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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정택용 “여기, 사람이 있으니까요”

사진집 『외박』 펴내 잠에서만큼은 평등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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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정말 선하고 착하고 이런 사람이 아니라, 답변을 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불편해서 “내가 마음이 불편해서 찍는다”고 말하곤 해요. 누군가 “네가 뭔데?”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지만요.

‘외박’이라는 두 글자만 마주하면, 시집의 제목 같다. 뒤로 이어지는 두 단어, ‘고공농성과 한뎃잠’을 읽으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사진집은 분명 아니다. 효용적 가치를 먼저 논하기도 어렵다. ‘사진작가 정택용은 어떤 마음으로 노동운동의 현장을 찍었을까?’를 따져보는 것도 우스운 감상일지 모른다. 작가는 다만 말하고 싶었다. “여기, 사람이 있다”고.

 

정택용 작가는 2005년 서울 금천구 기륭전자에서 처음 현장 노동자들을 찍은 후,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국가폭력이 끊임없이 뒤섞이는 현장을 꾸준히 사진으로 담고 있다. 대추리, 제주 강정, 밀양, 용산에서부터 여의도, 서초, 광화문에 이르기까지 누군가 고공농성을 하기 위해 어딘가 오르면, 카메라를 들었다. 정택용 작가에 의하면, 최근 몇 년 동안 전국에 고공농성장이 한 군데도 없는 ‘평화로운 공백기’는 2013년 8월, 학습지 노동자들이 성당 종탑에서 내려오고 같은 해 10월, 한 버스 노동자가 춘천시외버스터미널 조명탑에 오르기 전까지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뿐이다. “한 곳에서 내려오면 다른 곳에서 올라갔기 때문”에 정택용 작가는 쉬지 않았다. 고공농성장에 어김없이 펼쳐지는 한뎃잠의 풍경을 찍으며, 그는 평등한 잠을 꿈꿨다.

 

『외박』의 초판 부수는 1,000부다. 사진집의 독자층은 넓지 않기에 그저 적다고 보기엔 어렵다. 하지만, 5천 만의 대한민국 국민 숫자를 따져볼 때는 다소 아쉽다. 정택용 작가는 “사실, 욕심을 부린 숫자”라고 했다. 사진가는 그저 사진으로 말한다는 이치 때문일까, 좀처럼 드러나는 일을 주저하는 정택용 작가는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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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드러내는 일 정도만


3년 전부터 구상했던 책이라고 들었습니다.


개인 사진집으로는 두 번째 책이에요. 사실 첫 책은 완전히 제 의지로만 낸 책이 아니라, 많이 서툰 부분이 있었어요.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순진한 생각만 있었으니까요. 반면 『외박』은 10년간 찍었던 사진을 주섬주섬 모아서 낸 책이라, 고민을 많이 했어요. 구상은 일찌감치 했지만, 책 작업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정신 없이 현장에서 사진을 찍다 보니, 끝을 맺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외박’은 어떻게 나온 제목인가요?


고공농성과 한뎃잠을 아우르는 제목을 생각해봤어요. 처음 생각한 건 ‘잠의 송’이었어요. 루쉰의 풍자문 ‘밤의 송(頌)’에 나오는 ‘밤’을 ‘잠’으로 바꾸니, ‘잠의 송(頌)이 따로 없더라고요. 하지만 책 제목으로 쓰기는 발음도 어렵고 무슨 뜻인지 쉽게 파악이 안 돼서, 순우리말 사전을 쭉 뒤져봤어요. 그러다 불현듯 떠오른 제목이 ‘외박’이었어요. 잠을 표현한 단어를 찾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잠의 송’을 제목으로 사진전도 여셨는데요.


류가헌에서 전시회를 열었어요. 갤러리에서는 ‘잠의 송’을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잘 나눠 가진 것 같아요.

 

저자 소개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학에서 언어학을 배운 뒤 불성실한 직장인으로 살다가 관뒀다’라고 쓰셨는데요. 왜 불성실한 직장인이셨나요?


문과대학을 나왔는데, 제 전공으로 갈 수 있는 분야는 뻔했어요. 생계 수단으로 회사에 취직해야 할 것 같아서 들어갔는데, 1년 반 정도밖에 못 다녔어요.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업무를 했는데, 들어갈 때부터 오래는 못 다니겠다 싶었어요. 뭐랄까, 보람을 크게 느끼기 어려운 일이었고 3년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해보니 똑같이 살고 있을 것 같았어요. 한 번뿐인 인생을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회사에서 나와 다시 대학에 들어가 사진을 공부했어요.

 

추천사를 소설가 조세희 선생님이 써주셨어요. 특별히 선생님께 요청하신 이유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첫 사진집 『너희는 고립되었다』를 낼 때, 조세희 선생님과 문정현 신부님이 추천사를 써주셨어요. 조세희 선생님은 지금 몸이 좋지 않으셔서 나오기 힘드시지만, 오랫동안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 나오시곤 하셨어요. 길 위에서 종종 만나 안부를 여쭤볼 정도는 됐고 글을 쓰시는 분인데 사진도 잘 아시는 분이어서 부탁 드렸어요. 처음에는 고사를 하셨어요. 몸이 안 좋아서 글 쓸 여유가 없으니, 나중에 기회가 되면 써주겠다고 하셨는데,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어요. 써주시겠다고요. 제가 책을 내서가 아니라, 사진으로 찍힌 분들에게 힘이 돼주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조세희 선생님이 작가님을 두고 “드물게 말이 없고 수줍게 웃기만 하던 청년이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조금 걱정했어요. 인터뷰에서 말이 너무 없으실까 봐요.


(웃음) 말이 없어요. 되게 없어요. 친한 사람들끼리 있을 때야 조금 말을 하는데, 지금도 물어보시니까 말을 많이 하는 거고요. 해야 할 말을 안 하는 건 아닌데, 사람들이 항상 저를 보고 말이 없다고 해요.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을 2005년부터 찍었는데, 기륭 분들도 처음엔 저를 잘 모르셨어요. 6개월쯤 지나서야, 제가 사진을 찍었다는 걸 아셨으니까요.

 

사진을 찍는 일은 드러나는 일인데, 어떻게 남모르게 작업을 하셨나요?


그 때만해도 필름으로 사진을 찍었어요. 집에서 현상해서 인터넷 카페에 사진을 올렸는데, 굳이 저를 설명할 이유도 없었죠. 제 사진으로 웹자보를 만드시고 피켓을 만들고 하셨는데, 몇 개월이 지나서 한 조합원이 “그런데, 누구세요?”라고 묻더라고요. (웃음)

 

인터뷰도 부담이 되겠어요.


부담이죠. 사실. 제 얼굴이 나가는 것도 그렇고, 글 쓰는 것도 좀 그래요.

 

글은 왜요? 저는 『외박』에 실린 서문 글이 참 좋아서 밑줄을 여러 번 그었는데요.


누가 썼다,고 들어가는 게 좀 그래요. 사진으로 드러내는 일 정도만 하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는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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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농성에서 빠질 수 없는 한뎃잠


고공농성과 한뎃잠, 두 주제로 사진집을 구성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3년 전쯤인가, 이런저런 사진들이 쌓이다 보니 무게가 느껴지더라고요. 정리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까, 생각했어요. 2011년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위에서 300일이 넘는 고공농성을 하고 내려왔을 때, 이 일이 제게는 굉장히 큰 일로 다가왔어요. 이후 사람들이 계속해서 올라가는 걸 보면서, 고공농성 사진이 계속 찍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몇 년간 찍은 고공농성 사진을 모아보자 싶었고, 한뎃잠은 그 사진들 속에 자연스럽게 있을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어요.

 

표지 사진은 2015년 1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펼쳐진 ‘쌍용차 해고자 전원본직 정리해고 철폐를 위한 오체투지 행진’ 사진입니다. 사진집에서는 ‘한뎃잠’ 부분으로 실렸어요.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 때, 저도 하루 동안 오체투지 행진을 했어요. 이것도 한뎃잠이구나, 싶었죠. 잠이라는 게 진짜 자는 것만이 아니라 이런 모습들도 한뎃잠일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오체투지나 삼보일배, 방진복 퍼포먼스 등의 형상도 ‘한뎃잠’으로 묶였어요.

 

현장 사진을 오래 찍다 보면, 누군가의 요청 때문에 현장에 가는 경우도 많으실 텐데요. 하지만 항상 갈 수만은 없는 상황일 것 같아요.


처음에는 현장에 나 말고 사진 찍을 사람이 없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나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있어요. 제가 아니더라도 도움을 줄만한 다른 분들이 있다는 걸 알아요. 예전처럼 ‘꼭 내가 가서 찍어야 해’ 그런 조바심은 없어진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서부터는 지나친 욕심은 버렸어요. 사진은 글과 그림과는 달리 현장에 없으면 아예 불가능한 매체잖아요. 못 찍어서 받는 스트레스가 컸는데, 지금은 좀 달라졌어요.

 

노동운동 현장을 찍는 일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신경을 쓰시는 부분이 있나요?


저는 드러내지 않고 찍는 편이지만, 아무리 좋은 의도가 있더라도 운동을 하시는 분들의 얼굴이 찍어야 하니까요. 찍히는 사람이 기분이 상하면 찍어서는 안 되는 거겠죠. 대추리, 강정마을, 용산 같은 곳에서의 경험을 보면, 처음 보는 사람이 다짜고짜 사진을 찍고 있으면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물론 어딘가에 사진이 필요한 상황이 있겠지만, 의도를 다 알 수는 없을 테니까요. 세월호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학생들의 빈방을 찍는 프로젝트를 했는데요. 첫 날 아이들의 방을 찾아갔을 때, 그 무거움이 엄청나서 ‘제가 이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를 물어보고 싶었어요. 함께 간 친구들이 혹여 아이 부모님에게 상처가 될만한 사소한 행동이라도 하면 어떡하나, 그런 고민이 많았어요. 노동현장도 마찬가지예요. 저라도 제가 자고 있는데, 사진을 찍으면 안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관계가 중요해요.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을 상황에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경우에는 찍히는 사람들에게 폐가 안 될까, 그런 고민을 많이 해요.

 

『외박』에 얼굴이 실린 분들께는 모두 허락을 받으셨나요?


그 분들과는 신뢰 관계가 있어요. 하지만 고민이 됐던 사진이 하나 있어요. 작년에 강정 생명평화 대행진에서 찍은 사진인데, 누군지 모르는 분들이 많이 나왔어요. 주위 친구들한테 “이거 괜찮을까?” 물어봤는데, 괜찮을 테니 그냥 진행하라는 충고를 들어서 실었어요. 그런데 다행히 얼굴을 알아보지는 못할 정도로 알맞게 인쇄가 됐어요.

 

간혹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 사진만 찍고 있냐?’는 거리의 시선을 느끼진 않나요?


그런 시선은 신경 쓰지 않아요. ‘심각한 상황에 개입하는 것보다는 사진을 찍는 일이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당사자들에 대한 생각만 해요.

 

시위현장 속 현수막도 많이 찍혔어요. 눈에 익는 문구도 있지만 처음 보는 문구가 많았어요.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눈길을 주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구구절절, 내 이야기 좀 봐달라는 몸부림인데 아무런 관심을 못 받는 걸 보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보도사진을 볼 때, 아쉬운 부분은 없나요?


보도사진은 보도사진만의 역할이나 표현방식이 있으니까요. 왜 이렇게는 안 찍지? 그런 생각을 하진 않아요. 꼭 찍어야 하는 보도사진이 있는 거고요. 저 같은 사람은 자유로운 편이니까 그들이 찍지 않는 빈틈을 찍을 수 있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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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불편해서 찍는다


나는 왜 현장사진작가가 됐을까? 간혹 이런 생각을 하시나요?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아요. 회사를 그만 두고, 다시 학교에 들어가 사진을 공부하면서 ‘나는 무엇을 찍고 싶은 걸까’를 찾는 기간이 꽤 길었어요. 그런데 찾기도 전에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을 찍게 됐어요. 6년을 찍고 타결이 되면서, 다른 걸 찍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비슷한 일이 연이어 터졌어요. 쌍용차, 희망버스, 유성기업. 현대자동차, 밀양, 세월호가 겹치거나 뒤이어 계속 있었어요. 기륭 파업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지금 연대하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자연스럽게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지금에 이른 것 같아요.

 

서문에 권정생 선생님의 이야기를 쓰셨어요. 선생님께서는 “자기 같은 사람 찍지 말고 더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찍으라”고 하셨다고요. 이 이야기를 쓴 까닭은 평소 많이 생각하는 문제이기 때문일 텐데요.


어쭙잖은, 주제넘은 생각이지만, 내 사진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기륭전자 사건 때, 제가 찍은 사진이 여러 용도로 활용되는 걸 보고, 뭐라도 도움이 되는구나 싶었어요. 제가 정말 선하고 착하고 이런 사람이 아니라, 답변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불편해서 “내가 마음이 불편해서 찍는다”고 말하곤 해요. 누군가 “네가 뭔데?”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지만요.

 

사진작가로서 현재 가지고 계신 관심사가 있나요?


오래 전부터 생태나 환경 문제를 사진으로 다뤄보고 싶었어요. 4대강사업이 시작된 2008년쯤부터 이 작업을 꾸준히 하고 싶었는데, 현장을 계속 가다 보니 밀도 있게 하기가 어렵더라고요. 틈틈이 하고 있긴 한데, 언젠가는 집중하고 싶어요.

 

『외박』을 다 보고 나서, ‘한뎃잠’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잠이라는 게 정말 중요한 문제잖아요. 어떻게 보면 먹는 문제보다 더 중할 수 있고요. 작가님이 꿈꾸는 ‘우리의 잠’의 모습이 있을까요?


될 성 싶은 이야기는 아니지만요. 잠에서만큼은 평등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말씀하셨다시피 잠의 질이 안 좋은 분이 정말 많아요. 수면시간 문제도 중요하고요. 이윤엽 판화가의 「노동자는 올빼미가 아니다」라는 작품이 있어요. 2011년, 밤새워 일하는 주,야 맞교대를 낮에 일하는 주간연속 2교대제로 바꾸자는 노사합의를 회사측이 지키지 않아 벌어진 유성기업 노사분규를 상징하는 작품인데요. ‘밤에는 잠 좀 자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죠. 결국에 인생은 잘 먹고 잘 자는 문제일 수 있는데, 모두가 잘 먹고 좋은 집에 살 수는 없지만, 잠만큼은 평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만약 『외박』에 실린 사진 가운데 1장을 일간지 1면에 실을 수 있다면, 어떤 사진을 싣고 싶으신가요?


이 책의 주제가 노동자이니까 몇 개가 있을 수 있어요. 지금 떠오르는 사진은 맨 마지막에 실린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방진복 퍼포먼스’예요. 삼성은 엄청난 대기업이잖아요. 하지만 중소기업이든 더 작은 기업이든 똑같은 일이 옆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재작년에 협상한다고 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잖아요. 자본만을 위해 굴러가는 첨단을 보여주는 게 삼성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반도체산업이라는 게, 정말 방진복을 입고 먼지 하나 없는 곳에서 일어나는 깨끗한 산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유독물질을 다룬 사람이 얼마나 많이 죽어갔나요? 작년까지 제보된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가 221명이에요. 이 일이 오랫동안 안 알려졌다는 게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에요. 비단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현대중공업만 해도 올해 추락하거나 돌아가신 근로자 분이 얼마나 많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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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방진복 퍼포먼스. ⓒ정택용

 

이 시대, 갑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요?


제게 너무 크게 다가오는 질문인데요. 용산에서 외쳤던 이야기가 절절한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거기서 외쳤던 이야기가 “여기 사람이 있다”였거든요.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이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사진집을 낸 것도 같은 의미예요. “여기 사람이 있다”, “여기 몸부림 치는 사람이 있다”. 그런 마음을 담아서 낸 책이에요. 제가 알고 있는 한, 세계적으로 고공농성을 이렇게 많이 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어요. 사람을 하늘로 올려 보내는 사회가 됐는데도 자기 일이 아니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한국 사회에 많은 것 같아요.

 

“언젠가는 풍경 사진만 찍으며 먹고 살 수 있는 날들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다음 사진집을 낸다면 어떤 주제로 사진을 찍고 싶으신가요? 예를 들면 비현실적이라 해도 노동운동 현장을 찍을 필요가 없는 세상이 돼서, 꽃 사진만 찍어도 좋겠고요.

 

지금 질문하고 답도 하셨네요. 정말 비현실적이어도 된다면요. 식물로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 있는 곳들에 대한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풀어보고 싶어요. 저를 아는 사람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뭔 헛소리냐?”할 것 같긴 하지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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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박정택용 저 | 오월의봄
정택용의 사진집 《외박》은 이른바 ‘고공농성과 한뎃잠’을 기록하고 있다. 어디든 올라야만 했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기록이다. 집에서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들의 기록이며, 살기 위해 하늘로 올라간 사람들, 올라간 사람들을 땅에서 지켜주는 사람들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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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외박

<정택용> 저27,000원(10% + 5%)

“오르고 또 오른다. 버티고 또 버틴다.” 타워크레인, 포클레인, 송전탑, 광고탑, 조명탑, 종탑… 하늘로 오를 수밖에 없는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 굴뚝에서, 철탑에서, 교각 위에서 불안한 잠을 청해야 하는 어떤 현대인들의 가파른 운명에 대한 새로운 인류학 보고서 정택용의 사진집 《외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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