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음을 다해 책을 읽을 수 있다면, 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아직 살아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내가 이래서 책을 읽는 거구나’하는 순간이 있는데, 그건 바로 남들에게 참 잘도 숨기고 살았던 감정을, 책 속의 문장을 통해 화들짝 들켰을 때입니다. 그렇게 숨겨진 내 마음의 후미진 구석을 툭툭 건드리는 책들을 보면, 짜릿한 쾌감을 느낍니다. 무엇보다도 ‘내가 내 자신으로 돌아오는 느낌’을 주는 책들이 좋아요. 하루 종일 바깥에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떤 상황에 맞추어 ‘연기’를 하고, ‘감정노동’을 할 때가 많잖아요. 집에 돌아와 책을 읽으면, 내가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느낌이 들어요. 그 느낌이 참으로 소중하지요.
몇 년째 여름만 되면 “고흐로 가는 길”을 찾아 여행하고 있거든요. 처음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던 몇 개의 도시만 갈 예정이었는데, 점점 작은 지방까지, 관광지로서는 전혀 매력이 없는 작은 시골마을까지 가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미술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는데, 요새는 『모네가 사랑한 정원』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미술에 대한 책을 꾸준히 찾아 읽어볼 계획입니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일 ‘소리내어 읽기’를 하고 있는데요. 시간이 없을 때는 단 몇 줄이라도, 책에서 좋은 문장을 소리내어 읽곤 해요. 사실 처음에는 ‘졸음을 몰아내기 위해서’였어요.(웃음) 중학생 시절, 벼락치기 시험공부를 하는데, 새벽이 되자 너무 졸려서 소리내어 읽기를 시작했거든요.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도 좋아지고, 공부를 조금 더 하고 싶다는 의욕이 샘솟더군요. 그때부터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많이 힘들 때마다, 잡념을 몰아내고 싶을 때마다 소리내어 읽기를 해요. 많은 사람들에게 낭독해주지 않아도 좋아요. 그냥 내가 내 자신에게 내 목소리를 들려주는 거죠. 그러면 ‘머나먼 풍경’처럼 느껴지던 문학 작품 속의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처럼, 바로 지금 겪고 있는 내 인생의 문제인 것처럼 느껴져요. 소리내어 읽기는 아주 쉬운 것이지만 너무도 놀랍게,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줄 수가 있어요. 타인의 삶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고,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내 삶을 바라볼 수도 있지요. 소리내어 읽기를 통해 ‘나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시간, 내 마음 깊은 곳의 숨겨진 나만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명사의 추천
나는 인간으로 살고 싶다
이상경 저 | 한길사
나혜석의 일대기를 '전기'나 '다큐멘터리'식이 아닌 '연구'의 형태로 담은 글인데, 정말 감동적이다. 사실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어서 국문과를 선택한 것이었다. 그런데 아직 못썼다.(웃음) 소설이나 시가 아니더라도 학자의 연구서가 이토록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낀 책이었다.
이성과 감성
제인 오스틴 저/윤지관 역 | 민음사
소설 속의 엘리노어가 나를 정말 닮았구나 싶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하고 싶다'고 말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주인공이 나와 너무 닮아서, 그 닮음에 대한 연민 때문에 더욱 가슴 아프게 읽었던 소설이다.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이반 일리치 저/허택 역 | 느린걸음
이 대목만 읽어도 이 책의 메시지에 푹 빠져들게 된다. "현대인은 어디서나 감옥에 갇힌 수인이다. 시간을 빼앗는 자동차에 갇히고, 학생을 바보로 만드는 학교에 잡혀 있고, 병을 만드는 병원에 수용되어 있다. 사람은 기업과 전문가가 만든 상품에 어느 정도를 넘어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자기 안에 있던 잠재력이 파괴된다." 어떤 도구나 타인의 전문성에 의존하지 않고 내 안의 잠재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길은 없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책.
체르노빌의 목소리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저/김은혜 역 | 새잎
체르노빌은 내게 아주 어린 시절에 일어난 먼 나라의 사건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 책을 읽으며 체르노빌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 우리나라의 고리원전 뿐 아니라 전세계의 원전이 지극히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금오신화
김시습 저/이지하 역 | 민음사
현대소설이나 시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려본 적은 많지만 수백 년 전의 고전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린 것은 『금오신화』가 처음이었다. 이것이 문학작품이 지닌 감성의 힘이구나. 수백 년이 지나서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문학 작품의 힘이구나, 여실히 느꼈던 책이었다.
영화
허공에의 질주
시드니 루멧 감독; 리버 피닉스 출연; 크리스틴 라티 출연; 쥬드 허쉬 출연; 마샤 플림튼 출연; | 클레버컴퍼니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을 쓰면서 20대에 가장 소중한 세 가지 단어를 골라보면 무엇일까 생각을 해봤는데, 제게는 그것이 '사랑, 우정, 혁명'이었어요. "사랑, 혁명, 우정. 이루어지지 않아도, 끊없이 실패해도, 소유할 수 없어도, 변함없이 아름다운 가치들이다. 바보 같아 보여도, 철 지난 이상처럼 보여도, 난 그것들이 미치게 좋다. 사랑, 혁명, 우정을 향한 변함없는 짝사랑이 나를 여전히 지켜주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그 따스한 낱말 3총사가 여러분의 삶도 환하게 비춰주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저를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어준 영화가 바로 <허공에의 질주>입니다.
블레이드 러너
감독:마이클 베이, 리들리 스콧 출연:이완 맥그리거, 스칼렛 요한슨, 해리슨 포드 | 워너브러더스
-복제 인간과 인간의 차이를 분별하여 복제인간을 '청소'하는 것이 임무인 블레이드 러너가 공교롭게도 복제인간을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이 영화와 함께 <바이센테니얼맨>을 본다면 '진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곰이 되고 싶어요
야니크 하스트롭 | 캔들미디어dvd
애니메이션의 진정한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 자식을 평생 '관리'하고 자식의 미래에 '투자'하는 현대 사회의 부모들이 꿈꾸는 합리적인 사랑이 아닌, 그토록 사랑하는 자식을 차라리 완전히 놓아줌으로써 진정 더 사랑할 수 있게 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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