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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가지 이야기』와 상냥한 미스터리들

decca의 미스터리 탐구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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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의 상업성과 로맨스의 장점을 결합시킨 코지는 가장 상업적인 미스터리 서브 장르 중 하나이며, 플롯보다 캐릭터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대부분 시리즈로 이어져 장수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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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가지 이야기』
가노 도모코 지음 ㅣ 피니스아프리카에

 

 

소소한 일상의 수수께끼

 

대부분의 미스터리 작가들은 작품을 쓸 때 사건을 구상하고 그 결론을 먼저 생각한다. 그다음 결론에 이르는 구불구불한 길 주변에 단서를 공정하게 흩뿌리고, 마지막으로 인상적인 서두를 준비하는 식이다. 그만큼 미스터리 소설에서 사건은 가장 중요하다. 주된 사건의 형태와 그 범위는 작품 전체의 한계와 가능성을 결정짓는다.

 

인상적인 미스터리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강렬한 사건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살인과 죽음 그리고 시체는 미스터리 소설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1920년대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황금기 미스터리의 전범을 제시했던 S. S. 밴 다인은 미스터리 소설의 20가지 규칙을 제안한 바 있는데, 그중 일곱 번째 규칙은 다음과 같다. ‘(확실히) 죽은 시체가 존재할 것.’

 

범죄와 죽음을 다루는 장르는 당연히 호불호가 나뉜다. 어떤 이들은 어둡고, 잔인하며, 복잡하기까지 한 이 장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 미스터리에 한창 빠져 있는 독자라면 그 무엇을 읽어도 (설령 로맨스 장르라 하더라도) 남은 분량을 만지작거리며 조건반사처럼 범죄와 죽음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아, 이제 이 등장인물이 죽을 때가 됐는데….’

 

그래도, 미스터리 장르의 외연은 생각보다 훨씬 넓다. 이곳에도 청소년을 위한 권장 도서가 있고, ‘영어덜트’ 같은 확실한 시장도 존재한다. 밝고, 서정적이며, 단순하지만 명쾌하게 구성된 미스터리 작품들은 19세기 말 무렵부터 줄곧 존재해왔다.

 

대표적인 서브 장르는 ‘코지(cozies)’다. 이 서브 장르는 빅토리아 시대 후기 여성 작가의 미스터리를 현대적으로 변용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코지 미스터리 속 사건은 선정성과 폭력성이 적고, 살인은 범죄자의 잔인한 본성이 아니라 ‘관계의 문제’에 의해 발생한다. 한적한 동네 같은 작은 공간을 배경으로 하며, 탐정은 아마추어, 그것도 여성이 많다. 미스터리의 상업성과 로맨스의 장점을 결합시킨 코지는 가장 상업적인 미스터리 서브 장르 중 하나이며, 플롯보다 캐릭터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대부분 시리즈로 이어져 장수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에는 ‘일상계 혹은 일상의 미스터리’라는 범주가 있다. 말 그대로, 격렬한 감정들이 얽히고설킨 선정적인 사건이 아닌 소소한 일상의 수수께끼를 주제로 한다. 코지와 일상계는 영어권과 일본어권의 시장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우나, 적어도 사건의 선정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비슷비슷한 서브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작품이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가노 도모코는,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오른 기타무라 가오루와 함께 일본 일상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작가다. 『일곱 가지 이야기』는 작가의 데뷔작으로, 제3회 아유카와 데쓰야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아유카와 데쓰야는 일본 본격 미스터리 전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이다. 사건의 크기 때문에 가볍게 다루어지기도 하지만, 일상 미스터리의 출발점은 엄연히 수수께끼와 논리적인 해결에 집중하는 본격 미스터리임을 시사하는 지점이다.

 

『일곱 가지 이야기』는 대학생 이리에 고마코가 우연히 발견한 「일곱 가지 이야기」라는 작중 단편집에서 시작된다. 책이 마음에 든 그녀는 작가 사에키 아야노에게 주변에서 일어났던 이상한 사건들 담아 팬레터를 보낸다. 얼마 되지 않아 친절한 답장이 도착하는데, 신기하게도 작가는 편지 속 정황만으로 이상한 이야기 속에 깃든 미스터리를 찾아내고 그 해답을 발견해낸다. 일상의 낯선 이야기가 하나의 미스터리가 변화하는 일이 몇 차례 더 일어나고, 이리에 고마코는 마침내 사에키 아야노를 만나게 된다.

 

길거리에 점점이 박힌 핏자국, 갑자기 바뀐 전시회 그림, 앨범 속에 사라진 한 장의 사진,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는 노부인, 백화점 옥상에서 사라진 풍선 공룡의 순간 이동, 하얀색 꽃만 그리는 소녀 등. 『일곱 가지 이야기』 속의 사건은 작은 수수께끼에 가깝다. 하지만 독자는 그 자질구레함 이면에 숨겨진 꼼꼼한 단서들을 곧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서정적인 필치 아래 숨겨진 복선들이 신선한 결말로 이어지고 따뜻한 감동을 끌어낸다.

 

여러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에키 아야노의 해답은 언제나 완벽하다. 공정하게 주어진 단서 아래 제시된 절대적인 해답은 언제나 사람을 매혹하기 마련이다. 작은 농담 같은 이야기들이 엄연히 미스터리로서 인정받고,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곱 가지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은 미스터리 속에서 성장하고 또 위안받는다. 책을 읽은 독자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힐링’과 ‘미스터리’의 조합은 이렇게, 가능하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 북폴리오

갑작스레 사보 편집장이 된 작중 인물 와카타케 나나미는 사보에 실을 단편소설을 위해 대학 선배에게 간절하게 매달린다. 선배가 소개해준 작가는 이름과 신상은 일체 알리지 않겠다는 독특한 조건을 내건다.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연재되는 12편의 이야기. 소소한 수수께끼를 담은 각각의 이야기는 마지막에 하나의 미스터로 이어진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
미카미 엔 지음 ㅣ 디앤씨미디어

가마쿠라의 고즈넉한 마을에 자리 잡은 '비블리아 고서당'. 그곳에는 누구보다 헌책을 사랑하는 시오리코가 있다. 그녀는 한 권의 고서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는 놀라운 추리력을 지녔다. 일상계의 편안함, 라이트노벨 특유의 강조된 캐릭터, 서적이라는 친숙한 소재를 다룬 이 작품은 2012년 일본 오리콘 랭킹에서 1위를 차지했고, 만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성공을 거뒀다.

 

 

 

 

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
조앤 플루크 지음 ㅣ 해문출판사

미네소타주 작은 마을 레이크에덴에 살고 있는 한나 스웬슨은 '쿠키단지'라는 작은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평범한 30대 독신 여성이다. 어느 날 베이커리 뒷길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한나가 만든 초콜릿칩 쿠키가 발견되면서 그녀는 사건에 휘말린다. 개성 있는 마을 사람들과 아슬아슬한 로맨스가 곁들여진 작품으로, 현재까지 국내에 꾸준히 18권이 출간된, 대표적인 코지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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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영천(예스24 e연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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