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책] 서점에서 일한다는 것
모두가 함께 책을 파는 서점의 일상
남들보다 오래 다닌 학교를 마친 후 취직한 회사가 인터넷서점이었다. 그 이후 15년 넘게 서점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서점, 출판에 대한 책이 나오면 우선 장바구니에 넣고 본다. 한 주제에 대해서 여러 권을 모아 읽는 것은 성격 때문이라기보다는 직업병인 것 같다.
시바타 신을 가장 짧게 설명하는 말은 ‘반 세기 서점인’이다. 1930년에 태어난 그는 85세를 넘겼다. 국문학 전공으로 대학을 마친 후 중학교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인연이 닿아 트럭 운전까지 하다가 서점 일을 시작한 것이 1965년이었다. 이 책이 출간된 2015년 기준으로 가득 채운 50년 동안 아침에 서점으로 출근했다가 저녁에 퇴근하는 생활을 해온 것이다.
‘마지막 수업’이라고 하면 그가 서점 일을 그만 뒀다고 생각할 것이다. 심지어 지금은 살아있지 않은 사람이라고 짐작할지도 모르겠다. 모두 대단한 오해인데, 반 세기 서점인은 여전히 1주일에 나흘 이상 지하철을 타고 도쿄 진보초의 이와나미 북센터로 출근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책 팔 궁리를 포함한 다양한 주제로 모임과 행사를 만들고 강의하고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을 쓴 이시바시 다케후미는 시바타 신보다 40년 늦게 태어났다. 대학에서 글쓰기를 배운 그는 출판사에 근무하다가 출판전문지 기자로 일했다. 2010년에 프리랜서로 독립하면서부터 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유명한 노인’을 비정기적으로 만났다. 취재나 원고 의뢰 때문이기도 했지만 잡담을 나누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휴대용 녹음기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그래서 세상에 나온 것이 이 책이다.
모두가 함께 책을 파는 서점의 일상
서점은 특이한 가게이다. 동네마다 철물점, 전파상, 문방구와 서점이 문을 나란히 하고 있던 때가 있었다. 나머지 가게들이 모두 마트나 쇼핑몰의 진열대로 흡수된 뒤에도 많은 서점들이 살아남았다. 물론 없어진 서점도 많았는데, 못, 전구를 팔던 가게보다 유독 책을 팔던 가게가 문을 닫는 데에 동네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건 서점이 다른 가게와 다르기 때문이다. 직장으로서 서점은 더 특이하다. 책의 저자를 적으라는 필기 시험을 보거나, 면접장에선 어떤 소설을 좋아하는지 꼬치꼬치 캐묻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서점은 가게이고 직장이다. 내 서점을 가지는 것, 혹은 서점에서 일하기로 하는 것은 어떤 사람들에겐 꿈이거나 낭만이지만 곧바로 장애물이나 벽에 부딪치곤 한다. 이를 이만큼 멋지게 설명한 구절은 이전에 본 적이 없었다.
“서점은 이래야 한다거나 이 책 옆에 저 책을 진열해야 한다는 말들이 전혀 쓸데없다고 하지는 않겠지만, 나는 서점의 근본을 전하고 싶어. 말로 하지는 않았지만 머릿속에 넣어두고 그걸 은연 중에 드러냈을 거야. 예를 들면 ‘책은 무겁다’ 같은 이야기지. 이해가 가나? (중략) 이것만은 어느 서점이건 똑같을 거라고 봐. 우선은 내 눈 앞에 있는 책의 산을 무너뜨리는 게 매일 아침 서점이 해야 할 절대적인 일이지. 그걸 하지 않고는 아무 것도 시작되지 않아.”
물론 대개의 사람들은 책을 좋아하거나 적어도 좋아한다고 말하길 좋아한다. 하지만, 책을 앞에 두고 있으면 늘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책은 들기에 무겁고, 전부 살펴보기에도 무겁고, 여러 곳에서 대금을 치르고 사오기에도 무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바타 신이 말하는 ‘모두가 함께 책을 파는 서점의 일상’에 공감한다.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책을 판다’는 건 말이지. ‘책이 좋다’든가 ‘책을 누군가에게 전하는 것에 사명감을 느낀다’든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그런 것만으로는 성립되지 않아. 모두가 기분 좋게, 가능한 한 나쁜 감정 없이 일할 수 있는가. 이런 노무 관리가 먼저라는 거야. 단지 책을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책을 판다는 행위가 완성되지 않아. 나로서는 늘 그랬지.”
호린도 서점은 시바타 신이 매장 책임자였던 1970년대에 단품 재고 관리 방식을 도입했다. 1930년대부터 일본은 도서마다 전표를 꽂아 유통했다. 호린도 서점은 입고, 판매 시 이 전표를 기준으로 재고를 관리한 것이다. 도서 단품 재고를 관리하기 시작한 것도 필요보다 많은 책들이 책장에 꽂혔다가 출판사로 반품되어 돌아가는 것이 ‘무거운 책을 모두 함께 파는 데’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책에는 이상한 매력이 있다
그가 1978년 진보초의 이와나미 북센터로 옮겨오고 제1회 진보초 북페스티벌 실행위원회부터 중심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5년, 진보초 북페스티벌은 1일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1991년 이 페스티벌이 시작됐을 때, 시바타 신은 방송국이나 잡지사에 행사의 취지나 의의에 대해서 ‘재밌을 것 같아서’라고 대답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게 그의 진심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일본의 앞날을 한탄하거나 출판계의 미래를 근심하거나,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아. 생각하는 척은 하지. 하지만 곧바로 저녁밥을 생각하니까. (중략) 진보초는 책의 거리야. 하지만 책이 없어도 인간은 죽지 않아. 세상에서 서점이 사라져도 대부분 인간은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지. 이 대전제를 잊고 ‘어떻게 해서라도 지킬 각오다’ 뭐 이런 말을 하기 시작하면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 늘어나.”
서점은 거리의 한복판에 있고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야 한다. 반 세기 서점인이 거듭 강조하는 것처럼 ‘꼭 이래야 하거나, 저래서는 안 되는’ 건 없다. 그가 자신 있게 서점이 사라져도 사는 데 지장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거꾸로 책의 매력과 미래의 서점에서 일할 사람들에 대해 든든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4년에 걸쳐 이뤄진 이 대화 여기저기를 모아 한 문단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나도 물론 책이 좋아. 뒹굴거리며 책을 읽는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해. 하지만 그것만으로 책을 파는 인간이 완성되는 건 아니야. 문화라든가 인간 지식의 향상에 공헌하는 역할도 있지만 그 반대편에는 질척이는 진흙탕이 있지.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마. 책에는 이상한 매력이 있어. 책은 그와 관련된 사람이 자신의 일을 포기하지 않게 만들지.”
더 읽는다면….
어느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
페트라 하르틀리프 저 ㅣ 솔빛길
함부르크에서 아들 하나, 딸 하나와 함께 살던 부부가 있다. 남편은 대형 출판사의 마케팅 매니저이고, 아내는 프리랜서 평론가로 일해왔다. 그러다 덜컥 1,100Km 떨어진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60평 서점을 낙찰 받게 된다. 입찰가격이 포함된 세 문장짜리 이메일로 시작된 동네 서점 모험 때문에 은행 대출을 얻고 직업을 바꾼다. 서점에 없는 책이라도 주문해두고 다음 날 찾으러 오는 동네 사람들, 2년 동안의 도제 수습 기간을 거쳐 정식 서점직원으로 인정 받는 제도, 함께 모여서 듣는 소박한 낭독회 풍경이 흥미롭다.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우다 도모코 저 | 효형출판
우다 도모코가 준쿠도 서점 오키나와 분점으로 옮겨간 것은 스물아홉 살이던 해였다. 만 서른한 살에 대형 서점 체인을 그만두고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 나하에 헌책방을 차린다. 이름을 울랄라로 정했는데, 간판에는 '시장의 헌책방 울랄라'라고 적었다. 책방을 열자마자 방송에 소개되었다. 이유는 일본에서 가장 작은 책방이라는 것이었다. 얼마나 작냐면…. 0.5평과 1.5평이다. 처음 열었던 공간이 반 평, 확장한 '지점'이 1.5평. 그곳에서 이 서점 주인은 책을 읽고 앉아있는 게 주된 일과이다. 배로 책을 옮겨오기 때문에 기상이 악화되면 신간이 들어오지 않는 섬, 오키나와현산(産)이라고 부르는 지역 출판사들의 책이 유독 인기를 끌고, 도쿄고서회관에서 헌책 경매가 벌어지는 일본 출판 유통의 한 단면이 재미있다.
우리, 독립 책방
북노마드 편집부 | 북노마드
여기에서 독립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원래 뜻은 대량 유통하지 않는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서점이다. 출판물을 출간하는 출판사이면서 그 책을 판매하는 서점이기도 한 몇 군데 독립 책방들이 그 원래 의미에 부합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한 전국 29곳의 '독립 책방'들이 모두 독립출판물만 판매할 수는 없다. 서울, 특히 홍대 근처에서부터 제주도까지 곳곳에 들어가 박힌 작은 책방들은 모두 책방지기들의 취향을 그대로 닮았다. 독립한 건 책방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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