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기저귀 갈 줄 아는 할아버지가 거의 없어요”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장인이 사위에게 권하면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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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며 사는 거고, 또 그런 게 생활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돈을 많이 들인다고 좋은 것도 아니거든요. 그렇게 생각하면 아빠들이 육아에 시간을 더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88만원 세대』, 『불황 10년』 등 경제와 계층에 대한 통찰을 꾸준히 전해온 우석훈 박사가 자신의 땀이 녹아있는 육아 이야기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로 돌아왔다. ‘두 아이의 아빠가 내 정체성’이라고 적을 만큼 우석훈 박사의 삶은 이제 오롯이 아빠의 역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주말은 완전히 아이들과 함께 보낸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일을 줄여야 했다. 물론 그 역시 일을 줄이는 선택을 내리고 육아에 전념하면서는 조바심이 났다. 좋은 제안을 받으면 “마음이 하루에 세 번 바뀌”었다. 그러나 기다리는 수밖에.


“들어오는 일들이 있는데 ‘내년에 하면 안 되나?’ 생각해보거든요. 꼭 그때 해야 하는 일은 아니에요.”라는 우석훈 박사의 말은 자신을 ‘보조양육자’라고 칭하면서도 ‘양육자’에 방점을 찍어둔, 자신이 다른 누구도 아닌 ‘아빠’라는 사실을 단단하게 의식한 사람의 말이었다. “좀 달라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소득을 줄이고, 연봉을 포기하고, 아픈 둘째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갖는 길을 택했다. 다른 부모에게는 또 다른 선택지들이 있을 것이다.(중략) 이건 내가 가진 문화적 취향이고 정서적 선택이다. 나는 매순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것을 선택하면서 살아왔다. 먼 훗날의 더 큰 행복을 위해서 현재를 희생하는 방식으로 살아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먼 미래에 행복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런 행복은 믿지 않는다.(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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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지불하는 몫이 너무 과하다


요즘 하루 일과가 어떤가요?

 

아침 8시 반에서 9시 정도에 일어나요. 세수만 하고 아이들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요. 그러면 10시가 조금 넘어요. 그때부터는 두세 시간 책도 보고, 글도 써요. 그렇게 오후까지 계속 있을 수 있으면 집에 있고요. 일주일에 한두 번은 나와서 사람도 만나죠. 주말은 완전히 죽음이고요.(웃음) 금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아침까지는 완전히 몸으로 때우는 시간이에요. 그나마 요즘은 두 아이가 둘이서 놀기도 하니까 조금 편해졌죠. 이전에는 둘을 다 신경 썼어야 했는데요. 지금은 조금 먼 거리에 있어도 돼요. 둘이 친해졌거든요. 잘 놀아요. 점점 더 편해지겠죠.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는 육아에 관한 아주 꼼꼼한 기록입니다. ‘기록’의 의미가 많이 엿보이기도 하거든요.


이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영어 조기교육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선행학습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하는 이야기를 꼭 한 번 써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아파서 경황이 없었어요. 이 책은 틈나는 대로 겨우 메모해둔 것들이에요. 육아일기는 쓸 수가 없는 거더라고요.(웃음) 앉아 있을 시간 자체가 없으니까요. 둘째 백일 지나서야 조금씩 쓰기 시작했죠. 지나보니 메모해둔 것들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런데 책을 쓰면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끝나고 나니까 이제 뭐하고 노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책이 두꺼워졌어요. 이대로 쓰면 두 권은 쓰겠더라고요. 많이 덜어냈어요.

 

앉아 있을 시간도 없다, 육아의 현실이겠죠.


게다가 두 아이가 같은 남자 아이라도 성격이 완전히 달라요. 그러다보니 선호하는 것도 다르고, 기저귀 떼는 방식도 다르고요. 보통 일이 아니죠. 똑같이 하는데도 다르더라고요.

 

거듭 사회가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을 개인과 가정이 담당하고 있다고 문제제기 합니다. 특히 출산 장면에서 그랬어요. 이는 경험에서 온 것이기도 한데요.


둘째가 태어나자마자 숨을 못 쉬어서 집중치료실로 갔어요. 열흘 정도 입원을 했거든요. 첫째 때는 안 시킨 검사도 다 하고요. 검사 결과가 괜찮아야 퇴원을 할 수 있었어요. 보니까 병원비가 200만 원이 넘게 나온 거예요.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출산하다가 생긴 일은 그냥 보험수가만 조정하면 되는 건데, 하고요. 어떤 경우에는 병원을 가야 하는데 돈이 무서워서 못 가는 일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병원비 부분은 그렇게 개선이 어려운 일은 아니거든요. 생각만 조금 하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병원비를 내면서도 이런 비용은 괜히 지불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플 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건 그야말로 기본이잖아요.

 

몇 살 이전, 처럼 기준만 정하면 아무 일도 아닌 일이죠. 개인이 지불하는 몫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산후조리원도 그래요. 곳곳에 방치된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조금씩 개선한다고는 하는데 경험하는 입장에서는 부족하다고 느껴요.

 

국가의 출산 장려 정책이라는 게 탁상공론에 머무는 경우가 너무 많죠. 앞부분에서 첫 아이 지원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부가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라고 적기도 했어요.


지역별로 지원정책이 다 있어요. 그것도 넷째, 셋째, 둘째, 첫째 순이거든요. 그런데 첫째 아이 지원 수준을 올리는 게 사실은 맞아요. 넷째는 아무도 안 낳거든요.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말이죠. 셋째도 낳으면 엄청 준다고는 하는데 그걸 위해서 셋을 낳아야지, 하고 생각하는 분은 별로 없을 거예요. 그럴 바에야 첫째 아이에게 지원금을 많이 주는 게 출산율 상승의 효과는 있겠죠. 하지만 돈이 많이 들잖아요. 절대 안 하죠.

 

지금 한국 수준에서 출산/육아 정책 분야에 가장 해결이 시급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병원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요. 약도 마찬가지인데요. 많이 쓰는 약은 보험에서 빼는 것 같더라고요. 점점 더 힘들어지고, 좋아지는 것 같진 않아요. 이야기는 많은데 실제 육아하면서 느끼는 건 전혀 다르거든요. 어린이집 옮기는 것조차도 너무 힘들고요. 자주 하는 이야기지만 대학도 옮기잖아요. 초, 중, 고등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런데 어린이집만 안 돼요. 진짜 힘들어요. 일단 어린이집이 되면 아무 데도 이사 못 가요. 옮기려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니까요. 10% 정도 추가 정원만 허용을 해줘도 한결 나을 텐데 말이에요. 제도만 조금 손보면 될 일인데 답답하죠.

 

그렇게 안 하는 이유는 뭘까요?


현장과 동떨어진 곳에서 결정을 하니까 그렇죠. 이건 고도의 행정력을 발휘할 일도 아닌데(웃음) 말이에요. 반드시 예산이 필요한 일이 아니더라도 이런 것처럼 있는 것 안에서 조정을 하면 편해지는 것이 많아요. 야간 베이비시터 제도(공공 아이돌봄 서비스)가 있거든요. 하지만 대기 줄이 수천 킬로미터예요. 엄두도 못 내죠. 한두 번 알아보다가 포기했어요. 많은 것들이 명목상으로만 있는 거예요. 뭐가 되게 많긴 한데 보통의 경우 거의 해당이 안 되죠. 차라리 써놓지를 말든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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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아도 될 것들이 많다


제목에 우선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특히 육아에 있어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간다’는 말이 참 절묘해요.


한 다큐에서 본 거예요. 평생 해녀로 사신 할머니가 나왔는데요.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씀 끝에 나온 말이에요. 생활하는 입장이 다 똑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들 엄청나게 돈을 쌓아놓고 사는 것도 아니잖아요. 대부분 그럴 것 같아요. 돈이 있으면 있는 규모 안에서 먹고, 없으면 또 없는 규모 안에서 먹죠. 딱 두 배 나가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지낼 만하면 유모차가 망가지고요.

 

유모차부터 도시 문화까지 아우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경제학자 관점으로 본 육아, 생각할 부분이 많았어요.


한두 살짜리 아이에게 명품 브랜드 옷 입히는 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죠. 기억도 못할 때인데 말이에요. 그 아이가 커서 그 얘기해주면 좋아하겠어요? 그 돈 그냥 주지(웃음), 할 거예요. 그러느라고 지금 돈이 없다면 과연 누가 이해할 수 있겠어요. 영어 유치원도 그렇더라고요. 우선 의미도 없고요. 아이도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요. 나중에 영어 하는 데 엄청난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대만은 우리 식으로 치면 초등학교 입학 전에 영어 과외 시키는 것을 금지시켰더라고요. 정말 영어를 가르치고 싶으면 영어 유치원 보낼 돈을 모아서 하와이로 몇 달 여행을 다녀오면 돼요. 그게 낫잖아요.

 

육아 산업은 절대 안 망한다고 하는데 ‘이것만큼은 꼭 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자유로운 양육자가 얼마나 되겠어요.


육아 산업도 망해요. 연구하시는 분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들은 90년대 말에 알았다는 거예요. 출산율이 줄고 산업이 위축될 거라고요. 고심하다가 럭셔리 전략을 택했다는 거죠. 아이들이 줄어도 단가를 높이고, 브랜드를 차별화시키는 방식으로요. 90년대 말에 그렇게 이미 했다는 건데요. 그러니 럭셔리 전략에는 한계가 없는 거예요. 가격으로 차별화시키는 건 최근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그걸 모두가 따를 필요는 없잖아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될 것들이 많아요. 돈은 벌기가 힘들지 쓰기는 쉽거든요. 저는 자녀에게 돈을 쓰는 것에 대해 지적하는 게 아니에요. 다만 의미 있게 쓰는 게, 돈을 가지고 있는 게 낫다는 생각인 거죠. 돈을 부수면 다시 안 모이거든요.

 

갈등 장면이 많이 나오거든요. 가령 아이스크림을 사주면서도 고민을 하죠. 양육자가 가지고 있던 가치와 배치되는 결정을 해야 할 때가 많잖아요. 육아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마주한 갈등의 순간은 언제였어요?


진짜 아이스크림은 안 먹게 하고 싶었어요. 지금도 초콜릿 안 사줘요. 그러면 뭐 해요, 할아버지가 사주는데요.(웃음) 이번 생일에는 초코 케이크도 사줬다니까요. 하는 수가 없어요. 되도록 안 먹이고 싶지만 너무 원하면 어쩔 수 없더라고요.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조금 덜 먹게 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잘 안 돼요.

 

그럴 때 어떻게 하세요? 계속 타협을 해나가는 건가요?


요즘은 자꾸 스마트폰을 보고 싶어 해요. 재미있는 것들이 워낙 많잖아요. 그래서 결국은 스마트폰과 TV를 연결 시켰어요. 안 보여줄 방법은 없고, 작은 화면을 보면 눈에 안 좋으니까요. 며칠에 한 번 30분 정도 정해놓고 보여주는 거죠. 타협을 한 거예요.

 

생애 주기에 따라, 자녀의 성장 과정에 따라 고민 주제가 달라질 텐데요. 이것만은 절대 안 하도록 하고 싶다, 하는 것이 있으세요?


게임기를 사달라고 하는 날이 오겠죠. 지금도 게임기를 보면 너무 황홀하게 쳐다봐요. 진짜 고민이에요.(웃음) 모르겠어요.

 

강하게 기억에 남은 대목이 있어요. 식사를 하면서 ‘세상에 굶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부분이었는데요. 그 부분에서 양육자의 철학이나 가치를 느낄 수 있었어요.


그건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상의 진실이기도 하고요. 시민으로서 당연히 알아야 하는 부분이에요. 밥투정을 할 때 세상의 절반이 굶는다고 말하면 처음엔 잘 이해를 못해요. 왜 밥을 못 먹느냐고 되물어요. 설명을 해도 반은 알아듣고, 반은 못 알아듣죠. 그래도 알아야 할 것들이 있죠. 모두가 우리 같은 것은 아니고,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투정하면 안 된다, 가르치는 거죠.

 

그런 영역이 많이 있잖아요. 식사 이외에 잘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가르치는 내용이 더 있나요?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야기는 하죠. 첫째는 최순실이 누군지도 벌써 알고 있어요. 계속 뉴스에 나오니까 묻더라고요. 거짓말을 많이 해서 사람들이 화가 났다, 맛있는 걸 자기 혼자만 먹었다, 사람들이 밥 먹으려고 줄 서 있는데 혼자 새치기했다, 얘기했더니 진짜 나쁜 사람이네(웃음) 하더라고요. 또 시장 놀이는 일찍부터, 세 살 쯤부터 했어요. 놀이처럼 하면서 교육도 되고요. 반드시 경제 교육이 아니더라도 가게가 무엇이고, 돈이 무엇인지는 일찍 가르친 것 같아요. 돈은 진짜 빨리 알았어요.

 

“고래 팔아요.”
“몇 마리 있어요?”
(중략)
우리는 그때부터 미끄럼틀을 ‘소중이네 고래 가게’라고 불렀다. 그 가게에는 고래가 세 마리 있고, 상어도 판다. 흥정이 끝나면 둘째는 주먹 쥔 손을 내민다. 고래를 팔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걸 받아줘야 한다. 그러면 이번에는 손을 펴서 다시 내민다. 돈 달라는 얘기다. 그 손에 돈을 주는 시늉을 하면 거래가 끝난다.(227-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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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지금은 버틸 수밖에


한 구절, ‘조바심은 인내와 기다림으로 바뀌었다’고 했어요. 여기서 질문이 떠오르더라고요. 육아로 많은 걸 희생한 듯한 느낌을 이야기했는데 실제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의 경우 대부분이 주양육자이기 때문에 그런 고민을 많이 할 테니까요. 박사님은 이런 느낌 앞에서 어떻게 마음 정리를 하셨어요?


버티는 수밖에 없겠죠. 답이 없거든요. 사회 분위기도 호의적이지가 않고요. 계속해서 개선을 하자고 하니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텐데요. 당장 지금은 버틸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는 조바심이라는 게 못 먹는 떡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경우도 좋은 제안이 많이 왔었어요.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해요. 마음이 하루에 세 번 바뀌더라고요. 안 간다고 해놓고는 다시는 이런 제안이 안 올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고요. 그렇지만 결국은 기다리는 마음인 거예요. 다음에 또 오겠지, 하고요. 어쨌든 당분간은 육아에 전념할 생각이거든요. 아이가 아프면 우선순위가 다 바뀌어요. 하는 수 없죠. 아이들은 금방 크니까요. 또 아이들 보는 게 재미있어요.

 

참 새삼스럽게 느껴져요. 육아에 이렇게 참여하는 남성이 점점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보조양육자에 머물러 있는데 말이에요. 주양육자, 보조양육자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반증이기도 하겠고요.


보니까 아기 기저귀 갈 줄 아는 할아버지가 거의 없더라고요. 갈아봤어야 말이죠. 평생 기저귀를 한 번도 안 갈아본 거예요.

 

그런가 하면 박사님은 ‘두 아이의 아빠가 내 정체성’이라고 하기도 했잖아요. 이런 이야기를 더 많은 아빠들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저희 집도 주양육자는 아내예요. 다만 아내가 일을 하려다보니 제가 더 시간을 내야 하는 상황인 거죠. 아내도 많이 힘들어했고요. 제가 프랑스에서 지낼 때 본 건데요. 프랑스 엄마들은 출산 후 열 달이 지나도록 예전 몸매를 회복하지 못하면 좀 놀리는 게 있더라고요. 자기보다 아이를 더 돌보는 건 집착이라는 거죠. 이런 모습은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 어렵잖아요. 저는 그런 걸 보고 살았으니 좀 달라야 한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 선진국은 이미 다 그렇게 지내고 있잖아요. 우리도 그렇게 되겠죠. 그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고요. 어쨌거나 지금 당장은 아내보다는 제가 더 상황이 되니까요. 들어오는 일들이 있는데 ‘내년에 하면 안 되나?’ 생각해보거든요. 꼭 그때 해야 하는 일은 아니에요.

 

각자의 상황에 맞는 삶의 방식이 있는데 워낙 한국 사회는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면이 있어요.


제 차를 없앴는데요. 그러면서도 따져보니까 차 유지비를 생각하면 딱 절반만 가지고 택시 타거나 하면서 지낼 수 있겠더라고요. 차 없다는 핑계로 모임에 덜 나가도 되고요.(웃음) 이제는 아이들이 어린이집도 가고 하니까 낮에는 시간이 있거든요. 그때 글도 쓰고 해요. 많이 나아졌죠. 둘째까지 기저귀를 떼고 나면 이제 아이인 거지 아기는 아닌 거거든요. 좀 서운한 마음까지 들더라고요. 몇 년 간 집에 아기가 있었는데 이제 없는 거니까요. 더 이상 아기는 없고, 악동들만 남겠죠. 그게 아쉽더라고요. 그동안 충분히 놀고 좋은 마음, 편안한 생각으로 아이들이 자랄 수 있어야 뭘 배우더라도 되지 미리 스트레스 줄 이유가 없어요. 그런 상황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흔들리며 사는 거고, 또 그런 게 생활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돈을 많이 들인다고 좋은 것도 아니거든요. 그렇게 생각하면 아빠들이 육아에 시간을 더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두에게 좋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워낙 집에서 아빠들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서요. 조금만 더 해도 만족도가 확 올라가요.(웃음)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책 읽어주는 게 체력적으로 죽도록 힘든 일일까? 아니거든요. 그렇게까지 어렵진 않을 것 같은데요. 게다가 요즘은 어린이집 가서 봐도 아빠들이 많이 보여요. 종종 있어요. 그런 아빠들이 결혼을 했겠지(웃음) 싶기도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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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이 사위에게 권하면 어떨까


어떤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책을 쓰셨어요? 이 책을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으세요?


책을 쓸 때는 그런 생각이 아니었는데 쓰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장인이 사위에게 권해주면 좋겠더라고요. 참고하면 좋겠어, 유럽 스타일이래, 하면서요. 결혼할 때 예단을 보내잖아요. 거기에 끼워 넣어도 창피하지 않을 것 같아요. 장모가 권하기엔 좀 그렇고, 장인이 사위에게 나는 이렇게 생각해, 라면서 권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이 얘기를 했더니 장인이 사위에게 전쟁하자는 거냐(웃음) 하시더라고요.  
 
『88만원 세대』, 『솔로계급의 경제학』, 『불황 10년』 등 경제와 계층에 대한 통찰이 담긴 책도 써오셨고, 『모피아』처럼 소설도, 『1인분 인생』처럼 삶에 관한 이야기도 책으로 꾸준히 써오셨는데요. 아직 쓰지 못한, 꼭 써보고 싶은 책이 남았다면 뭘까요?


에너지 분야 이야기를 거의 안 썼어요. 이쪽으로 더 써볼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한동안 안 봐서 공부해야 할 게 많긴 하지만요. 자료도 업데이트 해야 하고, 현장도 봐야 해요. 몇 년 동안 약속 해놓고 못 쓴 책들이 많아서요. 일정대로 계속 책을 낼 계획이에요.

 

계획이 잡힌 다음 책은 뭐예요?


에세이예요. 50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거든요. 지금 생각하는 제목은 ‘남의 말을 50번 좋게 합시다’인데요. 50세가 넘으면 남의 말만 좋게 해도 밥은 먹고 살겠더라고요. 50대가 되면 욕하고 싶은 사람이 인생에 걸쳐 생기거든요. 성질대로라면 하루에 50번은 욕을 할 수 있어요.(웃음) 그런데 남의 말을 50번 좋게 하면 돈 벌 거예요. 어렵죠.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최순실 씨처럼 되겠죠. 돈이 없어서 그 사람처럼 못 되는 거지 본능과 느낌대로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사람과 많이 다르지 않을 거예요. 비싼 음식점에서 욕했다는데 막상 비싼 음식점에 갈 일이 없어서 못하는 거거든요. 나이 많은 할아버지들 보면 욕을 달고 살잖아요. 제 또래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서요. 다음 책은 그 이야기가 될 거예요.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우석훈 저 | 다산4.0
곳곳에서 인구절벽과 보육대란을 논하는 시대, 저자는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 않으면서 아이는 낳아야 한다고 강변하는 사회의 모순을 꼬집는다. 또 대표적인 복지 전문가답게 정책의 구체적인 수정 방향과 보완책 또한 제시한다. 프랑스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검증한 방식을 토대로 국내 상황에 특화한, ‘부모와 아이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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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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