출판사를 다니는 2호, 항공 마케팅을 하던 3호 세 명이 만나 계간지 『딴짓』을 냈다. 전에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에, 하는 일은 다들 동떨어져 있지만 밥벌이와 상관없는 일을 하고픈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2017년 일곱 번째 『딴짓』이 나올 정도로 역사가 쌓였지만 여전히 딴짓하고픈, ‘딴짓엔스’들이다. 직장 때문에 같이 있지 못한 2호를 마음에 두고, 1호와 3호에게 ‘딴짓’의 의미를 물었다.
호모딴짓엔스(Homo-DdanZitens)[명사] 밥벌이와 연관이 없는 행동을 하는 인류를 뜻한다. 인간의 본질을 딴짓이라는 측면에서 파악하는 인간관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소소하고 쓸데없는 이런저런 활동을 통해 삶의 의미를 채우는 인간 집단을 포괄하고 있다.
어떻게 서로 알게 되셨나요?
일면식도 없던 사이였어요. 처음에 1호가 회사를 다니다 퇴사를 고민하면서 한 달 휴가를 냈어요. 다음 직업을 찾으려는 와중에 출판사에 다니는 2호를 지인의 소개로 만났죠. 이야기를 하다 보니 둘 다 독립출판을 해보고 싶었던 거예요. 같이 할 사람을 수소문하다 또 지인의 지인인 3호를 만났어요. 처음에는 다들 한창 독기가 서려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가득 차 있던 터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보다 이런 이야기를 함께 할 사람을 찾는 게 더 컸어요.
잡지 주제나 각자 업무는 어떻게 정하나요?
그때그때 회의해서 누구 하나 의견이 나오면 거의 반대 없이 가요. 1호가 주로 경리나 출고 작업 등을 한다면, 2호는 인터뷰이를 찾고 교정을 봐요. 3호는 디자인 작업과 물건을 만드는 일을 하죠. 원래부터 디자인을 하던 건 아니고, 기획하는 시간 동안 인디자인을 유튜브로 독학해 만들었어요.
왜 하필 독립출판이었을까요?
처음에는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는데 이야기를 담을 틀은 정해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나마 책이 가장 가까운 장르였죠. 저희가 하는 이야기를 누군가의 요구에 끼워 맞추고 싶지 않았어요. 기존의 출판사에서 책을 내려면 사업성을 고려해 소비자 입맛에 맞게 바꿔야 하잖아요.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매출과 상관없이 세상에 질러보고 싶다는 느낌이었어요. 이런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나가자고 했을 때 모든 과정이 자연스럽게 독립출판으로 이어졌던 것 같아요.
어려움은 없나요?
주변에서 독립출판하고 싶다는 사람들은 주로 돈이 얼마나 드는지, 잡지를 팔아서 유지가 되는지, 셋이 만들기 힘들지 않은지 물어보세요. 그럼 대답하죠. ‘많이 든다. 힘들다. 그래도 할 만 하다.’ 첫 번째 『딴짓』은 300부를 찍었고, 두 번째부터는 500부를 내서 지금은 30여 개 서점에 입점해 있어요. 기념비적으로 3호부터는 그 전에 판 금액으로 다음 호를 찍을 수 있게 됐어요. 첫 번째 『딴짓』은 다 팔렸고, 다른 과월호도 조금씩 나가고 있으니 언젠가는 소진되겠죠. 다 팔리면 미니북으로 재인쇄해서 만들어보고 싶어요.
저희 셋 다 『딴짓』을 만들면서 스스로 계속 다른 길을 모색해 나갔거든요. 그게 되게 좋았어요. 돈을 버는데 시간이 너무 없어, 그럼 돈 버는 걸 포기했어요. 그러고 나니 시간이 엄청 많이 남는데 돈이 없어요. 그럼 돈벌이를 찾아요. 또 지속이 안 돼. (웃음) 그러다 보니 ‘어떻게 지속적으로 시간을 조금만 팔아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한 돈을 벌면서도 취미 생활도 하는 건 뭐가 있을까?’ 질문을 하면서 조금씩 변한 저희 모습이 『딴짓』에 담겼어요. 독자들이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지속적인 딴짓’을 할 수 있을지 참고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요?
참, ‘독립출판 워크숍’도 열어요. 6주 동안 어떻게 독립출판을 만들 수 있는지 기술적인 디자인 툴 이용 방법부터 행정 업무, 교정 교열, 기획 회의 등 한꺼번에 가르치는 코스로요. 지금 3기 모집 중이에요.
하여 여기에, 우리가 만난 딴짓의 세계를 펼쳐놓으려 합니다. '밥벌이의 지겨움'에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에 다양한 색을 입히려는 사람들의 세계입니다. 그중에는 딴짓과 일상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경우도, 아예 딴짓 쪽으로 인생의 방향키를 확 틀어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딴짓이 그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당신에게 전해져 '지속가능한 딴짓'이 이어질 때, 고단한 일상이 조금은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어봅니다.
- 『딴짓』 창간사 중
딴짓 (계간) : 7호 / 여름호 [2017]
7호의 기획특집은 ‘틈’입니다. ‘틈’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여러 의미를 가진 단 어답게 다채로운 변주가 가능한 주제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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