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연 “우리 부부는 ‘여전히’ 연애 중입니다”

『결혼은 아직도 연애 중』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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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사랑이나 연애에 관해서는 ‘이 사람이 변하면 어떡하지?’ 혹은 ‘이 사람이 정말 내 짝이 맞나?’라는 질문들을 하잖아요. 그리고 결혼은 인생이 변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심각한 변화가 아니고, 그냥 같이 살고 같이 이야기를 나눌 남자를 고르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런 부분이 서로 맞다면 결혼해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연애 7년 결혼 3년, 그래도 ‘여전히’ 우리는 연애 중입니다” 책 표지에 적힌 문장에 시선이 머문다. 연애에 대한 우리의 로망이 얼마나 짙은 것인지, 새삼 깨닫는다. 뒤이어 하나의 질문이 떠오른다. ‘결혼은 연애의 반대말일까?’ 아마도 듣고 싶은 대답은 정해져 있을 것이다. ‘결혼한 후에도 연애는 끝나지 않아’라는 말.

 

그러나 우리에게는 ‘결혼은 현실이다’라는 말이 더 가까운 탓에, 책을 펼치며 애써 기대를 감추기로 한다. 연애하듯 살아가는 부부라는 건 환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되뇌면서.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결혼은 아직도 연애 중』 안에는 여전히 연애중인 부부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들은 “우리는 결혼을 위해 결혼을 한 것이 아니라 연애를 하다 보니 결혼이라는 과정을 거쳤던 것”이라고 말한다. “부부라는 이름이 하나 더 생긴 것일 뿐” 결혼을 전후로 관계가 변한 것은 아니라고.

 

『결혼은 아직도 연애 중』의 저자 최지연은 ‘리듬의 달콤쌉싸름한 책방’이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운영하며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5년째 네이버 책 분야 파워블로거로 선정된 그녀는 예스24의 작가 블로그에 연애와 사랑, 결혼에 대한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2014년 당시 ‘사랑이 시작되면 방법은 생긴다’라는 제목으로 소개되며 큰 사랑을 받았던 글들은 『결혼은 아직도 연애 중』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엮였다. 누군가를 만나고, 그 사람이 내가 찾던 반쪽이 맞는지 끝없이 질문을 하면서, 의문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 부부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과정이 진솔하게 기록되어 있다. 지극히 평범하고 그래서 더 깊게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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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옳다고 믿는 사랑이 정답이에요

 

블로그 연재 당시 독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쪽지나 비공개 덧글로 고민을 털어놓으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어떤 분은 자신의 연애담을 길게 써서 메일을 보내주기도 하셨는데, 그 분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메일을 받고 나서 저도 고민을 했었거든요.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얽혀있으니까 제가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남편한테도 보여주면서 남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고,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답장을 보내드렸죠.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옳다고 믿으면 그렇게 사랑하는 것이 정답이다”라고 쓰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정답을 찾으려고 하죠. 작가님께 상담을 요청하셨던 분들도 그러지 않았을까요?

 

아마 그 구절은 김혜나 선생님의 책에 나왔을 거예요. 당신이 옳다고 믿는 게 정답이라고요. 저도 부모님의 결혼 반대에 부딪히면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정말로 정답을 아는 사람은 본인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 남자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본인이잖아요. 그리고 사실 주변에서 조언을 해주니까 힘든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제 경우도 보면 친구들한테 상담 받은 대로 하면 늘 싸움이 나고 잘 안 되더라고요(웃음). 그리고 친구들에게 상담을 해줘도 결국 자신들이 생각했던 대로 하잖아요. 내가 옳다고 믿는 대로 한다는 게 어렵지만 정답인 것 같아요.

 

우리 주변에는 오래된 연인에 대한 편견 같은 게 있는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뜨겁지는 않을 거라거나 정 때문에 만나는 걸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런 질문을 많이 받기는 했죠. ‘아직도 좋아?’ 같은 질문들이요(웃음). 특히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사람들을 만나면, 보통은 신혼이니까 즐거워야 하는데, ‘너희는 연애 오래 했으니까 뭐...’ 그런 반응들도 있었고요. 게다가 저희는 결혼하고 한 달 후에 아이가 생겼거든요. 그럴 때도 ‘연애 오래 했는데 뭐, 괜찮아’라는 말을 들을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주변 친구들이 다 연애를 오래 해서 그게 더 좋아 보였어요. 연애 기간이 길어졌다고 해서 퇴색되는 것도 아니고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것만의 장점도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결혼 후에도 여전히 연애 중이라고 하셨어요.

 

그러려고 노력하는 거죠, 사실(웃음). 그렇게 생각하려고 하는 거고요.

 

그렇지만 결혼을 해서 달라진 부분도 있겠죠?

 

저희도 서로 맞춰가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아무리 서로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다고 해도요. 샤워를 마친 후에 수건을 가지고 나올 것이냐, 다음 사람을 위해서 걸어 놓고 나올 것이냐, 이런 사소한 부분부터 부딪히는 게 있긴 하죠. 그런데 어쨌든 이 사람과 평생 살아야 하는 거니까 서로가 서로에게 맞추면서 지내야 되는 것 같아요. 그 외에도 많은 부분들이 있죠. 각종 경조사에, 돈 관리도 해야 하고... 아이가 태어나니까 아무리 남편이 많이 도와준다고 해도 여자가 책임을 져야 되는 부분이 많은데 그럴 때마다 서운하기도 해요. 그런데 말을 잘 안 하죠. 하나 둘 말하기 시작하면 서로 스트레스가 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열 번 말할 걸 참았다가 한 번 말하는 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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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아직도 연애 중』을 읽기 전에 속단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그저 깨가 쏟아지는 이야기, 읽다 보면 배가 아파지는 이야기’일 거라고요(웃음).

 

그렇게 시작했던 건 아니었어요. 예스24 작가 블로그에 연재할 때 제목이 ‘사랑이 시작되면 방법은 생긴다’였는데, 제가 힘들 때 책에서 보고 굉장히 마음에 와 닿았던 구절이었어요. ‘지금은 힘들지만 사랑을 시작하면 방법은 생길 거야’라고 생각을 했죠. 그렇게 연재를 시작했던 거고, 그런 이야기들 위주로 들려주고 싶었어요. 알콩달콩 재미있게 사는 이야기를 자랑하고 싶어서 쓴 부분도 전혀 없고요. 독자들의 반응도 공감 간다는 말이 많았던 것 같아요. 부럽다는 이야기는 거의 못 들어봤고요(웃음).

 

남편 분이신 ‘S’가 너무 멋있다는 반응은 없었나요(웃음)?

 

가끔 제 글을 읽은 분들이 '멋진 남자랑 살아서 좋겠다'라고 하는데, 솔직히 그건 아니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바로 이 남자가 바로 어떤 여자에게는 최악이었던, 그래서 버림을 받았던 남자거든요. 마찬가지로 제 남편이 평생 연애하고 살자며 약속해 결혼한 저도 다른 남자에게는 이기적이고 너와 연애한 것이 후회된다는 말을 들을 정도의 최악의 여자였고요.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최고의 아내 혹은 남편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은 본인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다른 사람처럼 되려고 하지도 마세요. 지금 당신이 사랑하는 그 상대의 모습이 최고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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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인 걸 어떻게 확신하죠?

 

남편 분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둘 만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된 건데, 어떻게 생각하시던가요?

 

남편은 가장 열렬한 구독자였고요. 그 안에서 제가 하지 못했던 말들을 알아채는 것 같았어요. 어떻게 보면 우리 관계에 있어서 윤활유가 되었을 수도 있죠. 사실 하지 못하는 말들도 있잖아요. ‘나는 너를 이해하지 못해’라는 말도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그 이야기를 글로 쓰게 되면 앞뒤 맥락이 있고 정제되어 있으니까, 상대방이 읽으면서 ‘이렇게 생각할 수 있었구나, 내가 그 부분을 몰랐네’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남편은 제 글을 보면서 저를 이해해 주고, 저는 남편에게 이해 받고, 그런 부분이 있었어요.

 

“사실 난 널 이해하지 못해. 그저 인정하려고 노력할 뿐이지”라는 문장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도 이해 못하는 게 굉장히 많아요(웃음). 그리고 남자는 이해하기 힘든 동물이라서요(웃음).

 

남자에게도 여자가 그런 대상이겠죠(웃음)?

 

네, 그렇겠죠(웃음). 그래서 이해할 수 없는 건 진짜 많은데, 어쨌든 같이 살기로 선택했고 사랑하기도 하는 사람이니까 끌어안아야 되는 것 같아요.

 

인정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아요. ‘너는 그런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하려 해도 가끔씩 화가 날 때가 있지 않나요?

 

그렇죠. 그런데 남자들도 다 아는 것 같아요. 이해하지 못하지만 넘어가주는 게 고맙다는 걸 알고 있는 거죠. 그래서 본인이 한 번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면 더 많은 걸로 되돌려주더라고요. 물론 연습이 필요하죠. 저도 처음부터 됐던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연애한지 몇 년이 지나고, 그 사람을 조금 알게 되고, 내가 이 사람을 평생 사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어느 정도 인정해 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나와 20~30년 동안 다르게 살아온 사람이고 그 생각이 나로 인해 한 번에 바뀌지 않을 거잖아요. 그러니까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 같은 게 필요한 것 같아요(웃음).

 

여행을 가면 진짜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결혼하기 전에 꼭 같이 여행을 떠나보라고 조언하고요. 작가님께서도 여행을 통해서 남편 분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셨나요?

 

저희가 처음 여행을 간 곳이 상해였는데, 그때 굉장히 더웠어요. 그리고 상해 날씨가 습하니까 샤워를 하고 나오면 바로 몸이 끈적끈적해지는 상황이었는데, 저희 남편이 더운 걸 정말 못 참거든요. 저 역시도 여행 도중에 길도 잃고 한참 걸어야 돼서 짜증이 났고요. 게다가 남편은 중국어를 할 줄 모르고 저는 조금 할 줄 알아서, 제가 다 해줘야 하니까 짜증을 낼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남편은 한 번도 그러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여행 기간 동안 더운 것도 참고 내가 짜증을 내는데도 다 참고 옆에 있어준 것만으로 정말 고마웠어요. 같이 여행을 하다 보면 힘든 순간도 오고 그럴 때 그 사람의 밑바닥을 보게 된다고 하는데, 남편은 진중하게 버텨줬던 것 같아요.

 

“이 사람인 걸 어떻게 확신하죠?”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뭉클했습니다. “내게는 그 사람에 대한 확신보다는 ‘내가 그를 위해 평생 무언가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확신이 더 중요했다”고 하셨죠.

 

부모님의 반대를 겪으면서 그 부분을 더 많이 생각했어요. 아무 생각 없이 결혼을 했다면 저도 바라기만 했을 것 같은데, 그때 남편이 버텨주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을 한 거죠. ‘나는 그 이상으로 이 사람한테 더 갚으면서 살아야겠다’, ‘이 사람이 나한테 무엇을 해줄 것인가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생각해야겠다’ 싶었어요. 그 시기가 저를 더 성숙하게 만들기는 했죠.

 

첫 번째 소설 『12월 16일, 그가 돌아왔다』는 남편 분을 위한 선물이었다고요.

 

그때 기자 분들이랑 편집자 분들이 모여서 소설을 만드는 데 참여하게 됐는데요. 로맨스소설을 쓰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소설 작법을 배워본 적도 없고, 제가 읽었던 소설을 기반으로 해서 쓰다 보니까 경험의 한계도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저희 둘만 알 수 있는 코드들이 많이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딱히 저희 이야기를 다뤘던 건 아니었는데, 소설을 읽으면 남편이 분명히 알 만한 것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그 소설을 쓰면서 치유가 되는 걸 많이 느꼈어요. 저희 사이에 풀지 못한 숙제가 하나 있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소설 전반에 그게 녹아났고, 남편이 그걸 알더라고요. 제가 출간 전까지 원고를 보여주지 않다가 책이 나온 후에 읽어보라고 했는데, 다 읽고 나서 남편이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울더라고요. 그 날 처음으로 남편이 우는 걸 봤어요. 저는 그걸 알아봐준 남편한테 너무 고마웠고 위로를 얻었어요. 저희 둘 사이에는 엄청난 계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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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남자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블로그를 통해 책 이야기를 들려주셨잖아요. 결혼 혹은 사랑에 관한 책 가운데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자학의 시』를 추천하고 싶어요. 이 만화에는 매일같이 밥상을 뒤엎는 남편이 나와요. 반찬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날씨가 덥다고, 도박으로 돈을 다 잃었다고 매일 같이 다른 이유를 대면서 밥상을 엎죠. 그런데 이 바보 같은 아내는 오늘은 내 옷이 더렵혀지지 않게 옆으로 엎었다고, 그래도 과일 사올 돈은 남기고 도박을 했다며 남편을 위해 또 밥상을 차려요. 그렇게 표면적으로만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부죠. 그런데 뒤로 가면 이들 부부의 과거가 나오면서 비로소 아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요. 사실 아내의 인생은 남편에게 구원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거든요. 이들에게 밥상 엎기는 애정의 표현이고, 관심이고, 소통의 방식이었어요. 사랑도, 결혼 생활도 그런 것 같아요.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 남들이 바라보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둘만의 방식이 통하고, 둘이 행복하면 그게 최고인 거죠.

 

『결혼은 아직도 연애 중』에서도 사랑, 연애, 결혼과 관련된 좋은 구절들을 들려주셨는데요. 특히 결혼에 있어서 인상적인 구절이 있으셨나요?

 

살림지식총서 500번째 책의 주제가 『결혼』이에요. 이 책은 제가 굉장히 좋아하고 공감했던 책인데, 그 안에는 이런 구절이 있어요. "좋은 결혼이 극히 적은 것은, 그것이 얼마나 귀중하고 위대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증거다-몽테뉴" 그러니 내 결혼 생활이 가끔 삐끄덕거려도, 조금 불안정해 보여도, 덜 완벽해 보여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원래 결혼 생활은 어려운 거니까요. 지금 그 정도의 고민, 그 정도의 갈등은 모두가 안고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 정도면 잘 살고 있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거예요.

 

최근 블로그에 쓰신 내용 중에는 같이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더라고요.

 

확실히 아이를 낳고 나서 흰 머리가 확 늘었어요. 그걸 남편이 뽑아주면서 언제 이렇게 흰 머리가 늘었냐고 하는데, 그때 저를 쳐다보는 눈빛이 인상적이었어요. 언제 네가 이렇게 변했니, 이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저도 요즘에 그런 걸 많이 느껴요. 남편이 워낙 운동을 좋아하고 체력이 강했던 사람인데, 어느 순간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가끔 짠할 때가 있어요. 그 감정을 뭐라고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는데... 뭔가 슬프더라고요.

 

‘결혼은 현실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된 순간은 언제였나요?

 

누구나 공통적으로 느끼는 걸 텐데 시댁과 관련해서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죠. 사실 저희 시부모님이 굉장히 좋은 분이시거든요. 그런데 같은 말이라도 (친정)엄마가 하실 때랑 시어머니가 하실 때 조금 다르게 들리기도 해요. 어떤 의도가 있는지 없는지 저는 모르지만요. 그리고 명절 때 시댁에 있으면 조금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럴 때 말고는 아직까지 크게 문제가 있거나 한 적은 없었어요.

 

책 속에 ‘결혼해서 나쁜 점’을 정리해 놓기도 하셨어요. 그 중 하나는 ‘하지 말아야 할 말’의 영역이 늘어난다는 건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서운했던 것들을 다 말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예전에는 했던 말이라도 하더라도. 같은 공간에 계속 있어야 되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연애할 때는 서운했다고 말하고 나서 떨어져서 지내게 되니까 그 동안은 상대방의 변화를 보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대화를 하면 그 사람도 피드백을 줘야 하고, 그 일로 인해서 상대방이 고민하는 과정도 봐야 하는데, 그게 너무 싫은 거예요. 그리고 폐쇄된 공간에서 싸움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도 하고 상대방의 밑바닥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그건 하지 말아야겠다고 스스로 생각한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말을 못하는 게 많죠.

 

출산과 양육을 경험하면서 ‘내게도 남자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고 하셨는데요. ‘남편은 채워줄 수 없는 남자친구만의 영역’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생활에서의 힘든 부분이 있거나 불만이 있을 때는 남편한테 이야기할 수가 없는 거예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너무 힘든 순간이 있어요. 그런데 그걸 남편한테 하소연해봤자 해결책이 없잖아요. 이 사람도 똑같이 힘든 상황이니까요. 그럴 때는 이런 일들과 전혀 무관한 진짜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무작정 공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는 거예요. 남편한테는 이야기해봤자 ‘그럼 이 부분은 내가 더 해줄게, 너는 어떤 부분이 힘드니?’라고 말할 텐데, 사실 그걸 바라는 건 아니거든요. 그럼 그 사람도 또 힘들어지니까요. 그래서 남편한테는 말을 못하는 거예요. 남편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요.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건, 또 다른 사랑을 갈구한다기보다는, 생활 속에서 힘든 부분들을 털어놓고 공감 받고 싶은 거예요. ‘잘하고 있으니까 괜찮아’라는 말도 듣고 싶고요.

 

“이 책에 담긴 에피소드들이 연애하듯 결혼생활을 꿈꾸는 모든 세상의 연인들에게 조금이라도 공감과 힘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연애하듯 결혼 생활을 하기 위해서 버려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버려야 한다기보다는 노력해야 되는 부분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연애도 마찬가지잖아요.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 안 되죠. 게다가 결혼은 생활을 맞춰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내려놔야 하는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하는 이상형의 집과 상대방이 생각하는 이상형의 집은 분명히 다를 거예요. 그걸 내 쪽으로만 맞추려고 하면 매번 싸움이 일어나는 거거든요. 상대에게 맞춰주고 내려놓는 부분들이 있어야 알콩달콩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대부분의 싸움들이 그런 부분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니까요. 저는 두 사람이 노력하면 연애하듯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어요.

 

연애할 때보다 결혼한 지금이 더 좋으세요?

 

이제는 같이 뭔가를 만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연애할 때는 한계가 있잖아요. 법적으로도 그렇고 삶도 그렇고. 그런데 이제는 아이도 있고, 둘 사이에 공통의 뭔가가 생기기도 했고, 같이 꿈을 꿀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니까, 저는 지금이 더 좋더라고요.

 

특별히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결혼을 앞둔 사람들이겠죠. 여자들은 그때가 제일 불안하잖아요. 특히 사랑이나 연애에 관해서는 ‘이 사람이 변하면 어떡하지?’ 혹은 ‘이 사람이 정말 내 짝이 맞나?’라는 질문들을 하잖아요. 그리고 결혼은 인생이 변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심각한 변화가 아니고, 그냥 같이 살고 같이 이야기를 나눌 남자를 고르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런 부분이 서로 맞다면 결혼해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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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아직도 연애 중최지연 저/최광렬 그림 | 라이스메이커
결혼 후에도 연애할 때처럼, 아니 더 연애하는 것처럼 살 수는 없을까? 《결혼은 아직도 연애 중》은 결혼과 연애의 기존 관념을 뒤집게 해주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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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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