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고, 관심 있는 부분들이 더 잘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길거리를 걸어 다닐 때 눈에 띄는 간판은, 크기가 큰 간판이 아니라 제가 관심이 있어 하는 것들에 관한 간판이고요.
이는 여행을 가서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 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것도 훌륭한 여행의 방법이겠지만 주무기가 채권인 저는 해외에 나가면 그 나라의 금리와 이자율이 가장 먼저 궁금했습니다. 이 나라는 다른 나라로부터 과연 몇 퍼센트의 이자율로 돈을 빌려오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 높다면 왜 높은지, 낮으면 왜 낮게 빌릴 수 있는지를 생각하다 보면 이 나라의 과거에는 어떠한 일이 일어났고 왜 지금의 상태가 되었는지까지 살펴보게 되고요. 그렇게 보다 보면 어느 순간 김춘수의 시 「꽃」처럼 나와 관계 없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 나라에서 내게 다가와 꽃이 되는 나라가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저금리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저금리는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참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은퇴한 개인과 목돈을 만들어야 하는 젊은 층에게는 수익률이 너무 낮아 투자가 쉽지 않은 면도 있습니다. 게다가 고객이 투자한 자산을 운용해야 하는 금융기관에게는 존폐를 위협하는 심각한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기도 하고요.
다행스럽게도(?) 이런 상황을 우리보다 먼저 겪은 나라들이 있는데요. 타이완 같은 경우는 이미 10년 전부터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어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을 해왔습니다.
그렇다면 타이완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왔을까요? 이는 간단한데요. 바로 해외투자의 비중을 늘린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자국의 금리가 너무 낮아 어쩔 수 없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늘릴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전체 자산의 50%를 해외자산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시간의 문제일 뿐이지 개인이든 기관투자자든 결국 더 많은 해외 상품을 다룰 수밖에 없겠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저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해외를 다녔는데요. 금리가 높은 나라들 위주로 가다 보니 신흥국(Emerging Market)을 주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금리도 높으면서 안전한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는데 성과는 아직까지 좋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투자 대상의 국가 신용등급이 너무 낮아 투자하기에 위험이 크기 때문이지요)
대신에 각 나라에서 보고 들은 속사정 이야기와 각각의 금융 현상을 이자율(금리)로 알기 쉽게 설명해드릴 텐데요, 금리와 밀접한 관계인 외환과 함께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옆집에 사는 고교생이, 음악을 전공하는 대학생 사촌이, 영어를 가르치는 누나, 금융에 대해 멀게 느끼고 있는 친구나 형이 물었을 때처럼 말이지요.
요즘 제 삶에 있어서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모든 것을 의심해보자’입니다.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거나 무심결에 흘려 보냈던 것들을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지 말고 정말 사실이 그러한지 따져보고 과연 그러한지 의심해보자는 것이죠. 그래서 먼저 저부터 의심하기 시작했는데요. 가볍게는 책상에 앉아 있는 동안 순수하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몇 분 동안 달릴 수 있는 체력이 되는지, 한번 TV를 켜면 얼마 뒤에 끄는지 등 자신에 대해 막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는지 의심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예들 들어 설탕이라면 많이 먹으면 살이 찐다거나 기분 전환을 위한 달달한 것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어떻게 생산하고 있고, 어디서 수입해 오는지, 우리는 얼마에 사오고 있으며, 일본과 중국 등의 나라는 어떤 통로로 운송해 오는지 알아보려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모든 사물에 대해 다시 살펴보면 어느 순간 자신만의 독특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재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요.
이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막연히 알고 있던 나라들의 특정 이미지에 대해 과연 그러한가를 의심하고, 그들의 속 깊은 이야기까지 살펴보려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투영해보려고 했고요. 아직까지 지식이 얕고 경험이 일천하여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래도 제가 보고, 듣고, 알고, 경험한 것을 공유함으로써 시야가 조금이라도 넓어지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기쁘겠습니다.
“진정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데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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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민혁 저/오석태 감수 | 에이지21
이 책은 새로운 투자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전 세계를 다닌 지은이가 각 나라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와 각각의 금융 현상을 이자율(금리)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옆집에 사는 고교생이, 음악을 전공하는 대학생 사촌이, 금융에 문외한인 친구나 형, 누나가 물었을 때처럼 말이다.
육민혁
호기심이 많아 연구하고 직접 찾아보는 것을 좋아하며 모르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아직 지식이 얕고 경험도 일천하기에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실행력으로 이를 보완해 나가고 있습니다. 옆집 형이나 오빠처럼 편안하고 부담없이,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넓은 세계에 대해 함께 나누고, 더 나아가 평소에 경제와 금융에 관심이 있지만 왠지 무언가 어려운 것 같다고 느끼셨던 분들께 금융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드리고 싶었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희망과 가능성이 많은 나라라고 믿고 있으며,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Societe Generale 증권과 HMC 투자증권을 거쳐 지금은 메리츠 종금증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