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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미 “『한밤중 개미요정』은 나의 육아일기”

『한밤중 개미요정』 순수한 아이, 뛰어난 육감을 가진 동물 눈에만 보이는 개미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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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 때 몸이 많이 허약했거든요. 독한 약을 먹고 계속 누워 있고 그러니까 계속 몽롱하잖아요. 자다 일어나면 밤이고, 자다 일어나면 낮이고, 이럴 때가 많았어요. 그런 몽롱한 상황 속에서 뭔가 본 것 같은데 그걸 부모님에게 얘기하면 ‘꿈 꾼 거야’라면서 철저하게 무시당하는 거죠. 지금은 웃으며 얘기하지만 그때는 너무 억울했던 것 같아요.

고운 한복과 섬세한 색감, 그 안에 녹아 있는 현대적 요소들. 화가 신선미의 작품은 단번에 시선을 끄는 매력이 있다. 옛 그림처럼 차분하면서도 아이의 병간호 중인 엄마 곁에 놓인 체온계, 아이가 베고 누운 메모리폼 베개가 재미있다. 부드러운 분위기는 옛 정취를 떠오르게 하면서도 매우 신선한 감각을 담고 있는 듯하고 들여다볼수록 작가의 완고한 고집이 느껴진다. ‘외유내강’이라는 말이 자꾸 떠오른다.

 

한복의 다양한 모습을 꾸준히 작품으로 그려온 동양화가 신선미에게 개미요정은 여러모로 중요한 장치다. 세상에 닳아 피로한 어른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순수한 어린 아이나 사람보다 뛰어난 육감을 가진 동물들 눈에만 보이”는 존재, 말하자면 어른이 잃어버린 존재가 바로 개미요정이다. 실제로 작가 자신이 어렸을 때 어렴풋이 보았다고 믿는 존재기도 한 개미요정은 신선미의 작품에 다양한 상상력을 불어넣는다. 뿐만 아니라 개미요정은 작가가 엄마로서, 엉뚱한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의 첫 창작 그림책 『한밤중 개미요정』은 그러므로 작가의 “육아일기”이기도 한 것이다. 

 

작가의 여러 작품에도 등장했던 개미요정을 아름답고 환상적인 하나의 이야기로 보여주는 이 동화는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아 시작했다. 그러나 작가는 굳이 작품 크기의 원화로 작업하기를 고집했다. 무려 2년이 걸렸다. “책을 작품의 연장으로 생각한” 작가의 신념 덕분에 독자는 책은 물론 어린이의 몸만큼 커다란 원화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트파크 갤러리에서 12월 18일까지 전시회가 열리고, 이후에는 창비 카페에서 전시가 계속 된다고 하니 책으로 다 느끼지 못한 화가 신선미의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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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몸보다 큰 그림


출판사 제안을 받고 한 작업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큰 크기의 원화로 작업을 하셨더라고요. 고된 작업이었을 텐데 원화를 고집하신 이유가 있었나요?

 

갤러리 측에서는 안 좋아하셨죠.(웃음) 이 작업을 빨리 마무리 하고 다른 작업을 하자고 했는데요. 저는 같이 가고 싶었어요. 책을 작품의 연장으로 생각한 건데요. 보통 전시를 하면 도록이 나오잖아요. 도록 대신 책이 나온 거죠. 아이들에게도 책에 있는 원화를 크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작업하면서 한 생각은 아이들이 자기 몸보다 큰 원화 앞에서 상상력을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그런 욕심으로 했는데 반응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고집을 피우긴 했는데 좋게 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동화책 독자와 미술 작품의 관람객이 겹치지 않는 경우도 많잖아요. 외연을 확장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어요.


미술 작가 분들이 책도 많이 하시잖아요. 그런데 작품과 책 작업을 따로 하시거든요. 저는 아이들에게도 작품을 감상할 권리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화라고 하면 거의 작은 크기거든요. 그것 또한 훌륭한 작품이죠. 다만 굉장히 큰 그림을 보면 받아들이는 게 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제 그림이 아이들한테는 찾아보는 재미, 어른들한테는 아련한 추억, 이런 것을 가져다주었으면 해서 고집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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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이 오래 걸렸을 것 같은데요.


시간이 많이 걸렸죠. 거의 2년 걸렸어요. 스케치 1년, 채색 1년 걸렸어요. 스케치가 따로 들어가거든요. 스케치가 되면 아교 작업을 하고요. 아교는 종이에 있는 구멍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요. 구멍 때문에 물감을 떨어뜨리면 번지거든요. 가루 물감이다보니 아교가 밑으로 빠지는 걸 막기도 하고 밀착시키기도 해요. 그 처리를 하고 나서 위에 스케치를 올리고 펜으로 다 눌러서 따는 거죠. 그 자국에 먹선을 그어서 채색이 들어가고요. 노동이에요.(웃음) 주변에서는 책에 너무 소모하는 것 아니냐고도 하셨는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했어요.

 

채색 방식 자체도 오래 걸리는 작업이잖아요.


완전히 전통 채색 방식이에요. 제가 전공한 방식 그대로 했어요. 이 방식은 염색하듯 하는 거예요. 얇게 여러 번 채색을 해요. 얇게 발라 말리고 색 올리고, 말리고, 올리고 하는 건데요. 예전에는 빨간색 치마 같은 게 많았었는데 그 정도 진하게 들어가려면 색이 몇 십 번 올라가야 해요. 색도 섞어서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색을 만들기 위해서 처음에는 노란색을 올리고, 그 다음에 양홍색을 올리고, 그런 식으로 나눠서 그 빨간색이 만들어질 때까지 쌓는 거예요.


작가 분들 중에는 한 번에 두껍게 올리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것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고요. 제가 원하는 방식은 종이의 질감을 그대로 살리면서 염색되듯 밀착되는 느낌을 주고 싶었던 거예요. 그런 것을 좋아해서요.

 

그런 질감은 확실히 책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훨씬 좋겠네요.


네, 책에는 그게 다 안 나오긴 하더라고요. 실제로 와서 봐주시면 또 좋겠죠.

 

한순간 책으로 보거나 전시를 보는 것이지만 이런 고된 작업을 이해하니 느낌이 완전히 다르네요.


전통 채색 방식이 그런 부분이 좀 많아요. 그림에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라 밑작업이 많아서요. 성격 급하신 분들은 하다가 다른 쪽으로 전향하시기도 하죠.

 

동양화를 전공하셨는데 동양화의 어떤 점에 매료된 건가요?


예고 때부터 그림을 그렸는데요. 원래는 서양화로 시작을 했어요. 동양화는 예고 2학년 때부터 했고요. 동양화 선생님의 꾐에(웃음) 넘어갔는데요. 꼬신다고 넘어간 건 아니죠. 배워보니 제가 재미있더라고요. 처음엔 먹을 다루는 것에 매력을 느꼈고요. 나중에 대학 가서는 일본 유학을 다녀온 교수님이 계셨는데 그 분의 채색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대학원을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한 거죠.


사실 학부 때는 추상화를 많이 하는 분위기였는데 저는 추상이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휴학을 하고 서울에 아는 선생님 화실에 따로 들어가서 2년 간 배웠어요. 열심히 했죠. 그때 배운 게 거의 다예요. 굉장히 열심히 했었거든요. 아교 다루는 것, 먹선 그리는 것, 다 처음부터 배웠죠.


주인공을 실제 작가님의 자녀분으로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책 작업은 또한 나의 아이에게 주는 선물 같은 느낌이에요.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릴 때는 이야기도 많이 해줬었어요. 엄마가 어릴 때 개미요정을 본 적이 있다(웃음) 이러면서 얘기를 했는데요. 한두 해 전만 해도 ‘진짜?’ 이런 반응이었는데 요즘에는 그냥 게임하느라 신경 안 써요. 아예 흘려듣는 것 같아요. 아이도 나이가 들면서 점점 그런 게 잊힐 것 같아요.

 

개미요정은 자기들을 잊는 친구를 아쉬워하기도 했죠.


공부 때문일 수도 있고요. 바쁜 사회생활에 치이다보면 주변의 것을 놓치고 살잖아요. 개미요정들도 친구였는데 어른이 되어버린 엄마한테 외면을 당하고 점점 멀어져요. 곁에는 있었는데 잊히면서 개미요정은 울어버리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어른들의 무관심이 상처가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저는 어릴 때 몸이 많이 허약했거든요. 독한 약을 먹고 계속 누워 있고 그러니까 계속 몽롱하잖아요. 자다 일어나면 밤이고, 자다 일어나면 낮이고, 이럴 때가 많았어요. 그런 몽롱한 상황 속에서 뭔가 본 것 같은데 그걸 부모님에게 얘기하면 ‘꿈 꾼 거야’라면서 철저하게 무시당하는 거죠. 지금은 웃으며 얘기하지만 그때는 너무 억울했던 것 같아요. 믿어주지 않는 어른들이 미웠고요. 그런데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도 그랬던 것 같아요. 솔직히 이해 안 되는 행동을 할 때가 있거든요. 그러면 얘가 나처럼 그런 게 있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으로 아이를 보면서 이야기를 풀어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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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요정은 작가님의 이전 작품에도 꾸준히 등장했잖아요. 작품뿐 아니라 자녀를 이해하는 데에도, 다양하게 작용하고 있네요. 재미있는 존재 같아요.


구석구석 숨어 있는 개미들의 삶을 의인화 한 거예요. 순수한 어린 아이나 사람보다 뛰어난 육감을 가진 동물들 눈에만 보이고요. 어른들은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는 거죠. 그래서 어른들에게는 안 보이는 거예요.

 

아, 그래서 고양이에게는 보이는 거군요?


네, <톰과 제리>처럼 쫓고 쫓기는 관계 같은 설정으로 많이 그렸었어요. 그 전에도 잠자는 시리즈가 많았는데요. 어른들이 진실에 눈을 감아버리는 그런 모습들을 잠자는 모습으로 묘사한 거예요. 그런 메시지를 던지는 그림을 많이 그렸었죠. 그 옆에 있는 고양이는 개미요정을 보고, 주인은 잠이 들어 있고, 아기는 요정을 보고, 또 엄마는 잠들어 있고요.

 

책 마지막에 어린 아이였던 엄마와 아들이 똑같이 어린이의 모습으로 마주하잖아요. 그 장면이 무척 환상적이에요. 정말 아름다운 장면이었어요.


아련한 느낌으로 봐주길 원했어요. 엄마가 반지를 보면서 서서히 깨면서 그때의 공간으로 싹 바뀌는 거죠. 뒤에 개미요정이 지나가고 고양이가 잡으러 가고요. 그렇게 공간이 바뀌고 그때의 순간이 떠오르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갔는데 마침 아이도 개미요정과 함께 기다렸다는 듯 엄마를 맞이하는 거죠. 엄마와 소풍을 하는 그런 장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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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런 부분, 어른이 되어 잃어버리는 감성이나 감각에 관심을 두고 계신 건가요?


예전에는 그냥 한복 시리즈였어요. 그림 속 그림 식으로 한복 시리즈를 그리다가 개미요정을 넣기 시작한 건 중간에 휴학을 하고 그림 배우던 시절부터였는데요. 언젠가 그곳에서 화집을 봤어요. 중국 화집이었는데요. ‘장과견명황도’라는 그림인데 아주 오래된 갈색 배경에 ‘장과로’라는 사람이 왕 앞에서 도술 부리는 장면이었어요. 작은 모자함에서 노새가 뛰쳐나오는 거였는데요. 그 시대에도 이런 판타지가 있다는 것을 보고 내가 이런 걸 그리고 싶었구나, 어릴 때 생각했던 걸 이렇게 표현하면 되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는 기초를 배우는 상황인데 빨리 배워서 이렇게 그려야지, 하는 생각이었던 거예요. 열심히 배웠어요. 대학원에서 본격적으로 그런 그림을 그렸죠.

 

전통적인 분위기 안에 새로운 요소들이 재미를 줘요. 체온계 같은 것 말이에요.


어쨌든 현재를 살아가는 거니까 현대의 사물이 들어가는 거죠. 다 지금 사용하는 것들이에요. 주인공이 베는 베개도 저희 아이가 쓰는 것이거든요. 저거 없으면 잠을 못 자요.(웃음) 아주 아끼는 메모리폼 베개예요. 저는 어렵게 풀지 않아요. 주변에 있는 것으로 재미있게 일상을 잘 녹여내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남들은 어렵게 해석한다고 하는데 제 그림은 그런 그림은 아니에요. 이 그림을 한 지 십 년 정도 된 것 같은데요. 시작할 때 한복 그리면 다들 촌스럽다고 했었거든요. 그렇지만 한국 사람이 한국 그림을 촌스럽다고 비주류로 몰고 가는 게 조금 안타깝잖아요. 오히려 더 고집을 부렸죠. 그때는 학생이었고 아무것도 아닌데 나중에 한복 그림을 보여주면 세계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죠. 한복을 고집했었어요.

 

흥미롭네요. 요즘은 한복이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잖아요. 인사동 가보면 한복 입은 분들 꽤 많아요.


맞아요, 요즘은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전에는 동양적 소재 자체도 그리는 걸 기피했었어요. 워낙 인기가 없었으니까요. 굳이 왜 그런 고리타분한 걸 그리느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요. 저는 그런 게 아쉬웠던 것 같아요. 일본이나 중국은 자기 나라의 문화를 잘 고급화 시키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유독 우리나라 것을 소홀하게 대하는 것 같아요. 서양 사람들은 동양 복식을 다 치파오나 기모노만 떠올리지 한복을 떠올리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학생인데도 더 보여줘야 한다, 이런 생각으로 고집을 피웠었어요. 학점은 안 좋았어요.(웃음) 요즘은 많이들 한복을 선호하시고, 그림도 많이 보시죠.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계속 한복을 그리실 계획인가요?


아직 명확한 계획이 있는 건 아니지만 당분간은 계속 한복 그림을 그릴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도 계속 해왔고요. 여기서 더 어떻게 발전시킬지는 해봐야 할 것 같아요.

 

한복이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소재라고 생각했던 것이, 최근 진행된 ‘畵畵 미인도취’ 전시에 참여한 작가의 그림을 보면서였거든요. <Secret 2>은 또 다른 느낌이에요. 


그건 예전에 전시했던, 판매된 그림을 사간 분께 부탁해서 빌려 걸었던 그림이에요. 보시기에는 야하게 보실 수 있는데요.(웃음) 그런 내용이 아니고요. 제가 처녀 시절에 입었던 옷을 집에서 입어봤어요. 안 맞으니까 밖에 나가서 입을 순 없어서요. 거울 앞에서 입어보고 그랬는데 속옷에 낀 거예요. 그걸 아이가 보고 ‘엄마 끼었어’ 한 거예요. 그런 모습이 재미있어서 그린 거죠. 정면에서 봤을 때는 멋 부리고 고상한 느낌인데 뒷모습에는 반전이 있는 거예요. 보시는 분들은 어린 애 앞에서 야하게 그렸다고 하는데 그런 내용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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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작업 해보고 싶어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바로 작업에 영향을 주는 건가요?


『한밤중 개미요정』은 거의 육아일기라고 보시면 돼요.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아이에게 남겨줄 것은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림책 제안이 왔을 때 이것이 아이와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 같기도 했고요. 지금은 아이가 엄마 그림에 관심이 없어요. 장난감에만 관심이 있죠. 남자 아이라서요. 그런데 나중에 커서 이 책을 보고 엄마가 자기를 많이 아끼고 사랑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그런 것 같은데 자신과 가까이에 있는 것은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늘 엄마가 그림을 그리잖아요. 무덤덤해진 거죠. 그런데 가끔씩 집에 아이 친구들이 놀러 와요. 집에는 제 그림이 출력되어 걸려 있고 그렇거든요. 남자 친구들은 들어오자마자 막 장난감으로 달려가는데요. 여자 친구들은 그림에 붙어 있더라고요. 그런데요, 저희 아이는 그림에 재능이 없더라고요.(웃음) 태교를 그림으로 했는데 아이가 전혀 안 가져갔더라고요.

 

재미있네요. 아쉽기도 하시겠어요.(웃음)


예전에 국악 포스터 작업을 한 게 하나 있어요. 모빌이 달려 있고 아이에게 딸랑이 흔들어주는 그림이 있는데요. 그 그림을 그릴 때 제가 만삭이었거든요. 원래 아기가 없는데 제가 그린 거예요. 그리고는 아이가 태어났는데 그 그림 속 아기와 닮았더라고요.(웃음) 신기했어요. 그건 영향이 간 것 같아요. 외모에만 영향이 가고 그림 소질은 전혀 없어요.
 
황석영 소설 『바리데기』 표지 작업을 하기도 했는데요. 국악 포스터 작업도 하셨다고 하고, 굉장히 다양한 작업을 하셨어요.


화장품 회사와 협업하기도 했었고요. 여러 작업을 했죠. 화장품 회사와는 중국에 진출하는 상품을 했었어요. 재미있더라고요. 한복 그림을 하니까 요즘에는 특히 여러 제안이 많이 와요. 기업에서도 많이 오고요.

 

새롭게 해보고 싶은 작업도 있나요?


일단 한복에서 시작을 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작업을 해보고 싶은데요. 정해진 건 없고 현재 논의 중이라 확실하게 말씀 드리긴 어려운데요. 실제 한복과 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책으로도 많이 넓혀가고 싶고요. 동화 작업이든 다른 분야의 책에 삽화를 그리든 넓혀갔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동안 대중에게는 잘 알려져 있진 않았어요. 책 작업하면서 많이 알려지게 된 것 같거든요. 좋은 것 같아요. 전통 채색화를 아직 많이 모르시더라고요. 동양화라고 하면 다들 산수화, 수묵화, 사군자, 이런 것들만 아시고 채색화는 많이 낯설어 하셔서요. 제 그림을 보고 처음에는 서양화 아니면 그냥 일러스트로 아시는 분들도 많았거든요. 전통 그림에 많이 무관심한 거죠. 그래서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전통 그림이 깊이감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요. 너무 비주류로 묻히는 게 아쉬워요.

 

교육도 부족하고요.


교과서에 전통 그림의 비중을 늘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들 서양화로 미술을 배우잖아요. 기초를 누가 먼저 가르치느냐에 따라 배경지식이 완전히 달라지는 거거든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동양화는 그냥 먹으로만 그린다는 것 외에는 아예 모르고 있었어요. 예고를 들어가면서 알았으니까요. 전공하는 사람 아니면 모르는 거죠. 그러니까 당연히 비주류 취급을 받고요.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해주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린이 책을 해서 아주 어릴 때부터 스며들게 해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요. 그런 의미에서 다른 분야 작업도 하는 거고요. 더 익숙하게, 생활 상품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이죠. 그림을 일단은 봐야 아는 거니까요. 봐주는 사람들이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해봐야죠.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다음 작업은 어떤 게 있나요?


‘한중일 시리즈’를 많이들 선호하시더라고요. 한국, 중국, 일본의 복식을 그린 작품인데요. 많이 선호하셔서 생각하고 있고요. 그 외에 저는 생활 속 한복 그림만 그렸는데요. 한복을 차근차근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한복 디자이너 분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요. 문양에도 관심이 많거든요. 그쪽으로 더 공부를 해보지 않을까 싶은데 전시 계획을 잡으면 그 공부가 미뤄지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요.


 

 

한밤중 개미 요정신선미 글 | 창비
『한밤중 개미 요정』은 어린이 독자에게는 친구 같은 요정을 만나는 기쁨을 선물하고, 어른 독자에게는 순수한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상상 친구를 떠올려 볼 기회를 마련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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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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